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불매운동> 덕 본 기업들 어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무역 갈등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토종 브랜드가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한국 브랜드는 애국 마케팅, 할인 행사 등으로 ‘반일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모습이다.
 

온라인과 SNS를 타고 일본 불매운동 기업 목록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 목록에는 자동차·전자·의류·맥주·편의점 등 일상생활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들이 총망라됐다. 누리꾼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상징하는 ‘노’(NO)라는 로고를 공유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NO’라는 영문의 ‘O’는 일장기를 형상화했으며 ‘보이콧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다. 

전 품목에 해당
반사이익 최고

업계에 따르면 불매운동 여파로 맥주를 비롯해 패션, 식음료 등 다양한 일본산 제품들의 매출은 감소한 반면, 애국 마케팅을 펼친 업체들은 반사이익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선 아사히·기린 등 일본 맥주들의 매출이 20% 가까이 떨어졌고, 불매운동 대표 브랜드로 지목된 ‘유니클로’도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본사 지분율이 99.96%인 신발 편집숍 ABC마트코리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일본 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미니스톱도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르며 점주들의 매출 타격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토종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부 업체들은 ‘애국 마케팅’에 불을 지피고 있다.
 

▲ 모나미와 탑텐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이 대표적이다. 탑텐은 올해 2월 대한민국 100주년 기념 티셔츠를 기획·제작해 완판한 데 이어 오는 8월15일 광복절을 앞두고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달 5일 출시돼 현재까지 1만장이 판매됐다.

이는 기존 프로젝트 제품보다 2배 정도 빠른 판매 속도로 판매율은 현재까지 75%다.

탑텐은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될 무렵부터 애국 마케팅을 강조한 홍보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특히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이 2012년 탑텐 론칭 당시 “한국 시장에 파고드는 일본 SPA 브랜드를 견제하기 위해 그에 못지않은 소재 개발과 아이템으로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말했던 것을 적극 홍보하며, 소비자들에게 국내 대표 SPA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상 최대 불매운동…전 품목 매출 감소
애국 마케팅으로 반사이익…횡재한 기업들

신성통상 관계자는 “탑텐은 역사와 사회 문제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 매년 삼일절, 광복절, 독도의날, 군함도 관련 프로모션 등을 적극 펼치고 있다”며 “올 초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프로젝트 티셔츠 출시 때도 SNS를 통해 역사에 대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소통하며 2030세대들의 열렬한 지지와 관심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랜드월드도 최근 SPA 브랜드인 ‘스파오’가 토종 브랜드라는 점을 앞세워 토종 캐릭터인 ‘로보트 태권브이’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로보트 태권브이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뉴트로’ 감성으로 재해석한 반팔 티셔츠, 에코백 등으로 제작됐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스파오와 로보트 태권브이는 일본 및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하던 국내 시장서 토종 콘텐츠로서 자존심을 지켜온 국가대표 브랜드”라며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상징적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이어 “스파오는 2009년 국내 토종 SPA 브랜드로 일본과 유럽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SPA 시장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맞이하는 제74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마련한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3040세대에게는 추억에 대한 향수를 불러오고, 1020세대에게는 한국판 로봇캐릭터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니클로 대체는?
속옷까지 국산

BYC는 공식 자료를 통해 여름철 인기 제품인 ‘보디드라이’의 판매량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알림과 동시에 자사가 토종 기업이라는 점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BYC 관계자는 “BYC는 1946년 광복 이듬해에 설립돼 73년간 한국 내 산업의 역사와 함께 달려온 국내 토종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볼펜 생산기업인 모나미도 일본산 문구류 불매운동의 수혜주로 각광받고 있다. 모나미는 1000원 이상의 국내 필기용품 시장서 일본 제품에 밀렸으나, 최근 불매운동 여파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국내 주류 업체들도 ‘맥주 마케팅’에 더욱더 힘을 쏟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맥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제품 불매운동 분위기가 번지며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달 31일까지 대표 제품인 ‘카스’와 발포주 신제품 ‘필굿’을 대상으로 한시적 판촉행사를 실시한다. 카스 맥주의 경우 이 기간 출고가를 약 4∼16% 인하해 공급한다. 카스 병맥주 500㎖를 기준으로 보면 출고가가 현행 1203원서 1147원으로 4.7% 내려간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여름 성수기에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판촉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는 같은 기간 발포주 필굿의 가격도 355㎖캔은 10%, 500㎖캔은 41%가량 낮춰 도매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인하된 출고가가 적용되면 355㎖ 캔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12캔에 9000원’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류업체 동참
마케팅 전쟁

하이트진로는 ‘청정라거-테라’의 여름 광고를 최근 공개하고 시장 공략을 위한 활동을 강화한다고 선언했다.

새 광고는 지난달 초부터 지상파, 케이블, 디지털 매체 등을 통해 방영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무더운 여름철에 청량감을 더할 청정라거-테라의 특장점을 알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해 초기 돌풍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테라는 지난 3월21일 출시 이후 101일 만에 1억병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를 대체하는 성격이 강한 발포주 라인업도 강화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25일 국내 최초로 밀을 원료로 한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 바이젠’(Filite WEIZEN)을 선보였다. 필라이트 바이젠은 기존 필라이트, 필라이트 후레쉬를 즐기는 소비자층은 물론 밀 맥주를 선호하는 음용층을 겨냥한 제품이다.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와 입맛을 반영한 라인업을 구성, 발포주 소비층을 더욱 확대하며 시장 내 경쟁우위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지난 2017년 출시된 국내 첫 발포주 필라이트는 뛰어난 가성비와 우수한 품질력으로 초기 판매 돌풍을 일으키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롯데주류 역시 피츠·클라우드 등 자사 제품들을 앞세워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열리는 ‘한강몽땅 여름축제’에 참여해 차별화된 문화이벤트를 운영 중이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지난달 20∼21일 서울시 송파구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서 열린 ‘2019 워터밤 서울’ 페스티벌에 공식 후원 맥주브랜드로 참여하기도 했다. 

밉보인 유니클로…토종 브랜드 도약
수혜 보고 있지만…매출 상승이 관건

롯데주류는 또 휴가철을 맞아 다양한 맥주 쿨러백(Cooler Bag) 패키지를 출시했다. 쿨러백 패키지는 맥주를 시원한 상태로 손쉽게 운반할 수 있는 패키지로 무더운 여름 휴가철, 야외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다. 롯데주류는 캔맥주 6개로 구성된 ‘미니 패키지’를 준비하는가 하면, 가방처럼 멜 수 있는 ‘피츠 백팩 쿨러백’ 등을 소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업계에선 유통가에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분위기가 번지며, 올여름 국산 업체 간 ‘맥주 전쟁’이 유난히 뜨겁다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 수입맥주 카테고리서 1위를 달리던 일본 아사히 맥주의 경우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 판매가 크게 줄며 고전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일본산 제품의 판매가 50% 이상 줄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는 오비맥주가 ‘성수기에 가격 할인’이라는 이례적인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기도 하다. 오비맥주는 지난 3월 카스·카프리 등 맥주 제품들의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으나, 4개월여 만에 가격정책을 바꿨다. 최근 일본맥주의 점유율 하락을 ‘큰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오비맥주 측은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국산제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에 이번 특별할인 행사가 국산맥주에 대한 소비촉진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맥주 시장서 특히 일본산 제품의 하락세가 돋보이는 것은 국산맥주나 다른 국가의 맥주 등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라며 “‘4캔에 1만원’ 공세에 한동안 주춤했던 국산맥주 브랜드 입장에선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수혜 어디까지?
아직 키져봐야…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맞물려 의미가 큰 해인 데다 최근 한일 간 갈등으로 불매운동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면서 업체들이 애국 마케팅을 펼치기에 부담이 덜한 편”이라며 “국내 토종기업들이 일본산 제품의 불매운동으로 인한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지만, 실제 매출로 연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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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