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ICF 토사구팽’ 어느 여사장의 눈물

4년 준비 행사 하루아침에 물거품 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는 12월 열릴 예정인 크리에이터들의 축제가 삐걱대고 있다. 국회의원이 조직위원장, 서울시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참여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4년 전부터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해온 조직위원회 대표이자 사무국장, 공동주관사의 대표는 일부 관계자들의 대표 해임, 주관사 해촉 시도에 직면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김모 대표는 2015년 연예매니지먼트 M사를 설립했다. M사는 연예인이 아닌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로, 주로 중국 쪽에서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M사와 계약을 맺은 중국의 왕홍들이 지자체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왕홍은 인터넷 스타, ‘완러홍런’(網絡紅人)을 줄인 말이다.

유튜버 시대
홍보효과↑

김 대표는 수년 전부터 1인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눈여겨보고 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고, 주 타깃인 중국을 옆집처럼 드나들었다. 몇몇 중국 왕홍들과 친구처럼 지내면서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왕홍들과 인간적으로 쌓은 유대감은 김 대표의 사업 자산이 됐다. 김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전 세계의 유튜버, 왕홍, 파워블로거 등 1인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경연을 진행해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김 대표는 각국서 예선전을 펼치고 결승전을 한국서 진행하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승자는 팬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쉽게 말하면 크리에이터 버전의 <프로듀스101>’”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International Creator Festival Seoul, 이하 ICF)이다.


ICF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10여개 국가서 진행하는 국가별 예선전과 서울서 진행하는 본선으로 구성됐다. 전 세계 크리에이터 130여명을 서울로 초청, 서울 명소 탐방, 유망 중소기업 브랜드 제품 체험, ‘I·SEOUL·U’를 모티브로 한 콘텐츠 제작 등의 활동으로 서울을 홍보한다는 취지다.

2015년부터 왕홍 마케팅을 시작한 김 대표와 M사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ICF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특히 ICF를 진행할 장소를 두고 많은 의견이 오갔다. 김 대표에 따르면 ICF를 홍콩 등 해외서 진행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 지난 3월에 열린 ‘서울 글로벌 홍보 마케팅’ 토론회

당초 김 대표가 ICF를 개최하려고 생각한 곳은 제주도였다. 행사명도 처음에는 ‘2019 제주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이었다. 그러다 올해 1월 김 대표가 서울시의원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병훈 의원을 만나면서 서울시가 ICF 개최 장소로 떠올랐다.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 모아 경연
예선전 거쳐 결승전 서울서 추진

김 대표는 문 의원을 만난 자리서 ICF에 대해 설명했더니 다음 날 다시 연락이 왔다문 의원이 서울시 글로벌 홍보 마케팅과 관련해 3월에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해 승낙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15일 서울시 주최로 서울 글로벌 홍보·마케팅 토론회-1인 미디어의 시대가 서울시의회서 열렸다. 문 의원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서 김 대표는 발제자로 나섰다. 타 지역 문화관광 홍보 우수 사례,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글로벌 홍보방안 등이 논의됐다.

문 의원 측이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발제자인 김 대표는 이날 토론회서 서울 글로벌 홍보 마케팅 활성화 방안으로 서울 크리에이터 마을’ ‘서울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개최를 제안했다.


2019 서울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의 개최로 전 세계 크리에이터가 서울로 모이면 트렌드를 이끄는 최고의 크리에이터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고, 이들이 만든 다양한 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전달돼 높은 홍보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문 의원은 오늘 토론회서 나온 새로운 제안들이 서울시 홍보 정책에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하며, 1인 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SNS 활성화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와 마케팅이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김 대표 측과 중국 출장에 동행하는 등 ICF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과정서 김 대표에게 투자자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시와의 논의 끝에 임의단체인 ICF조직위원회(이하 ICF조직위)가 설립됐다.

올해부터
급물살

‘International Creator Festival 2019’ 협약서에 따르면 ICFICF조직위 주최, M사와 서울관광재단, 서울디자인재단의 주관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다. 후원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맡았다. ICF조직위의 조직위원장은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자는 김 대표로 명시됐다.

공동주관을 맡은 김 대표의 M사는 행사 세부계획 수립, 각국 지역 예선 추진과 크리에이터 초청 등 ICF와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를 맡았다. 김 대표는 ICF조직위 사무국장도 맡아 행사 진행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지난 6월 서울시로부터 2019 서울 국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 후원 명칭 사용과 관련해 승인이 떨어졌다. 서울시의회는 사업계획과 공익적 목적에 맞게 행사를 개최하고, 시민 안전관리 등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후원 명칭 사용을 승인했다.

그 사이 각국의 크리에이터들이 치러야 할 예선전 일정이 촉박해 중간에 한 차례 개최 날짜가 바뀌었다. 오는 9111545일 일정으로 진행하려던 개최 날짜가 12232523일 일정으로 변경된 것. 하지만 김 대표는 대체적으로 순조롭게 행사 준비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지난 628일에는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서 ICF조직위 발대식이 열렸다. ICF조직위의 본격적인 행보를 예고한 이날 발대식은 조직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의 개회사, 진성준 부조직위원장의 축사, 위촉장 수여식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발대식까지 무리 없이 끝마쳤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18일 강남의 투자자 사무실서 진행한 ICF조직위 사무국 회의서 주관사 해촉 통보 문서를 받았다. ICF조직위서 공동주관을 맡은 김 대표의 M사와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주관사 해촉 안건은 18일 회의에서 논의될 주제가 아니었다.

ICF조직위는 중국 측 축사 및 고문 위촉 중국 조직위 참가자 비용 대행사 계약 자문위원 허위 명단 제출 조직위 조직도 임의 변경 조직위 활동 등의 이유로 M사가 주관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해촉한다고 통보했다.


김 대표는 ICF조직위서 말하는 해촉 사유가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관사 해촉 과정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ICF조직위 대표이자 사무국장인 자신이 주관사 해촉 통보를 받기 전 그 어떠한 말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와 M사는 내용증명을 통해 ICF조직위의 통보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행사 진행 과정서 혼자 결정한 것은 하나도 없다. 항상 문병훈 의원 등과 상의했고 함께 결론을 도출해왔다행사를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이때 이런 공문을 보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통보 전에
담합 시도?

주관사 해촉 통보 문서를 받아든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역삼세무서서 김 대표의 ICF조직위 대표 사퇴가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ICF조직위 일부 관계자가 김 대표 사퇴와 관련된 회의록을 제출해 대표가 바뀌었다고 세무서에 말하는 과정서 확인 문자가 날아온 것이다.

김 대표는 세무서의 확인 절차에 대표를 사퇴한 적도 없고 이와 관련된 회의를 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세무서 측은 허위로 작성된 문서를 가지고는 대표를 교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세무서에 제출된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지난달 15일 김 대표가 모르는 사이에 ICF조직위 회의가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김 대표가 확인한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안규백 의원, 문병훈 의원, 투자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김 대표가 ICF조직위 대표를 사퇴했고 투자사 관계자가 단독 출마해 만장일치로 대표에 선출됐다는 내용이다.

대표 교체 과정서 드러난 절차상의 하자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ICF조직위 정관에는 임원을 해임하려면 총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돼있다총회는 회의 개시 7일 전까지 각 회원에게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그 어떤 통보도 내게 전달된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그는 “718일 회의 전, 이미 일부 관계자들이 담합을 시도해 나를 대표서 몰아내려 했다세무서서 내게 확인 작업을 거치면서 대표 교체 시도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M사는 여전히 ICF조직위 대표와 공동주관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23ICF조직위 사무국서 행사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시에 보낸 것이 확인됐다. ICF조직위는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및 일본 상품 불매운동, 홍콩의 대규모 시위 등으로 인해 해외 예선전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국내외 정세가 안정화되고 행사가 원활히 치러질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될 때까지 연기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대표 해임·주관사 해촉 시도에 
행사 준비했던 회사까지 ‘휘청’

ICF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도시브랜드담당관의 연락이 올 때까지 ICF조직위 대표이자 사무국장, 공동주관사의 대표인 김 대표는 아무 소식도 전해 듣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ICF조직위 발대식이 치러진지 한 달 만에 대표 교체 시도, 주관사 해촉 시도, 행사 무기한 연기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시의 후원 승인까지 떨어진 ICF는 순식간에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됐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미 몇몇 국가에선 크리에이터 예선전이 치러지고 있다. 이런 상황서 ICF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진 셈이다.

김 대표나 M사 입장에선 몇 년간 수억원 이상의 돈을 들여 준비한 사업이 표류 상태에 빠졌다. 이뿐만 아니라 ICF에 참석하기로 한 크리에이터들과의 신뢰 문제나 갑작스러운 행사 연기로 인한 국가 신뢰도 하락 등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박옥산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도시브랜드담당관 브랜드기획팀 팀장은 “ICF조직위로부터 행사 연기 공문을 받은 건 맞다면서도 내부 사정은 잘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행사가 내년으로 연기될 경우 후원 승인은 자동 취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행사를 다시 진행하려면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후원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ICF조직위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문병훈 의원은 국내외 정세가 불안정해 ICF를 연기하기로 했다내년에도 이 행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M사의 주관사 해촉 통보와 관련해서는 주관사와 신뢰가 깨졌다김 대표는 본인이 ICF조직위 대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임의단체의 행사를 위해 등록한 대표일 뿐이다. 제대로 된 선임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의원의 승인 아래 이뤄진 것인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주관사 해촉 통보, 서울시에 보낸 ICF 연기 요청 공문 등에는 ICF조직위 위원장 직인이 찍혀 있다. 문병훈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안규백 의원에게 보고 형식으로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위원장
연락 안 돼

안규백 의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끝내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안규백 의원실 관계자는 외부 일정이 많아 의원실에 사람이 없다. 그 문제(ICF)를 담당하는 사람도 없다문병훈 서울시의원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안규백 의원에게도 직접 문자메시지, 전화 등의 방식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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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