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규표’ 일진그룹 좀비회사 대해부

‘팍팍’ 몰아주고 손해 봐도 ‘펑펑’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허 회장은 맨손으로 그룹을 일궈낸 ‘맨손 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그러나 허 회장의 화려한 이력과 달리 그룹 계열사들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미 일진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회사를 통해 2세 경영을 구축,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외 몇몇 계열사들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과 배당금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다.
 

일진그룹은 부품소재 전문기업이다. 일진은 전자제품 소재, 공업용 다이아몬드, 디스플레이 부품 등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일진은 건설과 의료 , IT(정보기술) 분야서도 활동 중이다. 창업주는 허진규 회장이다. 허 회장은 지난 1968년 첫 삽을 뜬 뒤 일진을 중견그룹 반열에 올렸다.

2남2녀
후계구도

일진은 ‘2세 경영 체제’로 접어들었다. 장남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은 지주회사 일진홀딩스를 물려받았다.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은 일진의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일진머티리얼즈에 둥지를 틀었다. 허 회장의 장녀 허세경 일진반도체 대표이사와 차녀 허승은씨는 각각 일진반도체와 일진자동차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장남 허 부회장은 일진홀딩스의 최대주주(29.1%)다. 일진파트너스(24.6%)와 허 회장의 부인 김향식 여사(0.8%), 일진머티리얼즈(0.6%), 허 대표이사(0.3%), 허씨(0.3%),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0.1%)이 그 뒤를 잇는다.

일진파트너스는 허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창구’로 주목받았다. 공시서 확인할 수 있는 일진파트너스의 최초 사명은 일진캐피탈이다. 1996년 설립된 일진캐피탈은 1999년 사명을 일진기술금융으로 변경했다. 주주는 ㈜일진(30.9%), 일진전기공업(30.9%), 일진다이아몬드(30.9%), 허 회장(7.3%)이었다.


일진전기공업은 2002년 3월 상호를 일진전기로 변경했다. 2003년 일진전기는 ㈜일진을 흡수합병했다. 일진전기의 지분은 61.8%가 됐다.

일진기술금융은 2006년 3월 사명을 일진캐피탈로 변경했다. 허 부회장은 같은 해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 일진캐피탈의 최대주주(100%)가 됐다.

일진캐피탈은 2010년 5월 상호를 일진파트너스로 교체했다. 사업도 금융업서 운송업으로 갈아탔다. 일진파트너스 대표이사였던 허 회장은 허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겨줬다.

일진파트너스의 2010~2012년 전체 매출액은 일진홀딩스 자회사 일진전기와의 내부거래서 나왔다. 일진전기는 2010년부터 일진파트너스에 일감을 몰아줬다. 일진파트너스의 매출액은 2009년 8억원 수준이었지만 33억원(2010년), 90억원(2011년), 135억원(2012년)으로 껑충 뛰었다.

허 회장 2세 경영 가시권…자녀 배치
일진홀딩스·일진머티리얼즈 양대 축

2013년 일진홀딩스는 허 회장 보유 지분 전량(15.27%)을 일진파트너스에 매도했다.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 지분을 24.64%까지 올렸다. 허 부회장은 일진파트너스 지분을 100% 보유한 만큼 일진홀딩스 지분을 그대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본인 지분 29.1%와 일진파트너스를 통해 확보한 지분 24.64%로 일진홀딩스 지분 53.74%를 보유, 경영권을 공고히 했다.

허 부회장은 일진파트너스와 일진전기 간 내부거래를 통해 마련된 자본으로 일진홀딩스 지분을 절반 이상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일진파트너스의 매출액 중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2013년 78.74%(10억/12억), 2014년 74.27%(13억/18억), 2015년 65.80%(8억/13억), 2016년 78.48%(11억/15억)를 기록하다 2017년 43.61%(8억/19억)로 상당 폭 떨어졌다. 일진파트너스는 이후 유한회사로 전환됐다.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장남 허 부회장의 일진홀딩스는 5개 자회사와 11개 손자회사를 두고 있다. 5개 자회사는 ▲일진전기(57%) ▲일진다이아몬드(55.6%) ▲일진디앤코(100%)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94.1%) ▲아트테크(80.9%)이다. ▲전주방송(40%)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일진전기는 ▲ILJIN Electric USA. INC.(100%)의 최대주주다. 일진다이아몬드는 ▲마그마툴(100%) ▲일진복합소재(82.8%) ▲ILJIN USA(100%) ▲ILJIN JAPAN(100%) ▲ILJIN EUROPE GMBH(100%)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00%)의 최대주주다. 마그마툴은 ▲TSC GmbH(100%)의 최대주주다.

전주방송은 ▲매직드림(100%)의 최대주주이고,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은 ▲Alpinion US, Inc.(100%) ▲Alpinion Medical Deutschland GmbH(100%) ▲Alpinion Guangzhou Medical Systems CO.,LTD(100%)의 최대주주다.

차남 허 사장의 일진머티리얼즈는 전자감지장치 제조업을 영위한다. 일진머티리얼즈 지분은 허 사장(53.5%)에 이어 허 부회장(0.03%), 허 대표이사(0.02%), 허씨(0.02%) 순이다.

내부거래  
매출 100%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건설(100%) ▲아이알엠(100%) ▲삼영지주(100%) ▲일진유니스코(100%)의 최대주주다.

일진건설은 ▲Samyong Global Construction SDN. BHD.(100%)의 최대주주다. 삼영지주는 ▲오리진앤코(100%)의 최대주주다.

일진머티리얼즈는 ▲ILJIN Mateirals MALAYSIA SDN. BHD.(100%)의 최대주주이자 ▲Life Science Enterprises의 지분(16.5%)을 보유하고 있다. 일진홀딩스(15.8%)와 일진전기(4.5%)도 지분을 갖고 있다.

일진유니스코는 ▲ILJIN WALL TECH INC.(99.9%)의 최대주주고, ▲ILJIN WALL SYS INC ▲ILJIN LUCKSOON SDN. BHD.의 지분을 각각 39.9%, 70% 보유 중이다.

특수관계자들은 ▲일진자동차(100%) ▲트랜스넷(48%) ▲일진반도체(91.3%) ▲루미리치(65.7%) ▲일진제강(89.6%) ▲일진디스플레이(33.6%) ▲일진씨앤에스(100%) ▲세마오일의 지분도 갖고 있다.

일진제강은 ▲ILJIN STEEL AMERICA INC.의 최대주주(100%)다. 루미리치는 ▲일진반도체(6.5%), 일진반도체는 ▲트랜스넷(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진씨앤에스는 ▲일진에스앤티(100%)의 최대주주고, 일진에스앤티는 ▲일진라이프사이언스(100%)의 최대주주다.
 

▲ 장남인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과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이외에도 ▲아이텍 ▲처인레저 등의 계열사가 있다. 일진그룹은 국내 28개 계열사와 16개 해외법인을 포함, 모두 44개의 관계사를 구축한 중견그룹이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일진홀딩스의 주요 종속회사다. 일진다이아몬드의 지난해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액은 모두 70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은 984억원이다. 내부거래 매출이 전체의 71.66%다.

특수관계자 매출 705억원 중 695억원(98.59%)은 일진다이아몬드의 종속기업서 비롯됐다. 세부적으로 ▲ILJIN EUROPE GMBH(191억원) ▲ILJIN JAPAN(160억원) ▲ILJIN USA(192억원)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51억원) ▲마그마툴(2800만원)이다. 나머지 9900만원의 매출은 일진파트너스서 올렸다.

일진다이아몬드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의 2016~2018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63.68%(545억원/856억원), 64.79%(630억원/973억원), 71.66%(705억원/984억원)이다.

2016, 2017년 내부거래 매출액 역시 대부분 일진다이아몬드의 종속기업서 비롯됐다. 2016년 일진다이아몬드 특수관계자 매출액 545억원 중 540억원(99.08%)은 종속기업 ▲ILJIN EUROPE GMBH(182억원) ▲ILJIN JAPAN(129억원) ▲ILJIN USA(125억원)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00억원) ▲마그마툴(177만원)에서 나왔다. 나머지 4억원은 일진파트너스(3억원), 일진디스플레이(1억원)서 비롯됐다.

최대주주
계열 지배


2017년 특수관계자 매출액 630억원 가운데 619억원(98.28%)의 매출은 ▲ILJIN EUROPE GMBH(176억원) ▲ILJIN JAPAN(167억원) ▲ILJIN USA(155억원)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18억원) ▲TSC GmbH(9500만원)와의 거래였다. 나머지 10억원은 일진파트너스가 차지한다.

일진디앤코 역시 마찬가지다. 일진디앤코를 둘러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일진디앤코는 일진홀딩스의 100% 자회사다.

일진다이아몬드와 비교했을 때 일진디앤코의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높지 않다. 다만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액’ 규모가 매년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일진디앤코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38.46%(26억원/67억원), 2015년 40.05%(27억원/68억원), 2016년 42.82%(30억원/70억원), 2017년 41.23%(31억원/75억원), 2018년 42.23%(31억원/73억원)이다.

일진반도체의 내부거래 비중도 높은 편이다. 장녀 허 대표이사가 일진반도체를 이끌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일진반도체 매출액 10억원과 11억원은 모두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이었다.

다만 2016∼2018년 일진반도체의 내부거래 비중은 66.74%(3억7800만원/5억6600만원), 47.92%(3억5500만원/7억4000만원), 12.75%(8500만원/6억7000만원)로 떨어졌다.
 

일진자동차는 배당금과 관련해 눈길을 끈다. 일진자동차는 차녀 허씨 부부의 회사다. 허씨는 일진자동차 지분 55.56%을 보유하고 있다. 허씨의 남편은 대표이사다. 김윤동 일진자동차 대표이사는 44.4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부가 일진자동차 지분 전체를 쥐고 있다.

일진자동차의 지난 5년간 당기순이익은 938만원(2014년), 4억원(2015년), 12억원(2016년), 16억원(2017년), 12억원(2018년)이었다. 그러나 배당금은 매년 6억1500만원씩 허씨 부부에게 지급됐다. 900여만원의 이익이 발생했을 때와 16억원의 이익이 났을 때 지급된 배당금은 같았다. 지난 5년간 배당성향은 6556%(2014년), 125.76%(2015년), 49.27%(2016년), 36.25%(2017년), 51.17%(2018년)로 들쭉날쭉했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 높아…고질 문제
차녀 회사, 순손실에 6억원 배당하기도

배당은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이익을 나눠주는 것이다. 배당은 이익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배당을 좌우하는 건 당기순이익이다. 당기순이익의 증감에 따라 배당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기순이익이 늘면 배당금이 늘고, 당기순이익이 줄면 배당금이 줄어든다.

일진자동차는 꽤 오래전부터 배당금을 동일하게 지급했다. 일진자동차의 1주당 배당금액은 2007년 500원서, 2008년 750원, 2010년 833원으로 늘었다. 2007년 배당금액은 4억1000만원이었다. 2008년부터 배당금액은 6억1500만원으로 고정됐다.

2007년 일진자동차 주주는 김 대표이사(40%), 허 회장(25%), 허씨(25%), 그리고 일진전기(10%)였다. 2007년 당기순이익은 19억원이었고 배당금은 4억1000만원이었다. 배당성향은 20.74%였다. 허 회장과 허씨는 1억25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김 대표이사는 1억6400만원을 받았다.
 

배당금액이 오른 2008년 주주는 김 대표이사(40%), 허 회장(25%), 허씨(25%), 그리고 일진홀딩스(10%)였다. 허 회장과 허씨의 배당금은 1억5300만원으로, 김 대표이사의 배당금은 2억4600만원으로 올랐다. 2008년 당기순이익은 35억원, 배당금은 6억1500만원으로 배당성향은 17.27%를 보였다. 2009년 당기순이익은 8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배당금은 6억1500만원이 그대로 주어졌다. 배당성향은 72.44%였다.

배당금이 다시 올랐던 2010년 주주는 김 대표이사(44.44%), 허 회장(27.78%), 허씨(27.78%)였다. 허 회장과 허씨의 배당금은 1억7000만원으로, 김 대표이사는 2억7300만원으로 늘었다. 일진자동차는 2010년 9억원의 당기순이익, 2011년 2000만원의 당기순손실, 2012년 71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봤다. 그러나 배당금은 6억1500만원으로 매년 동일했다. 7100만원의 이익을 본 2012년 배당성향은 무려 8616%였다.

수익 관계없이
배당금 고정

2013년 허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허씨(55.56%)와 김 대표이사(44.44%)가 지분을 전부 보유하게 됐다. 2013년 당기순이익은 4억을 기록했다. 배당금은 6억1500만원으로 동일했다. 배당성향은 137.42%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