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는 1600만원짜리 교수다”

SVU 재임용 탈락자의 토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사립대학교 교수가 재임용 심사서 떨어졌다. 학생을 모집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해당 교수는 2005년 임용된 이래 15년 동안 매년 채 2000만원도 되지 않는 연봉을 받아왔다. 교수는 시대의 지성인으로 불린다. 하지만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에선 그저 영업사원일 뿐이다.
 

▲ 서울벤처대학교대학워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이하 SVU, 총장 박호군)는 석박사 과정만 운영하는 대학원대학이다. 융합산업학과, 부동산학과, 사회복지상담학과 등 3개 과가 있다. 2001년 설립자 강철구 박사가 인가를 받아 20033월 개교했다.

학생=돈
영업사원?

SVU는 학생모집과 연봉을 연동하는 독특한 급여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을 많이 모집하면 연봉이 높아지고, 반대로 학생을 데려오지 못하면 연봉이 낮아지는 구조다. 입학생과 재학생 1명당 성과급을 정해두고 교수가 데려오는 인원에 따라 급여가 책정된다.

일부 SVU 교수들은 연봉체계와 재임용 심사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이들은 학교는 물론 학교법인인 호서학원에 호소문을 보내고 교육부 민원도 제기했지만 바뀐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일요시사> 1198영업하는 교수들 실상참조).

최근 20059월 임용돼 15년간 강의한 A 교수가 재임용 심사서 탈락했다. A 교수는 SVU에 재직한 15년 동안 매년 1600만원가량의 연봉을 받았다. 월급으로 따지면 130만원 정도다. 올해 최저시급 8350원으로 계산한 월급 174만원과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 액수다.


A 교수는 연봉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학생을 모집해야 하는 현행 SVU 급여체계, 업적평가 기준 개정 과정서의 절차상 하자, 특정인을 탈락시키기 위한 재임용 학칙 개정 조항 등에 대해 비판했다. 이하는 A 교수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학교의 재임용 거부 통보에 대응할 방안을 찾고 있다.

-재임용 거부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지난해 1029일 교원 업적평가 기준 개정안 공고가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기존에는 교육(100), 봉사(100), 연구·벤처(60)로 평가했는데, 개정안에서는 연구·벤처 영역이 완화됐고 교육과 봉사 영역서 몇몇 항목의 점수가 대폭 삭감됐다. 이전에는 학생모집을 못해도 만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개정된 기준으로는 재임용을 통과할 수 없었다. 결국 지난달 19일 총장 명의로 재임용 거부 확정 통보를 받았다.

학생모집 많이 해야 연봉 높아
15년 동안 최저임금도 못 받아

-업적평가 기준 개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SVU 규정 제68조 학칙 개정 절차에는 본 학칙을 개정하고자 할 때에는 학칙 개정안을 사전 공고해 의견수렴 후 대학원위원회서 검토하고 대학평의원회서 이를 심의해 통과하면 총장이 공포한 후 시행한다고 돼있다. 그런데 해당 공고는 당일에 홈페이지에 게시됐고 20191학기부터 바로 적용됐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이 관련이 없음

나 같은 경우는 20185월부터 20194월까지 1년 동안의 업적을 가지고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기준 개정은 201810월에 이뤄졌고, 그대로 소급적용됐다. 개정 6개월 전 업적까지 바뀐 기준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재임용 심사의 공정성은 이미 결여됐다. 학생모집을 하지 못한 나를 내보내기 위한 표적 개정이라고 본다.

-SVU 재임용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재 SVU는 정년트랙 전임교원에 대해 1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규정에 따르면 강의중심·산학협력중심·봉사중심·연구중심 교원은 매년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조교수인 나는 교원인사 규정 15조에 따라 3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받게 돼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같은 규정은 단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학교에 업적평가 기준 개정과 관련해 말해본 적은 없는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은 아니고 당시 교무처장과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다. 변경된 기준으로는 어떻게 해도 교육 업적의 기준 점수를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교무처장은 총장님이 업적평가 기준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재임용 거부 통보를 받았을 때의 심경은?

학생이 없다 보니 그동안 폐강된 강의들이 여러 건 있었다. 그때마다 인사위원회에 불려 다녔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고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재임용 탈락에까지 이르자 예상치 못한 결과에 허탈하고 참담하다.

-학생을 모집하지 하지 않는, 혹은 못한 이유가 있다면.

교수 임용 전까지 직장 생활 경험이 없이 학교생활만 해오다 보니 인맥에 제한이 있다. 주변에 대학원을 다닐 만한 사람들을 찾기 어려웠다. 또 전공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대학원에 다닐 여력이나 의향이 있는 분을 찾기도 어려웠던 것 같다. 시작이 어렵다 보니 이후에도 계속 영향을 받았다.

-SVU의 급여 체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학원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일은 많지 않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가 유지될 수 없으니 학생모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체계인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교원의 책무가 학생모집이 아닌 만큼 연봉책정이나 재임용에 전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임용 이후 15년 동안 연봉으로 1600만원 정도만 받았다고.

평균으로 따지면 1650만원 정도다. 이 액수는 15년 동안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교수들 중 최저급여를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업적평가 기준 개정 절차상 하자?
6개월 소급 적용해 결국 탈락

-연봉 1600만원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된 건가.

연봉 책정 방식에 관해서는 교수회의를 통해 논의된 적이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확히 어떤 기준에 의해 급여가 책정되는지 알지 못한다.

-이직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안 해봤는지.


사립대학 교수는 공무원에 준하는 직업으로 보기 때문에 겸업이 금지돼있다. 외부 대학으로 출강은 가능하지만 그것도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교수들에게 외부출강을 금지한다는 메일이 온 적도 있다. 교수 자리도 갈수록 그 문이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라 다른 교수들도 나가면 달리 일자리를 못 잡는다고들 말한다.

-생계유지는 어떻게 했는지.

전에는 외부출강을 했다. 그런데 이제 강사법 이야기가 나오면서 대학들이 전임교원들에게 시간을 더 많이 배정해 강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출강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어렵지만 버텨올 수 있었다.
 

-재임용 거부에 대해 가족들은 알고 있는지.

아직은 아내만 알고 있다. 그동안의 진행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진 않았다. 그래도 앞으로 진행될 상황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최종 상황이 확정될 때까지는 나와 아내만 알고 있을 생각이다.

-재임용 거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재임용 거부까지 온 과정과 상황에 대해 여러 동료 교수님들도 학교가 분명 잘못한 부분이 있고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다.

모든 방법
강구할 것

-다른 부분서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부조리를 느낀 적이 있는지.

교원의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도, 실질적인 개선도 이루어지는 것이 거의 없다. 교원들끼리 합심해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에 따라 편이 갈리고 있다. 학교가 설립된 지 16년이 됐지만 여전히 공정한 원칙이 마련돼있지 않고 권력에 좌우되는 경향이 남아 있는 점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SVU 측 입장은? “특정인 표적 아냐”

황찬규 SVU 교학처장은 업적평가 기준 개정은 특정 교수를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A 교수는 개정 전 기준으로도 재임용을 통과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교수들이 업적평가에 대한 민원을 다수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자 201810월 업적평가 기준을 개정했고, 이후 교수들의 부담이 대폭 완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A 교수는 2014년 이후 학생모집 기록이 전무하다. 교수들은 매학기 두 과목씩 수업을 해야 하는데 A 교수는 한 과목밖에 못했다이외에도 이번 재임용 심사에서 연구·벤처점수 0점을 기록하는 등 학교에서 볼 때는 교수가 해야 할 책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불만 안 가져

또 소급적용에 대해서도 “3월 재임용, 9월 재임용 등 기간이 나뉘어 있다다른 교수들은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업적평가 기준 개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A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업적평가에 대한 기준은 내부지침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지침이기 때문에 학칙 개정 절차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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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