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교안-나경원 ‘패스트트랙 변호인단’ 늑장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15 10:14:31
  • 호수 1227호
  • 댓글 0개

나서라 할 땐 언제고 ‘나몰라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토사구팽’의 전조일까. 패스트트랙 폭력사태로 고발된 자유한국당 보좌진을 위한 변호인단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앞서 당 지도부는 해당 보좌진에게 변호인단 구성을 약속한 바 있다. <일요시사>는 지지부진한 변호인단 구성의 실상을 추적했다. 
 

▲ 몸싸움 중인 여야 국회의원들 ⓒ사진공동취재단

패스트트랙(이하 패트) 폭력사태는 대대적인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당시 여야는 국회서 선거제·개혁법안 패트 지정을 놓고 한바탕 몸싸움을 펼쳤다. 이는 상대 당 의원과 보좌진 등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혐의는 국회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이다. 현재 패트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58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6명, 정의당 3명과 문희상 국회의장 등 총 108명이다.

고소·고발전
불안한 마음

패트 때 전면서 몸싸움을 벌였던 한국당 보좌진도 고발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국당 보좌진 중 6명이 현재 고발된 상태다. 경찰은 국회사무처 직원과 보좌관 등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고발된 6명의 보좌진에게 당의 책임 있는 자세와 변호인단 구성 등을 약속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일 <일요시사>를 통해 “당 대표가 비공개로(고발된 보좌진과) 식사를 같이하면서 당에서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원내대표도 공식적으로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패트 사태가 있고 두 달이 지난 현 시점에도 변호인단은 구성되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 측은 같은 날 “우리 실무진 측에서는 변호인단 선임과 관련해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답변 드릴만한 부분이 없다”며 “말씀하신 것처럼(변호인단 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논의 중인 단계다. 확실하게 되고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당 법률지원단 측에 문의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 측은 지난 5일 “아직 논의 중에 있다”며 “(변호인단 구성을 마칠)시기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로 넘어간 뒤 변호인단이 구성되는 것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발된 보좌진의 심정은 어떨까. 자유한국당보좌진협의회(이하 한보협) 측은 고발당한 보좌진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당 지도부를 믿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고발된 보좌진 6명 조사받아
묵묵부답 지도부 “논의 중”

지난 1일 한보협 측은 “(고발된 보좌진이)걱정은 하지만 당을 믿고 있다”며 “아직 참고인 조사단계고 검찰로 가기 전까지는 변호인단이 구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보협은)당 지도부에 (변호인단 구성을)계속 건의 중이다. (나 원내대표가)합의를 이야기하는 것도 기소유예가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서 “보좌진과 당직자까지도 고발장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얼마나 치졸하고 부끄러운 정치탄압인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후에도 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민주당의 전향적인 사과와 관련 고소·고발 취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고소·고발을 취하하더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회법 165·166조(국회선진화법)는 고소·고발을 취하해도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해 소를 취하해도 검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고발된 사람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동료 보좌진이 고발당한 상태에 한국당 보좌진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의 한 보좌진은 지난 10일 “보좌진이 하나둘씩 경찰서에 불려가는데 한국당 지도부는 변호사 한 명 붙여주지 않았다. (고발당한 보좌진)혼자 가서 조사받고 왔다”며 “경찰 조사를 받고 그 조서를 근거로 검찰에 기소될 것인데, 변호사를 붙여줘서 말실수라도 덜할 수 있게 조치했어야 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한국당 보좌진은 같은 날 “변호인단을 꾸려 보좌진을 보호한다 말해놓고 지키지 않았다”며 “고발당한 보좌진의 의원도 문제다. 의원이라도 변호사를 붙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약속은…
지지부진

피해사례를 취합하는 과정도 한국당 지도부가 아닌 보좌진이 먼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사건이 남부지검으로 넘어갔다가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관된 사실도 보좌진이 먼저 확인했다. 한국당 보좌진 사이서 “당 지도부가 미리 진행 상황을 알아보고 피해 보좌진에게 설명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불안감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비단 보좌진뿐만이 아니다. 한국당 의원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경찰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은 그들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7일 한국당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지난 4월25일 패트 처리 과정서 바미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한 혐의를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패트 지정 과정서 채 의원의 의원실을 점거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감금, 특수주거침입,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처음으로 패트 지정을 시도한 시점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채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아섰고, 채 의원은 약 6시간 동안 감금됐다가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

의원님도
덜덜덜∼

한국당이 패트 수사와 관련해 경찰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지난달 27일, 패트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고소·고발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경찰에 요구했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도 수사 계획과 함께 조사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조사 대상자의 명단 등 세부 사항까지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

이들이 경찰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날은 공교롭게도 영등포경찰서가 같은 당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 등 4명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낸 그날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지 못함을 양해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국회에 보냈다.


50명이 넘는 한국당 의원들이 고소·고발된 상황서 경찰 업무를 소관하는 행안위 소속 의원들이 해당 사건 수사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은 수사 외압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서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직접 수사 자료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자료를 요구한 이채익·이종배 의원 역시 패트 사태와 관련해 정의당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수사 대상인 의원이 경찰에 수사 내용을 알려달라고 한 셈이다. 

“약속했는데…” 불안감↑
‘부글부글’ 보좌진 성토

그러나 이채익 의원은 ‘통상적인 의정 활동’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채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땅히 해야 할 통상적인 상임위 활동”이라며 “경찰에 외압을 가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는 것은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당의 생각은 달랐다.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서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직접 수사 자료를 요구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차원을 넘어 수사에 대한 압박”이라며 “한국당은 경찰에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는 ‘갑질’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소환조사에 응하라”고 반박했다.
 

▲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에 대한 소환은 결국 버티기로 끝났다. 이들은 경찰의 소환 통보를 거부했다. 당시 경찰은 “수사 대상이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특혜를 줄 수는 없다”며 “통상의 수사 절차대로 다시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최근 이들에 대한 재소환과 함께 소환 범위를 확대했다. 바미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한 혐의를 받는 한국당 의원 9명에게 추가로 출석을 통보했으며, 지난 4일까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던 4명에게도 2차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또한 국회 의안과 사무실 앞 충돌 상황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 4명, 정의당 의원 1명에게도 새로 출석을 요구했다.

출석 요구에
버티기 일관

민주당 의원들은 출석에 적극 임할 뜻을 밝혔다. 표창원 의원은 지난 10일 영등포경찰서로부터 받은 피고발인 출석 요구서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표 의원은 “패트 처리 과정서 발생한 국회 폭력 사태와 관련해 경찰의 피고발인 출석 요구에 응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국회의원이 경찰 조사에 불응하고, 비협조하고, 직위와 권한을 이용해(경찰을) 압박하거나(국회의원에게 부여된 불체포특권의 효력 발휘를 위해) ‘방탄국회’를 소집해선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한 메시지로 읽힌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