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라오스 댐 사고’ 그 후 1년…

‘맞다’ ‘아니다’…언제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오는 23일은 라오스 댐 사고가 발생한지 딱 1년째 되는 날이다.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비극적 사건이었다. 인재일까. 천재일까. 라오스 정부 측과 SK건설은 팽팽한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 SK건설 라오스댐 붕괴 현장 ⓒSBS

지난해 7월23일(현지시각) ‘세피안·세남노이 본댐’ 주변 보조댐서 문제가 발생, 인근 마을에 홍수가 발생했다.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100여명이 넘는 사상자와 6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인재’로 봤다. 반면 SK건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재 vs 재해

지난 2005년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은 라오스 정부와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사업을 추진했다. SK건설은 한국서부발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2012년 해당 사업을 수주했다. 컨소시엄에는 태국업체 RATH와 라오스업체 LHSE도 참여했다. 이들은 합작법인 PNPC를 세운 뒤 2013년 2월 착공에 들어갔다.

사업지분은 SK건설이 26%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서부발전(25%), 태국 RATH(25%), 라오스 LHSE(24%) 순이었다. 총 사업비 10억달러, 공사비 7억1600만달러의 규모였다.

SK건설은 착공과 준공을 담당했다. 공기는 4개월 단축돼 지난 2017년 4월 마무리됐다. 댐은 지난 2월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었다. 운영사는 서부발전으로 27년간 댐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23일(현지시각) 세피안·세남노이 본댐 주변 5개 보조댐 중 1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보조댐은 토사로 채워 만든 흙댐이었다. 흙댐이 무너지면서 7개 마을에 홍수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소식을 접한 SK건설은 현지와 서울 본사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구조 활동 지원 등 대응에 나섰다. 안재현 SK건설 사장과 관계자들은 곧장 라오스 현지로 출국했다.

현지 언론은 댐 사고의 원인을 ‘붕괴’로 봤다. 라오스통신(KPL)은 “보조댐이 붕괴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SK건설은 ‘범람’이라고 주장하면서 ‘평소 3배가 넘는 폭우가 내린 점’ 등을 들었다. 라오스정부는 피해 지역을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100여명 사상 마을 수몰 대참사 
시공사 SK건설 여전히 책임 공방

이후 SK건설은 범람서 ‘유실’로 입장을 선회했다. 폭우로 물이 불어났고, 흙댐 상부 일부가 댐 범람 과정서 쓸려나갔다는 것이다. 다만 ‘붕괴’는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시 SK건설은 사후 대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건설은 사고 전날 오후 9시경 보조댐 일부서 유실을 확인, 즉시 라오스 당국에 신고해 댐 하부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SK건설은 장비와 인력을 긴급 투입해 유실 구간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집중호우로 댐 접근 도로 대부분이 끊긴 탓에 복구작업은 원활하지 못했다.
 

▲ 안재현 SK건설

사고 당일 새벽 3시경 세남노이 댐 비상 방류관으로 긴급 방류가 시작됐다. 보조댐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SK건설은 이날 정오경 라오스 주정부에 추가 유실 가능성을 통보했다.

당일 오후 6시 보조댐 상부의 추가 유실이 확인됐고, 24일 새벽 1시30분 마을 침수피해가 접수됐다. 결국 오전 9시30분경 마을이 침수됐다.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지난해 7월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7월20일 새남노이 저수지 조성을 위해 축조한 5개의 보조댐 중 하나가 폭우로 11cm 침하했다”고 밝혔다. 사고 4일 전 이미 침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SK건설이 설명한 사고 경위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김 사장은 “이틀 뒤 상단부 10곳에 침하가 발생해 복구 장비를 수배했다”며 “23일 오전 11시경 댐 상단부가 1m가량 침하해 합작법인이 정부에 대피 협조를 요청했다. 이장을 통해 주민 대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23일 오후 2시30분경 보수 장비가 현장에 도착해 작업에 착수하려고 했지만, 침하 가속화 기미가 보였고 댐 일부가 유실되기 시작했다”며 “SK건설은 오후 5시까지 인근 주민 대피를 완료했고, 하류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SK건설 등과 함께 사업에 참여한 태국업체는 지난해 7월 “세피안·세남노이 발전소 운영사인 세피안·세남노이 파워 컴퍼니로부터 라오스 참파삭 지구서 건설 중이던 보조댐이 붕괴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캄마니 인티라스 라오스 에너지·광산부장관은 지난해 7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서 사고의 원인으로 ‘규격 미달 공사’와 ‘예상치 못한 규모의 폭우’를 꼽았다. 부실시공을 언급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라오스 정부 측은 댐 사고를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규정했다. 또한 피해자 특별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적절한 조처 있었다면…“막을 수 있었다”
경험적인 추론에 불과…“동의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해 10월 ‘라오스 프로젝트 실행계획’이라는 제목의 SK건설 문건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SK건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설계를 변경하고 조기 완공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SK건설 측은 김 의원이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기본설계는 밑그림(스케치) 단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설계변경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지난 5월 라오스뉴스통신(KPL)에 따르면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는 댐 사고에 대한 독립 전문가 위원회 조사 결과 ‘불가항력적 사고로 볼 수 없다’고 결론 지었다.


위원회는 “보조댐에 미세한 관들이 있었고 누수로 인한 내부 침식이 발생했다”며 “기초 지반이 약화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SBS

이어 “댐에 물을 채우는 과정서 이 같은 현상이 최상부서도 일어나 결국 전체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적절한 조처로 막을 수 있었던 붕괴사고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SK건설은 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건설은 안 사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사고 전후 실시한 정밀 지반조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등 과학적, 공학적 근거가 결여돼있다”며 “경험적 추론에 불과한 조사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SK건설은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장 차 극명

한편 지난해 2월 시민사회단체(기업인권네트워크·발전대안 피다·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진실의힘·참여연대·피스모모·환경운동연합)가 구성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대응 한국시민사회 태스크포스(TF)’는 참여연대서 현지 조사 보고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고 당시 강수량이 예상치 못한 수준이 아니었고, 사고 직전 비가 멈췄다는 현지 증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23일 오전 11시 SK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와 SK건설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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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