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지일파’라 불리는 이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22 09:58:58
  • 호수 1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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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카드’ 대일특사로 뜨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색된 한일관계의 열쇠가 될까.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이 총리와의 ‘투톱 외교’를 언급했다. 이 총리는 잘 알려진 ‘지일파’다. 과연 문 대통령은 왜 그를 지목했으며, 왜 그는 지일파로 분류될까.
 

▲ 이낙연 국무총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서 주재한 국무회의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이름을 거론했다. 자신과 이 총리가 적절히 역할을 분담해 정상급 외교무대서 함께 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투톱 외교 가능성에 불을 지피면서 이 총리의 역할론이 급부상했다.

역할론 부상

문 대통령은 이 자리서 “정상외교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통령 혼자서는 다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들은 정상외교를 투톱 체제로 분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지만 독특하게 국무총리를 두고 있고, 헌법상 국무총리에게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국무총리도 정상급 외교를 할 수 있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의 대부분을 이 총리와의 투톱 외교에 할애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전용기까지 언급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제가 총리 해외순방에 대통령 전용기를 제공하는 것도 단순한 편의 제공의 차원을 넘어 총리 외교의 격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지난해 7월 이후부터 해외 순방 때마다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이 총리의 대일특사 파견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리가 잘 알려진 ‘지일파’(일본의 사회·문화 등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진 외국인을 가리키는 용어. 친일, 반일과는 다른 용어다)라는 사실도 대일특사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이 총리는 기자 시절 도쿄특파원을 지냈고,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오랜 기간 한일의원연맹서 활동했다. 일본 측 인사와 통역 없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일본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일본 측은 이 총리를 어떻게 바라볼까. 이 총리가 청문회를 통과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도한 일본 언론의 반응을 보면,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언론인 시절 도쿄특파원 지내
한일의원연맹 부회장도 역임

<요미우리신문>은 문 대통령이 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이 총리를 지목하자, 그를 자세히 소개하는 데 지면을 할애했다. 당시 신문은 이 총리가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을 지냈다는 점 ▲1990년부터 수년간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을 지냈다는 점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을 지내 일본 정계에도 인맥이 있다는 점 ▲이 총리가 전남도지사였을 당시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51년 만에 일본 고치현과 국제 자매결연을 한 점 등을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지명한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악화되고 있는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 총리를 지명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본 언론은 이 총리가 청문회를 통과했을 당시에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시 교도통신은 이 총리의 일본서의 이력을 소개했으며, NHK는 “이 신임 총리는 한국 정계서 지일파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지지통신은 “문 대통령이 새 정권의 조기 조각(내각을 조직함)을 목표로 취임 당일 그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며 “이 후보의 총리 취임에 따라 조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 총리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4개국 순방을 하고 있을 당시 그는 동행 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서 “그 문제(투톱 외교)는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역할론에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이어 이 총리는 ‘대표적인 지일파 정치인으로서 이번 한일 문제와 관련해 일본 내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접촉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접촉한 인사를 공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종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지만, 신뢰를 위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투톱 외교의 의미로 ▲외교·경제의 대외 의존도에 걸맞는 외교의 다변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국가)에 대한 시의적절한 접근 ▲기업들의 대규모 수주에의 협력 ▲교민·동포에 대한 격려 등을 꼽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총리가 너무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에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이 총리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하게 나온 바 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15일 일련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지일파들이 일본으로 가서 물밑 대화를 하는 방식 등으로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총리의 이름을 거론했다.

공교롭게도 이 총리는 지난 13일 8박10일 일정으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순방길에 올라 야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일본이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를 한 비상상황에서 총리가 자리를 비워도 되느냐는 비판이다.

나설지는…

그럼에도 이 총리가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직접 나설지는 미지수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권후보 상위에 랭크돼있는 이 총리가 이 같은 난제를 떠안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무엇보다 친일 시비에 휘말리기라도 한다면 그동안 쌓아놓은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이낙연 애장품 경매 나온 이유

문재인 대통령의 넥타이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도자기가 경매에 나왔다. 언론의 자유를 상징하는 ‘굽히지 않는 펜’ 건립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두 사람의 애장품은 지난 16일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굽히지 않는 펜 제막식이 열린 날이다.

제막식에 앞서 열린 유명인들의 기증품 경매 행사서 문 대통령이 평소 메고 다니던 넥타이와 이 총리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애지중지했다는 도자기가 소개됐다.

두 애장품은 참석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나란히 100만원의 경매가를 기록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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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