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규표’ 일진그룹 좀비회사 대해부

‘팍팍’ 몰아주고 손해 봐도 ‘펑펑’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허 회장은 맨손으로 그룹을 일궈낸 ‘맨손 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그러나 허 회장의 화려한 이력과 달리 그룹 계열사들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미 일진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회사를 통해 2세 경영을 구축,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외 몇몇 계열사들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과 배당금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다.
 

일진그룹은 부품소재 전문기업이다. 일진은 전자제품 소재, 공업용 다이아몬드, 디스플레이 부품 등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일진은 건설과 의료 , IT(정보기술) 분야서도 활동 중이다. 창업주는 허진규 회장이다. 허 회장은 지난 1968년 첫 삽을 뜬 뒤 일진을 중견그룹 반열에 올렸다.

2남2녀
후계구도

일진은 ‘2세 경영 체제’로 접어들었다. 장남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은 지주회사 일진홀딩스를 물려받았다.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은 일진의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일진머티리얼즈에 둥지를 틀었다. 허 회장의 장녀 허세경 일진반도체 대표이사와 차녀 허승은씨는 각각 일진반도체와 일진자동차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장남 허 부회장은 일진홀딩스의 최대주주(29.1%)다. 일진파트너스(24.6%)와 허 회장의 부인 김향식 여사(0.8%), 일진머티리얼즈(0.6%), 허 대표이사(0.3%), 허씨(0.3%),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0.1%)이 그 뒤를 잇는다.

일진파트너스는 허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창구’로 주목받았다. 공시서 확인할 수 있는 일진파트너스의 최초 사명은 일진캐피탈이다. 1996년 설립된 일진캐피탈은 1999년 사명을 일진기술금융으로 변경했다. 주주는 ㈜일진(30.9%), 일진전기공업(30.9%), 일진다이아몬드(30.9%), 허 회장(7.3%)이었다.


일진전기공업은 2002년 3월 상호를 일진전기로 변경했다. 2003년 일진전기는 ㈜일진을 흡수합병했다. 일진전기의 지분은 61.8%가 됐다.

일진기술금융은 2006년 3월 사명을 일진캐피탈로 변경했다. 허 부회장은 같은 해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 일진캐피탈의 최대주주(100%)가 됐다.

일진캐피탈은 2010년 5월 상호를 일진파트너스로 교체했다. 사업도 금융업서 운송업으로 갈아탔다. 일진파트너스 대표이사였던 허 회장은 허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겨줬다.

일진파트너스의 2010~2012년 전체 매출액은 일진홀딩스 자회사 일진전기와의 내부거래서 나왔다. 일진전기는 2010년부터 일진파트너스에 일감을 몰아줬다. 일진파트너스의 매출액은 2009년 8억원 수준이었지만 33억원(2010년), 90억원(2011년), 135억원(2012년)으로 껑충 뛰었다.

허 회장 2세 경영 가시권…자녀 배치
일진홀딩스·일진머티리얼즈 양대 축

2013년 일진홀딩스는 허 회장 보유 지분 전량(15.27%)을 일진파트너스에 매도했다.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 지분을 24.64%까지 올렸다. 허 부회장은 일진파트너스 지분을 100% 보유한 만큼 일진홀딩스 지분을 그대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본인 지분 29.1%와 일진파트너스를 통해 확보한 지분 24.64%로 일진홀딩스 지분 53.74%를 보유, 경영권을 공고히 했다.

허 부회장은 일진파트너스와 일진전기 간 내부거래를 통해 마련된 자본으로 일진홀딩스 지분을 절반 이상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일진파트너스의 매출액 중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2013년 78.74%(10억/12억), 2014년 74.27%(13억/18억), 2015년 65.80%(8억/13억), 2016년 78.48%(11억/15억)를 기록하다 2017년 43.61%(8억/19억)로 상당 폭 떨어졌다. 일진파트너스는 이후 유한회사로 전환됐다.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장남 허 부회장의 일진홀딩스는 5개 자회사와 11개 손자회사를 두고 있다. 5개 자회사는 ▲일진전기(57%) ▲일진다이아몬드(55.6%) ▲일진디앤코(100%)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94.1%) ▲아트테크(80.9%)이다. ▲전주방송(40%)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일진전기는 ▲ILJIN Electric USA. INC.(100%)의 최대주주다. 일진다이아몬드는 ▲마그마툴(100%) ▲일진복합소재(82.8%) ▲ILJIN USA(100%) ▲ILJIN JAPAN(100%) ▲ILJIN EUROPE GMBH(100%)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00%)의 최대주주다. 마그마툴은 ▲TSC GmbH(100%)의 최대주주다.

전주방송은 ▲매직드림(100%)의 최대주주이고,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은 ▲Alpinion US, Inc.(100%) ▲Alpinion Medical Deutschland GmbH(100%) ▲Alpinion Guangzhou Medical Systems CO.,LTD(100%)의 최대주주다.

차남 허 사장의 일진머티리얼즈는 전자감지장치 제조업을 영위한다. 일진머티리얼즈 지분은 허 사장(53.5%)에 이어 허 부회장(0.03%), 허 대표이사(0.02%), 허씨(0.02%) 순이다.

내부거래  
매출 100%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건설(100%) ▲아이알엠(100%) ▲삼영지주(100%) ▲일진유니스코(100%)의 최대주주다.

일진건설은 ▲Samyong Global Construction SDN. BHD.(100%)의 최대주주다. 삼영지주는 ▲오리진앤코(100%)의 최대주주다.

일진머티리얼즈는 ▲ILJIN Mateirals MALAYSIA SDN. BHD.(100%)의 최대주주이자 ▲Life Science Enterprises의 지분(16.5%)을 보유하고 있다. 일진홀딩스(15.8%)와 일진전기(4.5%)도 지분을 갖고 있다.

일진유니스코는 ▲ILJIN WALL TECH INC.(99.9%)의 최대주주고, ▲ILJIN WALL SYS INC ▲ILJIN LUCKSOON SDN. BHD.의 지분을 각각 39.9%, 70% 보유 중이다.

특수관계자들은 ▲일진자동차(100%) ▲트랜스넷(48%) ▲일진반도체(91.3%) ▲루미리치(65.7%) ▲일진제강(89.6%) ▲일진디스플레이(33.6%) ▲일진씨앤에스(100%) ▲세마오일의 지분도 갖고 있다.

일진제강은 ▲ILJIN STEEL AMERICA INC.의 최대주주(100%)다. 루미리치는 ▲일진반도체(6.5%), 일진반도체는 ▲트랜스넷(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진씨앤에스는 ▲일진에스앤티(100%)의 최대주주고, 일진에스앤티는 ▲일진라이프사이언스(100%)의 최대주주다.
 

▲ 장남인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과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이외에도 ▲아이텍 ▲처인레저 등의 계열사가 있다. 일진그룹은 국내 28개 계열사와 16개 해외법인을 포함, 모두 44개의 관계사를 구축한 중견그룹이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일진홀딩스의 주요 종속회사다. 일진다이아몬드의 지난해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액은 모두 70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은 984억원이다. 내부거래 매출이 전체의 71.66%다.

특수관계자 매출 705억원 중 695억원(98.59%)은 일진다이아몬드의 종속기업서 비롯됐다. 세부적으로 ▲ILJIN EUROPE GMBH(191억원) ▲ILJIN JAPAN(160억원) ▲ILJIN USA(192억원)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51억원) ▲마그마툴(2800만원)이다. 나머지 9900만원의 매출은 일진파트너스서 올렸다.

일진다이아몬드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의 2016~2018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63.68%(545억원/856억원), 64.79%(630억원/973억원), 71.66%(705억원/984억원)이다.

2016, 2017년 내부거래 매출액 역시 대부분 일진다이아몬드의 종속기업서 비롯됐다. 2016년 일진다이아몬드 특수관계자 매출액 545억원 중 540억원(99.08%)은 종속기업 ▲ILJIN EUROPE GMBH(182억원) ▲ILJIN JAPAN(129억원) ▲ILJIN USA(125억원)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00억원) ▲마그마툴(177만원)에서 나왔다. 나머지 4억원은 일진파트너스(3억원), 일진디스플레이(1억원)서 비롯됐다.

최대주주
계열 지배


2017년 특수관계자 매출액 630억원 가운데 619억원(98.28%)의 매출은 ▲ILJIN EUROPE GMBH(176억원) ▲ILJIN JAPAN(167억원) ▲ILJIN USA(155억원)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18억원) ▲TSC GmbH(9500만원)와의 거래였다. 나머지 10억원은 일진파트너스가 차지한다.

일진디앤코 역시 마찬가지다. 일진디앤코를 둘러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일진디앤코는 일진홀딩스의 100% 자회사다.

일진다이아몬드와 비교했을 때 일진디앤코의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높지 않다. 다만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액’ 규모가 매년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일진디앤코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38.46%(26억원/67억원), 2015년 40.05%(27억원/68억원), 2016년 42.82%(30억원/70억원), 2017년 41.23%(31억원/75억원), 2018년 42.23%(31억원/73억원)이다.

일진반도체의 내부거래 비중도 높은 편이다. 장녀 허 대표이사가 일진반도체를 이끌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일진반도체 매출액 10억원과 11억원은 모두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이었다.

다만 2016∼2018년 일진반도체의 내부거래 비중은 66.74%(3억7800만원/5억6600만원), 47.92%(3억5500만원/7억4000만원), 12.75%(8500만원/6억7000만원)로 떨어졌다.
 

일진자동차는 배당금과 관련해 눈길을 끈다. 일진자동차는 차녀 허씨 부부의 회사다. 허씨는 일진자동차 지분 55.56%을 보유하고 있다. 허씨의 남편은 대표이사다. 김윤동 일진자동차 대표이사는 44.4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부가 일진자동차 지분 전체를 쥐고 있다.

일진자동차의 지난 5년간 당기순이익은 938만원(2014년), 4억원(2015년), 12억원(2016년), 16억원(2017년), 12억원(2018년)이었다. 그러나 배당금은 매년 6억1500만원씩 허씨 부부에게 지급됐다. 900여만원의 이익이 발생했을 때와 16억원의 이익이 났을 때 지급된 배당금은 같았다. 지난 5년간 배당성향은 6556%(2014년), 125.76%(2015년), 49.27%(2016년), 36.25%(2017년), 51.17%(2018년)로 들쭉날쭉했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 높아…고질 문제
차녀 회사, 순손실에 6억원 배당하기도

배당은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이익을 나눠주는 것이다. 배당은 이익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배당을 좌우하는 건 당기순이익이다. 당기순이익의 증감에 따라 배당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기순이익이 늘면 배당금이 늘고, 당기순이익이 줄면 배당금이 줄어든다.

일진자동차는 꽤 오래전부터 배당금을 동일하게 지급했다. 일진자동차의 1주당 배당금액은 2007년 500원서, 2008년 750원, 2010년 833원으로 늘었다. 2007년 배당금액은 4억1000만원이었다. 2008년부터 배당금액은 6억1500만원으로 고정됐다.

2007년 일진자동차 주주는 김 대표이사(40%), 허 회장(25%), 허씨(25%), 그리고 일진전기(10%)였다. 2007년 당기순이익은 19억원이었고 배당금은 4억1000만원이었다. 배당성향은 20.74%였다. 허 회장과 허씨는 1억25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김 대표이사는 1억6400만원을 받았다.
 

배당금액이 오른 2008년 주주는 김 대표이사(40%), 허 회장(25%), 허씨(25%), 그리고 일진홀딩스(10%)였다. 허 회장과 허씨의 배당금은 1억5300만원으로, 김 대표이사의 배당금은 2억4600만원으로 올랐다. 2008년 당기순이익은 35억원, 배당금은 6억1500만원으로 배당성향은 17.27%를 보였다. 2009년 당기순이익은 8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배당금은 6억1500만원이 그대로 주어졌다. 배당성향은 72.44%였다.

배당금이 다시 올랐던 2010년 주주는 김 대표이사(44.44%), 허 회장(27.78%), 허씨(27.78%)였다. 허 회장과 허씨의 배당금은 1억7000만원으로, 김 대표이사는 2억7300만원으로 늘었다. 일진자동차는 2010년 9억원의 당기순이익, 2011년 2000만원의 당기순손실, 2012년 71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봤다. 그러나 배당금은 6억1500만원으로 매년 동일했다. 7100만원의 이익을 본 2012년 배당성향은 무려 8616%였다.

수익 관계없이
배당금 고정

2013년 허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허씨(55.56%)와 김 대표이사(44.44%)가 지분을 전부 보유하게 됐다. 2013년 당기순이익은 4억을 기록했다. 배당금은 6억1500만원으로 동일했다. 배당성향은 137.4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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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