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그룹 애지중지 ‘장남 회사’ 실체

뭉칫돈 차곡차곡 ‘어디에 쓰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동희그룹 2세 개인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 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매출은 모두 내부거래서 나왔다. 이 회사는 2700억원의 잉여금도 비축해두고 있다. 그룹 2세, 개인회사, 일감 몰아주기, 잉여금(자본). ‘경영 승계’를 설명하는 모든 키워드가 이 회사에 있다.
 

동희그룹은 자동차부품 제조·판매 회사다. 창업주는 이동호 회장. 오늘날 동희홀딩스의 옛 사명은 동희산업이었다. 동희산업은 2006년 12월 사명을 동희엔지니어링으로 변경했다. 동희엔지니어링은 자동차부품 제조부문을 물적분할, 동희산업을 설립했다. 이후 동희엔지니어링은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2008년 동희엔지니어링은 사명을 디에이치홀딩스로 교체했다. 같은 날 동희오토모티브를 흡수합병했다. 2014년 디에이치홀딩스는 사명을 동희홀딩스로 변경했다.

자동차부품
제조·판매

동희홀딩스에는 14개의 종속회사가 있다. 국내에는 4개의 회사가 있다. ▲동희정공 ▲동희산업 ▲동희 ▲동희오토 등이다. 동희홀딩스는 동희오토(45%)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동희정공과 동희산업, 그리고 동희는 자동차부품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동희오토는 자동차 제조사다.

나머지 10개의 회사는 해외 각지에 있다. 이들의 소재지는 중국과 미국, 러시아를 비롯해 슬로바키아, 체코, 터키, 멕시코 등으로 다양하다. 중국에 3곳, 미국에 2곳의 회사가 있다. 이 외에는 모두 1곳씩 설립돼있다.

중국에는 ▲동희기차배건 ▲강소동희기차배건 ▲천진동희기차배건 등이 있는데 모두 유한회사다. 미국에는 ▲Donghee America Inc. ▲Donghee Alabama LLC(동희 알라바마)가 있다. ▲Donghee Rus LLC(동희 러시아) ▲Donghee Slovakia s.r.o(동희 슬로바키아) ▲Donghee Czech s.r.o(동희 체코) ▲Donghee Otomotiv San.Tic.Ltd(동희 터키) ▲Donghee Mexico S. de R.L. de C.V.(동희 멕시코) 등이 있다.


동희홀딩스는 이들의 지분을 모두 100% 갖고 있다. 미국의 Donghee America Inc.(지주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자동차부품 제조를 맡고 있다.

동희홀딩스는 이 회장 부자의 회사다. 이 회장은 동희홀딩스의 대표이사고, 동희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49%)과 동희하이테크(51%)다. 동희하이테크는 이 회장 장남의 개인회사다. 장남은 동희하이테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이태희 동희하이테크 대표이사다.

눈길이 가는 건 동희하이테크의 내부거래 비중. 동희하이테크의 매출액 전체가 내부거래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은 고스란히 이 사장에게 넘어간다. 동희하이테크의 매출액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가장 비중이 낮을 때가 87%였고, 가장 높을 때는 무려 99%였다.

아들 지분 100% 보유
특정 자회사에 일감 

동희하이테크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94.80%(2191억원/2311억원), 2015년 92.23%(2181억원/2365억원), 2016년 87.53%(2139억원/2444억원), 2017년 87.25%(2018억원/2313억원), 2018년 99.74%(1996억원/2002억원)이었다.

내부거래 매출 중 눈에 띠는 특수 관계인은 ▲동희 슬로바키아▲동희 체코▲동희 터키 등 해외 회사다.

동희하이테크는 슬로바키아와 체코, 터키서의 매출이 꽤 높았다. 2014년 슬로바키아는 879억원, 체코는 436억원, 터키는 211억원이었다. 이후 2015년(723억원·598억원·251억원), 2016년(749억원·608억원·252억원), 2017년(695억원·612억원·233억원), 2018년(614억원·711억원·225억원) 등이었다. 2018년에는 체코에서의 매출액이 슬로바키아를 넘어섰다.


동희하이테크의 내부거래 매출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69.71%(1527억원/2191억원), 2015년 72.13%(1573억원/2181억원), 2016년 75.33%(1611억원/2139억원), 2017년 76.38%(1541억원/2018억원), 2018년 77.70%(1551억원/1996억원)이다.

동희하이테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항상 ‘플러스’였다. 2014년 289억원의 영업이익, 2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2015년(268억원·251억원), 2016년(252억원·293억원), 2017년(192억원·101억원), 2018년(350억원·194억원) 등이었다.

동희하이테크는 상당한 이익잉여금을 ‘쟁여놓고’ 있다. 지난해 잉여금만 2704억원이다. 잉여금은 매년 쌓이고 있다. 2014년 1861억원에서 2113억원(2015년), 2407억원(2016년), 2509억원(2017년), 2704억원(2018년)으로 증가세다.

동희하이테크는 사실상 내부거래로 성장한 회사다. 동희그룹 2세의 개인회사기도 하다. 후계자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성장시키고, 벌어들인 수익으로 ‘승계 비용’을 대체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중에
승계 비용으로?

이 사장은 지난해 4월10일 ‘한국-슬로바키아 정상회담’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서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만났다. 양국 정상은 1시간 정도 회담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서 1인당 자동차 생산량이 가장 많은 슬로바키아서 우리 기업들이 일익을 담당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정상회담 이후 공식 오찬에 등장했다. 당시 이 자리에는 이 사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김철영 미래나노텍 대표이사,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 등 기업인 10명이 참여했다.

몇몇 관계사들의 내부거래 비중도 지나치기 어렵다. 동희홀딩스의 종속회사 동희정공의 내부거래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 편이다. 다만 그 비중은 낮다고 보기 어렵다.

동희정공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59.05%(1351억원/2288억원), 2015년 53.63%(1124억원/2097억원), 2016년 45.00%(959억원/2132억원), 2017년 40.35%(751억원/1862억원), 2018년 40.85%(824억원/2017억원)이었다.

동희정공의 내부거래 매출서 ▲동희산업 ▲동희 ▲동희하이테크는 지속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이 회장 부자의 100% 지배 아래 있는 곳이다.

동희산업과 동희·동희하이테크는 2014년 각각 409억원, 168억원, 293억원의 매출을 올려줬다. 이어 2015년(244억원·99억원·254억원), 2016년(94억원·113억원·244억원), 2017년(169억원·105억원·261억원), 2018년(184억원·197억원·260억원) 등이었다.

세 회사가 전체 내부거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2014년 64.47%(871억원/1351억원), 2015년 53.15%(597억원/1124억원), 2016년 47.19%(452억원/959억원), 2017년 71.34%(536억원/751억원), 2018년 77.87%(641억원/824억원)이었다.


회계법인
주의 강조

한편 동희정공의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 ‘원지’는 2018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주의’를 강조했다. 회계법인은 “이용자는 다음 사항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를 지목했다.

회계법인은 “회사는 제품 등의 일부를 특수 관계인을 통해 매출하고 있다”며 매출액과 매입액, 채권 잔액과 채무 잔액, 차입금 상환 정도를 명시했다.

동희정공의 당기 채권 잔액은 171억원으로 전기(113억원)보다 올랐다. 당기 채무 잔액의 경우 353억원으로 전기(233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동희정공은 특수 관계인으로부터 당기 161억원을 빌렸고, 145억원을 상환했다. 각각 전기(90억원·31억원)와 비교했을 때 70억원 이상을 더 빌리고, 110억원 정도를 갚은 것이다.
 

회계법인은 2014년 감사보고서부터 꾸준히 특수 관계인과의 매출과 매입, 채권잔액과 채무잔액, 차입금 등을 강조사항으로 언급했다.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는 강조 사항이 하나 더 늘었다.


회계법인은 “당기 회계연도 중기계장치 등에 대한 감가상각방법을 정률법서 정액법으로 변경했다”며 “회계변경 효과로 감가상각비는 종전의 방법에 비해 72억원 감소했고,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은 72억원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동희정공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연이어 겪고 있다. 동희정공은 153억원의 영업손실과 1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2015년(203억원·197억원), 2016년(107억원·124억원), 2017년(139억원·141억원), 2018년(153억원·10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동희홀딩스의 또 다른 종속회사인 동희의 내부거래도 상당하다. 동희 역시 이 회장 부자의 완전한 지배를 받고 있다.

내부거래로 매출 99%
매년 100억 단위로 증가

동희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87.46%(1349억원/1543억원), 2015년 75.84%(1309억원/1726억원), 2016년 83.06%(1341억원/1614억원), 2017년 69.27%(974억원/1406억원), 2018년 73.40%(871억원/1186억원)이다. 5년 평균 내부거래 규모는 1000억원을 상회한다.

동희의 내부거래 매출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특수 관계인은 중국 소재의 ▲동희기차배건 ▲강소동희기차배건으로 두 회사 모두 동희홀딩스의 100% 지배를 받는다.

동희기차배건과 강소동희기차배건은 2014년부터 각각 521억원과 274억원의 매출을 올려줬다. 이어 2015년(510억원·306억원), 2016년(332억원·472억원), 2017년(347억원·216억원), 2018년(211억원·162억원)이었다.

이들이 동희 내부거래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8.97%(796억원/1349억원), 2015년 62.43%(817억원/1309억원), 2016년 60.06%(805억원/1341억원), 2017년 57.92%(564억원/974억원), 2018년 42.91%(373억원/871억원)이었다. 평균적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동희는 2014년 2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5년 142억원의 영업이익, 153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6년(147억원·161억원), 2017년(52억원·24억원), 2018년(5억원·24억원)등이었다.

회계법인은 앞서 동희정공의 경우처럼 감사보고서에 ‘주의’를 적시했다. 회계법인은 2014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회사는 상품 등을 특수 관계인을 통해 매출하고 있다”며 당기 내부거래 매출액과 채권 잔액, 매입액과 채무 잔액 등을 밝혔다.

동희는 당기 내부거래 매출액이 1349억원으로 전기(1142억원)보다 늘었다. 당기 채권 잔액은 399억원으로 전기(279억원)보다 많았다. 매입액은 567억원, 전기(562억원)와 대동소이했다. 채무잔액은 83억원으로 전기(9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특수 관계자
거래 비중↑

회계법인은 동희의 2014년 이후 모든 감사보고서에서 ‘주의’를 강조했다. 2014년과 같이 내부거래 매출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2016년 감사보고서부터는 차입금 내용도 포함됐다. 동희의 2015년 감사보고서엔 동희정공과 마찬가지로 ‘회계변경’의 내용이 담겨있다. 회계법인은 “당 회계연도 중기계장치 등에 대한 감가상각방법을 정률법서 정액법으로 변경했다”며 “회계변경의 효과로 감가상각비는 종전의 방법보다 36억원 감소했고,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은 36억원 증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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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