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키맨’ 사생결단 영입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22 09:26:53
  • 호수 1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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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에 진주? 까보면 짱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 승리의 핵심, 키맨 영입전이 시작됐다. 누구를 ‘총선 키맨’으로 데려오느냐에 따라 선거의 당락이 좌우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당 지도부 입장에선 키맨 영입만큼 효과적인 총선 전략도 없다. <일요시사>는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여야의 키맨 영입전을 집중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공천룰을 가장 빨리 정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일 민주당은 중앙위원회를 열고 현역 의원 전원 경선 및 여성·청년·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강화하는 내용의 21대 총선 공천룰 원안을 최종 확정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여성과 청년, 장애인, 당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출마자에 대한 가산점이 최고 25%로 상향됐다. 정치 신인에 대해서는 공천심사 때 10∼20%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받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신인에게
혜택 가득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바로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내용이다. 내년 21대 총선에선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예상된다. 이들을 정치 신인으로 볼 수 있느냐가 또 다른 문제다.

어디까지를 ‘신인’으로 봐야 하느냐는 총선 때마다 불거지는 논란이다. 명함이 주는 무게가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판서 출마 경험은 없지만, 정치 신인이더라도 인지도가 높으면 전현직 의원들의 경계 대상이다.

해외 나간 양정철 왜?
'포스트 심상정’ 찾기


민주당 당헌을 보면 정치 신인서 배제되는 조건은 ▲이전 각급 선거서 후보자로 등록했던 자(당적 불문) ▲당내 경선에 출마했거나 타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출마했던 자 ▲시도당위원장 및 지역위원장 등이다.

즉 이 같은 조건에만 해당되지 않으면 아무리 공직 경험이 많고 인지도가 높아도 정치 신인으로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마한다면, 정치 신인에 해당한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민주당 21대 총선의 키맨이다.

관료 출신들도 민주당 총선의 키맨이다. 문정부의 집권 초기를 책임졌던 1기 장관들이 대상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 김용진 전 기재부 2차관 등이 대표적이다. 또 개각 이후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총선에 출마할지의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의 또 다른 키맨 영입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글로벌 인재를 발굴하는 콘셉트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무대서 경쟁력을 입증받은 인물을 영입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유수대학 교수와 국제기구 간부, 외국계 기업 출신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9∼12일 중국 베이징을 찾은 데 이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민주당 인재영입을 위해 양 원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글로벌 인재를 탐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이번 방문은 인재영입과 무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정치 신인들을 파격적으로 우대하는 방식으로 공천룰을 정했다. 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이하 혁신특위)는 최근 공천혁신소위원회 등과 논의 끝에 정치 신인에게 50%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내용의 공천룰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스타냐
글로벌이냐

한국당은 인지도가 높은 사회 명망가를 겨냥하고 있다. 한국당 인재영입위원회는 지난달 코리안 특급 박찬호 한국야구위원회(KBO) 국제홍보위원과 ‘아덴만의 영웅’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 등 2000명 남짓의 사회 명망가를 영입 리스트에 올렸다. 이들의 의사와는 무관한 결정이었다.

이런 보도가 나간 후 당시 한국당 관계자는 “분야별 전문가를 포함해 2000여명의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상황”이라며 “다만 박찬호 위원 등이 본인 스스로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후 인재영입위는 170여명으로 명단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신인에게 가산점 50%라는 파격안을 내놨는데 이를 반대로 말하면 현역 물갈이를 예고한 것이다. 민주당과 달리 장관급 인사나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정치 신인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친박·영남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혁신특위가 ‘물갈이론’을 언급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 20대 총선 공천 실패 책임론 등도 함께 거론했기 때문이다.
 

▲ (사진 왼쪽부터)이해찬(더불어민주당)·황교안(자유한국당)·손학규(바른미래당) 대표

앞서 혁신특위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 인터뷰서 박 전 대통령 탄핵과 20대 총선 공천 후유증 등을 거론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물갈이 폭도 크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신인에게 50% 가산점이라는 파격안이 나온 것이다. 친박·영남 의원들 입장에서는 이를 총선 물갈이의 신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친박·영남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부산 중·영도가 지역구인 김무성 의원은 “지금은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며 “단편적으로 물갈이 기준을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측에서는 공개적인 반발은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물밑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양새다.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공화당(이하 공화당)으로 당을 옮긴 홍문종 의원이 대표적인 예다. 홍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현역 40명 이상이 추가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분당 가능성을 안고 있는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과 새 지도부를 꾸린 정의당은 아직까지 눈에 띄는 인재영입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천룰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은 가능하다. 당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인재를 키맨으로 들일 가능성이 높다.

호남 두고
격돌 예정

캐스팅보터인 바미당은 청년과 보수를 인재영입의 키워드로 잡을 공산이 크다. 지난 1일 바미당은 당 개혁 방안을 찾기 위해 청년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비록 지난 10일 당대표 재신임 투표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가결해 당내 당권파와의 갈등에 휩싸여 있지만, 당이 청년을 얼마나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바미당은 앞서 지난 6·13지방선거의 주 타깃을 청년과 보수로 잡은 바 있다. 비록 지금은 탈당했지만, 바미당의 ‘6·13지방선거 인재영입 1호’는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그외 바미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인 이준석 최고위원, 20대 국회 최연소(86년생)인 김수민 의원은 당을 대표하는 청년들이다. 바미당의 인재 교육 과정인 ‘청년정치학교’ ‘바른토론배틀’ 등도 당의 노선을 잘 보여주는 예다.

공천룰 정하며 인재들 영입 박차
민·한 총력전…다른 당 상황은?


민평당은 분당 수순을 밟고 있다. 당내 비당권파가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를 결성하면서 촉발됐다. 그간 정동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갈등을 벌였던 유성엽 원내대표, 박지원·천정배 의원 등 비당권파는 지난 16일 2시간가량 심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민평당의 키워드는 ‘호남’이다. 이는 당권파와 비당권파 모두에게 해당된다. 당권파는 당의 경쟁력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자강론’을 주장하는데 그 중심에는 호남이 있다. 당권파의 수장인 정 대표는 전북 순창 출생으로 전북 전주병을 지역구로 갖고 있다.

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제3지대론’을 주장하며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비당권파 역시 호남을 중심에 두고 있다. 연대의 대표를 맡은 유 원내대표는 전북 정읍 출생으로 현재 전북 정읍·고창 지역구 의원이다. 연대의 좌장격인 박 의원은 전남 진도 출생으로 전남 목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광주·전남 지역 국회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호남을 대표할 수 있을 역량 있는 인사를 영입해 당의 모든 권한(총선 비례대표·공천권 등을 포함)을 주고 현직 의원들은 모두 2선으로 후퇴하는 등의 결단을 통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이 돼야 승산이 있다. 일종의 신풍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의당은 총선에 맞춰 새로운 지도부를 꾸렸다. 당내 스타 정치인인 심상정 대표가 당선됐다. 2년 만의 복귀다. 심 대표는 최근 국회서 열린 대표단 이·취임식서 “비례정당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확고한 지역 기반을 갖춰야 한다”며 “지역구 당선을 위해 모든 당력을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사진 왼쪽부터)정동영(민주평화당)·심상정(정의당)·조원진(우리공화당) 대표

정의당의 키맨 키워드는 지역 경쟁력을 가진 ‘스타’다. 현재 정의당 의석 6석 중 지역구 의원은 심 대표(고양 덕양갑)와 지난 4·3보궐선거 당시 고 노회찬 전 의원 지역구서 당선된 여영국 의원(경남 창원성산)뿐이다. 그외 4명은 비례대표다.


정의당의 목표인 수권정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서 현재보다 더 많은 지역구 의원을 배출해야만 한다. 당내에서는 심상정·노회찬을 이을 ‘스타 정치인’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대표 선거 당시 나왔던 ‘심상정만 보이고 정의당은 안 보인다’ ‘어대심’(어차피 대표는 심상정)이라는 말은 현 정의당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심 대표는 외부서 스타성 있는 인물을 수혈해 외연 확장을 해나가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삭줍기?
인재영입!

공화당의 키워드는 ‘친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 여부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에선 영입 인사로 약 50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경북 출신의 박근혜정부 시절 관료를 주요 영입 대상으로 고려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재 영입 성공사례는?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연재영입이다. 당시 안철수계의 집단탈당으로 흔들리던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전도사’ 김종인 전 대표와 ‘IT 전문가’ 김병관,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등을 영입, 1당으로 올라섰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도 인재 영입으로 위기를 탈출한 적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파격적으로 40대 정치 신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큰 효과를 봤다. 나경원·유승민·이혜훈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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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