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규표’ 일진그룹 좀비회사 대해부

‘팍팍’ 몰아주고 손해 봐도 ‘펑펑’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허 회장은 맨손으로 그룹을 일궈낸 ‘맨손 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그러나 허 회장의 화려한 이력과 달리 그룹 계열사들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미 일진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회사를 통해 2세 경영을 구축,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외 몇몇 계열사들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과 배당금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다.
 

일진그룹은 부품소재 전문기업이다. 일진은 전자제품 소재, 공업용 다이아몬드, 디스플레이 부품 등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일진은 건설과 의료 , IT(정보기술) 분야서도 활동 중이다. 창업주는 허진규 회장이다. 허 회장은 지난 1968년 첫 삽을 뜬 뒤 일진을 중견그룹 반열에 올렸다.

2남2녀
후계구도

일진은 ‘2세 경영 체제’로 접어들었다. 장남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은 지주회사 일진홀딩스를 물려받았다.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은 일진의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일진머티리얼즈에 둥지를 틀었다. 허 회장의 장녀 허세경 일진반도체 대표이사와 차녀 허승은씨는 각각 일진반도체와 일진자동차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장남 허 부회장은 일진홀딩스의 최대주주(29.1%)다. 일진파트너스(24.6%)와 허 회장의 부인 김향식 여사(0.8%), 일진머티리얼즈(0.6%), 허 대표이사(0.3%), 허씨(0.3%),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0.1%)이 그 뒤를 잇는다.

일진파트너스는 허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창구’로 주목받았다. 공시서 확인할 수 있는 일진파트너스의 최초 사명은 일진캐피탈이다. 1996년 설립된 일진캐피탈은 1999년 사명을 일진기술금융으로 변경했다. 주주는 ㈜일진(30.9%), 일진전기공업(30.9%), 일진다이아몬드(30.9%), 허 회장(7.3%)이었다.


일진전기공업은 2002년 3월 상호를 일진전기로 변경했다. 2003년 일진전기는 ㈜일진을 흡수합병했다. 일진전기의 지분은 61.8%가 됐다.

일진기술금융은 2006년 3월 사명을 일진캐피탈로 변경했다. 허 부회장은 같은 해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 일진캐피탈의 최대주주(100%)가 됐다.

일진캐피탈은 2010년 5월 상호를 일진파트너스로 교체했다. 사업도 금융업서 운송업으로 갈아탔다. 일진파트너스 대표이사였던 허 회장은 허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겨줬다.

일진파트너스의 2010~2012년 전체 매출액은 일진홀딩스 자회사 일진전기와의 내부거래서 나왔다. 일진전기는 2010년부터 일진파트너스에 일감을 몰아줬다. 일진파트너스의 매출액은 2009년 8억원 수준이었지만 33억원(2010년), 90억원(2011년), 135억원(2012년)으로 껑충 뛰었다.

허 회장 2세 경영 가시권…자녀 배치
일진홀딩스·일진머티리얼즈 양대 축

2013년 일진홀딩스는 허 회장 보유 지분 전량(15.27%)을 일진파트너스에 매도했다.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 지분을 24.64%까지 올렸다. 허 부회장은 일진파트너스 지분을 100% 보유한 만큼 일진홀딩스 지분을 그대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본인 지분 29.1%와 일진파트너스를 통해 확보한 지분 24.64%로 일진홀딩스 지분 53.74%를 보유, 경영권을 공고히 했다.

허 부회장은 일진파트너스와 일진전기 간 내부거래를 통해 마련된 자본으로 일진홀딩스 지분을 절반 이상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일진파트너스의 매출액 중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2013년 78.74%(10억/12억), 2014년 74.27%(13억/18억), 2015년 65.80%(8억/13억), 2016년 78.48%(11억/15억)를 기록하다 2017년 43.61%(8억/19억)로 상당 폭 떨어졌다. 일진파트너스는 이후 유한회사로 전환됐다.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장남 허 부회장의 일진홀딩스는 5개 자회사와 11개 손자회사를 두고 있다. 5개 자회사는 ▲일진전기(57%) ▲일진다이아몬드(55.6%) ▲일진디앤코(100%)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94.1%) ▲아트테크(80.9%)이다. ▲전주방송(40%)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일진전기는 ▲ILJIN Electric USA. INC.(100%)의 최대주주다. 일진다이아몬드는 ▲마그마툴(100%) ▲일진복합소재(82.8%) ▲ILJIN USA(100%) ▲ILJIN JAPAN(100%) ▲ILJIN EUROPE GMBH(100%)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00%)의 최대주주다. 마그마툴은 ▲TSC GmbH(100%)의 최대주주다.

전주방송은 ▲매직드림(100%)의 최대주주이고,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은 ▲Alpinion US, Inc.(100%) ▲Alpinion Medical Deutschland GmbH(100%) ▲Alpinion Guangzhou Medical Systems CO.,LTD(100%)의 최대주주다.

차남 허 사장의 일진머티리얼즈는 전자감지장치 제조업을 영위한다. 일진머티리얼즈 지분은 허 사장(53.5%)에 이어 허 부회장(0.03%), 허 대표이사(0.02%), 허씨(0.02%) 순이다.

내부거래  
매출 100%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건설(100%) ▲아이알엠(100%) ▲삼영지주(100%) ▲일진유니스코(100%)의 최대주주다.

일진건설은 ▲Samyong Global Construction SDN. BHD.(100%)의 최대주주다. 삼영지주는 ▲오리진앤코(100%)의 최대주주다.

일진머티리얼즈는 ▲ILJIN Mateirals MALAYSIA SDN. BHD.(100%)의 최대주주이자 ▲Life Science Enterprises의 지분(16.5%)을 보유하고 있다. 일진홀딩스(15.8%)와 일진전기(4.5%)도 지분을 갖고 있다.

일진유니스코는 ▲ILJIN WALL TECH INC.(99.9%)의 최대주주고, ▲ILJIN WALL SYS INC ▲ILJIN LUCKSOON SDN. BHD.의 지분을 각각 39.9%, 70% 보유 중이다.

특수관계자들은 ▲일진자동차(100%) ▲트랜스넷(48%) ▲일진반도체(91.3%) ▲루미리치(65.7%) ▲일진제강(89.6%) ▲일진디스플레이(33.6%) ▲일진씨앤에스(100%) ▲세마오일의 지분도 갖고 있다.

일진제강은 ▲ILJIN STEEL AMERICA INC.의 최대주주(100%)다. 루미리치는 ▲일진반도체(6.5%), 일진반도체는 ▲트랜스넷(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진씨앤에스는 ▲일진에스앤티(100%)의 최대주주고, 일진에스앤티는 ▲일진라이프사이언스(100%)의 최대주주다.
 

▲ 장남인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과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이외에도 ▲아이텍 ▲처인레저 등의 계열사가 있다. 일진그룹은 국내 28개 계열사와 16개 해외법인을 포함, 모두 44개의 관계사를 구축한 중견그룹이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일진홀딩스의 주요 종속회사다. 일진다이아몬드의 지난해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액은 모두 70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은 984억원이다. 내부거래 매출이 전체의 71.66%다.

특수관계자 매출 705억원 중 695억원(98.59%)은 일진다이아몬드의 종속기업서 비롯됐다. 세부적으로 ▲ILJIN EUROPE GMBH(191억원) ▲ILJIN JAPAN(160억원) ▲ILJIN USA(192억원)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51억원) ▲마그마툴(2800만원)이다. 나머지 9900만원의 매출은 일진파트너스서 올렸다.

일진다이아몬드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의 2016~2018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63.68%(545억원/856억원), 64.79%(630억원/973억원), 71.66%(705억원/984억원)이다.

2016, 2017년 내부거래 매출액 역시 대부분 일진다이아몬드의 종속기업서 비롯됐다. 2016년 일진다이아몬드 특수관계자 매출액 545억원 중 540억원(99.08%)은 종속기업 ▲ILJIN EUROPE GMBH(182억원) ▲ILJIN JAPAN(129억원) ▲ILJIN USA(125억원)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00억원) ▲마그마툴(177만원)에서 나왔다. 나머지 4억원은 일진파트너스(3억원), 일진디스플레이(1억원)서 비롯됐다.

최대주주
계열 지배


2017년 특수관계자 매출액 630억원 가운데 619억원(98.28%)의 매출은 ▲ILJIN EUROPE GMBH(176억원) ▲ILJIN JAPAN(167억원) ▲ILJIN USA(155억원) ▲SHANGHAI ILJIN DIAMOND CO.,LTD(118억원) ▲TSC GmbH(9500만원)와의 거래였다. 나머지 10억원은 일진파트너스가 차지한다.

일진디앤코 역시 마찬가지다. 일진디앤코를 둘러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일진디앤코는 일진홀딩스의 100% 자회사다.

일진다이아몬드와 비교했을 때 일진디앤코의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높지 않다. 다만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액’ 규모가 매년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일진디앤코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38.46%(26억원/67억원), 2015년 40.05%(27억원/68억원), 2016년 42.82%(30억원/70억원), 2017년 41.23%(31억원/75억원), 2018년 42.23%(31억원/73억원)이다.

일진반도체의 내부거래 비중도 높은 편이다. 장녀 허 대표이사가 일진반도체를 이끌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일진반도체 매출액 10억원과 11억원은 모두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이었다.

다만 2016∼2018년 일진반도체의 내부거래 비중은 66.74%(3억7800만원/5억6600만원), 47.92%(3억5500만원/7억4000만원), 12.75%(8500만원/6억7000만원)로 떨어졌다.
 

일진자동차는 배당금과 관련해 눈길을 끈다. 일진자동차는 차녀 허씨 부부의 회사다. 허씨는 일진자동차 지분 55.56%을 보유하고 있다. 허씨의 남편은 대표이사다. 김윤동 일진자동차 대표이사는 44.4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부가 일진자동차 지분 전체를 쥐고 있다.

일진자동차의 지난 5년간 당기순이익은 938만원(2014년), 4억원(2015년), 12억원(2016년), 16억원(2017년), 12억원(2018년)이었다. 그러나 배당금은 매년 6억1500만원씩 허씨 부부에게 지급됐다. 900여만원의 이익이 발생했을 때와 16억원의 이익이 났을 때 지급된 배당금은 같았다. 지난 5년간 배당성향은 6556%(2014년), 125.76%(2015년), 49.27%(2016년), 36.25%(2017년), 51.17%(2018년)로 들쭉날쭉했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 높아…고질 문제
차녀 회사, 순손실에 6억원 배당하기도

배당은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이익을 나눠주는 것이다. 배당은 이익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배당을 좌우하는 건 당기순이익이다. 당기순이익의 증감에 따라 배당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기순이익이 늘면 배당금이 늘고, 당기순이익이 줄면 배당금이 줄어든다.

일진자동차는 꽤 오래전부터 배당금을 동일하게 지급했다. 일진자동차의 1주당 배당금액은 2007년 500원서, 2008년 750원, 2010년 833원으로 늘었다. 2007년 배당금액은 4억1000만원이었다. 2008년부터 배당금액은 6억1500만원으로 고정됐다.

2007년 일진자동차 주주는 김 대표이사(40%), 허 회장(25%), 허씨(25%), 그리고 일진전기(10%)였다. 2007년 당기순이익은 19억원이었고 배당금은 4억1000만원이었다. 배당성향은 20.74%였다. 허 회장과 허씨는 1억25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김 대표이사는 1억6400만원을 받았다.
 

배당금액이 오른 2008년 주주는 김 대표이사(40%), 허 회장(25%), 허씨(25%), 그리고 일진홀딩스(10%)였다. 허 회장과 허씨의 배당금은 1억5300만원으로, 김 대표이사의 배당금은 2억4600만원으로 올랐다. 2008년 당기순이익은 35억원, 배당금은 6억1500만원으로 배당성향은 17.27%를 보였다. 2009년 당기순이익은 8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배당금은 6억1500만원이 그대로 주어졌다. 배당성향은 72.44%였다.

배당금이 다시 올랐던 2010년 주주는 김 대표이사(44.44%), 허 회장(27.78%), 허씨(27.78%)였다. 허 회장과 허씨의 배당금은 1억7000만원으로, 김 대표이사는 2억7300만원으로 늘었다. 일진자동차는 2010년 9억원의 당기순이익, 2011년 2000만원의 당기순손실, 2012년 71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봤다. 그러나 배당금은 6억1500만원으로 매년 동일했다. 7100만원의 이익을 본 2012년 배당성향은 무려 8616%였다.

수익 관계없이
배당금 고정

2013년 허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허씨(55.56%)와 김 대표이사(44.44%)가 지분을 전부 보유하게 됐다. 2013년 당기순이익은 4억을 기록했다. 배당금은 6억1500만원으로 동일했다. 배당성향은 137.4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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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