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승유-윤석금 기막힌 인연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26 18:10:13
  • 호수 12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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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4대 천왕’ 통하는 수상한 돈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웅진그룹이 결국 코웨이를 토해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인수한 게 탈이 난 것이다. 웅진의 자금상황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인수자금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인수전 내막에 샐러리맨 신화와 금융계 4대 천황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그룹 회장이었던 김승유 한투증권 고문이 그동안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자식 같은 기업을 되찾게 돼 감회가 새롭다. ‘실패한 사람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드리겠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코웨이 인수 기자간담회서 이렇게 말했다. 2012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후 매각한지 5년7개월 만이었다. 

자식 같은 코웨이  
3개월 만에 재매각 

하지만 인수 3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되판다고 밝혔다. 재무리스크 때문이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되사는 데 1조9835억원을 썼다. 인수자금 중 80%인 1조6000억원가량은 빚이다. 한국투자증권이 1조1000억원을 인수금융(인수합병용 대출)을 지원했고, 5000억원 규모의 웅진씽크빅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웅진그룹이 투자한 3735억원마저도 2000억원 이상이 차입금이다. 웅진그룹이 직접 부담한 자금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결국 차입금이 발목을 잡았다. 보유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막대한 금융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다. 코웨이의 주가 하락에 따른 채권단의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웅진그룹은 ‘선제적 재무부담 해소’ 차원서 코웨이를 재매각한다고 설명했지만, 인수 실패나 다름없다. 


이번 M&A 실패로 인수 금융을 주선한 한투증권도 대주단(투자자)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투증권은 웅진그룹의 차입금 규모가 상당해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을 알았지만, 무리하게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한투증권은 코웨이 재매각 주관사로 재선정됐다. 

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IB업계서  웅진의 코웨이 인수는 회의적이었다. 한투증권이 아니었으면 웅진이 코웨이 인수 주관사를 선정하는 데 애를 먹었을 것”이라며 “웅진에게 받을 금용비용이 쏠쏠하다고 해도 한투증권이 웅진의 재무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코웨이 인수 주관사로 나선 게 의아했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M&A 자금 수조원 마련 어떻게? 
인수전 내막에 아른거리는 그의 그림자

‘예고된 저주’였음에도 한투증권이 코웨이 인수를 주관한 배경은 무엇일까. 금융권에선 금융계 4대 천황 김승유 한투증권 고문(전 하나금융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특별한 인연’이 이번 인수전에 작용한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코웨이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앞서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이던 시절에도 웅진그룹이 인수합병 때마다 수천억원의 자금을 주선한 이력이 있어 이런 의심에 무게가 더욱 실린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두 사람은 3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나이대도 비슷하며, 같은 충청도 출신이다. 김 전 회장은 1943년생으로 청주 출신이며, 윤 회장은 1945년생으로 공주서 태어났다. 
 

▲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둘의 첫 만남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회장이 한국투자금융(하나은행 전신) 전무이사였을 때 직원들 영업 마인드를 고취하기 위해 윤 회장을 초청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윤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 불리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기업인이었다. 


1990년대 후반 IMF를 거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더욱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의 대외 활동 및 행적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은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으며, 2002년에는 나란히 제1회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AMP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투증권 고문
지금도 절친? 

김 전 회장은 윤 회장의 자서전에 추천사도 썼다. 윤 회장이 2009년 8월 자서전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를 출간했다. 이 자서전에 김 전 회장은 “오늘날 웅진이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윤 회장의 철학과 실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이 책은 윤 회장의 경험을 담은 경영서지만, 긍정적인 생각이 갖는 위대한 힘을 기록한 철학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썼다. 

2009년 9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은 세계경영연구원이 개설한 ‘리더십스쿨’서 중소기업 멘토링 봉사도 함께했다. 더불어 2010년도 <매경이코노미>가 주최한 ‘제2회 CEO 소장품 전시회’서도 두 사람은 각각의 소장품을 내놓기도 했다. 윤 회장은 대지 미술의 대가로 불린 크리스토의 미술품을 출품했으며, 김 전 회장은 60년대 신사실주의 예술인 아르망 페르난데스의 작품을 내놨다. 

윤 회장은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극동건설 인수자금을 하나금융으로부터 사실상 인수자금 전액을 주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극동건설 인수에 하나IB증권이 주관사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웅진의 200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하나IB증권(현 하나금융투자)은 극동건설 인수자금 6600억원 중 5000억원의 인수자금을 주관했다. 또 하나은행은 웅진그룹이 극동건설 인수를 위해 설립한 SPC법인 경정(웅진의 100% 자회사)에도 1900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대출금을 관리하는 대리은행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윤 회장은 하나금융 등을 통해 100%가 상회하는 극동건설 인수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극동건설 인수 당시에도 뒷말이 끊이질 않았다. 극동건설은 론스타가 운영하면서 ‘먹튀’의 정수를 보여줬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껍데기만 남은 회사였다. 극동건설의 시장가치는 2000억원 정도였지만, 윤 회장은 막대한 빚을 내 시장가보다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들여 인수한 것이다. 더군다나 인수자금 전액이 사실상 빚이었다. 

가는 곳 마다 
자금이 술술∼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부동산 경기가 폭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양광 사업도 어려워졌다. 극동건설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금융비용 또한 웅진에겐 큰 부담이었다. 결국 2012년 웅진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이 과정 윤 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불법 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현재 검찰 수사 중인 웅진플레이도시도 인수 당시(2009년) 하나금융 측이 1300억원의 자금을 주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전의 당사자였던 한 인사는 “웅진이 웅진플레이도시를 인수하는 과정서 많은 불법을 저질렀다. 이 불법에 조력한 곳이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웅진플레이도시를 인수할 때 대리은행이었으며, 하나IB증권이 인수 주관사였다”고 귀띔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웅진플레이도시 인수 과정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직원을 비롯해 인수 실무자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의 오랜 인연, 하나금융이 김 전 회장이 재직하던 시절 매번 웅진에 수천억원의 인수자금을 주선한 점 등을 종합했을 때 한투증권이 코웨이 인수 주관사로 나선 게 단순한 우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김 전 회장이 그동안 윤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투증권과 웅진 측은 코웨이 인수·매각 주관사 선정 배경에 김 전 회장과 윤 회장 연관성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30년 인연 두 사람…자서전에 추천사
극동건설 인수 자금 하나금융 주선도?

한투증권 관계자는 “하나금융 회장이던 시절 윤 회장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김 전 회장은 단순히 고문일 뿐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코웨이 인수건은 한투증권의 자본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셀다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경영진에 보고도 안 된 사안이다. 한투증권의 고문이 보고도 안 된 사안에 대해 관여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전 회장은 MB정부서 ‘금융계 4대 천황’으로 불리며, 실세로 군림했다. 이번 정부서도 금융권에선 김 전 회장의 ‘보이지 않은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한투증권이 지난 2017년 6월 김 전 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한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까지 나서 김 전 회장 영입에 심혈을 기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은 1997년 하나은행장을 맡은 뒤 2012년 퇴임 전까지 무려 15년 동안 하나금융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이른바 ‘왕회장’으로 불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고대 경영학과 61학번으로 절친한 사이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금융컨선턴트 역할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세탁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검찰은 다스의 불법자금을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대선 자금으로 세탁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혐의로 하나은행을 두 차례 압수수색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하나은행은 다스 비자금이 관리되던 43개 국내 차명계좌서 빼낸 120억원을 마치 해외서 입금된 외상값인 것처럼 둔갑시켜줬다”며 “거액의 금액에 대한 자금세탁을 지시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금융 영향력
여전히 막강

김 전 회장의 영향력은 이번 정부서도 여전하다. 김 전 회장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기고-고려대 동문으로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 정부의 금융권 인사 추천을 두 사람이 한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김 전 회장과 가까운 최흥식 전 금감원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 등 인사들이 금융권 요직에 앉으면서 이른바 ‘김승유 라인’이 이번 정부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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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