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산촌체험마을 ③철원 쉬리마을

더위 탈출 꽃강에서 ‘쉬리’

▲ 이름에 꽃 화(花) 자를 쓰는 화강의 아름다운 풍경

철원군 김화읍 쉬리마을은 물놀이하기 좋은 가족 여행지다. 강원도 계곡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떠올렸다면 선입관은 금세 깨진다. 쉬리마을은 강변 물놀이 여행지에 가깝다. 화강 옆 철원화강쉬리캠핑장과 수영장 3개, 워터슬라이드와 물썰매장, 산책로 등이 있어 계곡보다 구성이 훨씬 다채롭다. 그리고 마을에서 운영해 한층 정겹고 살갑다. 쉬리마을이라는 이름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데 한몫한다. 
 

▲ 쉬리마을을 상징하는 공공 미술

쉬리마을은 지난 2007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 공모에 당선돼 조성됐다. 화강(옛 남대천) 주변에 있는 학사리와 청양리 일원을 아울렀다. ‘쉬리’라는 이름도 그때 지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토종 민물고기 쉬리와 남북 분단을 소재로 1999년 개봉한 영화 〈쉬리〉를 내포한다. 이름에 화강의 맑은 자연,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주민의 마음이 담겼다.
 

▲ 지난 2006년 이래 화강과 쉬리마을에서 열리는 철원화강다슬기축제 <사진제공: 철원군청>

다슬기 유명

쉬리마을은 쉬리 못지않게 다슬기가 유명하다. 지난 2006년 이래 화강과 쉬리마을에서 철원화강다슬기축제가 열리고 있다. 소박한 마을 축제로 시작했는데, 2016년부터 철원군이 주최할 만큼 많은 이들이 찾는다. 올해는 8월1~4일에 방문객을 맞는다. 철원화강쉬리캠핑장(이하 쉬리캠핑장)과 화강워터플라이(Water Fly), 다슬기체험장 등에서 다양한 여름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군 장비 전시, 군 문화 체험 마당도 축제의 흥을 돋운다.
 

▲ 김화교에 있는 조형물 ‘어부의 노래’

화강과 김화교는 그 모두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화강(花江)은 ‘꽃강’이라는 뜻이다. 예부터 강변 경치가 꽃처럼 아름다워 그리 부른다. 
김화교는 화강 조망의 명소나 다름없다. 발아래 흐르는 화강과 주변 자연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김화교는 쉬리캠핑장과 김화 읍내를 잇는데, 다리 위에 쉬리와 다슬기 모양 터널이 자리한다. 쉬리 모양 터널이 ‘Forever Fish Project’, 다슬기 모양 터널이 ‘Forever Festival’이다. 다슬기 모양 터널 끝에는 어부가 그물을 던지는 장면을 연출한 조형물 ‘어부의 노래’가 눈길을 끈다. 오후 8시부터 다리에 경관 조명이 켜져 밤 산책 코스로도 좋다.
 

▲ 김화교와 다슬기 모양 터널 아래 놓인 징검다리가 정겹다.

다리 아래로는 징검다리가 놓여져 있다. 징검돌을 건너면서 유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징검다리에서 김화교의 쉬리와 다슬기 모양 터널이 또렷이 보이기에 대표적인 포토존이기도 하다. 다리 바로 밑에 평상이 있어 더위를 피해 쉬기에도 좋다. 낮 시간에 유료로 대여한다(다슬기축제 기간 제외).
 

▲ 김화교와 수변수영장을 잇는 워터슬라이드 <사진제공:철원군청>

김화교는 워터슬라이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김화교 위에서 워터슬라이드를 타면 수변수영장으로 미끄러진다. 다리에 속하는 입구 위치가 특색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쉬리캠핑장 내 수영장은 수변수영장 외에 한반도수영장과 대형수영장이 있다. 한반도수영장은 한반도 모양으로 쉬리캠핑장에서 가깝다. 그늘막이 넉넉해 유아 동반 가족이 애용한다. 바로 옆 물썰매장에서 워터슬라이드와 다른 물 미끄럼을 체험할 수 있다.
 

▲ 화강 옆에 자리한 대형수영장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 <사진제공:철원군청>

대형수영장은 수변수영장과 마찬가지로 화강 바로 옆이다. 수상레저체험장이 가까워 두루미 보트, 카누 등을 즐길 수 있다. 쉬리캠핑장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수영장은 모두 유료다. 한반도수영장은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운영하는데, 방학 시즌에는 평일과 주말, 나머지 기간에는 주말만 개방한다. 수변수영장과 대형수영장은 방학 시즌 평일과 주말에 개방한다. 전화로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 쉬리캠핑장에서 저격능선전투전적비 쪽으로 산책할 수 있다.

쉬리캠핑장은 2014년 조성한 쉬리생태공원이 전신으로 부지가 비교적 넓다. 사이트 바닥은 모래, 잔디, 데크 등으로 조금씩 다르다. 분수대와 모래 놀이터, 야외 쉼터 등을 갖췄다. 대형수영장 쪽 화강 변은 수변캠핑장이 있어 오토캠핑이 가능하다. 

2007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조성
다양한 여름 프로그램·철원 지역 축제

가벼운 산책을 원할 때는 화강을 낀 남쪽 장수길이나 저격능선전투전적비 쪽이 무난하다. 장수길은 그늘진 강변 절벽 옆 데크가 매력이고, 저격능선전투전적비 쪽은 한국전쟁 2대 격전지로 불리는 저격능선전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쉬리캠핑장에서 5~6km 거리에는 DMZ생태평화공원과 ‘사라진마을 김화이야기관’이 있다. 옛 김화군의 자취를 더듬어보는 장소다.
 

▲ 두루웰숲속문화촌에는 짚라인, 외나무다리 등으로 구성된 에코어드벤처가 아이들의 모험심을 길러준다.

캠핑 대신 실내 숙박을 원한다면 신철원 쪽 두루웰숲속문화촌을 추천한다. 숲속산책로와 목재문화체험장 등을 갖췄다. 짚라인, 외나무다리 등으로 구성된 에코어드벤처도 아이들의 모험심을 길러준다. 무엇보다 올해 6월28일 에코하우스가 개장해 깔끔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 소이산전망대에서 백마고지, 철원역, 농산물검사소, 노동당사 등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안보 여행지는 구철원에 밀집한다. 소이산전망대는 여름 산행이 고되기는 해도 철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소이산생태숲녹색길 가운데 봉수대오름길로 정상까지 오른다. 정상 전망대에서 백마고지, 철원역, 농산물검사소, 노동당사 등이 그림처럼 펼쳐져 철원평야를 실감케 한다. DMZ 남방 한계선 아래, 철원에서 원산으로 향하는 철길을 머릿속에 그리면 새삼 뭉클하다.
 

▲ 철원 노동당사와 김현선 작가의 조형물 ‘두근두근’

철원 노동당사(등록문화재 22호) 또한 늘 감회가 새롭다. 철원이 삼팔선 이북에 위치하던 1946년 북한이 지은 건물이다. 입구 계단에 남은 미군 탱크의 캐터필러 자국, 앙상한 외벽의 총탄 흔적 등이 전쟁의 상실감을 지금껏 간직하고 있다. 노동당사 앞마당에 있는 김현선 작가의 조형물 ‘두근두근’이 1945년 8월15일 이후 어느덧 64만7000여시간이 훌쩍 지났다고 증언한다. 11월까지 매주 토요일에는 DMZ마켓도 열린다.
지난 6월1일에는 DMZ평화의길 철원 구간이 개방했다. 철책선 통문이 민간인에게 열린 건 처음이다. 사전 신청하면 무작위로 추첨해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각 20명이 3시간가량 탐방할 수 있다. 풍경도 아름답지만, 그 길을 걷는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다.
 

▲ 한탄강과 기암괴석이 진경산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고석정
▲ 직탕폭포와 군탄교 사이를 오가는 한탄강 래프팅 <사진제공:철원군청>

구철원에서 신철원으로 가는 길에 고석정을 지난다. 고석정은 한탄강과 기암괴석이 진경산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임꺽정의 전설, 한국전쟁 당시 철의 삼각지, 고생대 지층의 단절 등 그 자체가 철원이 간직한 연대기다. 한탄강은 래프팅 명소다. 직탕폭포와 군탄교 사이를 오가며 여름 레저 스포츠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 철원 땅에 숨은 사연을 품은 노동당사 콘크리트 벽에서 새 생명이 자란다.

숨은 사연

철원은 원래 삼팔선 이북에 위치했다. 한국전쟁 후 대부분 폐허가 되거나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에 포함됐다. 이를 구철원이라 부른다. 신철원은 근래에 생긴 도심 같지만, 한국전쟁 직후 철원군청이 갈말읍 신철원리에 새로 들어서며 붙은 이름이다. 
김화읍 역시 삼팔선 북쪽에 속했으나 한국전쟁을 거치며 김화읍을 포함한 일부는 남한, 나머지는 북한 땅이 됐다. 철원은 그 땅에 숨은 사연을 알고 돌아보면 여행이 한층 깊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물놀이 코스: 철원화강쉬리캠핑장→두루웰숲속문화촌→한탄강 래프팅
DMZ 코스: 철원화강쉬리캠핑장→고석정→소이산→철원 노동당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철원화강쉬리캠핑장→두루웰숲속문화촌→고석정
둘째 날: 한탄강 래프팅→소이산→철원 노동당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철원화강쉬리캠핑장(영농조합법인 쉬리마을추진위원회) www.swiripark.com
- 철원군 관광 http://tour.cwg.go.kr
- 두루웰숲속문화촌 www.cwg.go.kr/site/duroowell
- DMZ평화의길 www.dmzwalk.com  

문의 전화
- 철원화강쉬리캠핑장(영농조합법인 쉬리마을추진위원회) 033)458-7200
- 철원군청 관광문화체육과 033)450-5365
- 두루웰숲속문화촌 033)450-5198
- 고석정(철원군시설물관리사업소) 033)450-5559
- 철원 노동당사(철원군시설물관리사업소) 033)450-5559
- DMZ평화의길 고객센터(방문 신청 접수) 1644-130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철원(와수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4회(06:00~20:50) 운행, 약 1시간50분~2시간20분 소요. 와수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 이용, 약 5000원. 서울-학사리, 동서울종합터미널 정류장에서 경기고속 3002번 버스 50분 간격(06:00~20:3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철원화강쉬리캠핑장까지 도보 5분. 서울-학사리, 지하철 4호선 수유역 4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경기고속 3005번 버스 50분 간격(06:20~20:4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철원화강쉬리캠핑장까지 도보 5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txbus.t-money.co.kr 경기고속 02)455-2114 

자가운전
세종포천고속도로(구리-포천) 신북 IC→호국로 35km→문혜지하차도 진입→호국로 10km→만경교차로 화강 방면 우회전→철원화강쉬리캠핑장

숙박 정보
- 한탄리버스파호텔: 동송읍 태봉로, 033)455-1234, www.hantanhotel.co.kr
- 대명관광호텔: 서면 와수로181번길, 033)458-8167
- 썬레저텔: 동송읍 태봉로, 033)456-2120


식당 정보
- 평남면옥(꿩냉면): 서면 와수로, 033)458-2044
- 생수송어횟집(송어회): 근남면 하오재로, 033)458-1205
- 운정가든(한우생갈비): 동송읍 이평로, 033)455-8533, http://cityfood.co.kr/ file2/h_0115/57347/index.html

축제·행사 정보
제13회 철원화강다슬기축제: 2019년 8월1~4일, 김화읍 화강(김화생활체육공원) 일원, 033)452-3600(철원군축제위원회)

주변 볼거리
DMZ생태평화공원, 사라진마을 김화이야기관, 순담계곡, 직탕폭포, 삼부연폭포, 철원 승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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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