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그루밍족의 여름나기’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7.15 10:23:05
  • 호수 12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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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을 뽑았다 밀었다 몸에 지웠다 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그루밍족의 계절인 여름이 다가왔다. 과거에는 머리 스타일과 패션으로 개성을 표현했다면, 요즘은 색다른 방법으로 자신만의 멋을 내고 있다. <일요시사>가 왁싱, 타투 등 다양한 그루밍에 대해 알아봤다. 
 

▲ 해나문신

 

많은 사람들이 ‘타투’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제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타투는 방송이나 광고 등을 통해 전파를 타면서 대중화됐다. 

문양을 
내 몸에

노출이 많은 여름철, 개성을 표현하는 아이템으로 타투가 선호되고 있다. 타투에 매료된 남성들도 많을 뿐 아니라, 요즘 20대들은 타투를 피어싱과 같은 액세서리 정도로 여기고 있다.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용이나 호랑이 등 위협적인 동물을 새기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에는 타투의 디자인과 크기가 세분화되면서 다양한 무늬를 고를 수 있다. 

과거에 문신은 팔뚝이나 등을 휘감아 새기는 것으로 인식했지만, 최근에는 10㎝ 안팎의 타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목선을 타고 셔츠 안쪽으로 이어진 한 줄의 레터링(짧은 문구를 새겨넣은 타투)은 구릿빛 팔에 불거진 힘줄 못지않게 섹시한 인상을 풍긴다.

손등의 나침반, 아킬레스건 아래 화사하게 펼쳐진 꽃잎 등 문신의 형태와 콘셉트는 무궁무진하다. 타투의 종류도 다양하다. 파스텔 톤의 감성적 타투, 반려묘나 반려견을 캐릭터화한 일러스트 타투,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블랙워크 등 다양한 장르의 타투가 있다. 


자기만족으로 타투를 새기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디자인보다 상징성이 있는 무늬나 문구를 담기도 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성함이나 자신의 좌우명 등을 새기는 경우도 많고,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이나 명언을 새기기도 한다.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겠다는 의미로 세월호 리본을 새겨넣기도 한다. 

작은 문양과 짧은 글귀로 표현하는 타투는 개인의 의지와 신념을 담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취향과 성격도 가늠케 한다. 타투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일본의 전통문신’이라 불리는 이레즈미 장르는 가슴부터 긴 팔을 한 번에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편이다.

위치·크기 따라 타투 가격 천차만별
평균 10만∼12만원…4∼6주마다 시술

위치에 따라 가격은 23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치솟는다. 경기도와 강서구에선 200만원 초중반대이지만, 강남과 홍대 등에서는 300만원대다. 팔에 수채화 느낌의 장미를 새기고 싶다면 50만원가량이 든다. 

보통 반팔을 입었을 때 타투가 살짝 비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새기는 타투인데 강남서 50만원, 홍대와 그 외 지역서 40만원 정도가 든다. 여름철엔 왁싱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노출이 많아지는 만큼 제모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때 제모는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제모하는 남성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제모의 부위도 다양하다. 턱수염과 콧수염, 다리털부터 전신 제모를 하는 ‘브라질리언 왁싱’도 있다.

전문가들은 털이 제거된 몸을 사회가 요구하면서 제모를 많이하게 됐다고 말한다. 사회에선 털이 있는 것은 동물이나 짐승에 가까운 상태로 간주하기 때문에 동물과 구분하기 위해 털이 많지 않은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왁싱의 종류에는 세 가지가 있다. 소프트왁싱은 약 70도서 90도 이상의 고온서 녹인 왁스를 얇게 도포하고 천이나 부직포 등을 붙인 다음, 털의 반대 방향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부위의 체모를 효과적으로 제거를 할 수 있고 신체의 모든 부위에 사용이 가능하다. 

소프트왁싱의 장점은 0.1m의 작은 솜털까지도 왁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점은 반대 방향으로 제거하기 때문에 털이 끊기거나 피부가 약할 경우 홍반이나 피부 탈락에 의한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위생과 멋 
왁싱의 세계

슈가왁싱은 고대시대 상처부위나 화상부위가 생겼을 때 감염 예방과 치료를 위해 사용하던 방식으로 설탕을 녹여서 사용한다. 우연히 털도 같이 제거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금의 미용 시술로 발전됐다. 

슈가왁싱은 인체 온도와 동일한 36.5도로 왁스를 녹이기 때문에 화상의 위험이 극히 적다는 장점이 있다. 주성분이 흑설탕과 레몬즙, 물이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 또 털의 방향으로 제모를 하면서 모근의 윤활작용을 도와 털의 끊김 없이 제거가 가능하다. 

하드왁싱은 왁스를 시술 부위에 바른 후 굳어졌을 때 왁스를 떼는 방식이다. 피부에 자극이 거의 없어 동일 부위에 여러 번 왁스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방법은 주로 얼굴과 겨드랑이 또는 비키니 라인과 같이 예민하면서도 약한 부위를 왁싱할 때 사용된다. 두꺼운 털을 제거하기가 쉽고 화상 위험도 적다. 

더운 여름은 왁싱숍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브라질리언 왁싱은 세미누드와 올누드가 있다. 세미누드는 회음부에 난 체모를 없애고 음모는 남겨둔다. 올누드는 음모까지 모두 제모해서 가격이 2만원 정도 비싸다. 가격은 평균 10만∼12만원으로 보통 4∼6주마다 한다.

왁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체모 양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털이 너무 촘촘하게 나거나 잘 안 빠지는 사람은 조금 더 오래 걸린다. 예를 들어 브라질리언 왁싱은 30∼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예민한 사람의 경우 40∼45분가량이 걸리기도 한다.
 

여름하면 태닝도 빼놓을 수 없다. 태닝이란 피부를 햇볕에 노출시켜 구릿빛으로 태우는 것을 말한다. 과거 한국에는 하얀 피부에 대한 집착이 컸다. 최근에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모델과 연예인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태닝의 원리는 자외선을 이용해 피부 속 멜라닌 색소를 자극하고, 피부톤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멜라노사이트가 자극돼 색소가 침착되면서 피부색이 어둡게 변하기 때문이다. 

야외 태닝은 실제 자외선을 이용하는 것이라 피부를 좀 더 강하게 태울 수 있다. 다크 브라운빛의 피부톤을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태닝 방법이지만, 일광화상 등의 피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기계 태닝은 기계의 인공 자외선을 이용해 피부를 태닝하는 것으로, 야외 태닝보다 안정적인 환경서 고르게 태닝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태닝을 하는 사람들은 다리가 너무 하얘서 평소 짧은 치마나 반바지 입는 것을 꺼리는 사람, 근력 운동의 심미 효과를 높이고 싶은 사람, 좀 더 탄탄한 보디라인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흰 피부를 골드 브라운빛의 고른 태닝 피부로 만들기 위해선 10회 정도의 기계 태닝이 필요하다. 태닝숍의 패키지 프로그램이 대부분 10회 구성인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태닝을 할 때는 처음 3∼4회는 이틀 간격으로 약한 출력의 태닝 기계를 5∼7분 미만으로 쏘며 피부 트러블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태닝 색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초 베이스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피부톤을 보면서 태닝 시간과 기계의 강도를 점차 높이며 주 1회씩 5∼6회 정도, 발부터 겨드랑이 안쪽까지 고르게 태우면 매끈한 골드 브라운빛 피부를 만들 수 있다. 

약한 출력의 레이저로 짧은 시간 동안 태닝을 한다면 예민한 피부도 기계 태닝을 할 수 있다. 단, 남들보다 피부가 민감하거나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사람, 기미 등의 색소 침착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한 후 태닝을 진행해야 한다.

자외선을 반복적으로 피부에 쐬는 것이므로 어느 정도 피부 노화가 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태닝을 할 때 얼굴은 태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태닝으로 인한 피부 손상과 노화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태닝 전후의 보습과 진정 관리를 꼼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질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 태닝을 하면 피부가 얼룩덜룩해질 수 있다. 하지만 적당량의 각질은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만약 각질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라면 태닝 3∼4일 전, 곡물가루를 함유한 저자극 스크럽제나 화학적 각질제거제를 이용해 가볍게 제거하는 것을 추천한다. 보습 로션을 듬뿍 발라 촉촉한 피부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돈 주고 
구릿빗 피부


10회 태닝 기준 컬러 유지 기간은 한두 달 정도다. 태닝을 멈춘 시점부터 한두 달 후에는 본래의 자기 피부색으로 돌아간다. 만약 태닝을 하고는 싶은데 까만 피부가 너무 오래 지속될까 걱정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태닝을 한 번 한다고 피부가 금세 까매지지도 않을뿐더러, 그 컬러가 평생 지속될 가능성은 적다. 태닝 컬러를 좀 더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태닝 후 피부 보습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반영구 눈썹문신은 남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시술이 됐다. 눈썹만 어느 정도 정리해도 인상이 한층 깔끔해진다. 반영구 눈썹문신은 영구적이지 않다. 짧게는 6개월서 1년 넘게 지속력을 갖는다. 눈썹문신이라고 하지만 ‘반영구 눈썹 화장’이 올바른 표현이다. 
 

▲ 눈썹 문신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시술 전 문신 잉크나 색소, 약품에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확인 후 시술을 진행한다. 1차 시술을 마치면 2차 리터치 시술을 하고 마무리한다. 일반적인 문신의 경우 진피층에 적용하지만, 반영구는 표피와 진피 사이에 적용하기 때문에 1차 시술 후 2∼4주 후에 리터치 시술을 해야 원하는 모양으로 자리가 잡힌다.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 항생제 복용은 필수다. 상처 부위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재생 크림을 꾸준히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자외선 차단제는 상처가 있는 동안에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1주일 뒤 어느 정도 피부가 아문 다음 사용해야 한다.

현행법상 문신은 마취크림 등 전문의약품 및 의료기기 사용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료행위로 의료기관서 시술을 받는 것이 맞다. 부적격 장소서 시술할 경우 2차 감염, 색소 침착, 피부 괴사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저렴한 곳을 찾기보다는 합법적이고 전문적인 의료 장비와 경험을 갖춘 의료진이 시술하는 곳을 선택하는 곳이 우선이다.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 후 태닝 
눈썹문신 6개월∼1년 넘게 유지

시술 전 전문의와 상의 후 부작용 검사를 철저히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서도 의료 시술이 갖춰진 곳이라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인들이 미용 목적의 문신을 맡아서 하는 경우는 드물고, 이 때문에 암암리에 불법 문신 시술이 이뤄지는 것도 사실이다. 

1992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반영구 화장은 의료행위로 분류돼 병원서 의료인만 시술할 수 있다. 피부에 상처를 내고 염료를 주입하는 과정서 감염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모씨는 눈썹문신이 붉게 변색하는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다. 유씨는 “병원서도 쉽게 지울 수 없다더라”며 좌절했다.

하지만 불법임을 모르고 받는 사람이 대다수고, 알면서도 병원 시술을 꺼리는 사람도 있다. 안전보다 예쁜 디자인 등 미용적 측면을 먼저 고려하기 때문이다. 고모씨는 “반영구 화장에도 유행이 있어 의료 지식보단 미적 감각이 뛰어난 시술자를 찾게 된다”며 “소문난 곳은 위생이나 안전도 신경 쓸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병원이 미덥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취업준비생 윤모씨는 “일부러 유명 의원에 찾아갔지만 의사는 주의사항만 안내하고 시술은 다른 직원이 했다”며 “병원 안이나 밖이나 인력 풀은 동일한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지방자치단체서 매년 1~2차례 집중 단속을 벌이지만 불법 눈썹문신 시술을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다. 서울시가 올 3분기까지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내린 유사 의료행위는 점 빼기, 문신, 반영구 시술을 포함해 단 7건에 불과하다. 

서울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제보나 인터넷 검색에 기대 수사를 하고 있는데 보통 오피스텔 등지서 은밀하게 영업하다 보니 적발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불법 시술을 일망타진할 수 없다면 차라리 양성화해달라는 게 업계의 요구. 송강섭 한국타투협회장은 “외국처럼 시술 주체를 자격화하고 이용기기, 색소 등을 규제해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시술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작용 속출
불법도 기승 

의료계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서양인과 동양인은 피부 두께가 다르고, 부작용 양상서도 차이를 보인다”며 “외국서 합법이니 따라가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술 안 되고 교육은 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수사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비의료인들의 문신 시술을 단속하고 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병원서 시술하는 문신사도 있다. 병원이 고용한 이들이다. 하지만 병원서 문신 시술을 하더라도, 의사가 아닌 문신사가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강남구 논현동의 한 성형외과서 일하고 있는 문신사는 “의대까지 나와서 주사 놓고 수술하는 사람들이 뭐하러 손기술 익혀서 문신 시술을 하겠느냐”며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서 하는 반영구 문신 시술은 거의 100% 문신사가 하는 거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하는 건 불법이지만 문신 시술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용학원에서는 네일, 헤어, 메이크업 관련 수업과 함께 문신 시술 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많다.

고용노동부가 2015년 발표한 ‘신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을 보면 17개 신직업 중에는 ‘타투이스트’(문신사)가 포함되기도 했다.  

대구의 한 미용학원에서는 한 달에 20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반영구 문신술’ 수업을 듣는다.

이 학원 운영자는 “문신 시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건 의사가 아니어도 합법이고 시술은 불법이라 수강생들한테 편법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며 “메이크업 자격증을 따서 가게를 차려 미용업으로 신고한 뒤 ‘숍인숍’(Shop In Shop·매장 안에 매장을 여는 것) 형태로 반영구 문신 시술 영업을 하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되니 ‘문신사법’을 만들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문신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 등 500여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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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