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는 1600만원짜리 교수다”

SVU 재임용 탈락자의 토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사립대학교 교수가 재임용 심사서 떨어졌다. 학생을 모집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해당 교수는 2005년 임용된 이래 15년 동안 매년 채 2000만원도 되지 않는 연봉을 받아왔다. 교수는 시대의 지성인으로 불린다. 하지만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에선 그저 영업사원일 뿐이다.
 

▲ 서울벤처대학교대학워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이하 SVU, 총장 박호군)는 석박사 과정만 운영하는 대학원대학이다. 융합산업학과, 부동산학과, 사회복지상담학과 등 3개 과가 있다. 2001년 설립자 강철구 박사가 인가를 받아 20033월 개교했다.

학생=돈
영업사원?

SVU는 학생모집과 연봉을 연동하는 독특한 급여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을 많이 모집하면 연봉이 높아지고, 반대로 학생을 데려오지 못하면 연봉이 낮아지는 구조다. 입학생과 재학생 1명당 성과급을 정해두고 교수가 데려오는 인원에 따라 급여가 책정된다.

일부 SVU 교수들은 연봉체계와 재임용 심사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이들은 학교는 물론 학교법인인 호서학원에 호소문을 보내고 교육부 민원도 제기했지만 바뀐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일요시사> 1198영업하는 교수들 실상참조).

최근 20059월 임용돼 15년간 강의한 A 교수가 재임용 심사서 탈락했다. A 교수는 SVU에 재직한 15년 동안 매년 1600만원가량의 연봉을 받았다. 월급으로 따지면 130만원 정도다. 올해 최저시급 8350원으로 계산한 월급 174만원과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 액수다.


A 교수는 연봉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학생을 모집해야 하는 현행 SVU 급여체계, 업적평가 기준 개정 과정서의 절차상 하자, 특정인을 탈락시키기 위한 재임용 학칙 개정 조항 등에 대해 비판했다. 이하는 A 교수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학교의 재임용 거부 통보에 대응할 방안을 찾고 있다.

-재임용 거부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지난해 1029일 교원 업적평가 기준 개정안 공고가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기존에는 교육(100), 봉사(100), 연구·벤처(60)로 평가했는데, 개정안에서는 연구·벤처 영역이 완화됐고 교육과 봉사 영역서 몇몇 항목의 점수가 대폭 삭감됐다. 이전에는 학생모집을 못해도 만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개정된 기준으로는 재임용을 통과할 수 없었다. 결국 지난달 19일 총장 명의로 재임용 거부 확정 통보를 받았다.

학생모집 많이 해야 연봉 높아
15년 동안 최저임금도 못 받아

-업적평가 기준 개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SVU 규정 제68조 학칙 개정 절차에는 본 학칙을 개정하고자 할 때에는 학칙 개정안을 사전 공고해 의견수렴 후 대학원위원회서 검토하고 대학평의원회서 이를 심의해 통과하면 총장이 공포한 후 시행한다고 돼있다. 그런데 해당 공고는 당일에 홈페이지에 게시됐고 20191학기부터 바로 적용됐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이 관련이 없음

나 같은 경우는 20185월부터 20194월까지 1년 동안의 업적을 가지고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기준 개정은 201810월에 이뤄졌고, 그대로 소급적용됐다. 개정 6개월 전 업적까지 바뀐 기준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재임용 심사의 공정성은 이미 결여됐다. 학생모집을 하지 못한 나를 내보내기 위한 표적 개정이라고 본다.

-SVU 재임용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재 SVU는 정년트랙 전임교원에 대해 1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규정에 따르면 강의중심·산학협력중심·봉사중심·연구중심 교원은 매년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조교수인 나는 교원인사 규정 15조에 따라 3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받게 돼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같은 규정은 단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학교에 업적평가 기준 개정과 관련해 말해본 적은 없는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은 아니고 당시 교무처장과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다. 변경된 기준으로는 어떻게 해도 교육 업적의 기준 점수를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교무처장은 총장님이 업적평가 기준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재임용 거부 통보를 받았을 때의 심경은?

학생이 없다 보니 그동안 폐강된 강의들이 여러 건 있었다. 그때마다 인사위원회에 불려 다녔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고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재임용 탈락에까지 이르자 예상치 못한 결과에 허탈하고 참담하다.

-학생을 모집하지 하지 않는, 혹은 못한 이유가 있다면.

교수 임용 전까지 직장 생활 경험이 없이 학교생활만 해오다 보니 인맥에 제한이 있다. 주변에 대학원을 다닐 만한 사람들을 찾기 어려웠다. 또 전공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대학원에 다닐 여력이나 의향이 있는 분을 찾기도 어려웠던 것 같다. 시작이 어렵다 보니 이후에도 계속 영향을 받았다.

-SVU의 급여 체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학원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일은 많지 않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가 유지될 수 없으니 학생모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체계인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교원의 책무가 학생모집이 아닌 만큼 연봉책정이나 재임용에 전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임용 이후 15년 동안 연봉으로 1600만원 정도만 받았다고.

평균으로 따지면 1650만원 정도다. 이 액수는 15년 동안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교수들 중 최저급여를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업적평가 기준 개정 절차상 하자?
6개월 소급 적용해 결국 탈락

-연봉 1600만원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된 건가.

연봉 책정 방식에 관해서는 교수회의를 통해 논의된 적이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확히 어떤 기준에 의해 급여가 책정되는지 알지 못한다.

-이직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안 해봤는지.


사립대학 교수는 공무원에 준하는 직업으로 보기 때문에 겸업이 금지돼있다. 외부 대학으로 출강은 가능하지만 그것도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교수들에게 외부출강을 금지한다는 메일이 온 적도 있다. 교수 자리도 갈수록 그 문이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라 다른 교수들도 나가면 달리 일자리를 못 잡는다고들 말한다.

-생계유지는 어떻게 했는지.

전에는 외부출강을 했다. 그런데 이제 강사법 이야기가 나오면서 대학들이 전임교원들에게 시간을 더 많이 배정해 강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출강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어렵지만 버텨올 수 있었다.
 

-재임용 거부에 대해 가족들은 알고 있는지.

아직은 아내만 알고 있다. 그동안의 진행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진 않았다. 그래도 앞으로 진행될 상황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최종 상황이 확정될 때까지는 나와 아내만 알고 있을 생각이다.

-재임용 거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재임용 거부까지 온 과정과 상황에 대해 여러 동료 교수님들도 학교가 분명 잘못한 부분이 있고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다.

모든 방법
강구할 것

-다른 부분서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부조리를 느낀 적이 있는지.

교원의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도, 실질적인 개선도 이루어지는 것이 거의 없다. 교원들끼리 합심해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에 따라 편이 갈리고 있다. 학교가 설립된 지 16년이 됐지만 여전히 공정한 원칙이 마련돼있지 않고 권력에 좌우되는 경향이 남아 있는 점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SVU 측 입장은? “특정인 표적 아냐”

황찬규 SVU 교학처장은 업적평가 기준 개정은 특정 교수를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A 교수는 개정 전 기준으로도 재임용을 통과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교수들이 업적평가에 대한 민원을 다수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자 201810월 업적평가 기준을 개정했고, 이후 교수들의 부담이 대폭 완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A 교수는 2014년 이후 학생모집 기록이 전무하다. 교수들은 매학기 두 과목씩 수업을 해야 하는데 A 교수는 한 과목밖에 못했다이외에도 이번 재임용 심사에서 연구·벤처점수 0점을 기록하는 등 학교에서 볼 때는 교수가 해야 할 책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불만 안 가져

또 소급적용에 대해서도 “3월 재임용, 9월 재임용 등 기간이 나뉘어 있다다른 교수들은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업적평가 기준 개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A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업적평가에 대한 기준은 내부지침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지침이기 때문에 학칙 개정 절차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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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