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바른미래당 혁신위 장지훈 간사

“‘바미’ 지나면 해가 뜰 겁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슬프다. 그럼에도 혁신은 계속되어야’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 장지훈 간사의 카카오톡 알림말이다. 90년생인 장 간사는 취업 대신 대학원을 택했다. 정치인이면 공부해야 한다며 막걸리를 사주던 손학규 대표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렇게 따르던 손 대표를 향한 존경심은 혁신위 활동으로 산산조각 났다. 장 간사와 바른미래당은 현재 어두운 ‘밤’을 보내고 있다.
 

▲ 장지훈 바른미래당 혁신위 간사

지난 6월,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21대 총선을 위해 당의 방향과 혁신 과제를 수립하는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혁신위원들은 모두 40대 미만인 ‘정치 신인’들로 구성되면서 당이 ‘아픈 곳’을 진맥해 원동력이 되고자 했다. 문제는 ‘당 지도부 검증안’이었다. 이를 두고 비당권파와 당권파가 대립해 갖은 권모술수가 난무하면서 당의 ‘내분’이 고스란히 국민들께 조명됐다.

혁신위는 9명이었으나, 현재 5명만 남았고, 활동은 오는 15일이면 끝이 난다. 혁신안은 의결이 됐음에도 그 어떤 것도 상정되지 못했다. 당은 ‘말 잘 듣는’ 혁신위가 필요했나. 당에서 말하는 ‘검은세력’은 또 누구인가. 장지훈 간사에게 혁신위를 둘러싼 내막에 대해 들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바미당 혁신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장지훈입니다. 90년생으로, 현재 대학원서 정치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혁신위 출범 때 계파색이 옅은 청년들이라 기대가 된다는 반응과 혁신위도 계파 갈등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이 공존했는데. 실제 어떠신가요. 
▲혁신위분들 중 김소연·이기인·구혁모 시의원님 등 다 권력에 대항해 바른말 하다 유명해지신 분들이에요. 계파색은 씌여진 거지 저희가 입고 있었던 게 아닙니다. 혁신위 사람들은 말을 잘 듣는 편도 아니고, 소신 있게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에요. 젊은거지 어리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최근 당권파 추천 인물인 주대환 전 위원장을 포함해서 혁신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혁신위 이대로 활동 가능한가요.
▲혁신위는 당규상 독립기구고, 아홉 명 이내면 충분히 굴러갈 수 있습니다. 다만 회의는 위원장이 소집하게 돼있어요. 근데 저희에겐 전원 의결을 통해서 선임된 간사가 있으니 간사대행체제로 가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정치권에선 위원장 공백 시에는 간사가 원래 위원장 대행을 맡게 돼있어요. 


-회의는 어려운 상황이군요.
▲사실상 무력화돼있는 상태지만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계속 정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바보가 된 기분이에요. 어떤 모종의 의도가 있어서 이렇게 된 것이라면 진짜 분노할 일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검은세력’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지면서 소신 없는 사람이 됐어요. 농담을 조금 섞어서 얘기하자면 학창시절에 선생님 말씀도 안 듣고, 엄마 말도 잘 안 들었는데. (웃음)‘누구’의 말을 듣는다는 식으로 낙인 찍어 버리는 게 마음 아프죠.

-최근 유승민, 이혜훈 의원이 혁신안에 개입됐다는 임재훈 사무총장의 폭로가 있었습니다.
▲유승민 의원님께서 주대환 전 위원장님을 만났다고 들었어요. 근데 이건 저희에게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주 전 위원장께서 혁신위 운영 당시에 따로 불러서 “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고, 유승민 의원도 만났다. 거기서 야권 체제 개편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말해주셨거든요. 그걸 (사무총장이) “너희들 몰랐지? 이거 굉장히 대단한 내용이고, 나는 지금 큰 발표를 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기자회견을 하셨어요. 사무총장으로서 중립성을 지켜야 되는 본분도 잊어버린 행동이라 생각하고요. 헛다리를 짚으셔도 진짜 단단히 짚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사건으로 ‘독립성이 훼손됐다’ 이런 평가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혁신위원은 독립성을 존중받아야 하는데 어떤 사람이 강요나 협박을 했다면 독립성이 크게 훼손된 것인데요. 저도 당 혁신 방향에 많은 분들로부터 제안은 많이 받았거든요. 결국 자신이 들은 내용을 전위대 격으로 행사를 하게 되면 그게 독립성을 해치게 되는 거지만 그게 아니고서야...
 

-주대환 전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당을 깨려는 검은세력에 분노’한다고 하셨는데요.
▲주 전 위원장님께서 사퇴하시고 나서 문자를 개인적으로 드렸어요. “제가 혹시나 언행으로 기분 나쁘게 해드렸다면 죄송하고 배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검은세력 발언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슬프고 유감스럽다”고요. 향후 (언론서)나오는 내용을 보면 자꾸 검은세력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상의, 바지, 신발 심지어 속옷까지 검은색으로 입고 다니고 있어요.

-페이스북 라이브 이름도 ‘검은세력들’ 이더라고요.
▲(웃음) 오히려 그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정말 아니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검은 안경을 쓰고 보니까 검은세력인 거지. 프레임을 씌워 사람을 몰아가는 건 굉장히 구태정치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 방법이 정치 신인들에게 쓰였다는 게 굉장히 슬프고, 우려스럽고, 두렵고, 화가 나요. 현재 많은 감정들이 공존을 하고 있습니다.

검은안경 쓰고 보니 검은세력
‘바미스러움’을 아이덴티티로

-언론에선 혁신위로 오히려 바미당의 내분이 심해졌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저희는 내분을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내분이 생길 여지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분명한 절차와 규정대로 저희는 진행했는데, 그 규정과 절차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무시됐잖아요. 책임을 전가하고 싶지는 않은데 저희 의도는 아니었죠.


-민주적인 절차로 표결한 후 의결된 혁신안인데 상정되지 않는 이유는요.
▲상정되지 않는 이유는 사실 손 대표님께 물어봐도 답을 해 주지 않으세요. ‘혁신위는 위원장이 없으니까 이게 절차상 상정되지 않는 게 맞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시는데, 원론적이지도 않아요. 위원장이 계시는 상태서 의결했습니다. 혁신위 당규에 보면 토론으로 의결된 안건은 자동으로 상정이 되고요. 그러니까 이건 지켜져야 하는 절차가 맞아요. 

-다른 조치를 취하셨나요.
▲의도적으로 의결을 미루고 있어서 사무총장님께 제가 (안건을)직접 뽑아서 들고 들어가기도 했어요. 직접 당 대표님과 최고위원님들 앞에서 보고를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계속 손을 들고 발언권을 달라고 얘기를 해도 안 주시더라고요. 저희가 혁신안을 상정하게 된 이유나 배경에 대해 설명을 좀 들어달라. 내용을 들으시면 생각이 바뀌실 거다. 아무리 말해도 안 들으시더라고요. 이후에 손 대표님이 저희를 찾아오셔서 ‘저희가 퇴진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사퇴를 주장하는 게 아닌데요.
▲당규에 보면 회의 내용을 의결을 통해 공개할 수 있다고 돼있어요. 저는 속기록을 공개하고 싶어요. 회의서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 들으면 명백하게 밝힐 수 있잖아요. 
 
-손 대표 포함 당 지도부 검증이 혁신안에 포함됐는데 이를 상정하려는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내년 총선을 대비한 당의 방향과 비전이 제시된 게 지금 하나도 없거든요. 그러므로 당의 주인인 당원들에게 평가를 받자. 그래서 강제성이 없는 여론조사로 ‘이 지도부의 비전은 확실한가’를 묻고, 믿음직스럽다고 하면 우리가 다시 재신임을 해줘서 확실히 추진력을 얻어 나가고 그게 아니라면 어떤 체재로 가는 게 맞을지 당원들에게 물어보려는 거였어요.
 

(당 지도부 검증안이)당의 어려움을 진맥해서 고질적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이 아픈 이유를 모르면 뭐가 바뀐다 한들 사람들이 바미당을 싫어하는 이유는 똑같잖아요.

-바미당의 내분이 심상치 않습니다. 당의 문제는 무엇이라 보시나요.
▲당의 문제를 세 가지로 진단해요. 첫째는 당의 내홍, 당에서 맨날 싸워서 ‘바미하다’ ‘바미스럽다’라고 불리잖아요. 둘째는 정체성의 모호성, “너네 뭐 하는 정당이냐?” “그래서 진보냐? 보수냐?” 그리고 세 번째는 곧 없어질 당이라는 의심이요. 이번 혁신안이 그런 부분들을 분명히 건드려주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맨날 싸우면 ‘바미당이 또 바미했네’라는 말을 듣잖아요. 사실 정치인들은 항상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걸 위해 싸워야 되거든요. 길거리서 멱살 잡고 싸우면 불법이지만, 글러브를 끼고 링에서 싸우는 건 스포츠가 돼요. 지도부들이 공개적으로 검증받게 해서 싸울 수 있게 하는 그 ‘바미스러움’을 아이덴티티로 만들어 내홍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면 우리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 수 있어요. 싸울 거면 문 닫아 놓고 싸우지 말고, 문 열고 싸워야 합니다. 그 다음에 당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혀야 돼요.

-바미당을 지켜보는 국민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정말 죄송하고요. 갓 돌이 지난 바미당은 지금 과도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싸우거나 결정을 못 내릴 때 ‘바미당이 바미했다’ ‘바미스럽다’라는 이런 말을 하시는데 저는 밤이(바미) 지나면 해가 뜰 것이고 밤이(바미) 있기에 아침도 밝다고 생각해요. ‘바미’하는 것들이 지나게 되면 정치에 다당제나 중도개혁이라는 큰 해가 뜰 수 있다고 저는 분명히 믿고 있습니다. 그날까지 저는 당을 떠나지 않고 분골쇄신할 각오가 돼있고요. 제가 당에 진 빚을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갚을 겁니다. 국민 여러분들도 앞으로 바미당에 큰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sangmi@ilyosisa.co.kr>


[장지훈 간사는?]

▲1990년생 
▲전라남도 순천 출생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정치학 석사 과정 
▲전 국민의당 부대변인 
▲전 바른미래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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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