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진실 물고 있는 배익기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05 09:36:11
  • 호수 12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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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보급 보물인 해례본 상주본을 둘러싸고 정부와 배익기씨가 10년 넘게 씨름하고 있다. 대법원은 국가에게 상주본의 소유권이 있다고 최종 판결했다. 상주본 행방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소장자 배익기씨는 반환의 대가로 1000억원 보상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글날을 앞두고 상주본의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다. 
 

▲ 배익기씨

지난 2008년 처음 공개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권을 둘러싼 민사소송서 대법원은 해례본 상주본이 국가 소유라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씨가 “국가에 넘겨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1조원 이상
10분의 1만?

지난달 11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의 소송 상고심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초 상주본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상주본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008년 배씨가 자신의 집을 수리하던 중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상주본 반환은 앞으로도 지난할 것으로 보인다. 상주본을 소장하고 있는 배씨가 쉽사리 정부에게 넘겨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배씨는 상주본의 위치와 정보 공개를 거부하며 1000억원을 주면 내주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씨는 “주운 돈도 5분의 1은 찾은 사람에게 준다”며 “상주본은 가치가 1조원 이상이기 때문에 10분의 1만 받아도 1000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엔 제3의 독지가가 배씨에게 상주본의 대가로 상당 금액을 제시했고, 돈을 받으면 상주본을 넘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문화재청은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금전적 보상을 통해 상주본을 회수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재판 결과를 배씨에게 통지해 온전하게 문화재를 반환하도록 설득할 것”이라면서도 “배씨가 계속 상주본 반환을 거부하면 강제집행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문화재 은닉 및 훼손죄로 검찰 고발 조치도 예정돼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주본의 가치로 평가된 ‘1조원설’에 대해 오도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감정 당시 8000억원으로 평가된 ‘직지심체요절’보다 상징적 의미가 있는 훈민정음의 가치가 더 높아야 된다는 의미서 1조원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장은 배씨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와 압수수색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회수 방안에 대해 고심 중이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서 무리한 강제집행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반환 협상이 되지 않은 상태서 압수수색을 벌이게 되면 자칫 상주본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배씨와의) 반환 협상을 우선으로 하되, 강제집행을 하는 방안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1000억원 주면 반환하겠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흥정?

배씨도 현재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 놓은 상태다. 다만 배씨는 상주본 반환에 대한 대가로 1000억원을 요구한 자신의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상주본 반환 시 박물관 명예관장 자리와 여타 예우를 해주겠다는 정부 측 제안에 “소유권 무효화 소송까지 생각하고 있다. 제대로 된 진상 조사 후에 감정평가를 받겠다”며 “돈과 명예는 누구나 다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씨는 상주본에 엮인 10년 이상의 소송 때문에 결혼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를 물려줄 후손도 없어 양보안을 제시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배씨는 “소송 십몇 년 하니까 결혼도 못했다. 대대로라는 말도 좀 웃기는 말이 돼버렸다. 그렇다고 나도 모르는 자식이 어디 있을 리도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상주본을 바로)주면 칭찬할 사람도 없이 당연히 줬다는 식으로 여겨질 것 아닌가. 그래서 양보안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씨는 상주본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발견 당시에도 완벽한 보존 상태가 아니었던 상주본은 설상가상 2015년 3월 배씨 집에 불이 났을 때 일부가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제가 알기로는 이게 완전한 본으로는 총 33장이다. 그런데 책장 세보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면서도 “훈민정음 간송본처럼 상주본도 어차피 다 완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현재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내비쳤다. 배씨는 줄곧 상주본이 29엽(장) 정도 남아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항간에 13엽이라는 소문이 있다’는 의혹에 “13엽은 넘는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에 대한 검증은 거절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날 방송서 배씨가 상주본을 국가에 반환하는 대가로 국립한국박물관 명예관장 자리와 한글세계문화재단서의 적절한 예우 등을 제안했다. 안 의원은 배씨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문화재청과의 사이서 적극 중재하겠다고도 밝혔다. 상주본의 가치 판단을 위한 감정평가도 제시했다.

실제 가치는
얼마나 되나

하지만 배씨는 “소유권 무효화 소송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이어 “(진상 조사를 해야)내가 (상주본을)소유하든지, 감정평가를 받든지, 헌납을 하든지 그게 결정이 나올 거 아닌가?”라며 감정평가는 그 이후라고 못 박았다.
 

▲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배씨가 1000억원을 요구하며 상주본 반환을 거부하면서, 국보급 보물인 상주본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어떤 것이고, 얼마나 중요한 유물이길래 정부는 한 개인을 상대로 10년 넘게 씨름하고 있는 것일까.

대체 이 보물은 어디에 있다가 배씨의 소유가 된 것일까.

훈민정음은 크게 ‘예의’와 ‘해례’로 나누어져 있다. 예의는 세종이 직접 지었으며 한글을 만든 이유와 한글의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해례는 성삼문, 박팽년 등 세종을 보필하며 한글을 만들었던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의 원리와 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글이다.

글자를 만든 원리가 설명된 일종의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이 창제된 지 3년이 지난 세종 28년(1446년) 발행됐다. 당초 여러 부가 제작됐으나 일제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인 우리말과 글에 대한 탄압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 소실됐다. 

1940년 경북 안동의 고가서 발견된 것을 간송 전형필 선생이 거액을 주고 사들였다. 이후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됐으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전형필 선생이 보존한 간송본(간송미술관 소장)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해례본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경북 상주시에 거주하는 배씨가 2008년 7월 간송본과 다른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냈다고 방송에 공개해 그 존재가 알려지며 시작됐다. 2008년 배씨가 자신의 집을 수리하던 중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은 것.

상주서 발견돼 상주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판본은 간송본에 비해 보존상태가 좋고, 16세기에 표제와 주석이 새롭게 더해져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몰라” 발뺌
환수 작업 돌입

배씨는 골동품업자 조용훈(2012년 사망)씨 가게서 고서적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례본의 존재가 알려지자 두 사람은 소유권을 놓고 첨예하게 다퉜다. 조씨가 “배씨가 고서 2박스를 30만원에 구입하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갔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소송전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소유권을 확보한 조씨는 사망하기 전인 2012년 5월 기증식까지 갖고 실체가 없는 해례본 상주본을 국가(문화재청)에 기증했다. 이로써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자는 국가가 됐다. 

검찰은 민사판결을 근거로 배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절도)로 구속기소했다. 그는 1심서 징역 10년형을 받았지만, 항소심 재판부 및 대법원은 공소사실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를 근거로 배씨는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이번 소송을 냈지만, 1·2심 재판부는 “형사판결이 (상주본의)소유권을 인정한 판결은 아니다”라고 봤다.

그런데 재판 과정서 재판부가 상주본의 가치와 형량이 관계가 있다면서 문화재청에 그 가치를 물으면서 ‘돈 문제’가 얽히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은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의 평가액 8000억원이라는 점에 근거해 해례본 상주본의 가치를 1조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직지 평가액 8000억원은 직지와 관련된 이벤트, 전시, 출판 등 경제 유발 효과까지 합친 것이었다.

배씨가 해례본 상주본을 국가에 헌납할 시 100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도 ‘1조원의 10분의 1’이라는 계산서 나온 것이다. 해례본 상주본은 배씨가 소장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10년째 행방이 묘연하다. 문화재청은 1000억원을 주면 상주본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배씨와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08년 이후 훼손 방지와 공개 등을 위해 문화재청은 독려·설득 중이나 배씨는 공개 및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현장면담 42회, 문서발송 11회 등 지속적 설득작업을 벌여왔다. 또 소유권이 국가에 있으므로 국가 예산으로 보상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입장이다. 

10년째 오리무중…도대체 어디 있나
대법원은 문화재청 소유 인정 결정

배씨는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자인 국가가 2017년 “상주본을 넘겨주지 않으면 반환소송과 함께 문화재 은닉에 관한 범죄로 고발하겠다”고 통보하자, 국가를 상대로 ‘청구이의의 소’를 냈다. 

지난달 15일 대법원은 훈민정음 상주본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서 원심 청구 기각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문화재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와 별도로 배씨는 최근 서울에 있는 법무법인을 통해 상주본 소유권을 판단한 민사재판과 자신이 절도 혐의로 재판받을 때 증인으로 나온 3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그는 당시 증인들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해 재판부가 상주본의 소유권을 조씨에게 있다고 판단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심을 통해 또다시 법적 소유권을 다투려는 노림수였다. 대구지검은 지난 5월 A씨 등 3명에 대해 각각 ‘공소권 없음’과 ‘혐의 없음’ 판단을 내렸다. 이에 배씨는 대구고검에 항고했지만 재판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인(배씨) 자신도 상주본의 실물을 제시하지 않는 등 위증 혐의를 입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5년 3월에 배씨의 경북 상주시 자택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화재현장 정밀감식 작업을 벌여 방 2칸과 거실 등이 소실된 것은 확인했으나 상주본 소실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배씨는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면서 ‘실체를 보여준다’며 상주본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나 공개한 훈민정음 상주본의 사진은 불에 그을린 모습이었다. 배씨는 “2015년 3월 집에서 일어난 화재 때문에 상주본 일부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후 상주본은 또다시 꽁꽁 숨겨져 있다. 얼만큼 불에 탔는지, 또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배씨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10년 이어온
소유권 분쟁

문화재청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유자인 배씨에게 지난달 17일 상주본 반환 거부 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도중필 문화재청 안전기준과장과 한상진 사범단속반장은 이날 경북 상주서 배씨를 만나 상주본 반환 요청 문서를 전달하고, 조속한 반환을 요구했다. 문서에는 배씨가 제기한 강제집행 불허 청구를 대법원이 지난달 15일 기각한 만큼 훈민정음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고, 문화재를 계속 은닉하고 훼손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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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