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꽃보직’ 계파전 내막

밥그릇 챙기려면 밥상부터…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최근 자유한국당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내년 총선에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몸을 풀기 시작한 눈치다. 최근 상임위원장과 총선 요직을 두고 도사리고 있던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집안싸움’ 이면엔 더 깊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 지난 5일, 자유한국당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 도중 황영철 의원이 지도부서 의총을 비공개로 전환하려 하자 항의하고 있다.

국회엔 17개의 상임위원회와 7개의 특별위원회가 있다. 의원들은 법제사위, 국방위, 여가위 등 각자 전문 분야를 정해 위원회 활동을 하게 된다. 회사로 보면 사원의 부서 배치와도 같은 셈이다. 본회의에 올라갈 법안을 심사하기에 의원들의 주요 의정활동은 대부분 상임위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상임위원회를 이끄는 위원장은 주로 3·4선의 중진 의원들이다. 보통 평의원 사무실은 본청 옆 의원회관 건물에 마련되는데, 위원장 사무실은 국회 관계자들에게 접근성이 더 좋은 본청에 마련된다. 지난해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됐던 특수활동비는 폐지됐지만 위원장에게 주어지는 혜택과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

자리 눈치싸움
내부는 뒤숭숭

상임위원장은 국회법 제49조에 따라 위원들의 의사를 정리하고 질서 유지권을 발동할 수 있다. 이어 위원회의 의사 일정과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위원장은 위원들의 발언 기회와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의안 회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

단순해 보이지만 행간을 살피면 위원장이 본인의 입맛에 따라 회의를 ‘좌지우지’할 여지가 엿보인다. 여야의 이견이 있을 때 위원장이 결국 ‘조정자’의 역할로 나서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위원장 소속 정당의 의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6월 사개·정개특위의 활동 기한 연장 조건으로 두 특위 중 한 곳의 위원장 자리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이 맡기로 한 조건이 합의되자,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이를 크게 우려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한국당에게 넘겨주게 되면, 위원장이 본인의 권한으로 법안을 저지해 선거법 개정안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자유한국당)은 “각 상임위원회가 한국당과의 합의 없이 처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허용되는 한 해당 상임위로 다시 회부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법사위는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한 체계 및 자구 심사를 담당한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을 법사위원장이 상임위로 다시 회부할 근거 조항은 국회법 어디에도 없다. 바꿔 말하면 법조인 출신인 여 위원장조차도 ‘월권’의 선을 알지 못할 정도로 법안 처리 과정서 위원장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임위 등 요직 두고 계파 갈등 수면 위로
또 집안싸움?…지도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예산과 직결되는 상임위원장은 의원들에게 단연 매력적인 자리다. 위원장이 되면 안건 조정이 가능해 지역구에 가져다줄 ‘선심성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원들이 따낸 지역사업 예산금액은 의원 본인의 성적표와도 같다.

특히 한국당 박순자 의원이 맡고 있는 국토교통위원장은 상임위 중 ‘금싸라기’ 자리다. 국토교통부나 주택공사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지역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여의도서 국토위는 의원이 의원에게 쪽지 예산, 문자 예산 등의 방식을 동원해 로비하는 곳으로 통할 정도다.


최근 박 의원은 노른자 보직인 국토위원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버티기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후반기 원 구성 때 자당에 배정된 7개 상임위원장 중 다섯 자리의 임기를 쪼개 2명이 1년씩 번갈아 맡기로 했다. 당시 국토위원장은 박 의원과 한국당 홍문표 의원이 각각 1년씩 맡기로 했지만, 박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원장 사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위원장의 자격인 3선 이상 의원들은 많은데 위원장의 임기는 2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의원들끼리 위원장 자리를 1년씩 돌아가며 나눠 갖는 ‘쪼개기’ 편법이 생겼다. 하지만 이는 의원들끼리 만든 관행적 ‘룰’에 불과해 법적인 대응을 할 수단이 없다. 박 의원이 이 같은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박 의원은 “1년씩 자리 나누기에 합의한 바 없다”며 두 차례 입장문을 배포했다. 이에 홍문표 의원은 “박 의원의 몽니는 과욕을 넘어 당을 욕보이고 있다”며 비난했다. 당 지도부의 설득에도 박 의원이 물러서지 않자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다시 급물살을 탔다.

총선 대비
전초전 양상

결국 나 원내대표는 윤리위에 박 의원의 징계안을 회부했고, 당 윤리위는 지난 17일 징계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하지만 박 의원에게 사실상 징계 수위는 큰 의미가 없다. 상임위원장은 당직이 아닌 국회직이라 자발적으로 사임하지 않는 이상 강제로 뺏을 수 없는 자리기 때문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토위원장이 매력적인 자리라지만, 박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가진 당 지도부의 장악력까지 훼손시키는 큰 위험을 감수했다. 왜일까.

일각에선 박 의원의 버티기를 두고 지역구인 안산 단원을에 출마하려는 경쟁 상대가 당내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나를 잘라봐야 누가 할 사람 있겠냐는 마음일 것”이라며 “경쟁자가 있었다면 저렇게는 안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설사 당내 경쟁자가 나타나 공천 ‘학살’이 된다 해도 지역구서 박 의원은 지역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성적 좋은 학생’이다.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와도 승산이 있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안산에선 오는 8월 서울과 안산을 잇는 신안산선 착공식이 열린다. 신안산선 사업은 지역의 최대 숙원인 만큼 그때까지 버텨 유권자들의 민심을 사는 게 내년 총선에 더 유리할 거란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당내 지도부의 분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도 ‘미운 오리’는 잠깐이다.

내년 총선이 다가올 때면 당도 지역민들도 박 의원을 함부로 팽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선도 긴장
초선도 긴장


예결위원장 자리를 두고 일어난 당내 분란도 최근 논란이 됐다. 지난해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 당시 한국당 안상수 의원과 황영철 의원이 1년씩 돌아가며 예결위원장을 맡기로 했으나, 지난 3월 안 의원이 사임해 황 의원이 예결 위원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황 의원의 상황을 이유로 당내 경선을 요구했고, 지난 5일 황 의원이 결국 경선을 거부하면서 김 의원이 예결위원장에 당선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비박(비 박근혜) 복당파’인 황 의원보다 친박(친 박근혜)인 김 의원을 예결위원장으로 두려는 지도부의 속내가 반영됐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황 의원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리싸움이 시작되니까 계파 본색이 온전히 드러나는 상황”이라며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총선을 앞두고 다시금 불거진 계기가 된 셈이다.
 

▲ 국회 국토교통위워장인 박순자 의원

한편 지난 7일엔 당 지도부가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의 원장직 교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장이 보건복지위원장을 겸직해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 원장은 지난 3월 당 중도층 확장을 위해 당 최고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원장에 임명됐다.

이후 김 원장은 당내 요직 중 유일한 비박계 인물로 취임 이후 차별화된 노선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선거 전략과 총선 여론조사 데이터를 주관하기 때문에 공천과 내년 총선을 위해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김 원장에 대한 갑작스러운 교체 시도를 두고 친박계가 총선 공천을 주도하기 위해 친박계 인물로 교체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한국당은 박맹우 사무총장, 민경욱 당 대변인,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등 당내 주요 요직은 모두 친박계 인물이 맡고 있다. 비박계서 “친박계가 남은 여의도연구원장까지 맡아 내년 공천을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한국당 내 비박계 의원은 “공천 전략을 짜는 여의도연구원장과 공천을 집행하는 사무처가 같은 계파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 당이 일부 몇 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막강 권한을 잡아라!
무리로 움직이는 친박

일각에선 당내 주류를 형성한 친박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박계 축출에 노골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친박계 한선교 의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해 공석이 된 사무총장 자리에 복당파인 이진복 의원이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당내 강성 친박 의원들이 탄핵 과정서 탈당했던 인사를 사무총장에 앉힐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 결국 친박계인 박맹우 의원이 임명됐다.

박 사무총장은 “당 운영서 친박·비박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서 이번 일을 계파 갈등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국당 내 계파 갈등은 당 내분을 일으키는 고질적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 권한대행 출신인 황 대표와 친박의 지지를 등에 업은 나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로 선출됐다. 태생적 한계가 여전한 상황서 당내 불협화음이 계속되자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도 금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과 나경원 원내대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대규모 인적쇄신이 필요한 당 지도부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는 셈이다. 한국당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공천이 다가오니까 공천을 받겠다는 과정서 또 힘의 결집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이 없다 보니 인물을 볼 때도 누구랑 가깝고 어느 캠프에 속해 있었고 이런 것만 본다. 그러니 자꾸 계파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도 “당 지도부가 친박들이나 만나고 다니는 게 무슨 보수 대통합”이냐며 “친박 2중대로는 총선서 이길 수 없다”고 지도부를 비판한 바 있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CBS와의 통화서 “상임위원장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윤리위 회부까지 가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며 “지도부가 뭘 하길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이런 상황까지 오게 만드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지난달 한국당을 탈당해 우리공화당에 합류한 홍문종 공동대표도 보수 분열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홍 공동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현역 40명 이상이 추가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친박계의 재결집을 암시한 바 있다.

또 분열?
답 없나?

한국당이 저조한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대규모 친박계 공천 물갈이를 단행할 경우, 공천서 탈락한 이들이 우리공화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친박계와 각자도생하는 비박계의 행보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계파 갈등은 더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총선을 위해서는 계파 갈등으로 보수가 분열했던 과거를 뿌리 뽑는 당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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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