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프레임’ 억울한 한국기업

아무 상관 없는데 애꿎은 돌팔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반일감정이 뒤엉키면서 불매운동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불매운동의 불똥은 국내 기업으로 향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의 오해가 이들을 ‘불매 리스트’에 올린 것이다.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억울하다”며 입을 모은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하 한상총련)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산 담배와 맥주를 시작으로 음료와 스낵, 소스류 판매까지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한상총련은 “매출 감소를 무릅쓰고 일본 제품 판매 중단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치욕의 역사를 잊지 않고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동참 아래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등의 슬로건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리스트 올라

일본제품 정보를 소개하는 사이트들은 호황(?)이다. 최근 ‘노노재팬’이라는 이름의 사이트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노노재팬은 단순히 일본 제품 정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대체 상품을 소개해주고 있다.

토종기업들은 일제 불매운동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모나미가 대표적이다. 모나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모나미는 일제 불매운동이 터지면서 일주일 만에 문구류 매출이 553.7% 수직 상승했다.

반대로 ‘오해’를 사는 기업들도 있다. 일본 제품으로 잘못 소개된 경우다. 지난 5일 코카콜라는 “일본 불매 이슈와 함께 언급되고 있는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는 일본산 제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는 한국 코카콜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상품이다.


일본어 느낌이 강한 사명 때문에 오해를 받는 기업들도 있다. 60년 넘은 한국 토종 브랜드 도루코가 대표적이다. 도루코는 1955년 동양경금속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60년 한일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듬해부터 도루코라는 브랜드 이름이 유명해지면서 회사는 1979년 사명을 아예 도루코로 바꿨다.

카시트 시장 점유율 1위의 다이치도 비슷한 경우다.

다이치는 토종 기업이지만, 일본어 사명으로 일본 제품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다이치는 일본어로 ‘최고’라는 뜻이다. 다이치는 1981년 제일산업으로 시작해 자동차 제조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던 회사였다. 다이치는 이후 유아용 카시트 시장에 뛰어들어 1995년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다이치는 일본인 설계 고문을 영입, 일본 카시트 업체와 기술 제휴를 맺고 사명을 오늘날의 다이치로 바꿨다.

불매운동 일파만파, 소비자들 적극적
오해받는 기업들 “우리는 아니에요”

쿠팡과 다이소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손정의 회장이 일본 소프트뱅크서 자본을 유치했다는 이유로 불매 대상이 되기도 했다. 쿠팡은 “우리나라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한국서 운영한다”고 해명했다.

다이소 역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되는 한국기업”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이소는 그간 ‘일본 다이소와 완전 별개’라며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서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도 일본 기업으로 언급된다. 세븐일레븐은 미국서 시작됐지만 일본 슈퍼체인 이토요카도가 지분을 전량을 사들여 일본계로 분류된다. 그러나 한국법인인 코리아세븐은 일본 세븐일레븐이 아닌 미국 세븐일레븐과 계약해 1989년 설립됐다. 현재 지분은 롯데 일가가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다이소와 세븐일레븐도 대주주는 모두 한국 기업으로 일본과 무관하게 독자 경영을 하고 있지만 SNS 등에서는 ‘불매 대상 일본 기업’ 카테고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불똥은 편의점에도 튀었다. BGF리테일 운영의 편의점 CU는 일본 훼미리마트 브랜드를 빌려썼지만 2012년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돼 한국 브랜드로 전환됐다. 훼미리마트 지분 25% 역시 2014년 주식상장을 통해 모두 정리했다. 현재 CU 지분의 절반 이상은 지주사 BGF와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이다.

롯데그룹 역시 진땀을 흘리고 있다. 롯데는 그간 ‘한국 기업, 일본 기업’ 논란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9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과 일본이 축구를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정도다. 롯데는 수년간 일본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 일제 불매운동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전긍긍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가 언급된 것이 불매운동의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다. 롯데는 유니클로 한국 법인의 지분을 49% 보유하고 있다. 무인양품과 롯데아사히주류, 롯데미쓰이, 롯데캐논, 롯데JTB, 한국후지필름 등은 롯데와 일본기업의 합작사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 인연에 긴장하는 기업들

불매운동에 반일감정이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의 과거 전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포카리스웨트로 유명한 동아오츠카는 일본 오츠카 제약과 동아쏘시오홀딩스(동아제약그룹)가 각각 50%, 49.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표자 역시 한국인과 일본인이 나란히 맡고 있다. 단순히 일본 기업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다만 일본 오츠카제약이 과거 일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국회의원을 간접 후원하면서 논란을 촉발, 동아오츠카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 동아오츠카는 일본 오츠카제약에게 매년 배당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초 남양유업은 일본 전범기업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남양유업은 일본 모리나가제과의 ‘밀크 카라멜 우유’를 생산했다.

모리나가제과는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조사한 299개 전범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GS리테일도 한데 묶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GS리테일이 해당 제품을 편의점 GS25를 통해 판매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두 회사는 생산과 판매를 즉시 중단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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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