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히기’ 민평련 대세론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05 09:37:35
  • 호수 12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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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설움 푸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평련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인영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주류 모임으로 올라서더니 광폭 행보를 보이며 ‘대세 굳히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오는 21대 총선을 겨냥한 행보로 보인다. 
 

▲ ▲(사진 왼쪽부터)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춘숙 의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 중 하나다. 소속 의원들은 모두 ‘김근태계’다. ‘민주화 운동의 전설’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정신을 받들어 만들어진 모임인 만큼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모임의 주축을 이룬다. 1999년 3월 발족한 ‘국민정치연구회’서 시작됐다. 현재 우원식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그를 포함해 약 30명이 소속돼있다.

뜨는 해

민주당 내에는 수많은 모임이 있다. 계파와 출신, 선수 등을 기준으로 결을 함께하는 의원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최근 화제가 됐던 ‘부엉이 모임’은 친문이며, ‘더좋은미래’는 초·재선 의원들이 만들었다.

민평련은 그간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서 현재의 당명으로 바뀌고, 문재인·안철수라는 거물이 등장하면서 세가 약해졌다. 반전은 지난 5월에 일어났다. 모임 내 유일한 당권주자라 할 수 있는 이인영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다.

이 원내대표는 민평련이 미는 차기 당 대표 주자다.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의 전설로 통하는 그는 지난 1988년 재야민족민주운동의 전국조직인 ‘전국민주민족연합’에 들어가 고 김근태 전 의원을 만났다. 이후 정치적 파고를 견딘 이 원내대표는 18대 총선서의 낙선을 뒤로하고, 2010년 전당대회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럼에도 이 원내대표는 좀처럼 당권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서 과반이 넘는 득표를 기록하면서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5번째 당권 도전 끝에 이룬 쾌거였다. 민평련을 비롯해 더좋은미래 등 당내 개혁그룹이 전방위로 힘을 모아 당선에 일조한 덕이었다.

이 원내대표의 당선 이후 민평련은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해 약점으로 지적돼온 ‘정책’ 분야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되는 공부모임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당시의 현안을 주제로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하는 식으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남북경협, 일자리,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미세먼지 등이 그간 주제로 올랐다.

민평련은 이들 모임을 통해 목소리를 키워왔다. 지난 5월 모임서 강연자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자 우원식 의원이 즉각 반박해 논쟁이 붙었다. 지난달 9일에는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을 지낸 송기호 변호사를 초청해 ‘일본의 통상보복, 구조와 대응방향’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달 23일에는 ‘주거권 실현을 위한 문재인정부 주거 전략의 과제’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화요 모임’으로 약점 보완해…
이인영·유은혜 등 거물로 성장

각자의 행보도 두드러진다. 민평련은 이 원내대표의 당선을 기점으로 당 요직에 진출하는 등 세를 크게 확장하고 있다. 원내대변인으로 임명된 정춘숙 의원은 ‘뜨는’ 민평련 인사로 분류된다.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주목받는 민평련 인사인 김정호·제윤경 의원은 원내부대표로 임명됐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들의 세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의 복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중 한 명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민평련의 핵심이다. 유 부총리는 김근태 후원회 사무국장 출신으로 이후 김근태 의원실 보좌관을 거쳐 19·20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바 있다. 


문제는 복귀 시기다. 곧 있을 개각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기류가 바뀌어 오는 11∼12월까지 교육부에 잔류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정치권 안팎에선 그 이유를 다양하게 보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것이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후임으로 전현직 대학 총장 2∼3명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지만, 모두 부적격 결론이 났다고 한다. 
 

▲ 고 김근태 전 의원

또 다른 이유는 자사고 논란이다. 교육부는 최근 전북교육청의 지정 취소 결정을 뒤집고, 상산고가 향후 5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무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상산고 외에도 전국에 교육부 동의 절차를 기다리는 자사고는 많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에게 개혁 작업을 완수하라는 사명이 떨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사고 문제 등 교육부가 안고 있는 개혁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당분간 ‘유은혜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 부총리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병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연말 복귀설에 힘을 싣는다. 

민주당 몫의 상임위원장에도 민평련 인사들이 새롭게 진출했다. 국회는 지난 6월 본회의를 열어 이 원내대표를 운영위원장, 이춘석 의원을 기획재정위원장, 전혜숙 의원을 행정안전위원장, 인재근 의원을 여성가족위원장에 각각 선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중 이 원내대표와 인 의원이 민평련 소속이다.

친문은?

그간 비주류의 최대계파로 불렸던 민평련이 당당히 주류로 올라설지 주목된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는 21대 총선서 친문의 입김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인재영입에 직접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일부 친문의 입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평련 대모 인재근 누구?

민평련의 실질적 수장은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다. 인권운동가 출신인 인 의원은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통하는 고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이다. 

1953년 인천서 태어나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던 그는 이후 노동운동을 하면서 김 전 의원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이 만든 민주화운동청년연합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에서 함께 활동했다.

1987년 두 사람은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인 의원은 김 전 의원이 별세하기 전 3선을 했던 서울 도봉갑의 현역 의원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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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