<일제 불매운동> 덕 본 기업들 어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무역 갈등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토종 브랜드가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한국 브랜드는 애국 마케팅, 할인 행사 등으로 ‘반일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모습이다.
 

온라인과 SNS를 타고 일본 불매운동 기업 목록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 목록에는 자동차·전자·의류·맥주·편의점 등 일상생활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들이 총망라됐다. 누리꾼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상징하는 ‘노’(NO)라는 로고를 공유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NO’라는 영문의 ‘O’는 일장기를 형상화했으며 ‘보이콧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다. 

전 품목에 해당
반사이익 최고

업계에 따르면 불매운동 여파로 맥주를 비롯해 패션, 식음료 등 다양한 일본산 제품들의 매출은 감소한 반면, 애국 마케팅을 펼친 업체들은 반사이익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선 아사히·기린 등 일본 맥주들의 매출이 20% 가까이 떨어졌고, 불매운동 대표 브랜드로 지목된 ‘유니클로’도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본사 지분율이 99.96%인 신발 편집숍 ABC마트코리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일본 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미니스톱도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르며 점주들의 매출 타격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토종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부 업체들은 ‘애국 마케팅’에 불을 지피고 있다.
 

▲ 모나미와 탑텐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이 대표적이다. 탑텐은 올해 2월 대한민국 100주년 기념 티셔츠를 기획·제작해 완판한 데 이어 오는 8월15일 광복절을 앞두고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달 5일 출시돼 현재까지 1만장이 판매됐다.

이는 기존 프로젝트 제품보다 2배 정도 빠른 판매 속도로 판매율은 현재까지 75%다.

탑텐은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될 무렵부터 애국 마케팅을 강조한 홍보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특히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이 2012년 탑텐 론칭 당시 “한국 시장에 파고드는 일본 SPA 브랜드를 견제하기 위해 그에 못지않은 소재 개발과 아이템으로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말했던 것을 적극 홍보하며, 소비자들에게 국내 대표 SPA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상 최대 불매운동…전 품목 매출 감소
애국 마케팅으로 반사이익…횡재한 기업들

신성통상 관계자는 “탑텐은 역사와 사회 문제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 매년 삼일절, 광복절, 독도의날, 군함도 관련 프로모션 등을 적극 펼치고 있다”며 “올 초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프로젝트 티셔츠 출시 때도 SNS를 통해 역사에 대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소통하며 2030세대들의 열렬한 지지와 관심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랜드월드도 최근 SPA 브랜드인 ‘스파오’가 토종 브랜드라는 점을 앞세워 토종 캐릭터인 ‘로보트 태권브이’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로보트 태권브이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뉴트로’ 감성으로 재해석한 반팔 티셔츠, 에코백 등으로 제작됐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스파오와 로보트 태권브이는 일본 및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하던 국내 시장서 토종 콘텐츠로서 자존심을 지켜온 국가대표 브랜드”라며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상징적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이어 “스파오는 2009년 국내 토종 SPA 브랜드로 일본과 유럽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SPA 시장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맞이하는 제74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마련한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3040세대에게는 추억에 대한 향수를 불러오고, 1020세대에게는 한국판 로봇캐릭터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니클로 대체는?
속옷까지 국산

BYC는 공식 자료를 통해 여름철 인기 제품인 ‘보디드라이’의 판매량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알림과 동시에 자사가 토종 기업이라는 점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BYC 관계자는 “BYC는 1946년 광복 이듬해에 설립돼 73년간 한국 내 산업의 역사와 함께 달려온 국내 토종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볼펜 생산기업인 모나미도 일본산 문구류 불매운동의 수혜주로 각광받고 있다. 모나미는 1000원 이상의 국내 필기용품 시장서 일본 제품에 밀렸으나, 최근 불매운동 여파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국내 주류 업체들도 ‘맥주 마케팅’에 더욱더 힘을 쏟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맥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제품 불매운동 분위기가 번지며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달 31일까지 대표 제품인 ‘카스’와 발포주 신제품 ‘필굿’을 대상으로 한시적 판촉행사를 실시한다. 카스 맥주의 경우 이 기간 출고가를 약 4∼16% 인하해 공급한다. 카스 병맥주 500㎖를 기준으로 보면 출고가가 현행 1203원서 1147원으로 4.7% 내려간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여름 성수기에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판촉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는 같은 기간 발포주 필굿의 가격도 355㎖캔은 10%, 500㎖캔은 41%가량 낮춰 도매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인하된 출고가가 적용되면 355㎖ 캔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12캔에 9000원’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류업체 동참
마케팅 전쟁

하이트진로는 ‘청정라거-테라’의 여름 광고를 최근 공개하고 시장 공략을 위한 활동을 강화한다고 선언했다.

새 광고는 지난달 초부터 지상파, 케이블, 디지털 매체 등을 통해 방영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무더운 여름철에 청량감을 더할 청정라거-테라의 특장점을 알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해 초기 돌풍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테라는 지난 3월21일 출시 이후 101일 만에 1억병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를 대체하는 성격이 강한 발포주 라인업도 강화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25일 국내 최초로 밀을 원료로 한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 바이젠’(Filite WEIZEN)을 선보였다. 필라이트 바이젠은 기존 필라이트, 필라이트 후레쉬를 즐기는 소비자층은 물론 밀 맥주를 선호하는 음용층을 겨냥한 제품이다.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와 입맛을 반영한 라인업을 구성, 발포주 소비층을 더욱 확대하며 시장 내 경쟁우위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지난 2017년 출시된 국내 첫 발포주 필라이트는 뛰어난 가성비와 우수한 품질력으로 초기 판매 돌풍을 일으키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롯데주류 역시 피츠·클라우드 등 자사 제품들을 앞세워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열리는 ‘한강몽땅 여름축제’에 참여해 차별화된 문화이벤트를 운영 중이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지난달 20∼21일 서울시 송파구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서 열린 ‘2019 워터밤 서울’ 페스티벌에 공식 후원 맥주브랜드로 참여하기도 했다. 

밉보인 유니클로…토종 브랜드 도약
수혜 보고 있지만…매출 상승이 관건

롯데주류는 또 휴가철을 맞아 다양한 맥주 쿨러백(Cooler Bag) 패키지를 출시했다. 쿨러백 패키지는 맥주를 시원한 상태로 손쉽게 운반할 수 있는 패키지로 무더운 여름 휴가철, 야외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다. 롯데주류는 캔맥주 6개로 구성된 ‘미니 패키지’를 준비하는가 하면, 가방처럼 멜 수 있는 ‘피츠 백팩 쿨러백’ 등을 소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업계에선 유통가에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분위기가 번지며, 올여름 국산 업체 간 ‘맥주 전쟁’이 유난히 뜨겁다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 수입맥주 카테고리서 1위를 달리던 일본 아사히 맥주의 경우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 판매가 크게 줄며 고전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일본산 제품의 판매가 50% 이상 줄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는 오비맥주가 ‘성수기에 가격 할인’이라는 이례적인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기도 하다. 오비맥주는 지난 3월 카스·카프리 등 맥주 제품들의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으나, 4개월여 만에 가격정책을 바꿨다. 최근 일본맥주의 점유율 하락을 ‘큰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오비맥주 측은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국산제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에 이번 특별할인 행사가 국산맥주에 대한 소비촉진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맥주 시장서 특히 일본산 제품의 하락세가 돋보이는 것은 국산맥주나 다른 국가의 맥주 등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라며 “‘4캔에 1만원’ 공세에 한동안 주춤했던 국산맥주 브랜드 입장에선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수혜 어디까지?
아직 키져봐야…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맞물려 의미가 큰 해인 데다 최근 한일 간 갈등으로 불매운동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면서 업체들이 애국 마케팅을 펼치기에 부담이 덜한 편”이라며 “국내 토종기업들이 일본산 제품의 불매운동으로 인한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지만, 실제 매출로 연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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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