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승유-윤석금 기막힌 인연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26 18:10:13
  • 호수 12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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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4대 천왕’ 통하는 수상한 돈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웅진그룹이 결국 코웨이를 토해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인수한 게 탈이 난 것이다. 웅진의 자금상황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인수자금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인수전 내막에 샐러리맨 신화와 금융계 4대 천황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그룹 회장이었던 김승유 한투증권 고문이 그동안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자식 같은 기업을 되찾게 돼 감회가 새롭다. ‘실패한 사람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드리겠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코웨이 인수 기자간담회서 이렇게 말했다. 2012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후 매각한지 5년7개월 만이었다. 

자식 같은 코웨이  
3개월 만에 재매각 

하지만 인수 3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되판다고 밝혔다. 재무리스크 때문이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되사는 데 1조9835억원을 썼다. 인수자금 중 80%인 1조6000억원가량은 빚이다. 한국투자증권이 1조1000억원을 인수금융(인수합병용 대출)을 지원했고, 5000억원 규모의 웅진씽크빅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웅진그룹이 투자한 3735억원마저도 2000억원 이상이 차입금이다. 웅진그룹이 직접 부담한 자금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결국 차입금이 발목을 잡았다. 보유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막대한 금융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다. 코웨이의 주가 하락에 따른 채권단의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웅진그룹은 ‘선제적 재무부담 해소’ 차원서 코웨이를 재매각한다고 설명했지만, 인수 실패나 다름없다. 

이번 M&A 실패로 인수 금융을 주선한 한투증권도 대주단(투자자)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투증권은 웅진그룹의 차입금 규모가 상당해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을 알았지만, 무리하게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한투증권은 코웨이 재매각 주관사로 재선정됐다. 

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IB업계서  웅진의 코웨이 인수는 회의적이었다. 한투증권이 아니었으면 웅진이 코웨이 인수 주관사를 선정하는 데 애를 먹었을 것”이라며 “웅진에게 받을 금용비용이 쏠쏠하다고 해도 한투증권이 웅진의 재무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코웨이 인수 주관사로 나선 게 의아했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M&A 자금 수조원 마련 어떻게? 
인수전 내막에 아른거리는 그의 그림자

‘예고된 저주’였음에도 한투증권이 코웨이 인수를 주관한 배경은 무엇일까. 금융권에선 금융계 4대 천황 김승유 한투증권 고문(전 하나금융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특별한 인연’이 이번 인수전에 작용한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코웨이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앞서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이던 시절에도 웅진그룹이 인수합병 때마다 수천억원의 자금을 주선한 이력이 있어 이런 의심에 무게가 더욱 실린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두 사람은 3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나이대도 비슷하며, 같은 충청도 출신이다. 김 전 회장은 1943년생으로 청주 출신이며, 윤 회장은 1945년생으로 공주서 태어났다. 
 

▲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둘의 첫 만남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회장이 한국투자금융(하나은행 전신) 전무이사였을 때 직원들 영업 마인드를 고취하기 위해 윤 회장을 초청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윤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 불리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기업인이었다. 

1990년대 후반 IMF를 거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더욱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의 대외 활동 및 행적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은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으며, 2002년에는 나란히 제1회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AMP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투증권 고문
지금도 절친? 

김 전 회장은 윤 회장의 자서전에 추천사도 썼다. 윤 회장이 2009년 8월 자서전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를 출간했다. 이 자서전에 김 전 회장은 “오늘날 웅진이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윤 회장의 철학과 실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이 책은 윤 회장의 경험을 담은 경영서지만, 긍정적인 생각이 갖는 위대한 힘을 기록한 철학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썼다. 

2009년 9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은 세계경영연구원이 개설한 ‘리더십스쿨’서 중소기업 멘토링 봉사도 함께했다. 더불어 2010년도 <매경이코노미>가 주최한 ‘제2회 CEO 소장품 전시회’서도 두 사람은 각각의 소장품을 내놓기도 했다. 윤 회장은 대지 미술의 대가로 불린 크리스토의 미술품을 출품했으며, 김 전 회장은 60년대 신사실주의 예술인 아르망 페르난데스의 작품을 내놨다. 

윤 회장은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극동건설 인수자금을 하나금융으로부터 사실상 인수자금 전액을 주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극동건설 인수에 하나IB증권이 주관사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웅진의 200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하나IB증권(현 하나금융투자)은 극동건설 인수자금 6600억원 중 5000억원의 인수자금을 주관했다. 또 하나은행은 웅진그룹이 극동건설 인수를 위해 설립한 SPC법인 경정(웅진의 100% 자회사)에도 1900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대출금을 관리하는 대리은행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윤 회장은 하나금융 등을 통해 100%가 상회하는 극동건설 인수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극동건설 인수 당시에도 뒷말이 끊이질 않았다. 극동건설은 론스타가 운영하면서 ‘먹튀’의 정수를 보여줬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껍데기만 남은 회사였다. 극동건설의 시장가치는 2000억원 정도였지만, 윤 회장은 막대한 빚을 내 시장가보다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들여 인수한 것이다. 더군다나 인수자금 전액이 사실상 빚이었다. 

가는 곳 마다 
자금이 술술∼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부동산 경기가 폭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양광 사업도 어려워졌다. 극동건설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금융비용 또한 웅진에겐 큰 부담이었다. 결국 2012년 웅진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이 과정 윤 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불법 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현재 검찰 수사 중인 웅진플레이도시도 인수 당시(2009년) 하나금융 측이 1300억원의 자금을 주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전의 당사자였던 한 인사는 “웅진이 웅진플레이도시를 인수하는 과정서 많은 불법을 저질렀다. 이 불법에 조력한 곳이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웅진플레이도시를 인수할 때 대리은행이었으며, 하나IB증권이 인수 주관사였다”고 귀띔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웅진플레이도시 인수 과정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직원을 비롯해 인수 실무자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의 오랜 인연, 하나금융이 김 전 회장이 재직하던 시절 매번 웅진에 수천억원의 인수자금을 주선한 점 등을 종합했을 때 한투증권이 코웨이 인수 주관사로 나선 게 단순한 우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김 전 회장이 그동안 윤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투증권과 웅진 측은 코웨이 인수·매각 주관사 선정 배경에 김 전 회장과 윤 회장 연관성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30년 인연 두 사람…자서전에 추천사
극동건설 인수 자금 하나금융 주선도?

한투증권 관계자는 “하나금융 회장이던 시절 윤 회장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김 전 회장은 단순히 고문일 뿐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코웨이 인수건은 한투증권의 자본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셀다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경영진에 보고도 안 된 사안이다. 한투증권의 고문이 보고도 안 된 사안에 대해 관여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전 회장은 MB정부서 ‘금융계 4대 천황’으로 불리며, 실세로 군림했다. 이번 정부서도 금융권에선 김 전 회장의 ‘보이지 않은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한투증권이 지난 2017년 6월 김 전 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한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까지 나서 김 전 회장 영입에 심혈을 기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은 1997년 하나은행장을 맡은 뒤 2012년 퇴임 전까지 무려 15년 동안 하나금융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이른바 ‘왕회장’으로 불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고대 경영학과 61학번으로 절친한 사이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금융컨선턴트 역할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세탁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검찰은 다스의 불법자금을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대선 자금으로 세탁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혐의로 하나은행을 두 차례 압수수색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하나은행은 다스 비자금이 관리되던 43개 국내 차명계좌서 빼낸 120억원을 마치 해외서 입금된 외상값인 것처럼 둔갑시켜줬다”며 “거액의 금액에 대한 자금세탁을 지시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금융 영향력
여전히 막강

김 전 회장의 영향력은 이번 정부서도 여전하다. 김 전 회장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기고-고려대 동문으로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 정부의 금융권 인사 추천을 두 사람이 한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김 전 회장과 가까운 최흥식 전 금감원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 등 인사들이 금융권 요직에 앉으면서 이른바 ‘김승유 라인’이 이번 정부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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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