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키맨’ 사생결단 영입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22 09:26:53
  • 호수 1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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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에 진주? 까보면 짱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 승리의 핵심, 키맨 영입전이 시작됐다. 누구를 ‘총선 키맨’으로 데려오느냐에 따라 선거의 당락이 좌우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당 지도부 입장에선 키맨 영입만큼 효과적인 총선 전략도 없다. <일요시사>는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여야의 키맨 영입전을 집중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공천룰을 가장 빨리 정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일 민주당은 중앙위원회를 열고 현역 의원 전원 경선 및 여성·청년·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강화하는 내용의 21대 총선 공천룰 원안을 최종 확정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여성과 청년, 장애인, 당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출마자에 대한 가산점이 최고 25%로 상향됐다. 정치 신인에 대해서는 공천심사 때 10∼20%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받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신인에게
혜택 가득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바로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내용이다. 내년 21대 총선에선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예상된다. 이들을 정치 신인으로 볼 수 있느냐가 또 다른 문제다.

어디까지를 ‘신인’으로 봐야 하느냐는 총선 때마다 불거지는 논란이다. 명함이 주는 무게가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판서 출마 경험은 없지만, 정치 신인이더라도 인지도가 높으면 전현직 의원들의 경계 대상이다.

해외 나간 양정철 왜?
'포스트 심상정’ 찾기


민주당 당헌을 보면 정치 신인서 배제되는 조건은 ▲이전 각급 선거서 후보자로 등록했던 자(당적 불문) ▲당내 경선에 출마했거나 타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출마했던 자 ▲시도당위원장 및 지역위원장 등이다.

즉 이 같은 조건에만 해당되지 않으면 아무리 공직 경험이 많고 인지도가 높아도 정치 신인으로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마한다면, 정치 신인에 해당한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민주당 21대 총선의 키맨이다.

관료 출신들도 민주당 총선의 키맨이다. 문정부의 집권 초기를 책임졌던 1기 장관들이 대상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 김용진 전 기재부 2차관 등이 대표적이다. 또 개각 이후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총선에 출마할지의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의 또 다른 키맨 영입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글로벌 인재를 발굴하는 콘셉트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무대서 경쟁력을 입증받은 인물을 영입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유수대학 교수와 국제기구 간부, 외국계 기업 출신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9∼12일 중국 베이징을 찾은 데 이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민주당 인재영입을 위해 양 원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글로벌 인재를 탐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이번 방문은 인재영입과 무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정치 신인들을 파격적으로 우대하는 방식으로 공천룰을 정했다. 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이하 혁신특위)는 최근 공천혁신소위원회 등과 논의 끝에 정치 신인에게 50%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내용의 공천룰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스타냐
글로벌이냐

한국당은 인지도가 높은 사회 명망가를 겨냥하고 있다. 한국당 인재영입위원회는 지난달 코리안 특급 박찬호 한국야구위원회(KBO) 국제홍보위원과 ‘아덴만의 영웅’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 등 2000명 남짓의 사회 명망가를 영입 리스트에 올렸다. 이들의 의사와는 무관한 결정이었다.

이런 보도가 나간 후 당시 한국당 관계자는 “분야별 전문가를 포함해 2000여명의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상황”이라며 “다만 박찬호 위원 등이 본인 스스로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후 인재영입위는 170여명으로 명단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신인에게 가산점 50%라는 파격안을 내놨는데 이를 반대로 말하면 현역 물갈이를 예고한 것이다. 민주당과 달리 장관급 인사나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정치 신인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친박·영남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혁신특위가 ‘물갈이론’을 언급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 20대 총선 공천 실패 책임론 등도 함께 거론했기 때문이다.
 

▲ (사진 왼쪽부터)이해찬(더불어민주당)·황교안(자유한국당)·손학규(바른미래당) 대표

앞서 혁신특위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 인터뷰서 박 전 대통령 탄핵과 20대 총선 공천 후유증 등을 거론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물갈이 폭도 크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신인에게 50% 가산점이라는 파격안이 나온 것이다. 친박·영남 의원들 입장에서는 이를 총선 물갈이의 신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친박·영남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부산 중·영도가 지역구인 김무성 의원은 “지금은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며 “단편적으로 물갈이 기준을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측에서는 공개적인 반발은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물밑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양새다.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공화당(이하 공화당)으로 당을 옮긴 홍문종 의원이 대표적인 예다. 홍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현역 40명 이상이 추가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분당 가능성을 안고 있는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과 새 지도부를 꾸린 정의당은 아직까지 눈에 띄는 인재영입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천룰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은 가능하다. 당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인재를 키맨으로 들일 가능성이 높다.

호남 두고
격돌 예정

캐스팅보터인 바미당은 청년과 보수를 인재영입의 키워드로 잡을 공산이 크다. 지난 1일 바미당은 당 개혁 방안을 찾기 위해 청년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비록 지난 10일 당대표 재신임 투표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가결해 당내 당권파와의 갈등에 휩싸여 있지만, 당이 청년을 얼마나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바미당은 앞서 지난 6·13지방선거의 주 타깃을 청년과 보수로 잡은 바 있다. 비록 지금은 탈당했지만, 바미당의 ‘6·13지방선거 인재영입 1호’는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그외 바미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인 이준석 최고위원, 20대 국회 최연소(86년생)인 김수민 의원은 당을 대표하는 청년들이다. 바미당의 인재 교육 과정인 ‘청년정치학교’ ‘바른토론배틀’ 등도 당의 노선을 잘 보여주는 예다.

공천룰 정하며 인재들 영입 박차
민·한 총력전…다른 당 상황은?


민평당은 분당 수순을 밟고 있다. 당내 비당권파가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를 결성하면서 촉발됐다. 그간 정동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갈등을 벌였던 유성엽 원내대표, 박지원·천정배 의원 등 비당권파는 지난 16일 2시간가량 심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민평당의 키워드는 ‘호남’이다. 이는 당권파와 비당권파 모두에게 해당된다. 당권파는 당의 경쟁력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자강론’을 주장하는데 그 중심에는 호남이 있다. 당권파의 수장인 정 대표는 전북 순창 출생으로 전북 전주병을 지역구로 갖고 있다.

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제3지대론’을 주장하며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비당권파 역시 호남을 중심에 두고 있다. 연대의 대표를 맡은 유 원내대표는 전북 정읍 출생으로 현재 전북 정읍·고창 지역구 의원이다. 연대의 좌장격인 박 의원은 전남 진도 출생으로 전남 목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광주·전남 지역 국회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호남을 대표할 수 있을 역량 있는 인사를 영입해 당의 모든 권한(총선 비례대표·공천권 등을 포함)을 주고 현직 의원들은 모두 2선으로 후퇴하는 등의 결단을 통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이 돼야 승산이 있다. 일종의 신풍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의당은 총선에 맞춰 새로운 지도부를 꾸렸다. 당내 스타 정치인인 심상정 대표가 당선됐다. 2년 만의 복귀다. 심 대표는 최근 국회서 열린 대표단 이·취임식서 “비례정당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확고한 지역 기반을 갖춰야 한다”며 “지역구 당선을 위해 모든 당력을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사진 왼쪽부터)정동영(민주평화당)·심상정(정의당)·조원진(우리공화당) 대표

정의당의 키맨 키워드는 지역 경쟁력을 가진 ‘스타’다. 현재 정의당 의석 6석 중 지역구 의원은 심 대표(고양 덕양갑)와 지난 4·3보궐선거 당시 고 노회찬 전 의원 지역구서 당선된 여영국 의원(경남 창원성산)뿐이다. 그외 4명은 비례대표다.


정의당의 목표인 수권정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서 현재보다 더 많은 지역구 의원을 배출해야만 한다. 당내에서는 심상정·노회찬을 이을 ‘스타 정치인’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대표 선거 당시 나왔던 ‘심상정만 보이고 정의당은 안 보인다’ ‘어대심’(어차피 대표는 심상정)이라는 말은 현 정의당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심 대표는 외부서 스타성 있는 인물을 수혈해 외연 확장을 해나가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삭줍기?
인재영입!

공화당의 키워드는 ‘친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 여부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에선 영입 인사로 약 50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경북 출신의 박근혜정부 시절 관료를 주요 영입 대상으로 고려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재 영입 성공사례는?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연재영입이다. 당시 안철수계의 집단탈당으로 흔들리던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전도사’ 김종인 전 대표와 ‘IT 전문가’ 김병관,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등을 영입, 1당으로 올라섰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도 인재 영입으로 위기를 탈출한 적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파격적으로 40대 정치 신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큰 효과를 봤다. 나경원·유승민·이혜훈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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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