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표류’ 광주 신가동 재개발 무슨 일이…

조합장 맘대로 수십억 왔다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동 일대 주민들은 지난 2014년 주택재개발을 목적으로 신가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설립하고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이다. 기존 1716필지의 주택과 총 면적 28만7000㎡의 건축물을 철거하고 해당 대지 위에 새로운 건축물을 건설하는 것. 그런데 재개발사업조합 사무실서 200여m 떨어진 곳에 최근 새로운 사무실이 하나 생겼다. 새로 생긴 올바른신가동재개발추진위원회 사무실 입구에는 기존의 조합장을 규탄하는 각종 문구가 걸려 있다.
 

광주광역시 신가동 올바른재개발추진위원회(이하 올신위)에 따르면 신가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잘못된 계약으로 약 1700여명의 조합원들이 총 12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고, 그동안 낭비된 금액은 약 80억원에 달한다. 신가동 올신위는 “깨끗한 조합이 되어야 한다. 잘못된 용역 계약이 너무 많다. 불합리한 계약을 바로잡을 때 개인당 7000만원 상당의 추가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며 개선안을 발표했다. 

한 지붕 
두 가족

한병석 올신위 대표는 “2014년 설립된 신가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장의 각종 행위가 조합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조합장은 법무사계약, 기반시설공사와 지장물공사계약, 범죄예방 이주관리용역과 석면감리용역계약서 터무니없는 고액으로 계약하거나 하지 않아도 될 계약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신위에서는 조합장이 임원들과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첫 번째로 법무사 업무 계약을 들었다. 법무사 업무 용역계약은 현재 불필요하고 또 금액도 특정할 수가 없다. 또 이주비 지급과 설정 또는 사업 완료 시 등기 이전 등은 조합원 개개인이 그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고지하고 계약서 등을 조합원에게 사전 우송해 조합원들이 법무사 및 등기사항을 스스로 분석해 선택하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절차나 정보 제공 없이 183억원 상당의 법무사 업무 계약을 체결, 이 비용은 280억으로 증가됐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 

올신위 관계자는 “어이없는 계약 중의 하나”라며 “2017년 임시총회 사업계획 책자의 계약 내용을 보면 법무사 비용이 있는데 종전 2017년 23억3000만원이었던 예산이 2019년 갑작스럽게 184억원으로 둔갑했다”고 말했다. 그는 “184억원이란 금액은 대한민국서 법무사가 체결한 단일계약으로는 가장 큰 비용이 아닌가 싶다. 있을 수 없는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잘못된 계약으로…1200억 추가 부담 위기
올신위 “총회결의 없는 과도한 계약” 주장

두 번째로 문제 삼은 것은 정비기반시설 공사계약이다. 정비기반시설은 앞으로 5∼6년 뒤 아파트가 완공되면 입주 시 상하수도나 도로 등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관리처분계획이 확정되고 관할 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 인가를 획득해야 확정이 될 뿐만 아니라, 입주 약 1년 전에 총회결의를 받은 다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조합에선 2018년 2월8일 총회결의 없이 정비기반시설(건웅토건)에 관한 계약을 153억원에 체결했다. 이 또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위반되는 행위다.

올신위 관계자는 “아파트가 지어지고 보도블럭과 통행로를 만드는 공사라고 알고 있다. 공사계약은 최소한 3년 이후에 총회를 통해 계약을 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18년 153억원으로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문제는 범죄예방 이주관리 용역계약이다. 범죄예방은 재개발 구역 철거 이후 공사 중에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순찰을 돌거나 구역 내 CCTV를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주관리는 철거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범죄예방은 재개발 구역이 아무리 방대해도 5억원 이내서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관례이고, 이주관리는 철거에 해당해 시공사의 공사계약 내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따로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조합은 총회결의 없이 60억원 상당의 이주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 즉시 계약금의 10%인 6억원을 지급했다.

이후 조합에서는 총회 추인을 받았으나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24조 제1항 제5호의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은 사전에 해야 하며, 사후 추인을 받았다고 해서 죄가 면제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올신위 관계자는 “범죄예방 이주관리 계약 자체가 도정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도정법에 의하면 이러한 경우 지구가 정해지면 범죄예방을 위해서 해당 지방경찰청이나 경찰서에서 범죄예방에 관한 시설이라든지 순찰 강화를 요청하게 돼있다. 때문에 이는 순찰, 방범초소 설치 등을 무상으로 하는 경찰서 업무다. 이를 별도로 용역계약 약 6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비용 자체도 과다하게 계산됐다. 최소한 30억원 이상 필요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수백억 계약 
위법 사례는?

네 번째는 지장물 조사 및 공사다. 지장물 조사는 말 그대로 철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사업무일 뿐이며 공사는 철거를 의미한다. 그 때문에 조사업무는 아무리 방대하다고 해도 5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또한 철거는 도시정비법에 의거 시공사에서 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시공사의 공사비에 포함된다.

조합은 56억원에 지장물 조사 및 공사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계약금 6억2400만원을 지급했다. 

이 부분도 조합 측은 사후 추인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해 조합원들을 혼란하게 했을 뿐 사전 또는 사후 추인을 받은 바가 없다.

올신위 관계자는 “지장물에 대한 철거는 시공사가 하는 것이 원칙인데 별도로 다른 건설사에 계약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총액이 56억7000만원으로 돼 있는데 타 사업장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 타 사업장의 경우를 감안해보면 20억∼40억 정도 필요 없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다섯 번째는 석면감리용역계약이다. 석면감리는 철거 시 석면 제거와 그 방법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 감독을 하는 것이다. 그 금액은 일반적으로 4억원 이하이며, 신가동개발구역의 경우 석면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합은 총면적 28만6964.71㎡에 대해 6950㎡당 총 20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올신위 관계자는 “석면감리에 대한 원가는 실제로 업무 진행 인건비”라며 “추정컨대 약 3억 내외로 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 또한 과다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석면감리 용역은 석면조사 면적 및 석면제거 일수 의거 감리금액으로 선정해야 한다”면서 “실제로 금액이 19억9000만원으로 돼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는 15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되는 부분”이라며 분노했다.

올신위의 주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올신위 관계자는 “현재 도급공사비 단가가 445만원으로 돼있고 조건은 일반토사 100%로 돼 있다. 도급계약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착공 시 암반이 있을 것을 대비해 토목공사 부분에 100% 일반 토사가 아니라 조합지질조사 결과에 따른 조건으로 공사금액을 결정한다’고 재수정해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도급단가 물가상승률 적용에 대해서는 “2년 후에 착공이 된다고 봤을 때 471만원으로, 단가상 26만원이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이라며 “비용 전체로 보았을때는 약 6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이런 부담이라면 조합원 총회서 의결을 받고 난 다음에 시행이 돼야 하며, 마땅히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변경은 관리계획총회 인가 이후 실차공일까지의 물가변동률(주택소비자물가지수)을 적용해 재정산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점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은행 대출 이자의 문제도 있다. 관계자는 “당초 조합에서는 5%를 이야기했다가 조합 변경으로 계약서가 변경돼 현재 4%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타 사업 지역을 보면 평균 이자율은 2.5% 내외다. 조합원들이 이자 4%를 부담하면 편차가 1.5% 정도 나는데 전체 금액을 감안해보면, 75억 정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2018년 2월9일 도정법 제29조 및 국토부고시 정비사업계약업무처리기준 변경 직전 5건에 대한 465억 계약 체결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고소장 제출
조합의 반박

올신위의 위 주장에 따르면 조합은 총 5건의 계약, 금액으로는 474억4600만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총회결의 없이 체결했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조합원들은 광주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병석 올신위 대표는 “2000여 선량한 신가동 재개발사업 조합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정의구현을 위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길 학수고대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은 (대법원 2009도14296, 2010. 6. 24. 선고)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에서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대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규정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같은 법 제85조 제5호에 벌칙 조항을 둔 것으로 해석되는 점, 총회의 사전 의결 없이 계약이 체결돼 이행된 경우 원상회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률관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이러한 상황이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위 법 제85조 제5호의 ‘총회의 의결’은 원칙적으로 사전 의결을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어 “조합의 임원이 총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로써 같은 법 제85조 제5호에 위반한 범행이 성립된다고 할 것이고, 이와 달리 그 범행 성립시기가 추후에 이뤄지는 총회서 추인 의결이 부결된 때라거나 추후 총회서 추인 의결이 이뤄진다고 해서 그 범행이 소급적으로 불성립하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조합장 “법적 문제없다” 반박
해임 결과 언제?…총회가 관건

아울러 “주택재개발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서 사전에 의결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위 법 규정 취지에 비춰보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총회서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해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조합 측은 즉각 반박했다.

조합 관계자는 “2015년 10월31일 시공자 선정총회 책자에는 ‘철거공사 및 철거잔재처리비 포함이며 지장물(통신시설·전기시설·급수시설·도시가스시설 등 공급 일체시설)과 이주·공가 관리비는 별도’라고 명시돼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광산경찰서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 및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됐지만 광주지방검찰청으로부터 지난 4월30일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으로 통지받았다”고 밝혔다.
 

범죄예방 및 이주관리에 대해서는 “관할경찰서는 정비구역 외곽순찰을 강화할 뿐 정비구역 내의 순찰과 방범, 범죄예방을 포함해서 조합서 별도로 책임지고 진행해야 할 분야”라며 “이주관리는 이주기간 9개월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석면관리 용역에 대해서는 “용역계약서 제4조(용역비의 지급) 2항에는 ‘용역비는 석면해제 제거 공정작업에 따라 분할해 지급하며 석면조사업체의 추산면적에 따라 용역비를 확정 정산한다’고 규정돼있다”며 “현재 2016년 석면조사업체의 샘플조사 면적만 산출돼있는 상태며 관리처분 후 이주가 개시되면서 정확한 면적이 산출될 예정이므로 올신위에선 어떠한 근거로 용역금액을 계산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합장 바뀌나? 
총회에서 결정

한병석 올신위 대표는 “투명한 조합이 운영되려면 조합원들이 신뢰하는 전문가, 경험자 등이 참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조합원 스스로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의혹에 대해서는 다음 달 3일 열리는 임시총회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며, 이번 임시총회는 ‘조합장 및 임원 해임 총회’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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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