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바른미래당 혁신위 장지훈 간사

“‘바미’ 지나면 해가 뜰 겁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슬프다. 그럼에도 혁신은 계속되어야’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 장지훈 간사의 카카오톡 알림말이다. 90년생인 장 간사는 취업 대신 대학원을 택했다. 정치인이면 공부해야 한다며 막걸리를 사주던 손학규 대표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렇게 따르던 손 대표를 향한 존경심은 혁신위 활동으로 산산조각 났다. 장 간사와 바른미래당은 현재 어두운 ‘밤’을 보내고 있다.
 

▲ 장지훈 바른미래당 혁신위 간사

지난 6월,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21대 총선을 위해 당의 방향과 혁신 과제를 수립하는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혁신위원들은 모두 40대 미만인 ‘정치 신인’들로 구성되면서 당이 ‘아픈 곳’을 진맥해 원동력이 되고자 했다. 문제는 ‘당 지도부 검증안’이었다. 이를 두고 비당권파와 당권파가 대립해 갖은 권모술수가 난무하면서 당의 ‘내분’이 고스란히 국민들께 조명됐다.

혁신위는 9명이었으나, 현재 5명만 남았고, 활동은 오는 15일이면 끝이 난다. 혁신안은 의결이 됐음에도 그 어떤 것도 상정되지 못했다. 당은 ‘말 잘 듣는’ 혁신위가 필요했나. 당에서 말하는 ‘검은세력’은 또 누구인가. 장지훈 간사에게 혁신위를 둘러싼 내막에 대해 들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바미당 혁신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장지훈입니다. 90년생으로, 현재 대학원서 정치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혁신위 출범 때 계파색이 옅은 청년들이라 기대가 된다는 반응과 혁신위도 계파 갈등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이 공존했는데. 실제 어떠신가요. 
▲혁신위분들 중 김소연·이기인·구혁모 시의원님 등 다 권력에 대항해 바른말 하다 유명해지신 분들이에요. 계파색은 씌여진 거지 저희가 입고 있었던 게 아닙니다. 혁신위 사람들은 말을 잘 듣는 편도 아니고, 소신 있게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에요. 젊은거지 어리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최근 당권파 추천 인물인 주대환 전 위원장을 포함해서 혁신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혁신위 이대로 활동 가능한가요.
▲혁신위는 당규상 독립기구고, 아홉 명 이내면 충분히 굴러갈 수 있습니다. 다만 회의는 위원장이 소집하게 돼있어요. 근데 저희에겐 전원 의결을 통해서 선임된 간사가 있으니 간사대행체제로 가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정치권에선 위원장 공백 시에는 간사가 원래 위원장 대행을 맡게 돼있어요. 


-회의는 어려운 상황이군요.
▲사실상 무력화돼있는 상태지만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계속 정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바보가 된 기분이에요. 어떤 모종의 의도가 있어서 이렇게 된 것이라면 진짜 분노할 일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검은세력’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지면서 소신 없는 사람이 됐어요. 농담을 조금 섞어서 얘기하자면 학창시절에 선생님 말씀도 안 듣고, 엄마 말도 잘 안 들었는데. (웃음)‘누구’의 말을 듣는다는 식으로 낙인 찍어 버리는 게 마음 아프죠.

-최근 유승민, 이혜훈 의원이 혁신안에 개입됐다는 임재훈 사무총장의 폭로가 있었습니다.
▲유승민 의원님께서 주대환 전 위원장님을 만났다고 들었어요. 근데 이건 저희에게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주 전 위원장께서 혁신위 운영 당시에 따로 불러서 “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고, 유승민 의원도 만났다. 거기서 야권 체제 개편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말해주셨거든요. 그걸 (사무총장이) “너희들 몰랐지? 이거 굉장히 대단한 내용이고, 나는 지금 큰 발표를 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기자회견을 하셨어요. 사무총장으로서 중립성을 지켜야 되는 본분도 잊어버린 행동이라 생각하고요. 헛다리를 짚으셔도 진짜 단단히 짚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사건으로 ‘독립성이 훼손됐다’ 이런 평가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혁신위원은 독립성을 존중받아야 하는데 어떤 사람이 강요나 협박을 했다면 독립성이 크게 훼손된 것인데요. 저도 당 혁신 방향에 많은 분들로부터 제안은 많이 받았거든요. 결국 자신이 들은 내용을 전위대 격으로 행사를 하게 되면 그게 독립성을 해치게 되는 거지만 그게 아니고서야...
 

-주대환 전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당을 깨려는 검은세력에 분노’한다고 하셨는데요.
▲주 전 위원장님께서 사퇴하시고 나서 문자를 개인적으로 드렸어요. “제가 혹시나 언행으로 기분 나쁘게 해드렸다면 죄송하고 배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검은세력 발언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슬프고 유감스럽다”고요. 향후 (언론서)나오는 내용을 보면 자꾸 검은세력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상의, 바지, 신발 심지어 속옷까지 검은색으로 입고 다니고 있어요.

-페이스북 라이브 이름도 ‘검은세력들’ 이더라고요.
▲(웃음) 오히려 그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정말 아니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검은 안경을 쓰고 보니까 검은세력인 거지. 프레임을 씌워 사람을 몰아가는 건 굉장히 구태정치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 방법이 정치 신인들에게 쓰였다는 게 굉장히 슬프고, 우려스럽고, 두렵고, 화가 나요. 현재 많은 감정들이 공존을 하고 있습니다.

검은안경 쓰고 보니 검은세력
‘바미스러움’을 아이덴티티로

-언론에선 혁신위로 오히려 바미당의 내분이 심해졌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저희는 내분을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내분이 생길 여지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분명한 절차와 규정대로 저희는 진행했는데, 그 규정과 절차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무시됐잖아요. 책임을 전가하고 싶지는 않은데 저희 의도는 아니었죠.


-민주적인 절차로 표결한 후 의결된 혁신안인데 상정되지 않는 이유는요.
▲상정되지 않는 이유는 사실 손 대표님께 물어봐도 답을 해 주지 않으세요. ‘혁신위는 위원장이 없으니까 이게 절차상 상정되지 않는 게 맞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시는데, 원론적이지도 않아요. 위원장이 계시는 상태서 의결했습니다. 혁신위 당규에 보면 토론으로 의결된 안건은 자동으로 상정이 되고요. 그러니까 이건 지켜져야 하는 절차가 맞아요. 

-다른 조치를 취하셨나요.
▲의도적으로 의결을 미루고 있어서 사무총장님께 제가 (안건을)직접 뽑아서 들고 들어가기도 했어요. 직접 당 대표님과 최고위원님들 앞에서 보고를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계속 손을 들고 발언권을 달라고 얘기를 해도 안 주시더라고요. 저희가 혁신안을 상정하게 된 이유나 배경에 대해 설명을 좀 들어달라. 내용을 들으시면 생각이 바뀌실 거다. 아무리 말해도 안 들으시더라고요. 이후에 손 대표님이 저희를 찾아오셔서 ‘저희가 퇴진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사퇴를 주장하는 게 아닌데요.
▲당규에 보면 회의 내용을 의결을 통해 공개할 수 있다고 돼있어요. 저는 속기록을 공개하고 싶어요. 회의서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 들으면 명백하게 밝힐 수 있잖아요. 
 
-손 대표 포함 당 지도부 검증이 혁신안에 포함됐는데 이를 상정하려는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내년 총선을 대비한 당의 방향과 비전이 제시된 게 지금 하나도 없거든요. 그러므로 당의 주인인 당원들에게 평가를 받자. 그래서 강제성이 없는 여론조사로 ‘이 지도부의 비전은 확실한가’를 묻고, 믿음직스럽다고 하면 우리가 다시 재신임을 해줘서 확실히 추진력을 얻어 나가고 그게 아니라면 어떤 체재로 가는 게 맞을지 당원들에게 물어보려는 거였어요.
 

(당 지도부 검증안이)당의 어려움을 진맥해서 고질적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이 아픈 이유를 모르면 뭐가 바뀐다 한들 사람들이 바미당을 싫어하는 이유는 똑같잖아요.

-바미당의 내분이 심상치 않습니다. 당의 문제는 무엇이라 보시나요.
▲당의 문제를 세 가지로 진단해요. 첫째는 당의 내홍, 당에서 맨날 싸워서 ‘바미하다’ ‘바미스럽다’라고 불리잖아요. 둘째는 정체성의 모호성, “너네 뭐 하는 정당이냐?” “그래서 진보냐? 보수냐?” 그리고 세 번째는 곧 없어질 당이라는 의심이요. 이번 혁신안이 그런 부분들을 분명히 건드려주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맨날 싸우면 ‘바미당이 또 바미했네’라는 말을 듣잖아요. 사실 정치인들은 항상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걸 위해 싸워야 되거든요. 길거리서 멱살 잡고 싸우면 불법이지만, 글러브를 끼고 링에서 싸우는 건 스포츠가 돼요. 지도부들이 공개적으로 검증받게 해서 싸울 수 있게 하는 그 ‘바미스러움’을 아이덴티티로 만들어 내홍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면 우리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 수 있어요. 싸울 거면 문 닫아 놓고 싸우지 말고, 문 열고 싸워야 합니다. 그 다음에 당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혀야 돼요.

-바미당을 지켜보는 국민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정말 죄송하고요. 갓 돌이 지난 바미당은 지금 과도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싸우거나 결정을 못 내릴 때 ‘바미당이 바미했다’ ‘바미스럽다’라는 이런 말을 하시는데 저는 밤이(바미) 지나면 해가 뜰 것이고 밤이(바미) 있기에 아침도 밝다고 생각해요. ‘바미’하는 것들이 지나게 되면 정치에 다당제나 중도개혁이라는 큰 해가 뜰 수 있다고 저는 분명히 믿고 있습니다. 그날까지 저는 당을 떠나지 않고 분골쇄신할 각오가 돼있고요. 제가 당에 진 빚을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갚을 겁니다. 국민 여러분들도 앞으로 바미당에 큰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sangmi@ilyosisa.co.kr>


[장지훈 간사는?]

▲1990년생 
▲전라남도 순천 출생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정치학 석사 과정 
▲전 국민의당 부대변인 
▲전 바른미래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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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