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스캔들’ 신도리코에 무슨 일이…

가족끼리 족벌경영 직원은 안중에 없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사무기기 전문업체 신도리코가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여직원들에게 임원들의 밥상 서빙을 시키는가 하면, 걸그룹 댄스와 차력쇼를 강요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사측은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노조원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따돌림을 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 직장 내 갑질 근절에 대해 공감대가 안착되는 분위기지만 신도리코에선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 ▲ 기자획 갖는 신도리코 노조

민주노총 서울본부 동부지역지부와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신도리코분회는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 신도리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도리코의 직장 갑질 사례를 알렸다.

여직원 서빙
춤도 강요?

신도리코분회에 따르면 신도리코는 올해 초까지 임원이나 외부 방문객이 왔을 때 여직원들에게 구내식당 밥상을 차리게 했다. 회사는 서빙 순번까지 정해놓고 있었다. 

회사 총무부서에서 여직원들에게 보낸 ‘전략회의 시 서빙 순서’ 표를 보면 6명의 여직원이 2인 1조로 돌아가면서 밥상을 차리게 돼있다. ‘전략회의’는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 이하 임원들이 매월 아산공장서 여는 생산전략회의를 말한다. 표에는 올해 1월까지의 서빙 순서가 명시돼있었다. 

서빙 차례가 된 여직원들은 구내식당서 임원들이 먹을 점심식사 상차림을 하고 이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식판을 치웠다. 여직원들은 본사서도 서빙을 했다. 


한규훈 신도리코분회 부분회장은 “외부업체 관계자들이 오면 해당 부서 여직원들에게 서빙을 맡겼다”며 “뒷말이 나오자 남성 직원들에게도 ‘돌아가면서 하라’고 시켰는데, 남성 직원들이 서빙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직원에 밥상 서빙 강요…순번까지 정해줘
걸그룹 댄스, 차력쇼…주말에 나와 연습도

2017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과 비슷한 갑질 사례도 나왔다. 매년 9월마다 우석형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아산공장 직원들이 참석하는 ‘아산공장 확대석식 간담회’서 여직원들은 걸그룹 댄스를, 남직원들은 차력쇼·여장 댄스 같은 장기자랑을 강요당했다는 것이다.

한규훈 부분회장은 “말이 장기자랑이지 누가 하고 싶어 하겠느냐”며 “퇴근 후나 주말에 장기자랑 연습을 시켜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고 말했다. 

신도리코의 전근대적 조직문화는 직원교육 프로그램서 두드러진다. 신도리코 신입직원들은 연수 과정서 배방산 야외훈련을 거쳐야 한다. 협동심을 기른다는 취지인데 10킬로그램이 넘는 산악자전거(MTB)를 들고 산을 오른다. 

신도리코 기업 블로그엔 신입직원 야외훈련에 대해 “선배 사원들 사이서 계속 회자될 정도로 힘든 훈련”이라며 “훈련을 마치고 나면 참가자 모두가 한목소리로 만족을 하는 보람찬 훈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주임급 교육에선 4∼6인 1조로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한강을 건너게 한다. 여직원은 배 앞머리에 태워 방향 지시를 맡긴다. 전형적인 군대식 극기훈련이다. 분회 관계자는 “협동은커녕 힘들어서 싸움만 난다”고 말했다. 


남녀 차별도?
여성 파일 따로

노조 측에선 여직원들이 승진과 임금에 있어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강성우 신도리코분회장은 한 매체와의 통화서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 여성 직원 중에는 차장 진급자가 없었다”며 “진급 대상자 파일에 특정 직급 이상은 여성 파일이 따로 존재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 노조는 이를 여직원의 승진 배제 증거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금에도 남녀 간 차별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시했다. 강 분회장은 “동등한 시기에 동등한 조건으로 입사한 남녀 직원의 월 봉급이 10만원가량 차이가 나고 있는 사실이 포착됐다”며 “교섭 과정서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사측에 문의를 했지만 사측은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도리코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은 735명이다. 이 가운데 남성 직원이 647명, 여성 직원은 88명으로 나타났다. 남자 직원의 1인당 평균급여는 6429만원으로 여성 직원(4768만원)보다 1661만원이 더 많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불성실 교섭(교섭 해태)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며 신도리코가 더 견실하고 지역서 칭찬받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해나가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를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노조는 4번에 걸친 파업과 31번의 노조 탄압 중단 등을 포함한 단체협약안 제출을 통해 요구했지만, 한 차례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다. 

신도리코는 창립 58년 만인 지난해가 돼서야 노동조합이 구성됐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교섭 태도에 대한 반성과 사과도 없이,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막겠다며 건물 입구를 봉쇄해 현장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노조는 이 같은 근무 환경의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사측과 맞서고 있다. 

강 분회장은 “사측과의 긴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부당해고 논란 등 문제가 많다.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지만 본사 측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족벌경영 폐해
사실상 개인회사

노조는 또 사측이 최근 현수막을 떼는 과정서 셔터 칼로 줄을 잘라 ‘드르륵’ 칼날 소리를 내며 공포감을 주는 등 여전히 명분 없는 폭력적, 일방적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조 결성 직후부터 강성우 분회장과 한규훈 부분부회장 등 일부 조합원에게 일감을 주지 않는 등 차별을 노골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신도리코는 대표적인 족벌기업으로 유명한데 일감 몰아주기, 불투명한 내부거래, 경영권 세습의 전형적인 족벌경영의 폐해가 계속됐다.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자들은 지분 48.7%를 쥐고 있는 신도리코를 통해 연 100억원가량의 배당수익을 올리고 있다.

우 회장이 신도리코 지분 11.70%를, 우 회장의 동생인 우자형(59)씨가 6.33%를 보유 중이다. 우 회장의 장남 우승협(23)씨와 장녀 우소현(34)씨, 차녀 우지원(30)씨 등 삼남매도 회사 지분의 0.13~0.18%가량을 확보했다. 

노조 설립 1년째…노조원 따돌림
두 얼굴의 현금부자 기업 도마에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확보한 신도SDR과 신도시스템은 각각 신도리코 지분의 22.63%, 6.05%를 쥐고 있다. 신도SDR은 1967년 출범한 부동산 관리·통신기기 업체로 강남 포스코사거리 인근에 신도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신도SDR 주주는 우석형 회장(31.80%), 신도시스템(29.18%), 우자형씨(22.40%)로 구성됐다. 


신도시스템은 1988년 출범한 회사로 진행하는 사업은 없으며 관계회사를 관리하는 지주사 성격을 띄고 있다. 우승협씨가 이 회사 최대주주로 지분 40.00%를 보유 중이다. 그가 신도시스템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고 신도리코 승계의 지렛대로 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

신도리코 측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여직원 식당 서빙에 대해서는 “손님이 많을 때 해당 부서나 총무부서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손이 부족할 때 서로 돕는다는 게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산공장 확대석식 간담회 장기자랑과 관련해서는 “몇몇 부서가 여흥시간을 마련해 장기자랑을 하긴 했지만, 여직원들에게 선정적 춤 등을 강요한 적은 없다”며 “오래된 행사지만 변화하는 분위기에 맞춰 지난해부터 폐지했다”고 해명했다.

산악자전거를 들고 산에 오르는 신입직원 교육 프로그램도 지난해 폐지했다고 덧붙였다. 

“오해” 주장
논란 일자 폐지

신도리코는 국내 프린터·복합기 분야를 대표하는 중견기업으로 1960년 설립된 신도교역을 전신으로 하는 업체다. 신도교역은 1969년 일본의 복사기 제조사인 리코와 제휴를 맺으며 현재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꾼 바 있다. 2002년 창업주인 우상기 회장이 타계한 후 우석형 회장이 대표이사에 올라 회사를 이끌어왔다. 최근 1년간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심화되면서 우 회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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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