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47인’ 생존게임 막전막후

만만한 지역구 침부터 바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9%, 19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이 20대 지역구 재선에 성공한 확률이다. 비례대표제가 시행된 17대 국회부터 비례대표 의원이 다시 비례대표로 재선한 경우는 164석 중 3석, 1.8%에 불과했다. 재선을 위해선 비례대표 의원들이 깃발 꽂을 지역구를 찾아 바닥 민심을 공략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기가 1년 남짓한 상황서 현 비례대표 의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그들의 내년 총선 거취를 분석해봤다.
 

20대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3명,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17명,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13명, 정의당 4명으로, 47명의 비례대표가 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전문 분야서 능력을 인정받아 국회에 입성한 케이스가 대다수다. 당선 안정권에 드는 비례대표 순번을 받게 된다면 소선거구제서 뽑히기 어려운 정치 신인도 선거 없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세대교체론
‘깃발’ 뺏기

국회의원은 각종 의정활동 지원비를 제외하고도 국민 1인당 평균소득의 5배인 1억5000여만원의 세비가 지급된다. 면책특권·불체포특권·보좌진 임면권 등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각종 대우와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이상돈 바미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마약도 이런 마약이 없다. 한 번만 국회의원을 하고 본업으로 돌아간다던 사람들이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더라”고 말한 바 있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재선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비례대표 의원의 재선 확률은 매우 낮다. 17대 국회의 비례대표 56명 중 5명, 18대 국회의 54명 비례대표 중 8명, 19대 국회의 비례대표 54명 중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5명으로 총 164명 중 18명만이 살아남았다.


비례대표가 ‘초선의 무덤’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처럼 비례대표만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예외도 있지만, 연속으로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번 특혜를 받았기에 두 번은 어렵다는 게 여의도 불문율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보통 1년 임기가 남은 시점부터 재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를 찾는다. 보통 직장, 출신 학교 등 연고가 있는 지역에 출사표를 낸다. 지역 주민들과 접점을 찾아야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탄탄한 지지를 받는 경쟁 당의 중진 의원이 지키고 있는 곳은 초선 비례대표가 도전하기 부담되는 이른바 ‘험지’다. 당의 강세 지역은 기존 의원들이 버티고 있어 당내 경선부터 뚫기가 어렵고 총선을 앞두고 ‘집안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계산이 필요하기에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를 정할 때 치열한 눈치 싸움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늘의 별따기’ 재선에 올인
지난 20대 선거 땐 9%만 귀환

비례대표 47인 중 21대 총선서 출마할 지역구를 확정한 의원은 총 24명이다. 총선 출마 의지가 있지만 지역구를 아직 정하지 못한 의원은 한국당 여성 비례대표인 김현아·송희경·신보라 의원과 바미당 채이배·최도자 의원 등이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비례대표 공천으로 이미 당의 특혜를 한번 받았다는 인식이 있어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당의 결정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접점이 되는 연고가 없더라도 특정 지역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력이 있다면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당내 경쟁력 있는 비례대표의 공천은 당의 입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대표적인 인물이 한국당 김현아 의원이다. 3기 신도시 문제로 지역 민심과 멀어진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지역구인 고양시 을에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한국당 의원으로 맞불을 놔야 한다는 의견들이 당내서 나오고 있다.

김현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강남에 출마하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강남을 당협위원장에 지원해 의원님이 탈락했다. 고양도 얘기가 나오고, 여러 지역구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 정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고양시엔 민주당 소속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진보 정당 여성 의원들이 포진해 있는 곳으로 한국당이 주도권을 얻기 위해 벼르고 있는 지역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수도권서 여당 실세들과 맞붙게 되면 국민적 관심이 고조될 것”이라며 “비례대표 의원이기 이전에 정책 전문가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면 다선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구를 밝힌 24명 의원 중 15명의 여·야 의원들이 3선 이상인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냈다. 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세대교체론’으로 정치 신인인 비례대표가 지역구 정치에 변화를 불어넣고자 함이다.

매력적인 험지
정치적 위상↑

대표적인 예로 바미당 김수민 의원의 충북 청주청원 도전이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최연소 여성 의원으로 민주당 변재일 의원(4선)의 지역구자 본인의 고향인 충북 청주청원에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청년 정치인이 결핍된 국회서 상징성을 지닌 김 의원이 지역구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경기 안양동안을은 현재 한국당 심재철 의원(5선)이 터줏대감으로 있는 지역으로, 민주당 이재정 의원, 바미당 임재훈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만약 이들 의원이 각 당 공천 경쟁서 승리한다면 내년 4월 안양 동안을에서는 4명의 현역 의원이 각축전을 벌이는 격전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현역 최다선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8선)의 경기 화성갑을, 바미당 김중로 의원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7선)의 지역구인 세종에 출사표를 냈다.

지역색이 강하고, 지연·학연·혈연이 복잡하게 얽힌 지방의 표심을 파고들기는 어렵다는 평가에도 호기롭게 출사표를 낸 의원들이 있다.
 

▲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당 여상규 법사위원장(3선)의 지역구인 경남사천남해하동엔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정치 9단이라 불리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4선)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최근 지난 대선 후보였던 바미당 유승민 의원(4선)의 대구 동구을에 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출마를 희망했다.

최근 불법 천막 설치로 서울시와 대립각을 이루고 있는 우리공화당의 조원진 대표(3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서병엔 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아 일찌감치 지역구를 선점했다. 건강상 이유로 한국당 사무총장직서 물러난 한선교 의원(4선)의 지역구인 경기 용인병도 내년 총선에 기대되는 지역 중 하나다.


한 의원은 당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맡는 등 전국적 지명도가 높은 편이지만 막말 정치로 실망한 민심이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경기 용인병 출마를 위해 현재 수지구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활발하게 소통하며 구민들과의 스킨쉽 반경을 넓히고 있다.

명분 싸움에
‘환멸’ 느껴

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구를 지키고 있는 같은 당 소속 현역 의원에 도전장을 내민 비례대표도 있다.

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한국당 김재원 의원(3선)의 지역구인 경북 상주군위의성총송에 출마할 예정이다. 경북 상주는 임 의원의 고향이자 TK 지역으로 공천을 받으면 지역구 의원이 되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는 곳이다. 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같은 당인 이석현 의원(6선)의 지역구인 경기 안양동안갑에 도전한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인 현역 의원이 지키고 있는 지역구에 선뜻 도전하지 않는 이유가 단순 ‘집안싸움’을 피하고자 함은 아니다. 같은 당 소속 의원의 지역구 도전이 험지 출마보다 높은 당선 가능성을 보장하지도 않고, 험지 개척은 성공한다면 당내 정치적 위상이 달라질 수 있어 승부사인 정치인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수도권 출마를 고려 중인 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은 “다른 당이 차지하고 있던 지역구를 가져올 수 있다면 ‘플러스 2’의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른바 험지서 불리는 곳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정치적 몸집도 이전보다 훨씬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한국당 장석춘 의원(초선)의 지역구인 경북 구미을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경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란 상징성을 가지는 ‘보수의 성지’임에도 지난해 지방선거서 장세용 구미시장이 최초로 민주당 간판을 달고 당선되는 이변이 나오기도 했다. 구미 공단의 배후 신도시와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 직장인들인 유권자들이 주를 이뤄 대구·경북(TK) 지역 가운데 민주당이 공략하기 적절한 지역구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한국당 박성중(초선)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을에 대항마로 나섰다. 서초구는 선거구가 신설된 1988년 이후 민주당 계열 국회의원이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험지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 해 지방 선거서 서울 25개 기초단체장 중 유일하게 한국당 소속 구청장이 살아남았다.

전문성과 신선함 어필
중진 골라 험지 개척

박 의원은 교수 출신 이력을 살려 교육열이 높은 지역구민들의 바닥 민심을 다지고 있다.

20대 총선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강남을 지역구서 승리하며 최대 이변을 보여준 데 이어 박 의원이 ‘강남 3구’서 다시 한 번 ‘민주당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한편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비례의원들은 지역구로 갈 경우 정치신인에 준하는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며 “말이 현역 의원이지, 지역구에서는 몇 년 동안 닦아온 다른 의원들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 유민봉·조훈현 의원과 바미당 이상돈 의원 3명은 내년 총선 불출마 의지를 밝혔다.

유 의원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서 한국당의 참패 책임을 지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해 지방 선거 이후 “한국당 의원으로서 국민과 지지자 여러분께 부끄럽다”며 “박근혜정부서 2년간 청와대 수석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작년 입장 그대로”라며 불출마의 뜻을 거듭 밝혔다.

바둑기사 출신으로 20대 총선 이전에 입당 제의를 받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조 의원도 불출마 의사를 표명했다. 조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때문에 정치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 꼬집은 바 있다.

정치 싫어서
국회 떠난다

그는 “바둑에선 상대가 좋은 수를 두면 그걸 받아들인다. 그런데 국회는 상대가 한 것은 무조건 반대하거나 바꾸려고만 하니 제대로 된 승부가 안 되고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며 여의도 정치에 회의감을 표했다.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인 이 의원도 내년 국회를 떠날 예정이다. 그는 공천을 위해 지도부와 당론에 충성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정치가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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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