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문이 선택한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 내정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29 10:25:25
  • 호수 12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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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도 잡는 진문이 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임 민정수석으로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내정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정부 시절 함께 청와대서 일하고, 지난 대선 문재인 캠프서 활동해 ‘친문’으로 분류된다. 비법률가 출신으로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냈다. 

▲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한국항공우주산업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교체했다. 후임에는 이례적으로 법률가 출신이 아닌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사실상 내정됐다. 더불어민주당 및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번 인사서 조 수석을 비롯해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을 교체한다. 

조국의 빈자리
얼마나 메울까

조 수석은 내달로 예측되는 개각서 법무부장관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게 중론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조 수석에게는 잠시 휴식 시간을 주고, 나머지 수석들에게는 총선을 준비할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라며 “검증이 막바지 단계라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달 안에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정수석에 재야 운동권 이호철씨 등 비법률가 출신을 중용했듯, 문 대통령도 비법률가 출신인 김 내정자를 발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검찰개혁과 더불어 검찰과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가 임명된다면 역대 민정수석 중 비법률가 출신으로는 김대중정부의 김성재 전 민정수석(신학 전공·교수) 등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인사를 통해 법무부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 모두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최장수 민정수석 임기(2년4개월)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조 수석은 2017년 5월 임명돼 문재인정부 청와대서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핵심 참모가 됐다. 조 수석을 제외하고 1기 청와대 수석급 인사들은 모두 새 얼굴로 교체된 상태다.


차기 민정수석에 낙점된 김 내정자는 ‘진문’으로 통한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이끄는 민정수석실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진문·비법률가·캠프 코드 맞아 
노정부 청와대서 문과 근무 이력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대표 시절 당의 당무감사원장을 맡기도 했다. 2015년 11월 문 대통령은 김 내정자를 당무감사원장에 임명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경남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당선을 도왔다. 

김 내정자는 문재인정부 초기 그의 이력과 다소 거리가 먼 금융감독원장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란 사실이 조명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사석서 문 대통령을 ‘친구’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산이 공통 취미인 두 사람은 함께 산에 오르며 막걸리 잔을 기울일 만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문 대통령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조 수석을 이을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 김조원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

반면 야권에선 문 대통령이 집권 중반까지 ‘회전문 인사’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초 민정수석으로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로 조국 법무부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김조원 민정수석으로 이어지는 사정라인이 윤곽을 드러냈다. 검찰개혁 등 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동시에 문재인정부 후반기 공직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조 수석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 등을 매듭짓고, 윤 총장은 적폐청산 수사를 이어가는 역할인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민정수석
3번째 비법률가 

문 대통령을 상관으로 두고, 노무현정부의 공직기강과 민주당의 당무감사를 맡았던 김 내정자는 이번에도 같은 역할을 요구받았다. 김 내정자는 방산비리로 어수선했던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분위기를 쇄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내정자는 1957년 6월22일 경상남도 진양군(현 진주시)서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다.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재학 중인 1978년 행정고시 22회에 합격했다. 1979년 교통부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총무처 등을 거쳐 1985년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감사원 부감사관, 감사원 감사관, 감사원 제1국 제1과 과장 등을 역임했다. 

감사원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에너지와 교통, 교육, 재정금융, 자치행정 등 5개과를 두루 거쳐 실무에 밝은 현장형 인물으로 통했다고 알려져 있다. 국가전략사업평가단장을 맡을 당시 민자유치사업과 지형균형개발사업 감사 등의 주요 감사를 진두지휘한 경험도 있다.

2003년 12월부터 2005년 3월까지는 감사원 국가전략사업평가단장을 맡았다. 2005년 3월부터 2006년 12월까지는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는데, 이때 당시 민성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근무를 했다. 공직을 떠난 뒤에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옛 진주산업대학교) 총장과 건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2015년 11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김 내정자를 당무감사원장에 임명하며 “인품과 함께 감사원서 공직하고 감사원 사무총장을 역임하셔서 전문역량을 겸비한 분”이라며 “책임의 당직문화를 정착시킬 적임자”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당무감사원이 설립된 지 나흘 만에 새정치민주연합 조직감사를 3주 동안 실시했다. 김 내정자는 당시 조직감사 기준으로 ▲국민 눈높이 감사 ▲철저한 신상필벌의 원칙 ▲부작위(不作爲) 감사 ▲새정치연합의 근본을 되살리는 감사를 제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에 감사결과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일부 지역위원회 등에서 반발이 나오기도 했지만 김 내정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 내정자는 “당의 조직에 대한 감사의 차원을 넘어 당의 각 조직이 혁신을 위해 담대하고 도전하는 혁신의 기풍을 만들어내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조직감사를 진행했다.

김 내정자는 감사를 진행하면서 일부 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적발되거나 알려지자 다선의원들에 대해서도 강한 징계를 요구했으며, 감사를 거부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당헌·당규를 거부하는 것은 당의 권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친문의 핵심으로 분류됐던 노영민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징계했다. 2015년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노 비서실장의 ‘시집 강매’ 사건이 불거졌다. 김 내정자는 당시 노 비서실장의 시집 강매 사건에 엄중징계를 요청한 장본인이다. 재심 요구도 기각했다.

노 실장은 결국 당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곧바로 이어진 20대 총선서도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조-윤-김
새 사정라인

지난 대선 기간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 참여해 경남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그는 문재인정부의 초대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2017년 8월 말 김 내정자가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비금융권 출신으로 금융시장 개혁의 키를 쥐게 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김 내정자가 원래 맡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을 사임하자마자 내정설이 돈 것이라 신빙성 있는 말로 여겨졌다.

금융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과 김조원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전형적 낙하산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그해 8월28일 성명서를 내고 “김 전 사무총장은 금융 경력이 부족하고 금융 전문성도 부족하다”며 “신임 금융감독원장 임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장에 비전문가가 임명되면 금융개혁의 방향과 대상이 본질을 비껴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내부출신 인사가 아니기에 금융권의 개혁작업을 객관적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는 평가들도 많았다. 그해 9월4일 금융감독원 노조는 ‘10년-무너진 금감원’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김조원의 금융감독원장 내정을 환영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9월6일 금융권의 예상을 깨고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문재인정부의 초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했다.


김 내정자는 2017년 10월 검찰의 방산비리수사로 경영공백 상태였던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그는 당시 방산비리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하성용 전 사장이 사임하면서 위기에 빠진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당무감사원장 시절
인연 떠나 엄중 징계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검찰 수사과정서 채용비리와 협력기업을 통한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외 신뢰도가 대폭 추락했다. 2017년 7월 초만 해도 6만원대였던 주가는 검찰의 수사 이후 3만5000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당시 감사원 출신의 고위공직자가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으로 내정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항공업계 곳곳서 들려왔다. “항공 전문가도, 전문 경영인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KAI를 이끌 수 있겠느냐”는 말부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혔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김 내정자는 취임사를 통해 “2030년 매출 20조원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혁신과 성장, 상생 등 3대 과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항공우주기업으로 성장을 이루고 지역사회, 협력업체의 발전도 KAI의 주요 가치로 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새로운 경영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경영혁신TF’를 구성해 인사, 재무, 회계, 구매, 영업 등 업무 전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을 수립해나갔다. 또 미래 전략사업과 연구·개발 업무의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 전반의 혁신도 추진했으며, 특히 선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래 핵심역량을 높여나갔다.

방산비리 혐의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은 지 5개월여 만에 방만한 조직의 슬림화를 위해 본부를 절반가량으로 줄이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결과는 1년 뒤 나타났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해 1분기 매출액 6412억원, 영업이익 410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9%, 영업이익은 276% 증가하는 등 흑자로 돌아섰다.

집권 후반기 
조직 안정화

조직을 안정화시킨 김 사장은 미래 먹거리 사업이자 핵심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적극 나섰다. 항공MRO사업 확정과 한국형전투기(KF-X)사업, 우주센터 착공 등 밀린 숙제들을 하나둘 해결해나가고 있으며, KAI가 생산하는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과 수리온, 파생헬기 등의 해외 수출을 위해 동남아와 남미 등 세계 각국을 누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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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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