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규표’ 일진그룹 좀비회사 대해부

‘팍팍’ 몰아주고 손해 봐도 ‘펑펑’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허 회장은 맨손으로 그룹을 일궈낸 ‘맨손 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그러나 허 회장의 화려한 이력과 달리 그룹 계열사들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미 일진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회사를 통해 2세 경영을 구축,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외 몇몇 계열사들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과 배당금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다.
 

일진그룹은 부품소재 전문기업이다. 일진은 전자제품 소재, 공업용 다이아몬드, 디스플레이 부품 등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일진은 건설과 의료 , IT(정보기술) 분야서도 활동 중이다. 창업주는 허진규 회장이다. 허 회장은 지난 1968년 첫 삽을 뜬 뒤 일진을 중견그룹 반열에 올렸다.

2남2녀
후계구도

일진은 ‘2세 경영 체제’로 접어들었다. 장남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은 지주회사 일진홀딩스를 물려받았다.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은 일진의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일진머티리얼즈에 둥지를 틀었다. 허 회장의 장녀 허세경 일진반도체 대표이사와 차녀 허승은씨는 각각 일진반도체와 일진자동차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장남 허 부회장은 일진홀딩스의 최대주주(29.1%)다. 일진파트너스(24.6%)와 허 회장의 부인 김향식 여사(0.8%), 일진머티리얼즈(0.6%), 허 대표이사(0.3%), 허씨(0.3%),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0.1%)이 그 뒤를 잇는다.

일진파트너스는 허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창구’로 주목받았다. 공시서 확인할 수 있는 일진파트너스의 최초 사명은 일진캐피탈이다. 1996년 설립된 일진캐피탈은 1999년 사명을 일진기술금융으로 변경했다. 주주는 ㈜일진(30.9%), 일진전기공업(30.9%), 일진다이아몬드(30.9%), 허 회장(7.3%)이었다.


일진전기공업은 2002년 3월 상호를 일진전기로 변경했다. 2003년 일진전기는 ㈜일진을 흡수합병했다. 일진전기의 지분은 61.8%가 됐다.

일진기술금융은 2006년 3월 사명을 일진캐피탈로 변경했다. 허 부회장은 같은 해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 일진캐피탈의 최대주주(100%)가 됐다.

일진캐피탈은 2010년 5월 상호를 일진파트너스로 교체했다. 사업도 금융업서 운송업으로 갈아탔다. 일진파트너스 대표이사였던 허 회장은 허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겨줬다.

일진파트너스의 2010~2012년 전체 매출액은 일진홀딩스 자회사 일진전기와의 내부거래서 나왔다. 일진전기는 2010년부터 일진파트너스에 일감을 몰아줬다. 일진파트너스의 매출액은 2009년 8억원 수준이었지만 33억원(2010년), 90억원(2011년), 135억원(2012년)으로 껑충 뛰었다.

허 회장 2세 경영 가시권…자녀 배치
일진홀딩스·일진머티리얼즈 양대 축

2013년 일진홀딩스는 허 회장 보유 지분 전량(15.27%)을 일진파트너스에 매도했다.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 지분을 24.64%까지 올렸다. 허 부회장은 일진파트너스 지분을 100% 보유한 만큼 일진홀딩스 지분을 그대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본인 지분 29.1%와 일진파트너스를 통해 확보한 지분 24.64%로 일진홀딩스 지분 53.74%를 보유, 경영권을 공고히 했다.

허 부회장은 일진파트너스와 일진전기 간 내부거래를 통해 마련된 자본으로 일진홀딩스 지분을 절반 이상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일진파트너스의 매출액 중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2013년 78.74%(10억/12억), 2014년 74.27%(13억/18억), 2015년 65.80%(8억/13억), 2016년 78.48%(11억/15억)를 기록하다 2017년 43.61%(8억/19억)로 상당 폭 떨어졌다. 일진파트너스는 이후 유한회사로 전환됐다.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장남 허 부회장의 일진홀딩스는 5개 자회사와 11개 손자회사를 두고 있다. 5개 자회사는 ▲일진전기(57%) ▲일진다이아몬드(55.6%) ▲일진디앤코(100%)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94.1%) ▲아트테크(80.9%)이다. ▲전주방송(40%)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일진전기는 ▲ILJIN Electric USA. INC.(100%)의 최대주주다. 일진다이아몬드는 ▲마그마툴(100%) ▲일진복합소재(82.8%) ▲ILJIN USA(100%) ▲ILJIN JAPAN(100%) ▲ILJIN EUROPE GMBH(100%)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00%)의 최대주주다. 마그마툴은 ▲TSC GmbH(100%)의 최대주주다.

전주방송은 ▲매직드림(100%)의 최대주주이고,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은 ▲Alpinion US, Inc.(100%) ▲Alpinion Medical Deutschland GmbH(100%) ▲Alpinion Guangzhou Medical Systems CO.,LTD(100%)의 최대주주다.

차남 허 사장의 일진머티리얼즈는 전자감지장치 제조업을 영위한다. 일진머티리얼즈 지분은 허 사장(53.5%)에 이어 허 부회장(0.03%), 허 대표이사(0.02%), 허씨(0.02%) 순이다.

내부거래  
매출 100%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건설(100%) ▲아이알엠(100%) ▲삼영지주(100%) ▲일진유니스코(100%)의 최대주주다.

일진건설은 ▲Samyong Global Construction SDN. BHD.(100%)의 최대주주다. 삼영지주는 ▲오리진앤코(100%)의 최대주주다.

일진머티리얼즈는 ▲ILJIN Mateirals MALAYSIA SDN. BHD.(100%)의 최대주주이자 ▲Life Science Enterprises의 지분(16.5%)을 보유하고 있다. 일진홀딩스(15.8%)와 일진전기(4.5%)도 지분을 갖고 있다.

일진유니스코는 ▲ILJIN WALL TECH INC.(99.9%)의 최대주주고, ▲ILJIN WALL SYS INC ▲ILJIN LUCKSOON SDN. BHD.의 지분을 각각 39.9%, 70% 보유 중이다.

특수관계자들은 ▲일진자동차(100%) ▲트랜스넷(48%) ▲일진반도체(91.3%) ▲루미리치(65.7%) ▲일진제강(89.6%) ▲일진디스플레이(33.6%) ▲일진씨앤에스(100%) ▲세마오일의 지분도 갖고 있다.

일진제강은 ▲ILJIN STEEL AMERICA INC.의 최대주주(100%)다. 루미리치는 ▲일진반도체(6.5%), 일진반도체는 ▲트랜스넷(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진씨앤에스는 ▲일진에스앤티(100%)의 최대주주고, 일진에스앤티는 ▲일진라이프사이언스(100%)의 최대주주다.
 

▲ 장남인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과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이외에도 ▲아이텍 ▲처인레저 등의 계열사가 있다. 일진그룹은 국내 28개 계열사와 16개 해외법인을 포함, 모두 44개의 관계사를 구축한 중견그룹이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일진홀딩스의 주요 종속회사다. 일진다이아몬드의 지난해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액은 모두 70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은 984억원이다. 내부거래 매출이 전체의 71.66%다.

특수관계자 매출 705억원 중 695억원(98.59%)은 일진다이아몬드의 종속기업서 비롯됐다. 세부적으로 ▲ILJIN EUROPE GMBH(191억원) ▲ILJIN JAPAN(160억원) ▲ILJIN USA(192억원)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51억원) ▲마그마툴(2800만원)이다. 나머지 9900만원의 매출은 일진파트너스서 올렸다.

일진다이아몬드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의 2016~2018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63.68%(545억원/856억원), 64.79%(630억원/973억원), 71.66%(705억원/984억원)이다.

2016, 2017년 내부거래 매출액 역시 대부분 일진다이아몬드의 종속기업서 비롯됐다. 2016년 일진다이아몬드 특수관계자 매출액 545억원 중 540억원(99.08%)은 종속기업 ▲ILJIN EUROPE GMBH(182억원) ▲ILJIN JAPAN(129억원) ▲ILJIN USA(125억원)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00억원) ▲마그마툴(177만원)에서 나왔다. 나머지 4억원은 일진파트너스(3억원), 일진디스플레이(1억원)서 비롯됐다.

최대주주
계열 지배


2017년 특수관계자 매출액 630억원 가운데 619억원(98.28%)의 매출은 ▲ILJIN EUROPE GMBH(176억원) ▲ILJIN JAPAN(167억원) ▲ILJIN USA(155억원)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18억원) ▲TSC GmbH(9500만원)와의 거래였다. 나머지 10억원은 일진파트너스가 차지한다.

일진디앤코 역시 마찬가지다. 일진디앤코를 둘러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일진디앤코는 일진홀딩스의 100% 자회사다.

일진다이아몬드와 비교했을 때 일진디앤코의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높지 않다. 다만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액’ 규모가 매년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일진디앤코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38.46%(26억원/67억원), 2015년 40.05%(27억원/68억원), 2016년 42.82%(30억원/70억원), 2017년 41.23%(31억원/75억원), 2018년 42.23%(31억원/73억원)이다.

일진반도체의 내부거래 비중도 높은 편이다. 장녀 허 대표이사가 일진반도체를 이끌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일진반도체 매출액 10억원과 11억원은 모두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이었다.

다만 2016∼2018년 일진반도체의 내부거래 비중은 66.74%(3억7800만원/5억6600만원), 47.92%(3억5500만원/7억4000만원), 12.75%(8500만원/6억7000만원)로 떨어졌다.
 

일진자동차는 배당금과 관련해 눈길을 끈다. 일진자동차는 차녀 허씨 부부의 회사다. 허씨는 일진자동차 지분 55.56%을 보유하고 있다. 허씨의 남편은 대표이사다. 김윤동 일진자동차 대표이사는 44.4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부가 일진자동차 지분 전체를 쥐고 있다.

일진자동차의 지난 5년간 당기순이익은 938만원(2014년), 4억원(2015년), 12억원(2016년), 16억원(2017년), 12억원(2018년)이었다. 그러나 배당금은 매년 6억1500만원씩 허씨 부부에게 지급됐다. 900여만원의 이익이 발생했을 때와 16억원의 이익이 났을 때 지급된 배당금은 같았다. 지난 5년간 배당성향은 6556%(2014년), 125.76%(2015년), 49.27%(2016년), 36.25%(2017년), 51.17%(2018년)로 들쭉날쭉했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 높아…고질 문제
차녀 회사, 순손실에 6억원 배당하기도

배당은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이익을 나눠주는 것이다. 배당은 이익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배당을 좌우하는 건 당기순이익이다. 당기순이익의 증감에 따라 배당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기순이익이 늘면 배당금이 늘고, 당기순이익이 줄면 배당금이 줄어든다.

일진자동차는 꽤 오래전부터 배당금을 동일하게 지급했다. 일진자동차의 1주당 배당금액은 2007년 500원서, 2008년 750원, 2010년 833원으로 늘었다. 2007년 배당금액은 4억1000만원이었다. 2008년부터 배당금액은 6억1500만원으로 고정됐다.

2007년 일진자동차 주주는 김 대표이사(40%), 허 회장(25%), 허씨(25%), 그리고 일진전기(10%)였다. 2007년 당기순이익은 19억원이었고 배당금은 4억1000만원이었다. 배당성향은 20.74%였다. 허 회장과 허씨는 1억25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김 대표이사는 1억6400만원을 받았다.
 

배당금액이 오른 2008년 주주는 김 대표이사(40%), 허 회장(25%), 허씨(25%), 그리고 일진홀딩스(10%)였다. 허 회장과 허씨의 배당금은 1억5300만원으로, 김 대표이사의 배당금은 2억4600만원으로 올랐다. 2008년 당기순이익은 35억원, 배당금은 6억1500만원으로 배당성향은 17.27%를 보였다. 2009년 당기순이익은 8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배당금은 6억1500만원이 그대로 주어졌다. 배당성향은 72.44%였다.

배당금이 다시 올랐던 2010년 주주는 김 대표이사(44.44%), 허 회장(27.78%), 허씨(27.78%)였다. 허 회장과 허씨의 배당금은 1억7000만원으로, 김 대표이사는 2억7300만원으로 늘었다. 일진자동차는 2010년 9억원의 당기순이익, 2011년 2000만원의 당기순손실, 2012년 71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봤다. 그러나 배당금은 6억1500만원으로 매년 동일했다. 7100만원의 이익을 본 2012년 배당성향은 무려 8616%였다.

수익 관계없이
배당금 고정

2013년 허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허씨(55.56%)와 김 대표이사(44.44%)가 지분을 전부 보유하게 됐다. 2013년 당기순이익은 4억을 기록했다. 배당금은 6억1500만원으로 동일했다. 배당성향은 137.4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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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