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오세훈 등판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05 09:31:23
  • 호수 12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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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새 사무실, 책사만 들락날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오세훈 등판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재의 자유한국당 상황이 그렇다. 예상보다 빠른 위기다. 지나가는 파도일까, 모든 것을 휩쓸 쓰나미일까. <일요시사>는 한국당 내부 민심을 밀착 취재했다.
 

▲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호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등판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황교안 체제는 지난 2월에 출범했다. 당시 득표율을 보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당원들이 황 대표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했는지 알 수 있다(황교안 50.0%·오세훈 31.1%·김진태 18.9%). 전당대회가 있기 전 <일요시사>는 복수의 당 대표 출마 희망자를 만났었다. 그들이 하는 얘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황색물결(황 대표의 기세)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지역에서 당원들의 민심을 살핀 뒤 나온 말이었다.

꺼져가는
기대감

하지만 여의도 민심은 차이가 있었다. 기대감보다는 우려가 컸다. 원외 신분의 정치 신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오랫동안 정치의 속성을 지근거리서 봐왔던 사람들은 황 대표를 냉정하게 바라봤다.

전당대회 직후 한국당 의원실 보좌진은 “당원들 사이에서는 황색물결이 대세다. 그런데 잘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의원실 보좌진은 다음과 같이 내다봤었다.


“황 대표가 총선까지 쭉 갈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벌써부터 친황(친 황교안)계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 공천 챙겨주고 전당대회 때 도와준 사람들 공천 챙겨줘야 하는데, 그러다가는 바로 역풍 맞는다. 총선 전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기회가 열릴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당원들의 민심보다는 여의도 민심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선 후 30%대까지 회복됐던 한국당 지지율이 최근 10%대로 급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3∼25일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한국당의 지지율은 19%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대표의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지지율 19%는 황 대표의 취임 직전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와 같다. 즉 당선 후 황 대표에게 쏟아졌던 기대감이 지금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뜻이다.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자체 지지율 조사서도 당 지지율이 20%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한국당이 겪고 있는 ‘내우외환’이다. 한국당은 최근 심각한 ‘내우’를 앓고 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당의 ‘친박 회귀’ 노선을 앞장서서 비판하고 나서면서 표면화됐다.

이는 ‘황교안 리더십’에 대한 불만과 맥을 같이한다. 황 대표는 최근 주요 당직과 상임위원장 등 한국당 몫의 국회 요직에 범친박계 인사들을 꽂아 넣었다. 앞서 당 사무총장 인선 과정서 비박계 이원복 의원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친박계가 들고일어나면서 결국 박맹우 의원이 낙점됐다.

지난달 5일에는 비박계 황영철 의원이 맡고 있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친박계 김재원 의원을 임명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당 지도부가 우리공화당(이하 공화당)과의 선거연대를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황 대표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박맹우 신임 사무총장 등이 우리공화당 홍문종 대표와 회동을 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내년 총선서 수도권 선거구 10석가량과 대구·경북(TK) 일부를 공화당에 양보하는, 이른바 ‘연합공천’ 등 선거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당 지도부가 해명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박 사무총장은 관련 보도가 나온 즉시 이를 부인했으나, 4시간 만에 참석 사실을 인정했다. “모임에 잠시 참석한 적은 있지만 선거연대 등에 대해선 논의한 바 없다”는 것이다. 갈지자 행보는 수많은 의구심을 낳게 했다. 

한국당과 공화당의 선거연대설은 친박계의 당직 독식과 맞물려 비박계에 큰 위기감을 줬다. 새누리당 시절의 힘을 되찾은 친박계가 공화당과 선거연대에 관한 논의를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다.

위기감을 느낀 비박계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개혁성향의 비박계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국당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2016년의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고 있다. 당 핵심부를 모두 장악하더니 급기야 공화당과 공천 나눠먹기를 논의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예상 적중
여의도 민심

지난달 30일에는 “노선과 좌표가 명확하지 않으니 과거 세력들의 반동이 강하게 일어나고 구체제의 부활이 가능할 것 같은 착각과 기이한 악재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계로 통하는 비박계 김세연 의원 역시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부인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들이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최근 친박계로부터 여의도연구소장직 사퇴 요구를 받은 바 있다.

최근 왕성한 활동으로 몸값을 올리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두가 힘을 합쳐 (보수)빅텐트를 만들어도 좌파 연합을 이기기 어려운 판인데, 극우만 바라보면서 나날이 도로 친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으니 국민들이 점점 외면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상황이 이쯤되자 황 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기자간담회서 ‘친박계가 당직을 독식한다’ ‘도로 친박당이 되는 것 아니냐’ 등의 질문에 “나는 친박에 빚진 것이 없다. 나는 박근혜정부서 일을 한 것이지, 그때 정치를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내가 친박을 키워야겠다는 뜻으로 당에 온 것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선 “당을 망치는 계파적 발상과 이기적 정치 행위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까지 했다.

비박계 내부에선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비박계 인사는 <일요시사>에 “공화당과의 접촉이 기폭제”라며 “공화당과의 연대는 ‘TK자민련’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수도권 의원들 중에 비박계가 많다. 뻔히 결과가 보이는데 좌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교안 리더십 흔들, 지지율 10%대↓
‘내우’ 계파전쟁 ‘외환’ 친일논란


한 비박계 의원은 <노컷뉴스>와의 통화서 “9월까지도 계속 이렇게 간다면 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결국 한데 모이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모종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비박계 내부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비박계 의원실 보좌진은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황(교안)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다”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오 전 시장이 전당대회서 2등을 차지했으니 훌륭한 대안”이라고 귀띔했다.

이른바 ‘오세훈 등판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 전당대회서 31.1%의 득표율을 기록, 2위를 차지했다.

최근 오 전 시장은 총선 준비에 한창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오 전 시장은 자신의 변호사사무실을 광진구 자양동으로 옮겼다. 인재 영입도 한창이다. 한국당 A 의원실서 근무했던 변호사 출신 보좌진이 약 4개월 전 오세훈 변호사사무실로 이직했다. 그는 오 전 시장의 보좌 업무와 변호사 업무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다. 추 전 대표의 지역사무실은 자양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추 전 대표의 지역 사무실과 오 전 시장의 변호사사무실은 차로 1분, 도보로 5분 거리다. 
 

▲ 광진을 지역서만 내리 5선을 구가하고 있는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 때문에 일각에선 총선이 본격화되면 오 전 시장의 변호사 사무실이 캠프로 변신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오 전 시장은 유튜브 촬영을 위해 해당 사무실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를 3번 치러본 한 한국당 인사는 <일요시사>에 “보통 캠프는 그 지역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잡는다. 오 전 시장이 사무실을 추 전 대표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잡았다는 것은 제대로 한번 붙어보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내우외환
사면초가

또 다른 한국당 인사는 “추미애 캠프와 가까운 거리라는 점을 고려하고 사무실을 구했을 것이다. 향후 캠프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오 전 시장이 험지서 살아남는다면 완전 뜨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의 현 직함은 한국당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 현재 자양사거리서 파라솔을 편 채 직접 당원 모집에 매진하고 있다. 

추 전 대표가 현역인 서울 광진을은 한국당 입장에선 험지로 이 지역은 항상 진보 정당이 차지해왔다. 추 전 대표는 이 지역서만 5선(15·16·18·19·20대 국회)을 한 터줏대감이다. 한국당은 이 지역을 한 번도 차지한 적이 없다.

어려운 승부가 예상되지만, 만약 오 전 시장이 승리한다면 일약 한국당의 ‘구세주’로 올라설 수 있다. 한국당의 새로운 간판이 됨은 물론, 대권주자로서의 주가도 폭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으로 예정된 제20대 대선서 대권을 노려봄직한 위치로 올라서는 것이다.

한국당의 외환은 일본 경제보복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친일’ 논란이다. 최근 여권의 ‘친일 프레임’ 공세에 한국당이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토착왜구’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한국당에 대한 친일 프레임에 대해 “지지층 결집효과는 있지만, 지지층 확대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반대로 민주당 내부결속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복수의 비박 “오세훈 부상”
추미애 캠프와 단 1분 거리

친일 프레임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은 황 대표다. 그가 지난달 24일 ‘일본수출규제대책특별위원회’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이 정권의 친일 프레임이 의도하는 바가 분명하다. 아마 다음 달 광복절까지도 공세를 더 강화해나갈 가능성이 많다. 그 결과가 얼마나 위험할지는 아마 여기 계신 위원님들 여러분께서 더 잘 아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신호타이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황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의 공격 신호였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황 대표 발언 이후 민주당에 대해 맞불작전을 구사했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 대통령부터 친일 토착왜구라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곽 의원은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의 상속인들이 지난 1987년 제기한 상속세 취소 소송에 문 대통령이 변호인으로 참여한 점을 내세워 문 대통령이 친일 인사의 소송을 대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노무현정부 민정수석이던 시절, 친일인명사전서 김지태씨를 빼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의)부친은 일제시대에 공무원을 지내며 곡물 수탈을 도왔다는 의혹이 있고, 본인은 국가를 상대로 한 골수 친일파 김지태씨의 후손이 제기한 세금취소 소송의 변호인을 맡아 거액 승소했고, 딸은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극우파 현양사가 세운 일본 국사관 대학교에 유학했다는데 이쯤 되면 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정말 제대로 된, 번듯한 친일파 가문이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잇단 논란에 문 대통령이 직접 입을 열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들과 가진 회의서 당시 승소에 따른 성공 보수를 받지 않았고, 변호사 수임료까지 더해 직원들의 체불임금을 지급하는 데 썼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국당 측에서 제기하는 주장을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터줏대감과
정면승부

김씨 친일 논란과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해명했다. 한국당 측은 문 대통령이 김씨를 친일인명사전서 제외하는 데 관여했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김씨가 친일파로 지정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과연 황 대표의 친일 맞불작전은 성공적이었을까. 한국당은 최근 ‘북풍’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친일 맞불작전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친일 프레임을 얘기할수록 지지율은 ‘뚝뚝’ 떨어졌다. 한국당 내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또 다른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돌고 돌아 ‘핵무장론’ 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또다시 ‘핵무장론’을 꺼내들었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나오는 단골메뉴다.

이번에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시발점이었다. 한국당은 9·19군사합의 파기, 전술핵무기 재배치, 핵무기 탑재 잠수함 순항 가동, 한미일 핵무기 공동관리 등 사실상 자체 핵무장론에 불을 지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소속 국회 외통·국방·정보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청와대가 ‘나토(NATO)식 핵 공유’를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당 일본수출규제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회의에 참석해 “필요하다면 북한의 핵무장에 맞서서 한미일 삼국이 공동 관리하는 핵잠수함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경제보복 사태로 한국당이 ‘친일 프레임’에 갇혀 있는 와중에 터진 주장이다. 구도상 불리할 수밖에 없는 친일 논쟁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 북풍을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이 국회 국방위·정보위 등을 통해 ‘안보 국회’를 추진한 일도 같은 맥락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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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