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ICF 토사구팽’ 어느 여사장의 눈물

4년 준비 행사 하루아침에 물거품 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는 12월 열릴 예정인 크리에이터들의 축제가 삐걱대고 있다. 국회의원이 조직위원장, 서울시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참여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4년 전부터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해온 조직위원회 대표이자 사무국장, 공동주관사의 대표는 일부 관계자들의 대표 해임, 주관사 해촉 시도에 직면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김모 대표는 2015년 연예매니지먼트 M사를 설립했다. M사는 연예인이 아닌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로, 주로 중국 쪽에서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M사와 계약을 맺은 중국의 왕홍들이 지자체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왕홍은 인터넷 스타, ‘완러홍런’(網絡紅人)을 줄인 말이다.

유튜버 시대
홍보효과↑

김 대표는 수년 전부터 1인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눈여겨보고 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고, 주 타깃인 중국을 옆집처럼 드나들었다. 몇몇 중국 왕홍들과 친구처럼 지내면서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왕홍들과 인간적으로 쌓은 유대감은 김 대표의 사업 자산이 됐다. 김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전 세계의 유튜버, 왕홍, 파워블로거 등 1인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경연을 진행해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김 대표는 각국서 예선전을 펼치고 결승전을 한국서 진행하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승자는 팬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쉽게 말하면 크리에이터 버전의 <프로듀스101>’”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International Creator Festival Seoul, 이하 ICF)이다.


ICF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10여개 국가서 진행하는 국가별 예선전과 서울서 진행하는 본선으로 구성됐다. 전 세계 크리에이터 130여명을 서울로 초청, 서울 명소 탐방, 유망 중소기업 브랜드 제품 체험, ‘I·SEOUL·U’를 모티브로 한 콘텐츠 제작 등의 활동으로 서울을 홍보한다는 취지다.

2015년부터 왕홍 마케팅을 시작한 김 대표와 M사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ICF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특히 ICF를 진행할 장소를 두고 많은 의견이 오갔다. 김 대표에 따르면 ICF를 홍콩 등 해외서 진행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 지난 3월에 열린 ‘서울 글로벌 홍보 마케팅’ 토론회

당초 김 대표가 ICF를 개최하려고 생각한 곳은 제주도였다. 행사명도 처음에는 ‘2019 제주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이었다. 그러다 올해 1월 김 대표가 서울시의원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병훈 의원을 만나면서 서울시가 ICF 개최 장소로 떠올랐다.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 모아 경연
예선전 거쳐 결승전 서울서 추진

김 대표는 문 의원을 만난 자리서 ICF에 대해 설명했더니 다음 날 다시 연락이 왔다문 의원이 서울시 글로벌 홍보 마케팅과 관련해 3월에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해 승낙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15일 서울시 주최로 서울 글로벌 홍보·마케팅 토론회-1인 미디어의 시대가 서울시의회서 열렸다. 문 의원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서 김 대표는 발제자로 나섰다. 타 지역 문화관광 홍보 우수 사례,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글로벌 홍보방안 등이 논의됐다.

문 의원 측이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발제자인 김 대표는 이날 토론회서 서울 글로벌 홍보 마케팅 활성화 방안으로 서울 크리에이터 마을’ ‘서울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개최를 제안했다.


2019 서울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의 개최로 전 세계 크리에이터가 서울로 모이면 트렌드를 이끄는 최고의 크리에이터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고, 이들이 만든 다양한 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전달돼 높은 홍보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문 의원은 오늘 토론회서 나온 새로운 제안들이 서울시 홍보 정책에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하며, 1인 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SNS 활성화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와 마케팅이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김 대표 측과 중국 출장에 동행하는 등 ICF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과정서 김 대표에게 투자자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시와의 논의 끝에 임의단체인 ICF조직위원회(이하 ICF조직위)가 설립됐다.

올해부터
급물살

‘International Creator Festival 2019’ 협약서에 따르면 ICFICF조직위 주최, M사와 서울관광재단, 서울디자인재단의 주관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다. 후원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맡았다. ICF조직위의 조직위원장은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자는 김 대표로 명시됐다.

공동주관을 맡은 김 대표의 M사는 행사 세부계획 수립, 각국 지역 예선 추진과 크리에이터 초청 등 ICF와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를 맡았다. 김 대표는 ICF조직위 사무국장도 맡아 행사 진행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지난 6월 서울시로부터 2019 서울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 후원 명칭 사용과 관련해 승인이 떨어졌다. 서울시의회는 사업계획과 공익적 목적에 맞게 행사를 개최하고, 시민 안전관리 등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후원 명칭 사용을 승인했다.

그 사이 각국의 크리에이터들이 치러야 할 예선전 일정이 촉박해 중간에 한 차례 개최 날짜가 바뀌었다. 오는 9111545일 일정으로 진행하려던 개최 날짜가 12232523일 일정으로 변경된 것. 하지만 김 대표는 대체적으로 순조롭게 행사 준비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지난 628일에는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서 ICF조직위 발대식이 열렸다. ICF조직위의 본격적인 행보를 예고한 이날 발대식은 조직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의 개회사, 진성준 부조직위원장의 축사, 위촉장 수여식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발대식까지 무리 없이 끝마쳤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18일 강남의 투자자 사무실서 진행한 ICF조직위 사무국 회의서 주관사 해촉 통보 문서를 받았다. ICF조직위서 공동주관을 맡은 김 대표의 M사와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주관사 해촉 안건은 18일 회의에서 논의될 주제가 아니었다.

ICF조직위는 중국 측 축사 및 고문 위촉 중국 조직위 참가자 비용 대행사 계약 자문위원 허위 명단 제출 조직위 조직도 임의 변경 조직위 활동 등의 이유로 M사가 주관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해촉한다고 통보했다.


김 대표는 ICF조직위서 말하는 해촉 사유가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관사 해촉 과정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ICF조직위 대표이자 사무국장인 자신이 주관사 해촉 통보를 받기 전 그 어떠한 말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와 M사는 내용증명을 통해 ICF조직위의 통보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행사 진행 과정서 혼자 결정한 것은 하나도 없다. 항상 문병훈 의원 등과 상의했고 함께 결론을 도출해왔다행사를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이때 이런 공문을 보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통보 전에
담합 시도?

주관사 해촉 통보 문서를 받아든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역삼세무서서 김 대표의 ICF조직위 대표 사퇴가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ICF조직위 일부 관계자가 김 대표 사퇴와 관련된 회의록을 제출해 대표가 바뀌었다고 세무서에 말하는 과정서 확인 문자가 날아온 것이다.

김 대표는 세무서의 확인 절차에 대표를 사퇴한 적도 없고 이와 관련된 회의를 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세무서 측은 허위로 작성된 문서를 가지고는 대표를 교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세무서에 제출된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지난달 15일 김 대표가 모르는 사이에 ICF조직위 회의가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김 대표가 확인한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안규백 의원, 문병훈 의원, 투자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김 대표가 ICF조직위 대표를 사퇴했고 투자사 관계자가 단독 출마해 만장일치로 대표에 선출됐다는 내용이다.

대표 교체 과정서 드러난 절차상의 하자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ICF조직위 정관에는 임원을 해임하려면 총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돼있다총회는 회의 개시 7일 전까지 각 회원에게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그 어떤 통보도 내게 전달된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그는 “718일 회의 전, 이미 일부 관계자들이 담합을 시도해 나를 대표서 몰아내려 했다세무서서 내게 확인 작업을 거치면서 대표 교체 시도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M사는 여전히 ICF조직위 대표와 공동주관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23ICF조직위 사무국서 행사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시에 보낸 것이 확인됐다. ICF조직위는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및 일본 상품 불매운동, 홍콩의 대규모 시위 등으로 인해 해외 예선전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국내외 정세가 안정화되고 행사가 원활히 치러질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될 때까지 연기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대표 해임·주관사 해촉 시도에 
행사 준비했던 회사까지 ‘휘청’

ICF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도시브랜드담당관의 연락이 올 때까지 ICF조직위 대표이자 사무국장, 공동주관사의 대표인 김 대표는 아무 소식도 전해 듣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ICF조직위 발대식이 치러진지 한 달 만에 대표 교체 시도, 주관사 해촉 시도, 행사 무기한 연기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시의 후원 승인까지 떨어진 ICF는 순식간에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됐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미 몇몇 국가에선 크리에이터 예선전이 치러지고 있다. 이런 상황서 ICF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진 셈이다.

김 대표나 M사 입장에선 몇 년간 수억원 이상의 돈을 들여 준비한 사업이 표류 상태에 빠졌다. 이뿐만 아니라 ICF에 참석하기로 한 크리에이터들과의 신뢰 문제나 갑작스러운 행사 연기로 인한 국가 신뢰도 하락 등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박옥산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도시브랜드담당관 브랜드기획팀 팀장은 “ICF조직위로부터 행사 연기 공문을 받은 건 맞다면서도 내부 사정은 잘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행사가 내년으로 연기될 경우 후원 승인은 자동 취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행사를 다시 진행하려면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후원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ICF조직위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문병훈 의원은 국내외 정세가 불안정해 ICF를 연기하기로 했다내년에도 이 행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M사의 주관사 해촉 통보와 관련해서는 주관사와 신뢰가 깨졌다김 대표는 본인이 ICF조직위 대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임의단체의 행사를 위해 등록한 대표일 뿐이다. 제대로 된 선임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의원의 승인 아래 이뤄진 것인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주관사 해촉 통보, 서울시에 보낸 ICF 연기 요청 공문 등에는 ICF조직위 위원장 직인이 찍혀 있다. 문병훈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안규백 의원에게 보고 형식으로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위원장
연락 안 돼

안규백 의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끝내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안규백 의원실 관계자는 외부 일정이 많아 의원실에 사람이 없다. 그 문제(ICF)를 담당하는 사람도 없다문병훈 서울시의원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안규백 의원에게도 직접 문자메시지, 전화 등의 방식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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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