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는 1600만원짜리 교수다”

SVU 재임용 탈락자의 토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사립대학교 교수가 재임용 심사서 떨어졌다. 학생을 모집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해당 교수는 2005년 임용된 이래 15년 동안 매년 채 2000만원도 되지 않는 연봉을 받아왔다. 교수는 시대의 지성인으로 불린다. 하지만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에선 그저 영업사원일 뿐이다.
 

▲ 서울벤처대학교대학워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이하 SVU, 총장 박호군)는 석박사 과정만 운영하는 대학원대학이다. 융합산업학과, 부동산학과, 사회복지상담학과 등 3개 과가 있다. 2001년 설립자 강철구 박사가 인가를 받아 20033월 개교했다.

학생=돈
영업사원?

SVU는 학생모집과 연봉을 연동하는 독특한 급여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을 많이 모집하면 연봉이 높아지고, 반대로 학생을 데려오지 못하면 연봉이 낮아지는 구조다. 입학생과 재학생 1명당 성과급을 정해두고 교수가 데려오는 인원에 따라 급여가 책정된다.

일부 SVU 교수들은 연봉체계와 재임용 심사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이들은 학교는 물론 학교법인인 호서학원에 호소문을 보내고 교육부 민원도 제기했지만 바뀐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일요시사> 1198영업하는 교수들 실상참조).

최근 20059월 임용돼 15년간 강의한 A 교수가 재임용 심사서 탈락했다. A 교수는 SVU에 재직한 15년 동안 매년 1600만원가량의 연봉을 받았다. 월급으로 따지면 130만원 정도다. 올해 최저시급 8350원으로 계산한 월급 174만원과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 액수다.

A 교수는 연봉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학생을 모집해야 하는 현행 SVU 급여체계, 업적평가 기준 개정 과정서의 절차상 하자, 특정인을 탈락시키기 위한 재임용 학칙 개정 조항 등에 대해 비판했다. 이하는 A 교수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학교의 재임용 거부 통보에 대응할 방안을 찾고 있다.

-재임용 거부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지난해 1029일 교원 업적평가 기준 개정안 공고가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기존에는 교육(100), 봉사(100), 연구·벤처(60)로 평가했는데, 개정안에서는 연구·벤처 영역이 완화됐고 교육과 봉사 영역서 몇몇 항목의 점수가 대폭 삭감됐다. 이전에는 학생모집을 못해도 만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개정된 기준으로는 재임용을 통과할 수 없었다. 결국 지난달 19일 총장 명의로 재임용 거부 확정 통보를 받았다.

학생모집 많이 해야 연봉 높아
15년 동안 최저임금도 못 받아

-업적평가 기준 개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SVU 규정 제68조 학칙 개정 절차에는 본 학칙을 개정하고자 할 때에는 학칙 개정안을 사전 공고해 의견수렴 후 대학원위원회서 검토하고 대학평의원회서 이를 심의해 통과하면 총장이 공포한 후 시행한다고 돼있다. 그런데 해당 공고는 당일에 홈페이지에 게시됐고 20191학기부터 바로 적용됐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이 관련이 없음

나 같은 경우는 20185월부터 20194월까지 1년 동안의 업적을 가지고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기준 개정은 201810월에 이뤄졌고, 그대로 소급적용됐다. 개정 6개월 전 업적까지 바뀐 기준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재임용 심사의 공정성은 이미 결여됐다. 학생모집을 하지 못한 나를 내보내기 위한 표적 개정이라고 본다.

-SVU 재임용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재 SVU는 정년트랙 전임교원에 대해 1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규정에 따르면 강의중심·산학협력중심·봉사중심·연구중심 교원은 매년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조교수인 나는 교원인사 규정 15조에 따라 3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받게 돼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같은 규정은 단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학교에 업적평가 기준 개정과 관련해 말해본 적은 없는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은 아니고 당시 교무처장과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다. 변경된 기준으로는 어떻게 해도 교육 업적의 기준 점수를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교무처장은 총장님이 업적평가 기준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재임용 거부 통보를 받았을 때의 심경은?

학생이 없다 보니 그동안 폐강된 강의들이 여러 건 있었다. 그때마다 인사위원회에 불려 다녔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고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재임용 탈락에까지 이르자 예상치 못한 결과에 허탈하고 참담하다.

-학생을 모집하지 하지 않는, 혹은 못한 이유가 있다면.

교수 임용 전까지 직장 생활 경험이 없이 학교생활만 해오다 보니 인맥에 제한이 있다. 주변에 대학원을 다닐 만한 사람들을 찾기 어려웠다. 또 전공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대학원에 다닐 여력이나 의향이 있는 분을 찾기도 어려웠던 것 같다. 시작이 어렵다 보니 이후에도 계속 영향을 받았다.

-SVU의 급여 체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학원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일은 많지 않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가 유지될 수 없으니 학생모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체계인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교원의 책무가 학생모집이 아닌 만큼 연봉책정이나 재임용에 전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임용 이후 15년 동안 연봉으로 1600만원 정도만 받았다고.

평균으로 따지면 1650만원 정도다. 이 액수는 15년 동안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교수들 중 최저급여를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업적평가 기준 개정 절차상 하자?
6개월 소급 적용해 결국 탈락

-연봉 1600만원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된 건가.

연봉 책정 방식에 관해서는 교수회의를 통해 논의된 적이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확히 어떤 기준에 의해 급여가 책정되는지 알지 못한다.

-이직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안 해봤는지.

사립대학 교수는 공무원에 준하는 직업으로 보기 때문에 겸업이 금지돼있다. 외부 대학으로 출강은 가능하지만 그것도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교수들에게 외부출강을 금지한다는 메일이 온 적도 있다. 교수 자리도 갈수록 그 문이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라 다른 교수들도 나가면 달리 일자리를 못 잡는다고들 말한다.

-생계유지는 어떻게 했는지.

전에는 외부출강을 했다. 그런데 이제 강사법 이야기가 나오면서 대학들이 전임교원들에게 시간을 더 많이 배정해 강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출강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어렵지만 버텨올 수 있었다.
 

-재임용 거부에 대해 가족들은 알고 있는지.

아직은 아내만 알고 있다. 그동안의 진행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진 않았다. 그래도 앞으로 진행될 상황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최종 상황이 확정될 때까지는 나와 아내만 알고 있을 생각이다.

-재임용 거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재임용 거부까지 온 과정과 상황에 대해 여러 동료 교수님들도 학교가 분명 잘못한 부분이 있고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다.

모든 방법
강구할 것

-다른 부분서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부조리를 느낀 적이 있는지.

교원의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도, 실질적인 개선도 이루어지는 것이 거의 없다. 교원들끼리 합심해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에 따라 편이 갈리고 있다. 학교가 설립된 지 16년이 됐지만 여전히 공정한 원칙이 마련돼있지 않고 권력에 좌우되는 경향이 남아 있는 점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SVU 측 입장은? “특정인 표적 아냐”

황찬규 SVU 교학처장은 업적평가 기준 개정은 특정 교수를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A 교수는 개정 전 기준으로도 재임용을 통과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교수들이 업적평가에 대한 민원을 다수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자 201810월 업적평가 기준을 개정했고, 이후 교수들의 부담이 대폭 완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A 교수는 2014년 이후 학생모집 기록이 전무하다. 교수들은 매학기 두 과목씩 수업을 해야 하는데 A 교수는 한 과목밖에 못했다이외에도 이번 재임용 심사에서 연구·벤처점수 0점을 기록하는 등 학교에서 볼 때는 교수가 해야 할 책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불만 안 가져

또 소급적용에 대해서도 “3월 재임용, 9월 재임용 등 기간이 나뉘어 있다다른 교수들은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업적평가 기준 개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A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업적평가에 대한 기준은 내부지침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지침이기 때문에 학칙 개정 절차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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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