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좋아 왔는데…파주 인쇄소 악취 고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7.22 10:20:10
  • 호수 1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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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냄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창문을 열었는데 악취가 진동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최근 경기도 파주의 한 인쇄소 인근 주민들은 매캐한 냄새로 고통을 받고 있다. 악취 관련해 대응책에 대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느끼는 피해와 이에 따른 대응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 경기도 파주시 운정동에 위치한 벽호인쇄공장

파주시 한빛마을 단지 내에 벽호인쇄소가 자리잡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창문을 열어놓거나 길거리를 활보할 때 매캐한 매연 냄새가 나 불쾌하다고 입을 모은다. 악취로 인해 괴로워하는 주민들은 국민청원, 파주 맘카페 등에 불만을 표출하며 인쇄소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전 요구

파주시 운정지구서 거주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국민청원에 인쇄소 이전을 요구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공기 좋고 살기 좋다는 이유로 이사를 왔지만, 무참히 깨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밤낮으로 인쇄소서 악취를 발생해 창문을 열어 놓으면 머리가 아프고 냄새가 너무 불쾌하다”며 “인쇄소의 오염 실태조사와 출판단지로의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불만을 벽호인쇄소 측도 주민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 인쇄공장 특성상 윤전기를 구동해 종이를 찍어야 하므로 냄새는 필연적이다. 공장은 잉크를 말려야 하는 과정서 특유의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인쇄소 특유의 악취는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벽호인쇄소는 1999년 파주로 이전해 올해로 20년째 운영된 곳이다. 문제는 인쇄소 주위로 아파트가 새로 지어지면서 주민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벽호인쇄소 관계자는 “윤전기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해 주민들이 전화로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3~4년 전부터 항의가 늘어난 이유에는 주민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눈과 귀가 늘어나서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매해 똑같이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쇄소는 아파트 주거단지 ‘한빛마을’을 감싸고 있는 형태로 조성돼있다. 마을 내에는 벽호를 중심으로 휴먼빌레이크팰리스2단지, 센트럴파크한라비발디아파트, 자유로아이파크3단지아파트, 운정롯데캐슬파크타운 1·2차 아파트가 둘러싸고 있다. 아파트 뿐 아니라 한빛 초·중·고등학교와 와석초등학교, 한사랑어린이집이 인근에 있다.

운정지구 한빛마을 아파트 단지 내 위치
검사 결과 기준치 적합…주민들은 분노

인쇄소 인근주민인 모 초등학생은 “이 거리(인쇄소 공장 주위)를 지나갈 때마다 매연 비슷한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다. 자동차서 나는 냄새는 아닌 거 같다. 가끔 나는 냄새”라고 설명했다. 

운정맘 카페 회원인 걸******은 “미세먼지 앱으로 확인한 결과, 문만 열면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가고 매캐한 냄새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신도시 아파트 한가운데에 유해공장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이런 공기가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 같아 이사 가기로 결정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인쇄소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인쇄소 관계자는 “인쇄소 바로 옆에 있는 쓰레기 집합장서 나오는 냄새일 수도 있고, 냄새가 혼합돼 주민들이 맡기에는 더 역한 냄새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항의전화가 오면 공사를 바로 중단하지는 못해도 몇 시간 내에 작업을 마무리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몇 년 전 인쇄소 이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전하려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기 때문에 파주시청에 금액 관련해 문의한 적이 있다. 파주시청은 예산문제로 힘들다고 말하면서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한 파주시청은 대기·악취 오염도를 검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악취 검사 6번, 대기오염도 3번 등을 실시했지만 기준치에 적합한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 보건 환경 연구원 북부지원은 배출구 1·2·3·4호기 등에서 포집한 뒤 악취를 검사한 결과, 최대 300ppm, 최소 100ppm(기준 500ppm 이상)이 측정됐다. 대기오염도 결과서도 동일하게 배출구 4곳서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을 포집해 검사한 결과 기준치에 미달했다. 지난달 5일 악취검사를 실시한 복합악취를 검사한 결과 기준 500ppm에 한참 못 미치는 100ppm이 집계됐다. 

한 인근 주민은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잠깐 포집한 것만으로도 신뢰도 있는 결과라고 말하기 어렵다. 기준치에 5분의 1도 적게 나오는데 일반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고 항의했다. 

이에 파주시청도 할 말이 많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일부 주민은 검사 방법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있는데, 자주 구동하는 윤전기 3대를 돌릴 때 포집한다. 1년에 한두 번 사용하는 운전기를 제외하고 모든 윤전기를 사용할 때 포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악취가 가장 심할 때 측정을 하는 셈”이라며 “냄새라는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심하게 느껴 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악취에 호소하는 주민들은 파주시청에 민원을 넣고 있지만 법적 기준치에 미달하는 결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파주시청서도 관리 차원서도 여러 차례 검사하지만 기준치에 허용하는 범위가 나온다는 입장이다. 

대응 논란

또 다른 벽호인쇄소 관계자는 “지난해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악취를 개선하기 위해 윤전기 파는 업체인 일본서 기술자가 와서 점검하고 가는 등 악취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시 악취방지시설비 얼마?

서울시는 지난 15일, 생활악취를 발생시키는 음식점과 세탁시설, 아크릴가공 등 소규모 사업장에 악취방지시설 설치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음식점, 인쇄소, 세탁시설, 아크릴가공, 도장시설 등 악취방지시설 설치가 필요한 사업장이 지원대상이다.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사업장에는 최대 1000만원까지 악취방지시설 설치 보조금이 지원된다. 금액은 설치비의 70%까지 지원되며 나머지 설치비는 자부담해야 한다.


단 악취방지시설을 설치한 지 3년을 지나지 않은 사업장, 최근 5년 이내 방지시설 설치비용을 지원받은 사업장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는 생활악취방지시설 설치를 위해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 전문가(대기기술사)를 현장실사에 투입한다.

지원을 희망하는 업체는 31일까지 신청서와 구비서류를 갖춰 해당 자치구 환경과로 방문하면 된다. 시는 2016년부터 35개 음식점과 도장시설 등에 3억33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1개소(음식점과 인쇄, 도장시설 등)에 1억200만원을 지원했다.

지원 사업에 가장 많이 신청하는 업종은 직화구이 음식점이다.

지난해 방지시설이 설치된 음식점(15개소)에 대한 주민 체감도 조사 결과 주민 89%가 설치 후 냄새(연기)가 줄었다고 답했다. 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복합악취 63%, 먼지 85%가 저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완 서울시 생활환경과장은 “소규모 사업장의 생활악취로 인근 주민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으나 소상공인의 생계 문제와도 관련돼 해결이 쉽지 않고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주민과 소상공인 모두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생활악취저감 지원사업에 많은 신청을 바란다”고 말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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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