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47인’ 생존게임 막전막후

만만한 지역구 침부터 바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9%, 19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이 20대 지역구 재선에 성공한 확률이다. 비례대표제가 시행된 17대 국회부터 비례대표 의원이 다시 비례대표로 재선한 경우는 164석 중 3석, 1.8%에 불과했다. 재선을 위해선 비례대표 의원들이 깃발 꽂을 지역구를 찾아 바닥 민심을 공략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기가 1년 남짓한 상황서 현 비례대표 의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그들의 내년 총선 거취를 분석해봤다.
 

20대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3명,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17명,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13명, 정의당 4명으로, 47명의 비례대표가 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전문 분야서 능력을 인정받아 국회에 입성한 케이스가 대다수다. 당선 안정권에 드는 비례대표 순번을 받게 된다면 소선거구제서 뽑히기 어려운 정치 신인도 선거 없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세대교체론
‘깃발’ 뺏기

국회의원은 각종 의정활동 지원비를 제외하고도 국민 1인당 평균소득의 5배인 1억5000여만원의 세비가 지급된다. 면책특권·불체포특권·보좌진 임면권 등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각종 대우와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이상돈 바미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마약도 이런 마약이 없다. 한 번만 국회의원을 하고 본업으로 돌아간다던 사람들이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더라”고 말한 바 있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재선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비례대표 의원의 재선 확률은 매우 낮다. 17대 국회의 비례대표 56명 중 5명, 18대 국회의 54명 비례대표 중 8명, 19대 국회의 비례대표 54명 중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5명으로 총 164명 중 18명만이 살아남았다.


비례대표가 ‘초선의 무덤’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처럼 비례대표만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예외도 있지만, 연속으로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번 특혜를 받았기에 두 번은 어렵다는 게 여의도 불문율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보통 1년 임기가 남은 시점부터 재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를 찾는다. 보통 직장, 출신 학교 등 연고가 있는 지역에 출사표를 낸다. 지역 주민들과 접점을 찾아야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탄탄한 지지를 받는 경쟁 당의 중진 의원이 지키고 있는 곳은 초선 비례대표가 도전하기 부담되는 이른바 ‘험지’다. 당의 강세 지역은 기존 의원들이 버티고 있어 당내 경선부터 뚫기가 어렵고 총선을 앞두고 ‘집안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계산이 필요하기에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를 정할 때 치열한 눈치 싸움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늘의 별따기’ 재선에 올인
지난 20대 선거 땐 9%만 귀환

비례대표 47인 중 21대 총선서 출마할 지역구를 확정한 의원은 총 24명이다. 총선 출마 의지가 있지만 지역구를 아직 정하지 못한 의원은 한국당 여성 비례대표인 김현아·송희경·신보라 의원과 바미당 채이배·최도자 의원 등이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비례대표 공천으로 이미 당의 특혜를 한번 받았다는 인식이 있어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당의 결정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접점이 되는 연고가 없더라도 특정 지역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력이 있다면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당내 경쟁력 있는 비례대표의 공천은 당의 입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대표적인 인물이 한국당 김현아 의원이다. 3기 신도시 문제로 지역 민심과 멀어진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지역구인 고양시 을에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한국당 의원으로 맞불을 놔야 한다는 의견들이 당내서 나오고 있다.

김현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강남에 출마하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강남을 당협위원장에 지원해 의원님이 탈락했다. 고양도 얘기가 나오고, 여러 지역구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 정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고양시엔 민주당 소속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진보 정당 여성 의원들이 포진해 있는 곳으로 한국당이 주도권을 얻기 위해 벼르고 있는 지역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수도권서 여당 실세들과 맞붙게 되면 국민적 관심이 고조될 것”이라며 “비례대표 의원이기 이전에 정책 전문가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면 다선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구를 밝힌 24명 의원 중 15명의 여·야 의원들이 3선 이상인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냈다. 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세대교체론’으로 정치 신인인 비례대표가 지역구 정치에 변화를 불어넣고자 함이다.

매력적인 험지
정치적 위상↑

대표적인 예로 바미당 김수민 의원의 충북 청주청원 도전이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최연소 여성 의원으로 민주당 변재일 의원(4선)의 지역구자 본인의 고향인 충북 청주청원에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청년 정치인이 결핍된 국회서 상징성을 지닌 김 의원이 지역구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경기 안양동안을은 현재 한국당 심재철 의원(5선)이 터줏대감으로 있는 지역으로, 민주당 이재정 의원, 바미당 임재훈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만약 이들 의원이 각 당 공천 경쟁서 승리한다면 내년 4월 안양 동안을에서는 4명의 현역 의원이 각축전을 벌이는 격전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현역 최다선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8선)의 경기 화성갑을, 바미당 김중로 의원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7선)의 지역구인 세종에 출사표를 냈다.

지역색이 강하고, 지연·학연·혈연이 복잡하게 얽힌 지방의 표심을 파고들기는 어렵다는 평가에도 호기롭게 출사표를 낸 의원들이 있다.
 

▲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당 여상규 법사위원장(3선)의 지역구인 경남사천남해하동엔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정치 9단이라 불리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4선)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최근 지난 대선 후보였던 바미당 유승민 의원(4선)의 대구 동구을에 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출마를 희망했다.

최근 불법 천막 설치로 서울시와 대립각을 이루고 있는 우리공화당의 조원진 대표(3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서병엔 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아 일찌감치 지역구를 선점했다. 건강상 이유로 한국당 사무총장직서 물러난 한선교 의원(4선)의 지역구인 경기 용인병도 내년 총선에 기대되는 지역 중 하나다.


한 의원은 당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맡는 등 전국적 지명도가 높은 편이지만 막말 정치로 실망한 민심이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경기 용인병 출마를 위해 현재 수지구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활발하게 소통하며 구민들과의 스킨쉽 반경을 넓히고 있다.

명분 싸움에
‘환멸’ 느껴

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구를 지키고 있는 같은 당 소속 현역 의원에 도전장을 내민 비례대표도 있다.

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한국당 김재원 의원(3선)의 지역구인 경북 상주군위의성총송에 출마할 예정이다. 경북 상주는 임 의원의 고향이자 TK 지역으로 공천을 받으면 지역구 의원이 되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는 곳이다. 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같은 당인 이석현 의원(6선)의 지역구인 경기 안양동안갑에 도전한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인 현역 의원이 지키고 있는 지역구에 선뜻 도전하지 않는 이유가 단순 ‘집안싸움’을 피하고자 함은 아니다. 같은 당 소속 의원의 지역구 도전이 험지 출마보다 높은 당선 가능성을 보장하지도 않고, 험지 개척은 성공한다면 당내 정치적 위상이 달라질 수 있어 승부사인 정치인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수도권 출마를 고려 중인 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은 “다른 당이 차지하고 있던 지역구를 가져올 수 있다면 ‘플러스 2’의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른바 험지서 불리는 곳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정치적 몸집도 이전보다 훨씬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한국당 장석춘 의원(초선)의 지역구인 경북 구미을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경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란 상징성을 가지는 ‘보수의 성지’임에도 지난해 지방선거서 장세용 구미시장이 최초로 민주당 간판을 달고 당선되는 이변이 나오기도 했다. 구미 공단의 배후 신도시와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 직장인들인 유권자들이 주를 이뤄 대구·경북(TK) 지역 가운데 민주당이 공략하기 적절한 지역구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한국당 박성중(초선)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을에 대항마로 나섰다. 서초구는 선거구가 신설된 1988년 이후 민주당 계열 국회의원이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험지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 해 지방 선거서 서울 25개 기초단체장 중 유일하게 한국당 소속 구청장이 살아남았다.

전문성과 신선함 어필
중진 골라 험지 개척

박 의원은 교수 출신 이력을 살려 교육열이 높은 지역구민들의 바닥 민심을 다지고 있다.

20대 총선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강남을 지역구서 승리하며 최대 이변을 보여준 데 이어 박 의원이 ‘강남 3구’서 다시 한 번 ‘민주당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한편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비례의원들은 지역구로 갈 경우 정치신인에 준하는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며 “말이 현역 의원이지, 지역구에서는 몇 년 동안 닦아온 다른 의원들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 유민봉·조훈현 의원과 바미당 이상돈 의원 3명은 내년 총선 불출마 의지를 밝혔다.

유 의원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서 한국당의 참패 책임을 지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해 지방 선거 이후 “한국당 의원으로서 국민과 지지자 여러분께 부끄럽다”며 “박근혜정부서 2년간 청와대 수석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작년 입장 그대로”라며 불출마의 뜻을 거듭 밝혔다.

바둑기사 출신으로 20대 총선 이전에 입당 제의를 받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조 의원도 불출마 의사를 표명했다. 조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때문에 정치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 꼬집은 바 있다.

정치 싫어서
국회 떠난다

그는 “바둑에선 상대가 좋은 수를 두면 그걸 받아들인다. 그런데 국회는 상대가 한 것은 무조건 반대하거나 바꾸려고만 하니 제대로 된 승부가 안 되고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며 여의도 정치에 회의감을 표했다.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인 이 의원도 내년 국회를 떠날 예정이다. 그는 공천을 위해 지도부와 당론에 충성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정치가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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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