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진실 물고 있는 배익기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05 09:36:11
  • 호수 1230호
  • 댓글 0개

그래서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보급 보물인 해례본 상주본을 둘러싸고 정부와 배익기씨가 10년 넘게 씨름하고 있다. 대법원은 국가에게 상주본의 소유권이 있다고 최종 판결했다. 상주본 행방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소장자 배익기씨는 반환의 대가로 1000억원 보상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글날을 앞두고 상주본의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다. 
 

▲ 배익기씨

지난 2008년 처음 공개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권을 둘러싼 민사소송서 대법원은 해례본 상주본이 국가 소유라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씨가 “국가에 넘겨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1조원 이상
10분의 1만?

지난달 11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의 소송 상고심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초 상주본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상주본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008년 배씨가 자신의 집을 수리하던 중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상주본 반환은 앞으로도 지난할 것으로 보인다. 상주본을 소장하고 있는 배씨가 쉽사리 정부에게 넘겨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배씨는 상주본의 위치와 정보 공개를 거부하며 1000억원을 주면 내주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씨는 “주운 돈도 5분의 1은 찾은 사람에게 준다”며 “상주본은 가치가 1조원 이상이기 때문에 10분의 1만 받아도 1000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엔 제3의 독지가가 배씨에게 상주본의 대가로 상당 금액을 제시했고, 돈을 받으면 상주본을 넘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문화재청은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금전적 보상을 통해 상주본을 회수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재판 결과를 배씨에게 통지해 온전하게 문화재를 반환하도록 설득할 것”이라면서도 “배씨가 계속 상주본 반환을 거부하면 강제집행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문화재 은닉 및 훼손죄로 검찰 고발 조치도 예정돼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주본의 가치로 평가된 ‘1조원설’에 대해 오도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감정 당시 8000억원으로 평가된 ‘직지심체요절’보다 상징적 의미가 있는 훈민정음의 가치가 더 높아야 된다는 의미서 1조원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장은 배씨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와 압수수색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회수 방안에 대해 고심 중이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서 무리한 강제집행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반환 협상이 되지 않은 상태서 압수수색을 벌이게 되면 자칫 상주본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배씨와의) 반환 협상을 우선으로 하되, 강제집행을 하는 방안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1000억원 주면 반환하겠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흥정?

배씨도 현재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 놓은 상태다. 다만 배씨는 상주본 반환에 대한 대가로 1000억원을 요구한 자신의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상주본 반환 시 박물관 명예관장 자리와 여타 예우를 해주겠다는 정부 측 제안에 “소유권 무효화 소송까지 생각하고 있다. 제대로 된 진상 조사 후에 감정평가를 받겠다”며 “돈과 명예는 누구나 다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씨는 상주본에 엮인 10년 이상의 소송 때문에 결혼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를 물려줄 후손도 없어 양보안을 제시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배씨는 “소송 십몇 년 하니까 결혼도 못했다. 대대로라는 말도 좀 웃기는 말이 돼버렸다. 그렇다고 나도 모르는 자식이 어디 있을 리도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상주본을 바로)주면 칭찬할 사람도 없이 당연히 줬다는 식으로 여겨질 것 아닌가. 그래서 양보안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씨는 상주본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발견 당시에도 완벽한 보존 상태가 아니었던 상주본은 설상가상 2015년 3월 배씨 집에 불이 났을 때 일부가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제가 알기로는 이게 완전한 본으로는 총 33장이다. 그런데 책장 세보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면서도 “훈민정음 간송본처럼 상주본도 어차피 다 완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현재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내비쳤다. 배씨는 줄곧 상주본이 29엽(장) 정도 남아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항간에 13엽이라는 소문이 있다’는 의혹에 “13엽은 넘는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에 대한 검증은 거절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날 방송서 배씨가 상주본을 국가에 반환하는 대가로 국립한국박물관 명예관장 자리와 한글세계문화재단서의 적절한 예우 등을 제안했다. 안 의원은 배씨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문화재청과의 사이서 적극 중재하겠다고도 밝혔다. 상주본의 가치 판단을 위한 감정평가도 제시했다.

실제 가치는
얼마나 되나

하지만 배씨는 “소유권 무효화 소송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이어 “(진상 조사를 해야)내가 (상주본을)소유하든지, 감정평가를 받든지, 헌납을 하든지 그게 결정이 나올 거 아닌가?”라며 감정평가는 그 이후라고 못 박았다.
 

▲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배씨가 1000억원을 요구하며 상주본 반환을 거부하면서, 국보급 보물인 상주본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어떤 것이고, 얼마나 중요한 유물이길래 정부는 한 개인을 상대로 10년 넘게 씨름하고 있는 것일까.

대체 이 보물은 어디에 있다가 배씨의 소유가 된 것일까.

훈민정음은 크게 ‘예의’와 ‘해례’로 나누어져 있다. 예의는 세종이 직접 지었으며 한글을 만든 이유와 한글의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해례는 성삼문, 박팽년 등 세종을 보필하며 한글을 만들었던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의 원리와 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글이다.

글자를 만든 원리가 설명된 일종의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이 창제된 지 3년이 지난 세종 28년(1446년) 발행됐다. 당초 여러 부가 제작됐으나 일제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인 우리말과 글에 대한 탄압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 소실됐다. 

1940년 경북 안동의 고가서 발견된 것을 간송 전형필 선생이 거액을 주고 사들였다. 이후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됐으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전형필 선생이 보존한 간송본(간송미술관 소장)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해례본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경북 상주시에 거주하는 배씨가 2008년 7월 간송본과 다른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냈다고 방송에 공개해 그 존재가 알려지며 시작됐다. 2008년 배씨가 자신의 집을 수리하던 중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은 것.

상주서 발견돼 상주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판본은 간송본에 비해 보존상태가 좋고, 16세기에 표제와 주석이 새롭게 더해져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몰라” 발뺌
환수 작업 돌입

배씨는 골동품업자 조용훈(2012년 사망)씨 가게서 고서적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례본의 존재가 알려지자 두 사람은 소유권을 놓고 첨예하게 다퉜다. 조씨가 “배씨가 고서 2박스를 30만원에 구입하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갔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소송전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소유권을 확보한 조씨는 사망하기 전인 2012년 5월 기증식까지 갖고 실체가 없는 해례본 상주본을 국가(문화재청)에 기증했다. 이로써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자는 국가가 됐다. 

검찰은 민사판결을 근거로 배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절도)로 구속기소했다. 그는 1심서 징역 10년형을 받았지만, 항소심 재판부 및 대법원은 공소사실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를 근거로 배씨는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이번 소송을 냈지만, 1·2심 재판부는 “형사판결이 (상주본의)소유권을 인정한 판결은 아니다”라고 봤다.

그런데 재판 과정서 재판부가 상주본의 가치와 형량이 관계가 있다면서 문화재청에 그 가치를 물으면서 ‘돈 문제’가 얽히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은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의 평가액 8000억원이라는 점에 근거해 해례본 상주본의 가치를 1조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직지 평가액 8000억원은 직지와 관련된 이벤트, 전시, 출판 등 경제 유발 효과까지 합친 것이었다.

배씨가 해례본 상주본을 국가에 헌납할 시 100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도 ‘1조원의 10분의 1’이라는 계산서 나온 것이다. 해례본 상주본은 배씨가 소장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10년째 행방이 묘연하다. 문화재청은 1000억원을 주면 상주본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배씨와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08년 이후 훼손 방지와 공개 등을 위해 문화재청은 독려·설득 중이나 배씨는 공개 및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현장면담 42회, 문서발송 11회 등 지속적 설득작업을 벌여왔다. 또 소유권이 국가에 있으므로 국가 예산으로 보상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입장이다. 

10년째 오리무중…도대체 어디 있나
대법원은 문화재청 소유 인정 결정

배씨는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자인 국가가 2017년 “상주본을 넘겨주지 않으면 반환소송과 함께 문화재 은닉에 관한 범죄로 고발하겠다”고 통보하자, 국가를 상대로 ‘청구이의의 소’를 냈다. 

지난달 15일 대법원은 훈민정음 상주본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서 원심 청구 기각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문화재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와 별도로 배씨는 최근 서울에 있는 법무법인을 통해 상주본 소유권을 판단한 민사재판과 자신이 절도 혐의로 재판받을 때 증인으로 나온 3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그는 당시 증인들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해 재판부가 상주본의 소유권을 조씨에게 있다고 판단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심을 통해 또다시 법적 소유권을 다투려는 노림수였다. 대구지검은 지난 5월 A씨 등 3명에 대해 각각 ‘공소권 없음’과 ‘혐의 없음’ 판단을 내렸다. 이에 배씨는 대구고검에 항고했지만 재판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인(배씨) 자신도 상주본의 실물을 제시하지 않는 등 위증 혐의를 입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5년 3월에 배씨의 경북 상주시 자택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화재현장 정밀감식 작업을 벌여 방 2칸과 거실 등이 소실된 것은 확인했으나 상주본 소실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배씨는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면서 ‘실체를 보여준다’며 상주본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나 공개한 훈민정음 상주본의 사진은 불에 그을린 모습이었다. 배씨는 “2015년 3월 집에서 일어난 화재 때문에 상주본 일부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후 상주본은 또다시 꽁꽁 숨겨져 있다. 얼만큼 불에 탔는지, 또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배씨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10년 이어온
소유권 분쟁

문화재청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유자인 배씨에게 지난달 17일 상주본 반환 거부 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도중필 문화재청 안전기준과장과 한상진 사범단속반장은 이날 경북 상주서 배씨를 만나 상주본 반환 요청 문서를 전달하고, 조속한 반환을 요구했다. 문서에는 배씨가 제기한 강제집행 불허 청구를 대법원이 지난달 15일 기각한 만큼 훈민정음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고, 문화재를 계속 은닉하고 훼손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