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산촌체험마을 ③철원 쉬리마을

더위 탈출 꽃강에서 ‘쉬리’

▲ 이름에 꽃 화(花) 자를 쓰는 화강의 아름다운 풍경

철원군 김화읍 쉬리마을은 물놀이하기 좋은 가족 여행지다. 강원도 계곡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떠올렸다면 선입관은 금세 깨진다. 쉬리마을은 강변 물놀이 여행지에 가깝다. 화강 옆 철원화강쉬리캠핑장과 수영장 3개, 워터슬라이드와 물썰매장, 산책로 등이 있어 계곡보다 구성이 훨씬 다채롭다. 그리고 마을에서 운영해 한층 정겹고 살갑다. 쉬리마을이라는 이름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데 한몫한다. 
 

▲ 쉬리마을을 상징하는 공공 미술

쉬리마을은 지난 2007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 공모에 당선돼 조성됐다. 화강(옛 남대천) 주변에 있는 학사리와 청양리 일원을 아울렀다. ‘쉬리’라는 이름도 그때 지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토종 민물고기 쉬리와 남북 분단을 소재로 1999년 개봉한 영화 〈쉬리〉를 내포한다. 이름에 화강의 맑은 자연,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주민의 마음이 담겼다.
 

▲ 지난 2006년 이래 화강과 쉬리마을에서 열리는 철원화강다슬기축제 <사진제공: 철원군청>

다슬기 유명

쉬리마을은 쉬리 못지않게 다슬기가 유명하다. 지난 2006년 이래 화강과 쉬리마을에서 철원화강다슬기축제가 열리고 있다. 소박한 마을 축제로 시작했는데, 2016년부터 철원군이 주최할 만큼 많은 이들이 찾는다. 올해는 8월1~4일에 방문객을 맞는다. 철원화강쉬리캠핑장(이하 쉬리캠핑장)과 화강워터플라이(Water Fly), 다슬기체험장 등에서 다양한 여름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군 장비 전시, 군 문화 체험 마당도 축제의 흥을 돋운다.
 

▲ 김화교에 있는 조형물 ‘어부의 노래’

화강과 김화교는 그 모두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화강(花江)은 ‘꽃강’이라는 뜻이다. 예부터 강변 경치가 꽃처럼 아름다워 그리 부른다. 
김화교는 화강 조망의 명소나 다름없다. 발아래 흐르는 화강과 주변 자연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김화교는 쉬리캠핑장과 김화 읍내를 잇는데, 다리 위에 쉬리와 다슬기 모양 터널이 자리한다. 쉬리 모양 터널이 ‘Forever Fish Project’, 다슬기 모양 터널이 ‘Forever Festival’이다. 다슬기 모양 터널 끝에는 어부가 그물을 던지는 장면을 연출한 조형물 ‘어부의 노래’가 눈길을 끈다. 오후 8시부터 다리에 경관 조명이 켜져 밤 산책 코스로도 좋다.
 

▲ 김화교와 다슬기 모양 터널 아래 놓인 징검다리가 정겹다.

다리 아래로는 징검다리가 놓여져 있다. 징검돌을 건너면서 유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징검다리에서 김화교의 쉬리와 다슬기 모양 터널이 또렷이 보이기에 대표적인 포토존이기도 하다. 다리 바로 밑에 평상이 있어 더위를 피해 쉬기에도 좋다. 낮 시간에 유료로 대여한다(다슬기축제 기간 제외).
 

▲ 김화교와 수변수영장을 잇는 워터슬라이드 <사진제공:철원군청>

김화교는 워터슬라이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김화교 위에서 워터슬라이드를 타면 수변수영장으로 미끄러진다. 다리에 속하는 입구 위치가 특색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쉬리캠핑장 내 수영장은 수변수영장 외에 한반도수영장과 대형수영장이 있다. 한반도수영장은 한반도 모양으로 쉬리캠핑장에서 가깝다. 그늘막이 넉넉해 유아 동반 가족이 애용한다. 바로 옆 물썰매장에서 워터슬라이드와 다른 물 미끄럼을 체험할 수 있다.
 

▲ 화강 옆에 자리한 대형수영장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 <사진제공:철원군청>

대형수영장은 수변수영장과 마찬가지로 화강 바로 옆이다. 수상레저체험장이 가까워 두루미 보트, 카누 등을 즐길 수 있다. 쉬리캠핑장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수영장은 모두 유료다. 한반도수영장은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운영하는데, 방학 시즌에는 평일과 주말, 나머지 기간에는 주말만 개방한다. 수변수영장과 대형수영장은 방학 시즌 평일과 주말에 개방한다. 전화로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 쉬리캠핑장에서 저격능선전투전적비 쪽으로 산책할 수 있다.

쉬리캠핑장은 2014년 조성한 쉬리생태공원이 전신으로 부지가 비교적 넓다. 사이트 바닥은 모래, 잔디, 데크 등으로 조금씩 다르다. 분수대와 모래 놀이터, 야외 쉼터 등을 갖췄다. 대형수영장 쪽 화강 변은 수변캠핑장이 있어 오토캠핑이 가능하다. 

2007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조성
다양한 여름 프로그램·철원 지역 축제

가벼운 산책을 원할 때는 화강을 낀 남쪽 장수길이나 저격능선전투전적비 쪽이 무난하다. 장수길은 그늘진 강변 절벽 옆 데크가 매력이고, 저격능선전투전적비 쪽은 한국전쟁 2대 격전지로 불리는 저격능선전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쉬리캠핑장에서 5~6km 거리에는 DMZ생태평화공원과 ‘사라진마을 김화이야기관’이 있다. 옛 김화군의 자취를 더듬어보는 장소다.
 

▲ 두루웰숲속문화촌에는 짚라인, 외나무다리 등으로 구성된 에코어드벤처가 아이들의 모험심을 길러준다.

캠핑 대신 실내 숙박을 원한다면 신철원 쪽 두루웰숲속문화촌을 추천한다. 숲속산책로와 목재문화체험장 등을 갖췄다. 짚라인, 외나무다리 등으로 구성된 에코어드벤처도 아이들의 모험심을 길러준다. 무엇보다 올해 6월28일 에코하우스가 개장해 깔끔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 소이산전망대에서 백마고지, 철원역, 농산물검사소, 노동당사 등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안보 여행지는 구철원에 밀집한다. 소이산전망대는 여름 산행이 고되기는 해도 철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소이산생태숲녹색길 가운데 봉수대오름길로 정상까지 오른다. 정상 전망대에서 백마고지, 철원역, 농산물검사소, 노동당사 등이 그림처럼 펼쳐져 철원평야를 실감케 한다. DMZ 남방 한계선 아래, 철원에서 원산으로 향하는 철길을 머릿속에 그리면 새삼 뭉클하다.
 

▲ 철원 노동당사와 김현선 작가의 조형물 ‘두근두근’

철원 노동당사(등록문화재 22호) 또한 늘 감회가 새롭다. 철원이 삼팔선 이북에 위치하던 1946년 북한이 지은 건물이다. 입구 계단에 남은 미군 탱크의 캐터필러 자국, 앙상한 외벽의 총탄 흔적 등이 전쟁의 상실감을 지금껏 간직하고 있다. 노동당사 앞마당에 있는 김현선 작가의 조형물 ‘두근두근’이 1945년 8월15일 이후 어느덧 64만7000여시간이 훌쩍 지났다고 증언한다. 11월까지 매주 토요일에는 DMZ마켓도 열린다.
지난 6월1일에는 DMZ평화의길 철원 구간이 개방했다. 철책선 통문이 민간인에게 열린 건 처음이다. 사전 신청하면 무작위로 추첨해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각 20명이 3시간가량 탐방할 수 있다. 풍경도 아름답지만, 그 길을 걷는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다.
 

▲ 한탄강과 기암괴석이 진경산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고석정
▲ 직탕폭포와 군탄교 사이를 오가는 한탄강 래프팅 <사진제공:철원군청>

구철원에서 신철원으로 가는 길에 고석정을 지난다. 고석정은 한탄강과 기암괴석이 진경산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임꺽정의 전설, 한국전쟁 당시 철의 삼각지, 고생대 지층의 단절 등 그 자체가 철원이 간직한 연대기다. 한탄강은 래프팅 명소다. 직탕폭포와 군탄교 사이를 오가며 여름 레저 스포츠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 철원 땅에 숨은 사연을 품은 노동당사 콘크리트 벽에서 새 생명이 자란다.

숨은 사연

철원은 원래 삼팔선 이북에 위치했다. 한국전쟁 후 대부분 폐허가 되거나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에 포함됐다. 이를 구철원이라 부른다. 신철원은 근래에 생긴 도심 같지만, 한국전쟁 직후 철원군청이 갈말읍 신철원리에 새로 들어서며 붙은 이름이다. 
김화읍 역시 삼팔선 북쪽에 속했으나 한국전쟁을 거치며 김화읍을 포함한 일부는 남한, 나머지는 북한 땅이 됐다. 철원은 그 땅에 숨은 사연을 알고 돌아보면 여행이 한층 깊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물놀이 코스: 철원화강쉬리캠핑장→두루웰숲속문화촌→한탄강 래프팅
DMZ 코스: 철원화강쉬리캠핑장→고석정→소이산→철원 노동당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철원화강쉬리캠핑장→두루웰숲속문화촌→고석정
둘째 날: 한탄강 래프팅→소이산→철원 노동당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철원화강쉬리캠핑장(영농조합법인 쉬리마을추진위원회) www.swiripark.com
- 철원군 관광 http://tour.cwg.go.kr
- 두루웰숲속문화촌 www.cwg.go.kr/site/duroowell
- DMZ평화의길 www.dmzwalk.com  

문의 전화
- 철원화강쉬리캠핑장(영농조합법인 쉬리마을추진위원회) 033)458-7200
- 철원군청 관광문화체육과 033)450-5365
- 두루웰숲속문화촌 033)450-5198
- 고석정(철원군시설물관리사업소) 033)450-5559
- 철원 노동당사(철원군시설물관리사업소) 033)450-5559
- DMZ평화의길 고객센터(방문 신청 접수) 1644-130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철원(와수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4회(06:00~20:50) 운행, 약 1시간50분~2시간20분 소요. 와수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 이용, 약 5000원. 서울-학사리, 동서울종합터미널 정류장에서 경기고속 3002번 버스 50분 간격(06:00~20:3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철원화강쉬리캠핑장까지 도보 5분. 서울-학사리, 지하철 4호선 수유역 4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경기고속 3005번 버스 50분 간격(06:20~20:4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철원화강쉬리캠핑장까지 도보 5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txbus.t-money.co.kr 경기고속 02)455-2114 

자가운전
세종포천고속도로(구리-포천) 신북 IC→호국로 35km→문혜지하차도 진입→호국로 10km→만경교차로 화강 방면 우회전→철원화강쉬리캠핑장

숙박 정보
- 한탄리버스파호텔: 동송읍 태봉로, 033)455-1234, www.hantanhotel.co.kr
- 대명관광호텔: 서면 와수로181번길, 033)458-8167
- 썬레저텔: 동송읍 태봉로, 033)456-2120


식당 정보
- 평남면옥(꿩냉면): 서면 와수로, 033)458-2044
- 생수송어횟집(송어회): 근남면 하오재로, 033)458-1205
- 운정가든(한우생갈비): 동송읍 이평로, 033)455-8533, http://cityfood.co.kr/ file2/h_0115/57347/index.html

축제·행사 정보
제13회 철원화강다슬기축제: 2019년 8월1~4일, 김화읍 화강(김화생활체육공원) 일원, 033)452-3600(철원군축제위원회)

주변 볼거리
DMZ생태평화공원, 사라진마을 김화이야기관, 순담계곡, 직탕폭포, 삼부연폭포, 철원 승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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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