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한’ 아베의 노림수

다같이 죽자고? ‘막장 가미카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한국과 일본은 오월동주(舟) 관계다. 양국의 상호 의존도가 높아 상대를 겨눈 칼의 끝은 필연적으로 본인을 향한다. 그럼에도 최근 양국 간 갈등은 끊이질 않고 있다. 과거에도 하루아침에 파국을 맞는 경우는 흔했지만 이번 갈등은 과거와 달리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정부는 왜 툭하면 한국을 때릴까.
 

▲ 문재인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아베 일본 총리

지난 1일 일본은 ‘한-일 신뢰관계 손상'을 명분으로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우호국가)서 한국을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 계획을 발표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이 되는 시점으로, 일본 최대 공영방송사인 NHK는 이 발표의 배경을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갈등으로 보도했다.

반한 감정↑
보수 결집?

하지만 이번 수출규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터질 게 터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본은 손바닥 뒤집 듯 한국의 수출규제 이유를 바꿨다. 처음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 했다. 이에 정치적 동기에서 빚어진 '경제 보복'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일자,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전략 물자를 밀반입한다는 이유로 안보상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일본이 북한에 밀반출한 전략물자 목록을 밝히자, 일본은 수출규제가 아닌 수출관리 운용을 재검토하는 차원이라며 다시 말을 바꿨다.


일본 측 주장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본은 배제 이유로 한국의 캐치올(Catch-all) 규제가 미흡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캐치올이란 수출 ‘통제 리스트’에 속하는 전략물자 품목은 아니지만, 최종 사용자와 용도를 파악해 무기 제작 개발에 전용될 것으로 확인되거나 우려되는 경우에 이뤄지는 수출 통제 제도다. 하지만 국가별 적용은 오히려 한국이 일본보다 더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통제 대상 품목 역시 일본과 유사하다. 캐치올 규제가 없는 국가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대상에 있는 것으로 볼 때 일본이 한국에만 차별적 규제 강화를 강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에선 양국의 상호의존도가 높아, 일본의 수출규제가 강화되면 양국 모두 손실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일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승자가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아 양국 모두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단 것이다.

만약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전략물자는 무기로 쓰일 수 있는 품목마다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민간 물자엔 캐치올 규제가 적용된다. 캐치올 규제의 경우 품목에 제한이 없다 보니 일본 정부가 임의로 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 툭하면 한국 때리나
한일 갈등 진짜 이유는?

일본의 경우는 향후에 수출규제를 철회한다고 해도 비즈니스 신뢰 관계 회복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본은 정치적 사안을 경제 문제로 치환시켰고, 이번 경제규제는 일본 외교의 불안 요인을 분명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지난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로 인한 보복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사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한일 분쟁의 뿌리는 1965년 6월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1개의 한일기본조약과 4개의 한일청구권협정에 서명해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이뤘다.
 

▲ 문재인 대통령

한일기본조약 제2조에는 “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명시했다. 을사조약과 ‘경술국치’로 불리는 병합조약을 포함, 한일 간 체결한 모든 조약을 무효화함으로써 강제징용과 군 위안부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청산하고자 한 일본의 속내였다.

여기서 ‘이미’라는 부사어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라는 부사어를 통해 과거엔 ‘합법·유효’했지만, 일본의 전쟁 항복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1965년 현재는 무효가 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는 “무효임을 선언한다”는 구절을 통해 여러 조약들은 체결 당시부터 ‘불법·무효’였다는 한국의 입장과 대척점에 있다. 조약의 열린 해석으로 인해 과거사 책임에서 벗어난 일본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현재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의 정당성 판단을 유보한 대가로 박 전 대통령은 3억달러의 무상 자금과 2억달러의 차관을 일본으로부터 제공받았다. 이 돈의 대부분은 국가사업에 쓰였고, 군 위안부와 같은 역사의 피해자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이후 대한민국은 한일협정이 잉태한 불안 위에서 고도 성장국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 2005년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 등은 한일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며 기존 견해를 수정했다.

두려운 건
재팬 패싱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더 나아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고, 전범기업 미쓰비시 측에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과정서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청구권협정에 이를 포함시키겠다는 내심의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한일협정으로 지급한 정치적 ‘보상’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의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에 아베 총리는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확인된다’는 한일협정 제2조를 근거로 한국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정부도 한일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고노 다로 외무상도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공식적인 자리서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일본은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어도 ‘외교적 보호권’은 상실했다는 논리로 맞섰다.

개인에게 소송할 자유가 있어도 그 권리를 정부가 외교적으로 보호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판결을 찬성해 온 일본 변호사 자이마 히데카즈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개인 청구권이 있는 사람이 민간 기업을 상대로 제기를 했을 때 이에 대해서 국가 간 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으니 개인이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반박했다.

이어 "개인 청구권이 존재하고 그 권리가 있다면 법원에선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권리를 법원이 인정해서 진행을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문제가 없는 것인데 국제법 위반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희로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 덧붙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 측에게 위자료 지급을 선고해 일제의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정조준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판결은 폭거이며 국제법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하게 반발, 강제징용 문제 중재위 설치를 요구했다.

손바닥 뒤집듯
이랬다 저랬다

한국정부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점을 들어서 일본 쪽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의 내부 분열로 2012년 중의원 선거서 자민당이 압승하면서 아베총리는 지금까지 총재직을 연임하고 있다. 1955년 보수정당인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하여 만들어진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일본 정치사서 안정적인 집권을 해왔다. 아베 총리는 일본 내 온건 보수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가진 우익 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며 역사 수정주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적 정체성 강화는 자민당의 집권 열쇠인데, 과거사에 대한 한국의 압박은 일본이 근간을 다시 바로 잡아야하는 과정으로 아베 세력을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최고의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시는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으로 미국의 강요로 만들어진 평화헌법 개정에 강한 염원을 보였다. 평화헌법 9조는 국가 간의 분쟁 해결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베 총리는 이 조항의 개헌을 정치 인생의 숙명적 과제로 꼽았다.

일부 언론은 이번 수출규제를 참의원 선거를 위한 보수 결집 수단으로 분석했다. 지난 22일에 있었던 참의원 선거는 평화헌법 개정 발의에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선거였다. 비록 개헌 추진에 필요한 3분의 2(164석)에 못 미치는 160석에 그쳐 개헌 행보에는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과반을 확보했다.
 

▲ 아베 일본 총리

강제징용 판결로 인해 반한 감정이 악화된 상태서 보수 세력을 결집시켜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도 개헌 의석 확보를 위한 정치적 동력으로 ‘한국 때리기’ 카드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일각에선 수출규제는 애초부터 선거용이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았다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안정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 특히 20대 유권자들 중 70%가 아베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

수출규제라는 자기 파괴적 보복 카드를 꺼낼 만큼 아베가 궁지에 몰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의원 선거가 끝난 당일 아베 총리는 “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에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며 단편적인 선거용 꼼수가 아님을 시사했다.

잘못 끼워진 첫단추
승자 없는 치킨게임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제보복은 한국을 경제 분야서 굴복시킴으로서 '재팬 패싱'을 극복하려는 외교용이라는 분석을 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시행령 개정 계획은 지난 G20 직후 남·북·미 판문점 3자 회동이 있고 난 이틀 후에 발표됐다. 아베정권의 외교정책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기반으로 한다. 일본은 지금까지 한·미·일 공조하에서 한국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따로 발휘하며 동북아서 패권을 쥐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후 남북 관계가 평화 기조로 들어서면서 비핵화 문제서 일본만이 철저하게 배제됐고, 아베정권은 이에 계속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그밖에도 일본이 반도체 산업서 한국을 강력히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동아시아 기술 경쟁서 한국에 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일본의 조치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산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며 “우리의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의도라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아베 총리가 보수층 결집용으로 강한 카드를 꺼냈지만, 일본 내부서도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갈등의 장기화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 복합적 요인이 얽힌 한일 갈등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우선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수습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22일에 열렸던 ‘한일관계 악화,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서 박인환 변호사는 “지금 문제시 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 문제는 정치적, 외교적 해결 방안으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해 절차를 시도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전쟁이나 식민지 지배와 관련해 국가 상호 간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상대방 국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사법재판소 등 국제적, 중립적 재판기구에 의한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타 오사무 도시샤대 교수는 “한일협정 2조는 일본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개정이 어려운 문제”라며 양국 간의 역사인식을 좁히기 위한 양국 사회의 노력이 필요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어 이번 분쟁을 통해 국산화의 필요성이 더욱 제기된 만큼 이를 계기로 국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해 기술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탈피해 한국이 일본 경제를 뛰어넘자는 것이다.

양국 관계
돌이킬 수 없나

무엇보다 한일 무역 전쟁은 양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분쟁으로, 이를 끝내기 위해선 평화 파트너십을 구축해 양국의 입장차를 좁히려는 외교적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반대하고 철회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과 같이 반일감정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므로 ‘백색국가리스트 조정 최종 각의결정’을 연기하도록 일본에 제안하고 양국 간 공식 논의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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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