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전통과 현대’ 채림
<아트&아트인> ‘전통과 현대’ 채림
  • 장지선 기자
  • 승인 2019.07.24 10:56
  • 호수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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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과 옻칠이 만났을 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채림 작가는 전통 공예 기법인 옻칠과 보석공예를 통해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보석의 장식적 의미와 옻의 공예적 가치를 넘어 순수미술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채림의 개인전 멀리에서<일요시사>가 조명했다.
 

▲ CHAE, RIMM, 멀리에서 From a Distance, 2019, 목판에 옻칠, 삼베 Ottchil (Korean lacquer), hemp cloth on wood, 122 x 162cm
▲ CHAE, RIMM, 멀리에서 From a Distance, 2019, 목판에 옻칠, 삼베 Ottchil (Korean lacquer), hemp cloth on wood, 122 x 162cm

학고재청담서 채림의 개인전 멀리에서를 준비했다. 보석 디자이너로 출발한 채림은 옻칠이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공예 기법을 작업세계로 끌어들였다. 그는 전통과 현대, 동구와 서구, 자연과 세공이 어우러진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조각과 회화

2017년 채림은 학고재서 ‘Nature Meets Nature, Art Meets Art-숲의 사색전을 진행했다. 당시 개인전에서는 옻칠 위에 자개, 순은, 호박, 산호, 비취, 청금석과 호안석 등 전통 장신구에 주로 쓰인 보석들을 이용해 보석과 회화의 물리적 만남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각 소재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새로운 조형적 가능성에 집중했다.

이번 전시서 눈여겨볼 작품은 보석공예 없이 옻칠만을 이용한 회화 멀리에서 시리즈와 자개와 진주를 황동 가지에 올려 평면적으로 배열한 비 온 후에. 채림은 멀리에서 시리즈를 통해 옻칠 기법만으로 인상주의를 연상시키는 회화 작업을 시도했다. 비 온 후에는 그동안 옻칠 바탕 위에 올렸던 보석 오브제를 지지체로부터 과감히 분리해 하얀 벽에 배열, 설치한 신작이다.

큐레이터이면서 평론가인 로버트 모건은 채림의 작업세계를 가리켜 조각 회화라고 언급했다. 평면 회화 위에 보석 오브제를 부착하는 채림의 예술세계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다. 채림은 회화와 조각을 결합한 작업으로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선 신작을 통해 조각과 회화를 과감하게 분리했다. 그러면서 각 재료와 장르에 한층 깊이 있는 예술적 접근을 시도했다.
 

▲ CHAE, RIMM, 멀리에서 From a Distance, 2019, 목판에 옻칠, 삼베 Ottchil(Korean lacquer), hemp cloth on wood, 20 x 20cm
▲ CHAE, RIMM, 멀리에서 From a Distance, 2019, 목판에 옻칠, 삼베 Ottchil(Korean lacquer), hemp cloth on wood, 20 x 20cm

그는 옻과 안료를 조합해 원하는 색을 만든다. 그리고 목판 위에 깊은 색감을 띨 때까지 수없이 옻칠을 반복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옻칠은 나무에 수십번 반복해서 칠하는 과정을 거쳐 특유의 빛깔과 광택을 만들어가는 전통 공예 기법이다. 방수와 방습 기능까지 갖춰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옻칠의 조색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까다롭다. 또 반복적인 옻칠은 작가에게 수행에 가까운 인내와 노동력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채림이 끊임없이 옻칠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우리의 것과 근본을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전통 공예 기법에 천착
새로운 조형 가능성 모색

옻칠 회화 멀리에서 시리즈로 전통적 가치의 재발견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채림은 평면적 설치 비 온 후에 작품으로 자신만의 미학을 보다 분명하게 추구한다. 비 온 후에는 채림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설치 작품이다.

전통 보석 세공 기법서 벗어나 자개와 진주를 마치 브로치처럼 정교하게 세팅했다. 한국 전통의 보석공예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흰 벽에 드리워진, 부드러운 연필 드로잉을 연상시키는 황동 가지의 그림자는 채림이 새롭게 실험하고 있는 조형 요소다. ‘과수원 하늘시리즈도 마찬가지다. 크기와 모양, 색이 제각각인 자개와 진주를 황동 가지가 살며시 움켜지듯이 감싸 안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보석 세공만으로 이뤄진 조각으로, 벽 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마치 드로잉처럼 회화적 멋을 더하고 있다.

채림의 작품 속 주된 모티브는 숲이다. 그는 종종 작품에 자신의 이름 ()’을 한자로 새겨 만든 낙관을 찍는다. 채림의 작품은 인적이 끊긴 깊은 숲속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결, 짙은 숲의 향기, 쓸쓸하고 고적한 기운, 청량한 기운이 작품에 담겼다.
 

▲ 채림 CHAE, RIMM, 멀리에서 From a Distance, 2019, 목판에 옻칠, 삼베 Ottchil(Korean lacquer), hemp cloth on wood, 20 x 20cm
▲ 채림 CHAE, RIMM, 멀리에서 From a Distance, 2019, 목판에 옻칠, 삼베 Ottchil(Korean lacquer), hemp cloth on wood, 20 x 20cm

채림은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모네가 생전에 가꿨던 파리 근교의 지베르니 정원을 방문해 깊은 감명을 받은 바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베르니 정원은 모네의 수련시리즈가 탄생한 곳이다.

채림의 작품서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부분은 식물을 연상시키는 조형 요소의 활용이다. 화면 곳곳 덩굴과 나뭇가지를 연상시키는 선들이 서로 만나 여러 표정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덩굴이 뻗어나가듯 반경을 넓혀가며 전시장을 신비로운 숲속과 같은 분위기로 바꾼다.

과감히 분리

학고재청담 관계자는 채림의 작품세계는 전통에 뿌리를 두고 현대와의 만남을 시도하면서 동구와 서구, 자연과 세공을 아우르고 있다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채림이 제시하는 문화혼종적, 동시대적 미학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전시는 오는 825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채림은?]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졸업(1986)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1989)

개인전

멀리에서: From a distance’ 학고재 청담(2019)
빛으로의 여정, 숲으로의 여정가나인사아트센터(2018)
‘Nature Meets Nature Art Meets Art-
숲의 사색학고재(2017)
숲의 노래가나인사아트센터(2017)
숲의 노래에이블 파인아트 갤러리(2017)
숲에서 나를 만나다라우갤러리(2017)
공명갤러리 BDMC(2016)

수상

아트엑스포 뉴욕 감독상(2018)
뉴욕 아트엑스포솔로 어워드(2017)
굿디자인 어워드 금상(2016)
15회 국제주얼리디자인공모전 대상(2016)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