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ICF 토사구팽’ 어느 여사장의 눈물

4년 준비 행사 하루아침에 물거품 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는 12월 열릴 예정인 크리에이터들의 축제가 삐걱대고 있다. 국회의원이 조직위원장, 서울시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참여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4년 전부터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해온 조직위원회 대표이자 사무국장, 공동주관사의 대표는 일부 관계자들의 대표 해임, 주관사 해촉 시도에 직면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김모 대표는 2015년 연예매니지먼트 M사를 설립했다. M사는 연예인이 아닌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로, 주로 중국 쪽에서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M사와 계약을 맺은 중국의 왕홍들이 지자체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왕홍은 인터넷 스타, ‘완러홍런’(網絡紅人)을 줄인 말이다.

유튜버 시대
홍보효과↑

김 대표는 수년 전부터 1인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눈여겨보고 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고, 주 타깃인 중국을 옆집처럼 드나들었다. 몇몇 중국 왕홍들과 친구처럼 지내면서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왕홍들과 인간적으로 쌓은 유대감은 김 대표의 사업 자산이 됐다. 김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전 세계의 유튜버, 왕홍, 파워블로거 등 1인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경연을 진행해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김 대표는 각국서 예선전을 펼치고 결승전을 한국서 진행하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승자는 팬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쉽게 말하면 크리에이터 버전의 <프로듀스101>’”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International Creator Festival Seoul, 이하 ICF)이다.


ICF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10여개 국가서 진행하는 국가별 예선전과 서울서 진행하는 본선으로 구성됐다. 전 세계 크리에이터 130여명을 서울로 초청, 서울 명소 탐방, 유망 중소기업 브랜드 제품 체험, ‘I·SEOUL·U’를 모티브로 한 콘텐츠 제작 등의 활동으로 서울을 홍보한다는 취지다.

2015년부터 왕홍 마케팅을 시작한 김 대표와 M사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ICF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특히 ICF를 진행할 장소를 두고 많은 의견이 오갔다. 김 대표에 따르면 ICF를 홍콩 등 해외서 진행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 지난 3월에 열린 ‘서울 글로벌 홍보 마케팅’ 토론회

당초 김 대표가 ICF를 개최하려고 생각한 곳은 제주도였다. 행사명도 처음에는 ‘2019 제주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이었다. 그러다 올해 1월 김 대표가 서울시의원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병훈 의원을 만나면서 서울시가 ICF 개최 장소로 떠올랐다.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 모아 경연
예선전 거쳐 결승전 서울서 추진

김 대표는 문 의원을 만난 자리서 ICF에 대해 설명했더니 다음 날 다시 연락이 왔다문 의원이 서울시 글로벌 홍보 마케팅과 관련해 3월에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해 승낙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15일 서울시 주최로 서울 글로벌 홍보·마케팅 토론회-1인 미디어의 시대가 서울시의회서 열렸다. 문 의원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서 김 대표는 발제자로 나섰다. 타 지역 문화관광 홍보 우수 사례,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글로벌 홍보방안 등이 논의됐다.

문 의원 측이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발제자인 김 대표는 이날 토론회서 서울 글로벌 홍보 마케팅 활성화 방안으로 서울 크리에이터 마을’ ‘서울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개최를 제안했다.


2019 서울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의 개최로 전 세계 크리에이터가 서울로 모이면 트렌드를 이끄는 최고의 크리에이터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고, 이들이 만든 다양한 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전달돼 높은 홍보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문 의원은 오늘 토론회서 나온 새로운 제안들이 서울시 홍보 정책에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하며, 1인 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SNS 활성화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와 마케팅이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김 대표 측과 중국 출장에 동행하는 등 ICF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과정서 김 대표에게 투자자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시와의 논의 끝에 임의단체인 ICF조직위원회(이하 ICF조직위)가 설립됐다.

올해부터
급물살

‘International Creator Festival 2019’ 협약서에 따르면 ICFICF조직위 주최, M사와 서울관광재단, 서울디자인재단의 주관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다. 후원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맡았다. ICF조직위의 조직위원장은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자는 김 대표로 명시됐다.

공동주관을 맡은 김 대표의 M사는 행사 세부계획 수립, 각국 지역 예선 추진과 크리에이터 초청 등 ICF와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를 맡았다. 김 대표는 ICF조직위 사무국장도 맡아 행사 진행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지난 6월 서울시로부터 2019 서울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 후원 명칭 사용과 관련해 승인이 떨어졌다. 서울시의회는 사업계획과 공익적 목적에 맞게 행사를 개최하고, 시민 안전관리 등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후원 명칭 사용을 승인했다.

그 사이 각국의 크리에이터들이 치러야 할 예선전 일정이 촉박해 중간에 한 차례 개최 날짜가 바뀌었다. 오는 9111545일 일정으로 진행하려던 개최 날짜가 12232523일 일정으로 변경된 것. 하지만 김 대표는 대체적으로 순조롭게 행사 준비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지난 628일에는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서 ICF조직위 발대식이 열렸다. ICF조직위의 본격적인 행보를 예고한 이날 발대식은 조직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의 개회사, 진성준 부조직위원장의 축사, 위촉장 수여식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발대식까지 무리 없이 끝마쳤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18일 강남의 투자자 사무실서 진행한 ICF조직위 사무국 회의서 주관사 해촉 통보 문서를 받았다. ICF조직위서 공동주관을 맡은 김 대표의 M사와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주관사 해촉 안건은 18일 회의에서 논의될 주제가 아니었다.

ICF조직위는 중국 측 축사 및 고문 위촉 중국 조직위 참가자 비용 대행사 계약 자문위원 허위 명단 제출 조직위 조직도 임의 변경 조직위 활동 등의 이유로 M사가 주관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해촉한다고 통보했다.


김 대표는 ICF조직위서 말하는 해촉 사유가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관사 해촉 과정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ICF조직위 대표이자 사무국장인 자신이 주관사 해촉 통보를 받기 전 그 어떠한 말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와 M사는 내용증명을 통해 ICF조직위의 통보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행사 진행 과정서 혼자 결정한 것은 하나도 없다. 항상 문병훈 의원 등과 상의했고 함께 결론을 도출해왔다행사를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이때 이런 공문을 보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통보 전에
담합 시도?

주관사 해촉 통보 문서를 받아든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역삼세무서서 김 대표의 ICF조직위 대표 사퇴가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ICF조직위 일부 관계자가 김 대표 사퇴와 관련된 회의록을 제출해 대표가 바뀌었다고 세무서에 말하는 과정서 확인 문자가 날아온 것이다.

김 대표는 세무서의 확인 절차에 대표를 사퇴한 적도 없고 이와 관련된 회의를 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세무서 측은 허위로 작성된 문서를 가지고는 대표를 교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세무서에 제출된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지난달 15일 김 대표가 모르는 사이에 ICF조직위 회의가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김 대표가 확인한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안규백 의원, 문병훈 의원, 투자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김 대표가 ICF조직위 대표를 사퇴했고 투자사 관계자가 단독 출마해 만장일치로 대표에 선출됐다는 내용이다.

대표 교체 과정서 드러난 절차상의 하자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ICF조직위 정관에는 임원을 해임하려면 총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돼있다총회는 회의 개시 7일 전까지 각 회원에게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그 어떤 통보도 내게 전달된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그는 “718일 회의 전, 이미 일부 관계자들이 담합을 시도해 나를 대표서 몰아내려 했다세무서서 내게 확인 작업을 거치면서 대표 교체 시도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M사는 여전히 ICF조직위 대표와 공동주관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23ICF조직위 사무국서 행사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시에 보낸 것이 확인됐다. ICF조직위는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및 일본 상품 불매운동, 홍콩의 대규모 시위 등으로 인해 해외 예선전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국내외 정세가 안정화되고 행사가 원활히 치러질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될 때까지 연기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대표 해임·주관사 해촉 시도에 
행사 준비했던 회사까지 ‘휘청’

ICF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도시브랜드담당관의 연락이 올 때까지 ICF조직위 대표이자 사무국장, 공동주관사의 대표인 김 대표는 아무 소식도 전해 듣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ICF조직위 발대식이 치러진지 한 달 만에 대표 교체 시도, 주관사 해촉 시도, 행사 무기한 연기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시의 후원 승인까지 떨어진 ICF는 순식간에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됐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미 몇몇 국가에선 크리에이터 예선전이 치러지고 있다. 이런 상황서 ICF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진 셈이다.

김 대표나 M사 입장에선 몇 년간 수억원 이상의 돈을 들여 준비한 사업이 표류 상태에 빠졌다. 이뿐만 아니라 ICF에 참석하기로 한 크리에이터들과의 신뢰 문제나 갑작스러운 행사 연기로 인한 국가 신뢰도 하락 등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박옥산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도시브랜드담당관 브랜드기획팀 팀장은 “ICF조직위로부터 행사 연기 공문을 받은 건 맞다면서도 내부 사정은 잘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행사가 내년으로 연기될 경우 후원 승인은 자동 취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행사를 다시 진행하려면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후원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ICF조직위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문병훈 의원은 국내외 정세가 불안정해 ICF를 연기하기로 했다내년에도 이 행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M사의 주관사 해촉 통보와 관련해서는 주관사와 신뢰가 깨졌다김 대표는 본인이 ICF조직위 대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임의단체의 행사를 위해 등록한 대표일 뿐이다. 제대로 된 선임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의원의 승인 아래 이뤄진 것인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주관사 해촉 통보, 서울시에 보낸 ICF 연기 요청 공문 등에는 ICF조직위 위원장 직인이 찍혀 있다. 문병훈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안규백 의원에게 보고 형식으로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위원장
연락 안 돼

안규백 의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끝내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안규백 의원실 관계자는 외부 일정이 많아 의원실에 사람이 없다. 그 문제(ICF)를 담당하는 사람도 없다문병훈 서울시의원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안규백 의원에게도 직접 문자메시지, 전화 등의 방식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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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