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대명그룹 내부거래 딜레마

줄이려니 본전 생각, 늘리려니 벌금 걱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명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리조트 기업이다. 국내 최대 리조트 기업답게 사업 영역 확장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일까. 대명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도 계속되고 있다. 액수와 규모는 상당한 편이다. 일부 계열사는 매출의 절반을 내부거래로 올리고 있다. 
 

대명그룹 창업주는 고 서홍송 회장이다. 서 회장은 1979년 경북 포항서 대명주택이라는 작은 주택건설 회사를 세웠다. 서 회장은 1986년 동원토건을 인수, 사세를 확장하며 본사를 서울로 옮겼다. 서 회장은 1987년 레저산업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는 레저나 리조트 같은 용어조차 생소했던 때였다.

레저·리조트
굴지의 기업

서 회장은 대명레저산업을 설립해 1990년 대명 설악콘도를 시작으로 양평 리조트, 비발디파크, 단양리조트 등을 차례로 개관했다. 서 회장의 성장가도는 1997년 외환위기서 멈췄다. 1998년 대명건설과 대명레저산업은 차례로 부도를 냈다. 재기를 위해 전력을 다했던 서 회장은 지난 2001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서 회장은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타계했다. 부인 박춘희 대명그룹 회장이 서 회장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쥐게 됐다. 대명그룹은 2005년 10월 물적분할에 나섰다. 대명그룹은 ‘휴양콘도미니엄 사업’에 대명레저산업을, ‘회원제골프장사업’에 대명비발디파크씨씨를 설립했다.

대명레저산업은 지난해 대명호텔앤리조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대명비발디파크씨씨는 2009년 7월 대명홀딩스에 재흡수 합병됐다.


대명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박 회장이다. 박 회장과 특수관계자의 지분은 78.09%다. 박 회장은 당시 미성년자였던 두 딸을 대리해 상속권 포기절차를 밟았다. 박 회장은 그룹 주식을 장남과 나눠가졌다. 박 회장의 결정은 훗날 ‘막내딸의 난’으로 이어진다.

서 회장과 박 회장 슬하 1남2녀는 장남 서준혁 대명그룹 부회장과 장녀 서경선 대명티피앤이 사장, 그리고 그룹 계열사 임직원을 맡고 있는 차녀 서지영씨다.

창업주 서 회장 국내 리조트사업 개척
타계 이후…대명 일가 내 잡음 일기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대명그룹 계통도’에 따르면 대명홀딩스는 모두 30개의 계열사를 꾸리고 있다. 대명홀딩스는 ▲대명호텔앤리조트(100%) ▲대명코퍼레이션(34%) ▲Daemyung America Inc.(100%) ▲대명본웨딩(10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차례로 대명호텔앤리조트는 ▲대명티피앤이(100%) ▲대명건설(100%) ▲디엠에스(100%) ▲대명파트너스(100%) ▲벽송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100%) ▲벽송팜스(90%) ▲벽송삼림업(100%) ▲Daemyung Cambodia(100%) ▲오션윈글로벌코리아(100%) ▲U-솔비넷(100%)의 최대주주다. 이 가운데 대명건설은 ▲Daemyung Construction Vietnam Company Ltd.(100%)와 ▲세종벨리온(80%)의 지분을 갖고 있다.
 

▲ ▲박춘희 대명그룹 회장과 서준혁 부회장

대명코퍼레이션은 ▲Daemyung Singapore Co., PTE. Ltd(100%)의 최대주주다. 대명코퍼레이션과 대명호텔앤리조트는 ▲대명호텔앤리조트천안 ▲대명호텔앤리조트제주의 지분을 각각 50%씩 갖고 있다.

Daemyung America Inc.은 ▲Daemyung Tutti LCC(50%) 지분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외 그룹 계열사로 ▲대명스테이션 ▲대명투어몰 ▲오스트로브릿지 ▲대명에어서비스 ▲민기 ▲대명디스커버코리아 ▲The Garden Hue. LCC ▲서앤파트너스 등이 있다. 서앤파트너스는 ▲제주동물테마파크(10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장남 2세 경영
30개 계열사

대명코퍼레이션은 대명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다. 대명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는 대명홀딩스(34.30%)다. 이어 서 사장(3.50%)과 서 부회장(2.67%), 서씨(1.64%), 대명스테이션(1.17%), 박 회장(0.59%), 박흥석 대명그룹 부회장(0.58%)이 뒤를 잇는다.

대명코퍼레이션의 매출은 최근 3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대명코퍼레이션의 연결기준 2016∼2018년 매출액은 2094억원, 2353억원, 2809억원이다. 영업이익도 3년간 29억원, 78억원, 91억원으로 증가세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대명코퍼레이션은 2016년 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176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지난해 다시 7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대명코퍼레이션은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을 영위하고 있다. 소모성자재란 사무용품이나 공구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재를 일컫는다. MRO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대명코퍼레이션은 5년 연속 ‘1000억원대’ 내부거래 매출액을 기록했다. 대명코퍼레이션의 전체 매출액서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52.84%(946억원/1790억원), 2015년 58.76%(1160억원/1974억원), 2016년 62.12%(1301억원/2094억원), 2017년 61.45%(1447억원/2355억원)로 꾸준히 늘다가 2018년 49.93%(1402억원/2809억원)로 감소했다.

대명코퍼레이션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대명건설 ▲대명호텔앤리조트가 80∼90% 이상을 차지한다. 대명코퍼레이션에 대한 대명건설 등의 내부거래 매출 합계는 2014년 85.76%(811억원/946억원), 2015년 81.30%(943억원/1160억원)다. 2016년부터는 96.02%(1249억원/1301억원)로 훌쩍 뛰더니 2017년 96.83%(1401억원/1447억원), 2018년 95.87%(1345억원/1402억원) 수준을 유지 중이다.

비중·매출
모두 높아

대명건설은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매출 평균이 1300억원을 상회하는 곳이다. 대명건설의 전체 매출액(공사수입)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41.78%(771억원/1847억원), 2015년 60.10%(1784억원/2969억원), 2016년 51.23%(1726억원/3370억원), 2017년 28.62%(930억원/3251억원), 2018년 42.77%(1378억원/3222억원)다.

대명건설의 내부 매출 대부분 역시 대명호텔앤리조트서 비롯됐다. 대명호텔앤리조트가 대명건설의 내부거래 매출액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4.41%(420억원/771억원)를 시작으로 2015년 99.88%(1784억원/1782억원), 2016년 100%(1726억원), 2017년 99.96%(930억5400만원/930억8500만원), 2018년 99.23%(1367억원/1378억원)다.
 

▲ 대명 비발디

대명건설의 최근 3년간 매출액은 2016년 3370억원, 2017년 3251억원, 2018년 3222억원이다. 영업이익은 99억원서 78억원으로 하락했고, 지난해 5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당기순이익은 47억원서 72억원으로 상승했지만 지난해 2억원의 적자를 봤다.

지주회사 대명홀딩스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매년 늘고 있다. 대명홀딩스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21.27%(19억원/92억원), 2015년 62.76%(114억원/181억원), 2016년 47.73%(98억원/207억원), 2017년 26.51%(160억원/604억원), 2018년 65.08%(186억원/287억원)다. 2018년 내부거래 비중이 크게 상승한 것은 매출액 감소의 영향이었다.

내부거래 매출 1000억원대 계열사
지난해 당기순손실…실적 개선은?


대명호텔앤리조트는 대명홀딩스의 내부거래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대명호텔앤리조트의 비율은 2014년 72.96%(19억원/14억원), 2015년 55.90%(63억원/114억원), 2016년 51.22%(50억원/98억원), 2017년 54.32%(87억원/160억원), 2018년 54.63%(102억원/186억원)이었다.

대명홀딩스의 최근 3년간 매출액은 2016년 207억원, 2017년 604억원, 2018년 287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016년 48억원의 손실서 355억원의 이익을 봤지만, 지난해 40억원의 손실을 봤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016년 46억원의 당기순손실서 2017년 3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58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대명호텔앤리조트의 내부거래는 대명코퍼레이션과 대명건설, 대명홀딩스뿐 아니라 대명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디엠에스와도 활발한 편이다. 디엠에스는 대명호텔앤리조트의 100% 자회사로 청소용역 업체다.

순이익↓
일감거래↑

대명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디엠에스와 590억원가량의 내부거래를 맺었다. 대명호텔앤리조트의 특수관계자 매입 총액은 3033억원이었다. 전체의 19.46%였다. 명목은 객실 정비 용역비였다. 대명건설(1293억원)과 대명코퍼레이션(777억원)의 뒤를 잇는 값이다. 디엠에스에 대한 대명호텔앤리조트의 최근 5년간 매입 총액은 2014년 412억원, 2015년 432억원, 2016년 512억원, 2017년 56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명그룹 막내딸의 난?


지난 2010년 대명그룹의 막내딸 서지영씨는 서울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피고는 어머니 박 회장과 오빠 서 부회장.

당시 대명그룹 기획팀서 근무하던 서씨는 과거 상속받지 못한 주식의 반환을 요구했다. 서 회장이 별세할 당시 서씨는 미성년자였고, 서씨의 법정대리인이었던 박 회장이 서씨의 상속권 포기를 대리해 아들과 함께 지분을 나눠가진 바 있다.

서씨는 이를 민법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상반행위인 상속권 포기 대리 때는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하는데, 박 회장이 자신을 대리했다는 것이다.

결국 상속재산 분할 합의는 무효이고, 자신의 정당한 상속지분(대명홀딩스 주식 11만1000여주)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서 회장이 특별한 유언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대로라면 서 회장의 재산은 박 회장과 세 자녀가 각각 9분의 3, 9분의 2씩 분할해야 했다.

그러나 서씨가 5일 만에 직접 소를 취하하면서 ‘막내딸의 난’은 막을 내렸다.

재계 안팎에선 서씨의 소송 취하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갔다. 일각에선 모종의 합의가 있다고 봤다. 소송 취하 이후 서씨가 개인회사를 설립할 때마다 대명그룹을 통해 많은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SBS CNBC>에 따르면 서씨는 소송 취하 후 5개월 뒤 대명리조트 본사 주소로 인테리어 업체 ‘비전’을 설립했다. 또 5개월 후엔 인테리어 업체 ‘컴퍼스’를 설립, 대명레저산업이 발주한 37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2012년에 설립한 홍보 인테리어 업체 ‘서안’은 대명홀딩스를 통해 23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가족 기업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비판이 커지자 당시 대명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합법적 거래라고 해명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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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