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가 띄운 ‘소떡’ 원조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8.05 09:45:47
  • 호수 12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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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인 누구…국민간식 쟁탈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소떡(소시지를 두른 떡) 디자인 특허권을 두고 두 회사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특허권을 둔 제조사와 납품사의 양쪽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형국이다. 소떡 논란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 방송인 이영자가 소떡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MBC

지난해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서 연예인 이영자가 휴게소서 소떡을 즐겨 먹는 장면이 나오면서 큰 화제가 됐다. 휴게소서 팔던 이 소떡은 편의점으로 진출하며 새로운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식품업계는 이 상품의 경쟁력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가 새로운 형태의 소떡을 만들어보자는 결론을 내린다. 

영역 확대
편의점 진출

지난달 19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떡·빵 및 과자류 제조하는 A사에 근무한다는 직원은 국민청원에 글을 게시했다.

그는 “우리의 소떡 제품을 유통한 B사의 계열사 D사가 우리 몰래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을 했다. 제품을 빼앗아간 것도 모자라 오히려 우리에 민사소송을 거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탐욕에 눈이 먼 악덕 업체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국민청원을 하게 됐다”고 게시했다. 

이어 “B사가 발주한 5000만원 상당의 제품을 7월18일 기준 2개월이 넘도록 납품을 받아 가지도 않고 현재 재고에 쌓여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B사는 이미 납품받은 제품에 대한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입금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사는 해당 상품은 소떡을 비롯해 빵 및 과자류 제조업을 회사로 B사는 이 제품들 납품하는 회사다. 이 글은 ‘B사의 악행’이라는 제목으로 SNS와 커뮤니티 등에 일파만파 퍼졌다. 이에 네티즌들도 댓글을 달며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이 내용은 카페 위주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인******님은 카페에 “작은 기업이 큰 기업에 흔히 당하는 수법이다. 파악하기 힘든 저작권이나 특허권을 몰래 자기 앞으로 등록해 둔 다음 적당할 때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며 경고장을 보낸다”고 글을 올렸다. 

디자인특허권 등록 두고 엇갈린 주장 
한 단계 업그레이드로 이어진 소떡 열풍 

이어 “이번 소떡 사건은 지속적인 기업사냥꾼의 모습이 보인다. 자회사 측에 생산설비를 따로 차려 조금씩 납품이 되던 물건을 받지 않는다. 훨씬 규모가 작은 회사 입장에선 이게 갑질이라는 걸 알아도 동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11명의 장애인이 근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힘없는 기업을 괴롭히는 사건은 더욱 더 없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직원 28명 중 11의 장애인이 근무를 하는 A사는 B사에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말라”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휴게소서 소떡이 히트를 치자 B사 직원들은 상품 리뷰를 꼼꼼히 살펴보며 아쉬운 점을 파악했다고 한다. 기존 형태의 소떡은 한입에 먹기에 부담스러운 크기로, 입가에 양념이 묻는 등의 불편함이 있었다.
 

B사는 내부회의를 통해 소떡을 새롭게 만들고자 고심하다가 떡 안에 소시지를 넣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B사 관계자는 A사 측에 전화해 구멍이 난 형태의 떡에 비엔나 크기의 소시지를 넣을 수 있냐고 물어보며 점점 구체적으로 디자인을 잡아 나갔다.


인연서 
악연으로… 

B사 관계자가 A사로 찾아가 원하는 소떡의 디자인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B사는 A사 관계자들과 회의를 진행할 때에도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때 B사는 A사에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니 특허를 진행한다는 것도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디자인 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신규성, 공업상 이용 가능성을 충족해야 한다. 등록하려는 디자인이 출원 전에 대중에게 알려진 적이 없어야 하며, 해당 디자인의 물품을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A사는 OEM(주문자 위탁생산방식)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다. 회사의 상품을 제작·의뢰해서 만들어주는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A사가 우리에게 제품을 팔아달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A사에게 제작 의뢰를 한 상품만 만들어주는 회사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사 측은 A사가 소떡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떡이 들어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했다. A사는 주로 떡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로 ‘떡 박사’라 불리는 회장이 있어 기술력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B사는 샘플이 완료되는 시점서 디자인 특허를 신청했고, A사는 약 한 달 뒤인 납품이 진행되는 시점에 특허를 신청했다. 특허청은 똑같은 제품이라는 이유로 특허등록 출원을 반려한 상황이다.

B사 관계자는 “A사가 특허권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다른 편의점에 납품하기 위해 한 것 같다”며 말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우리는 납품할 때 특허 신청을 했다. 양사가 샘플을 주고받은 시점인 한 달 전부터 특허 신청을 하면서 빼앗긴 셈”이라고 강조했다.

발주한 제품
가져가지 않아

지난해 10월 이 제품은 M 편의점서 출시돼 인기를 끌었는데 올해 1월부턴 C사 편의점서도 이 제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B사는 A사에 협의를 해놓고 경쟁 업체에 공급했다면서 항의했다. B사는 C사 편의점을 비롯해 각종 인터넷 사이트서도 소떡 제품이 판매되는 것에 대해서 A사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C사는 올해 4월 업체 간 특허권 분쟁으로 인해 판매를 중단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같은 상품이 경쟁 편의점서 팔리는 것에 대해 “유통사와 공급사 간 계약의 문제지, 전혀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다. 예를 들어 빙그레 우유 같은 편의점에 많이 판매하고 있지 않느냐”며 말했다.

이외에도 B사는 A사의 여러 주장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B사 관계자는 “특허권 분쟁을 두고 대기업의 갑질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A사가 더 오래됐고 공장도 훨씬 많다. 우리는 그 회사에 비해 신생이다. 어디가 더 대기업인지는 찾아보면 알 수 있다”고 항변했다. 


장애인사업장 강점 내세워 과한 요구?
양사 간 갈등… 법적 공방도 불가피

제품의 매출 실적이 좋아지면 직접 제조공장을 만든다는 A사 주장에 대해 “절대 아니다. 우리가 공장 세우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2017년 우리 회사는 공장을 세울 계획이 있었고 A사는 남은 재고가 있어 좋게 협의를 했다. 우리 회사가 공장 짓는 동안 OEM 공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서 A사를 만난 것이다. OEM 공장으로 계약하고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게 주문 제작을 많이 넣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A사는 발주한 물건에 대해 가져가지 않는다는 A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올해 6월말 계약을 마쳤다. 이후 마지막 물건 출고하기 전 사진을 찍어놓고 계속 그러는 것이다. 그쪽서 우리를 매도시켜야 하니까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고 억울해했다.

납품 금액 미입금에 대해 B사 관계자는 “이전까지 입금을 잘해왔다. A사가 말하는 비용은 이번에 소송을 진행 하다보면 피해 보상액을 이쪽에 청구해야 되는데, 법적으로 공탁금을 건 것”이라며 “그걸 마치 저희가 못 받은 것처럼 얘기하는 것일 뿐이다. A사 회장은 ‘자기 회사는 장애인사업장이기 때문에 혜택을 많이 받는다. 혜택을 나눠줄 테니 특허권에 대해 같이 나눠 갖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피해”
양측 평행선

B사는 특허권 분쟁사건이 사람들 입방에 오른 이후로 분위기가 많이 안 좋았다고 전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비방 전화가 오거나 불매운동하겠다는 악성 댓글도 달렸다. 양사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놀자 vs 여기어때  

숙박 O2O기업 ‘야놀자’가 종합숙박앱 ‘여기어때’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야놀자가 지적한 건 여기어때의 ‘페이백’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야놀자의 ‘마이룸’ 서비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마이룸’ 서비스는 숙박업체가 위탁한 일부 객실을 판매하는 것으로, 구매한 이용자는 50% 할인 쿠폰을 받게 되고, 해당 숙박업체에 재방문 시 이용자는 할인쿠폰이 적용된 가격으로 객실을 사용할 수 있다.

야놀자는 2016년 6월17일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특허로 출원하고, 이듬해 10월 등록을 끝마쳤다.

마이룸 서비스 따라한 페이백?

위드이노베이션은 같은해 9월 ‘페이백’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숙박업체로부터 위탁 받은 객실을 판매하고, 이용고객에게 50% 할인쿠폰을 발급해주는 서비스다. 

야놀자 측은 “여기어때의 페이백 서비스는 그 명칭만 다를 뿐 마이룸 서비스와 동일하다. 여기어때의 특허권 침해로 우리는 십수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놀자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여기어때의 페이백 서비스는 야놀자의 특허 발명 각 구성요소와 구성요소 간 유기적 결합관계가 그대로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마이룸 관련 특허가 여러 가지가 있고, 아직 소장이 당사에 접수되지 않아서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 야놀자가 주장하는 특허는 페이백 서비스와 구성이 다르다”고 반론했다. <구>
 

<기사 속 기사> 식품업계 베끼기 

식품업계의 따라하기가 도를 지나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개 경쟁 업체의 인기 제품을 모방해 유사제품을 출시하는 게 관행이지만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여름 비빔면 시장을 노린 라면 업체들의 신제품 경쟁을 살펴보면, 농심은 4월20일 ‘미역듬뿍 초장비빔면’을 시장에 내왔다.

여름 비빔면이 면과 비빔소스만으로 구성된 것을 탈파하기 위해 고심한 농심은 건더기 스프로 ‘미역’을 골랐다.

농심 연구원들은 초록색 미역 분말이 면발 개발에 들어가서 ‘알긴산’ 성분이 쫄깃한 면발 식감을 만든다는 점을 착안한 것.

비슷한 이름에 포장도 헷갈리게?

하지만 경쟁사인 오뚜기와 팔도는 같은 달 29일 미역초비빔면과 미역초무침면을 선보였고 삼양식품도 미역새콤비빈면이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표절을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로 특허권 등록을 꼽았다.

디자인 전문 업체 소프트리는 2013년 자사가 개발한 벌집 아이스크림에 대한 디자인 특허를 취득했고, 2년 뒤인 2015년 경쟁사와 부당 경쟁 행위 및 디자인 침해 소송서 승소할 수 있었다.

한 법조인은 “음식물 제조도 특허권 등록이 가능하다. 사안마다 다른 부분이긴 하지만, 제조 방법이나 기술에 대한 특허를 내서 받아들여지면 일정 부분 권리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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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