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일진그룹 80억 미스터리

또다시 수면 위로 ‘스멀스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80억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건은 일진그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얼마 전 피해자로부터 검찰 수사에 대한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됐다. 허진규 회장에 대한 고발장이 다시 접수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당시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자신을 일진그룹이 투자한 아울렛 개발사업의 분양 피해자라고 밝힌 피해자 A씨가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시행사 대표를 감금·협박해 법인인감도장을 강취, 차명계좌를 개설한 후 일진그룹의 5개 계열사로부터 모금한 80억원의 비자금을 세탁해 허 회장 자녀들의 회사로 보내 횡령 및 편법 증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있었던 허진규 회장 관련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재수사?

피해자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지난 2007년 경기도 파주시의 아울렛 개발사업서 비롯됐다.

당시 허 회장의 장남인 허정석 일진파트너스 대표는 아울렛 개발사업 관련 시행업체인 B사와 공동사업약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아울렛 공사의 진행은 시공이 수차례 중지되는 등 순탄치 못했다. 결국 피해를 입게 된 분양권자들은 B사를 분양사기 혐의로 고발했고 B사 대표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서 분양권자들은 일진그룹 측의 수상한 행보를 포착했다. 허 회장이 B사 대표를 감금·협박해 법인인감도장과 법인인감증명서를 탈취한 뒤 차명계좌를 만들어 그룹 계열사로부터 모금한 80억원을 이 계좌에 입금하고 그의 자녀 등 총수일가 회사로 자금을 다시 흘려보냄으로써 횡령 및 편법 증여한 정황을 밝혀냈다는 것.


이들은 지난해 6월, 허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하지만 경찰은 고발인 조사만 진행한 채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 A씨는 “당시 검찰은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지난해 12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허진규 회장의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며 “일진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모금한 출처 불명의 80억원을 일진그룹 부회장(허정석) 개인금융 계좌로 입금한 금융거래내역서, 80억원 중 46억원 넘는 돈이 허 회장의 딸과 아들 회사로 이체된 금융내역 등 그의 불법적인 금융거래를 입증할 수 있는 금융거래내역서를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는 그럼에도 이 같은 거래를 ‘일진그룹이 B사에 빌려준 돈을 회수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검찰의 판단대로라면 해당 돈이 A사에서 바로 일진그룹으로 입금돼야 하지만, 이 돈은 본건과 전혀 무관한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의 개인 금융계좌로 먼저 입금됐다가 다시 일진그룹의 각 계열사(허 회장의 아들·딸 회사)로 송금됐다. 검사는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일진그룹 본사

A씨는 “무엇보다 B사 대표는 민사재판 당시 법정진술을 통해 돈이 입금된 사실은 물론이고 통장이 개설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며 “나아가 B사 대표는 돈이 입금된 금융계좌는 허 회장이 자신을 감금한 후 폭행, 협박해 빼앗은 인감도장 등을 이용해 비밀리에 개설한 금융계좌라고 진술한 바 있다. 비자금·세금탈루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일체의 객관적인 증거가 제출됐음에도 검찰은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수사기관과 세무서 등의 수사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비자금·편법증여 의혹 불거져 
부실수사 논란…허진규 회장 등 재고발

A씨를 비롯해 피해를 주장하는 분양권자들은 앞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해당 고발 사건과는 별건으로 지난달 허 회장을 고발했다. 횡령과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의 혐의다. 이에 허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A씨는 “앞선 사건과 같은 결과에 이르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 같은 부실, 부당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허 회장 일가에 대해 공정·투명하되 강력하고 철저한 수사를 원한다”고 말했다.

일진그룹은 그동안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가 부의 편법증여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견기업이라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숨어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일진파트너스는 허 회장의 장남인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계열사로 일진그룹 승계 과정서 편법 논란의 중심에 있어 왔다.

2010년 허정석 대표가 일진파트너스 지분을 전량 확보하면서 사업내용을 운송업으로 전환했다. 이후 일진파트너스는 물류비 절감과 사업비밀 유지를 핑계로 계열사에서 일감을 따내기 시작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급성장했다.

2009년까지만 해도 8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10년 33억원, 2011년 90억원, 2012년 135억원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진파트너스는 2010∼2012년까지 3년간 매출의 100%를 일진전기에 의존했다. 이후 2013년 매출의 78.69%, 2014년 74.27%, 2015년 65%, 2016년 65%가 일진전기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일진파트너스의 2005년 감사보고서상의 자본총계는 253억4084만원이었으나, 2015년 자본총계는 692억4846만원까지 불어났다. 

허정석 대표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상장 계열사 일진전기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자신이 100% 주주인 일진파트너스의 자본을 440억원 가까이 불린 것이다. 일진파트너스는 이 같은 일진전기와의 거래를 바탕으로 마련한 재원을 일진홀딩스 지분 매입에 활용했다.
 

일진파트너스는 2013년 허 회장이 보유한 일진홀딩스의 지분 전량(15.27%)을 매입했다. 이때 허 회장의 일진홀딩스 지분을 일진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승계됐기 때문에 상속세는 발생하지 않았다. 

금감원 전자공시사이트(DART)에 게시된 2016년 12월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일진파트너스는 지주사인 일진홀딩스 지분 24.6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진홀딩스는 허정석 대표가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허 대표가 보유한 일진홀딩스 지분 29.1%에 일진파트너스가 보유한 일진홀딩스 지분 24.64%를 합하면 허 대표의 일진홀딩스 지분은 53.74%로 과반을 넘는다.

일진그룹은 일반 국민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B2B 기업을 이용해 도가 넘는 일감 몰아주기로 부를 부당승계해 상속세와 증여세 없이 1세서 2세로 이어지는 승계작업을 마무리한 셈이다. 이 때문에 성공한 원조 벤처기업인으로 인정받는 허 회장은 국내 대기업들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허 회장의 수상한 계좌가 편법승계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허 회장에 대한 고발장이 다시 접수되면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당시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무근”

일진그룹 측은 사건이 논란됐을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관련 소송건은 검찰 불기소 처분에 이어 고법서도 재정신청을 기각했다”며 “정상적인 거래 외에는 어떠한 위법이나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차명계좌 등 통장개설에 대해서도 “오래 전 일로 담당자가 바뀌었고 잘 모르는 일”이라며 “일진그룹과 허 회장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수법을 쓸 이유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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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