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대학교원 노조 설립, 미리 준비해야
<박재희 칼럼> 대학교원 노조 설립, 미리 준비해야
  • 박재희 노무사
  • 승인 2019.08.05 09:49
  • 호수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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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이후 노동환경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까지는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관계에 대한 개별적 근로관계법 개정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자단체와 사용자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집단적 노사관계법이 이슈가 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이 있다. 최근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준수 문제와 연계되면서 비준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서 마련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실업자·해고자의 노조가입 인정,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대학교원·소방공무원·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가입 허용 등이 주요 내용이다. 헌법에 규정된 노동3권이 더 충실히 보장되는 방향이지만 노사 당사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활동이 활발해지면 사용자가 부담을 느낀다는 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 또한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실업자·해고자는 재직 중인 근로자와 이해관계가 다르다.

노동조합은 조합원 간 이해가 충돌했을 때 어떻게 조정하여 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실업자나 해고자에게 조합비를 얼마나 부과할 것인지도 사소하지만 고려해야 할 문제다. 자칫 잘못하면 노동조합 안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나 공무원 노조가입 범위 확대는 큰 변화는 아니다.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는 2010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며, 공무원 노동조합은 20년에 가까운 역사가 있어 노사 당사자가 노사관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했을 뿐 아니라, 예산에 따라 단체협약 내용이 제한될 수 있고 단체행동이 금지되므로 큰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대학교원 노조설립 허용에 따른 혼란이 가장 염려스럽다. 대학 당국과 교원은 노사관계에 대한 경험이 적다. 적게는 수십명서 많아야 400명가량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직원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노사관계를 겪어봤을 뿐이다. 그나마도 수도권이나 지방의 몇몇 대학에 국한된 것이다. 노동조합을 상대방으로 한 노사관계 경험이 있는 대학은 소수에 불과하다. 

지식과 경험이 적은 노사가 마주 앉으면 갈등이 일어나기 쉽다. 잘 알지 못하고 건넨 말을 고의적인 속임수로 여기거나 노동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 노사를 둘러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려고 시도한다. 이 과정서 상호 신뢰가 무너지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조직 분위기는 엉망이 된다. 

대학은 교원과 직원이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교원도 고용형태에 따라 다양한 욕구를 가지므로 노사관계에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도 순탄하게 이끌기 어렵다. 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감소 등 대외 환경도 어려워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 국회는 교원노조법 헌법불합치 판정에 따른 후속입법 조치를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정부는 대학교원 노동조합 안내자료를 마련하고 관련 교육을 광범위하게 실시해야 한다. 정부 산하기관을 활용하거나 각 대학에 교육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에선 교원노동조합이 새로운 이해관계자로 등장할 것임을 인식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노사관계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면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내외 노사관계 전문가로부터 교육이나 자문을 받아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렇게 하면 뛰어난 노사관계 역량으로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조직 내 갈등으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