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그룹 애지중지 ‘장남 회사’ 실체

뭉칫돈 차곡차곡 ‘어디에 쓰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동희그룹 2세 개인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 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매출은 모두 내부거래서 나왔다. 이 회사는 2700억원의 잉여금도 비축해두고 있다. 그룹 2세, 개인회사, 일감 몰아주기, 잉여금(자본). ‘경영 승계’를 설명하는 모든 키워드가 이 회사에 있다.
 

동희그룹은 자동차부품 제조·판매 회사다. 창업주는 이동호 회장. 오늘날 동희홀딩스의 옛 사명은 동희산업이었다. 동희산업은 2006년 12월 사명을 동희엔지니어링으로 변경했다. 동희엔지니어링은 자동차부품 제조부문을 물적분할, 동희산업을 설립했다. 이후 동희엔지니어링은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2008년 동희엔지니어링은 사명을 디에이치홀딩스로 교체했다. 같은 날 동희오토모티브를 흡수합병했다. 2014년 디에이치홀딩스는 사명을 동희홀딩스로 변경했다.

자동차부품
제조·판매

동희홀딩스에는 14개의 종속회사가 있다. 국내에는 4개의 회사가 있다. ▲동희정공 ▲동희산업 ▲동희 ▲동희오토 등이다. 동희홀딩스는 동희오토(45%)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동희정공과 동희산업, 그리고 동희는 자동차부품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동희오토는 자동차 제조사다.

나머지 10개의 회사는 해외 각지에 있다. 이들의 소재지는 중국과 미국, 러시아를 비롯해 슬로바키아, 체코, 터키, 멕시코 등으로 다양하다. 중국에 3곳, 미국에 2곳의 회사가 있다. 이 외에는 모두 1곳씩 설립돼있다.

중국에는 ▲동희기차배건 ▲강소동희기차배건 ▲천진동희기차배건 등이 있는데 모두 유한회사다. 미국에는 ▲Donghee America Inc. ▲Donghee Alabama LLC(동희 알라바마)가 있다. ▲Donghee Rus LLC(동희 러시아) ▲Donghee Slovakia s.r.o(동희 슬로바키아) ▲Donghee Czech s.r.o(동희 체코) ▲Donghee Otomotiv San.Tic.Ltd(동희 터키) ▲Donghee Mexico S. de R.L. de C.V.(동희 멕시코) 등이 있다.


동희홀딩스는 이들의 지분을 모두 100% 갖고 있다. 미국의 Donghee America Inc.(지주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자동차부품 제조를 맡고 있다.

동희홀딩스는 이 회장 부자의 회사다. 이 회장은 동희홀딩스의 대표이사고, 동희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49%)과 동희하이테크(51%)다. 동희하이테크는 이 회장 장남의 개인회사다. 장남은 동희하이테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이태희 동희하이테크 대표이사다.

눈길이 가는 건 동희하이테크의 내부거래 비중. 동희하이테크의 매출액 전체가 내부거래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은 고스란히 이 사장에게 넘어간다. 동희하이테크의 매출액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가장 비중이 낮을 때가 87%였고, 가장 높을 때는 무려 99%였다.

아들 지분 100% 보유
특정 자회사에 일감 

동희하이테크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94.80%(2191억원/2311억원), 2015년 92.23%(2181억원/2365억원), 2016년 87.53%(2139억원/2444억원), 2017년 87.25%(2018억원/2313억원), 2018년 99.74%(1996억원/2002억원)이었다.

내부거래 매출 중 눈에 띠는 특수 관계인은 ▲동희 슬로바키아▲동희 체코▲동희 터키 등 해외 회사다.

동희하이테크는 슬로바키아와 체코, 터키서의 매출이 꽤 높았다. 2014년 슬로바키아는 879억원, 체코는 436억원, 터키는 211억원이었다. 이후 2015년(723억원·598억원·251억원), 2016년(749억원·608억원·252억원), 2017년(695억원·612억원·233억원), 2018년(614억원·711억원·225억원) 등이었다. 2018년에는 체코에서의 매출액이 슬로바키아를 넘어섰다.


동희하이테크의 내부거래 매출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69.71%(1527억원/2191억원), 2015년 72.13%(1573억원/2181억원), 2016년 75.33%(1611억원/2139억원), 2017년 76.38%(1541억원/2018억원), 2018년 77.70%(1551억원/1996억원)이다.

동희하이테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항상 ‘플러스’였다. 2014년 289억원의 영업이익, 2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2015년(268억원·251억원), 2016년(252억원·293억원), 2017년(192억원·101억원), 2018년(350억원·194억원) 등이었다.

동희하이테크는 상당한 이익잉여금을 ‘쟁여놓고’ 있다. 지난해 잉여금만 2704억원이다. 잉여금은 매년 쌓이고 있다. 2014년 1861억원에서 2113억원(2015년), 2407억원(2016년), 2509억원(2017년), 2704억원(2018년)으로 증가세다.

동희하이테크는 사실상 내부거래로 성장한 회사다. 동희그룹 2세의 개인회사기도 하다. 후계자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성장시키고, 벌어들인 수익으로 ‘승계 비용’을 대체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중에
승계 비용으로?

이 사장은 지난해 4월10일 ‘한국-슬로바키아 정상회담’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서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만났다. 양국 정상은 1시간 정도 회담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서 1인당 자동차 생산량이 가장 많은 슬로바키아서 우리 기업들이 일익을 담당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정상회담 이후 공식 오찬에 등장했다. 당시 이 자리에는 이 사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김철영 미래나노텍 대표이사,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 등 기업인 10명이 참여했다.

몇몇 관계사들의 내부거래 비중도 지나치기 어렵다. 동희홀딩스의 종속회사 동희정공의 내부거래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 편이다. 다만 그 비중은 낮다고 보기 어렵다.

동희정공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59.05%(1351억원/2288억원), 2015년 53.63%(1124억원/2097억원), 2016년 45.00%(959억원/2132억원), 2017년 40.35%(751억원/1862억원), 2018년 40.85%(824억원/2017억원)이었다.

동희정공의 내부거래 매출서 ▲동희산업 ▲동희 ▲동희하이테크는 지속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이 회장 부자의 100% 지배 아래 있는 곳이다.

동희산업과 동희·동희하이테크는 2014년 각각 409억원, 168억원, 293억원의 매출을 올려줬다. 이어 2015년(244억원·99억원·254억원), 2016년(94억원·113억원·244억원), 2017년(169억원·105억원·261억원), 2018년(184억원·197억원·260억원) 등이었다.

세 회사가 전체 내부거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2014년 64.47%(871억원/1351억원), 2015년 53.15%(597억원/1124억원), 2016년 47.19%(452억원/959억원), 2017년 71.34%(536억원/751억원), 2018년 77.87%(641억원/824억원)이었다.


회계법인
주의 강조

한편 동희정공의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 ‘원지’는 2018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주의’를 강조했다. 회계법인은 “이용자는 다음 사항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를 지목했다.

회계법인은 “회사는 제품 등의 일부를 특수 관계인을 통해 매출하고 있다”며 매출액과 매입액, 채권 잔액과 채무 잔액, 차입금 상환 정도를 명시했다.

동희정공의 당기 채권 잔액은 171억원으로 전기(113억원)보다 올랐다. 당기 채무 잔액의 경우 353억원으로 전기(233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동희정공은 특수 관계인으로부터 당기 161억원을 빌렸고, 145억원을 상환했다. 각각 전기(90억원·31억원)와 비교했을 때 70억원 이상을 더 빌리고, 110억원 정도를 갚은 것이다.
 

회계법인은 2014년 감사보고서부터 꾸준히 특수 관계인과의 매출과 매입, 채권잔액과 채무잔액, 차입금 등을 강조사항으로 언급했다.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는 강조 사항이 하나 더 늘었다.


회계법인은 “당기 회계연도 중기계장치 등에 대한 감가상각방법을 정률법서 정액법으로 변경했다”며 “회계변경 효과로 감가상각비는 종전의 방법에 비해 72억원 감소했고,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은 72억원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동희정공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연이어 겪고 있다. 동희정공은 153억원의 영업손실과 1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2015년(203억원·197억원), 2016년(107억원·124억원), 2017년(139억원·141억원), 2018년(153억원·10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동희홀딩스의 또 다른 종속회사인 동희의 내부거래도 상당하다. 동희 역시 이 회장 부자의 완전한 지배를 받고 있다.

내부거래로 매출 99%
매년 100억 단위로 증가

동희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87.46%(1349억원/1543억원), 2015년 75.84%(1309억원/1726억원), 2016년 83.06%(1341억원/1614억원), 2017년 69.27%(974억원/1406억원), 2018년 73.40%(871억원/1186억원)이다. 5년 평균 내부거래 규모는 1000억원을 상회한다.

동희의 내부거래 매출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특수 관계인은 중국 소재의 ▲동희기차배건 ▲강소동희기차배건으로 두 회사 모두 동희홀딩스의 100% 지배를 받는다.

동희기차배건과 강소동희기차배건은 2014년부터 각각 521억원과 274억원의 매출을 올려줬다. 이어 2015년(510억원·306억원), 2016년(332억원·472억원), 2017년(347억원·216억원), 2018년(211억원·162억원)이었다.

이들이 동희 내부거래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8.97%(796억원/1349억원), 2015년 62.43%(817억원/1309억원), 2016년 60.06%(805억원/1341억원), 2017년 57.92%(564억원/974억원), 2018년 42.91%(373억원/871억원)이었다. 평균적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동희는 2014년 2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5년 142억원의 영업이익, 153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6년(147억원·161억원), 2017년(52억원·24억원), 2018년(5억원·24억원)등이었다.

회계법인은 앞서 동희정공의 경우처럼 감사보고서에 ‘주의’를 적시했다. 회계법인은 2014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회사는 상품 등을 특수 관계인을 통해 매출하고 있다”며 당기 내부거래 매출액과 채권 잔액, 매입액과 채무 잔액 등을 밝혔다.

동희는 당기 내부거래 매출액이 1349억원으로 전기(1142억원)보다 늘었다. 당기 채권 잔액은 399억원으로 전기(279억원)보다 많았다. 매입액은 567억원, 전기(562억원)와 대동소이했다. 채무잔액은 83억원으로 전기(9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특수 관계자
거래 비중↑

회계법인은 동희의 2014년 이후 모든 감사보고서에서 ‘주의’를 강조했다. 2014년과 같이 내부거래 매출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2016년 감사보고서부터는 차입금 내용도 포함됐다. 동희의 2015년 감사보고서엔 동희정공과 마찬가지로 ‘회계변경’의 내용이 담겨있다. 회계법인은 “당 회계연도 중기계장치 등에 대한 감가상각방법을 정률법서 정액법으로 변경했다”며 “회계변경의 효과로 감가상각비는 종전의 방법보다 36억원 감소했고,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은 36억원 증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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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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