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교안-나경원 ‘패스트트랙 변호인단’ 늑장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15 10:14:31
  • 호수 12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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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라 할 땐 언제고 ‘나몰라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토사구팽’의 전조일까. 패스트트랙 폭력사태로 고발된 자유한국당 보좌진을 위한 변호인단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앞서 당 지도부는 해당 보좌진에게 변호인단 구성을 약속한 바 있다. <일요시사>는 지지부진한 변호인단 구성의 실상을 추적했다. 
 

▲ 몸싸움 중인 여야 국회의원들 ⓒ사진공동취재단

패스트트랙(이하 패트) 폭력사태는 대대적인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당시 여야는 국회서 선거제·개혁법안 패트 지정을 놓고 한바탕 몸싸움을 펼쳤다. 이는 상대 당 의원과 보좌진 등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혐의는 국회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이다. 현재 패트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58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6명, 정의당 3명과 문희상 국회의장 등 총 108명이다.

고소·고발전
불안한 마음

패트 때 전면서 몸싸움을 벌였던 한국당 보좌진도 고발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국당 보좌진 중 6명이 현재 고발된 상태다. 경찰은 국회사무처 직원과 보좌관 등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고발된 6명의 보좌진에게 당의 책임 있는 자세와 변호인단 구성 등을 약속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일 <일요시사>를 통해 “당 대표가 비공개로(고발된 보좌진과) 식사를 같이하면서 당에서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원내대표도 공식적으로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패트 사태가 있고 두 달이 지난 현 시점에도 변호인단은 구성되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 측은 같은 날 “우리 실무진 측에서는 변호인단 선임과 관련해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답변 드릴만한 부분이 없다”며 “말씀하신 것처럼(변호인단 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논의 중인 단계다. 확실하게 되고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당 법률지원단 측에 문의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 측은 지난 5일 “아직 논의 중에 있다”며 “(변호인단 구성을 마칠)시기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로 넘어간 뒤 변호인단이 구성되는 것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발된 보좌진의 심정은 어떨까. 자유한국당보좌진협의회(이하 한보협) 측은 고발당한 보좌진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당 지도부를 믿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고발된 보좌진 6명 조사받아
묵묵부답 지도부 “논의 중”

지난 1일 한보협 측은 “(고발된 보좌진이)걱정은 하지만 당을 믿고 있다”며 “아직 참고인 조사단계고 검찰로 가기 전까지는 변호인단이 구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보협은)당 지도부에 (변호인단 구성을)계속 건의 중이다. (나 원내대표가)합의를 이야기하는 것도 기소유예가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서 “보좌진과 당직자까지도 고발장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얼마나 치졸하고 부끄러운 정치탄압인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후에도 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민주당의 전향적인 사과와 관련 고소·고발 취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고소·고발을 취하하더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회법 165·166조(국회선진화법)는 고소·고발을 취하해도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해 소를 취하해도 검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고발된 사람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동료 보좌진이 고발당한 상태에 한국당 보좌진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의 한 보좌진은 지난 10일 “보좌진이 하나둘씩 경찰서에 불려가는데 한국당 지도부는 변호사 한 명 붙여주지 않았다. (고발당한 보좌진)혼자 가서 조사받고 왔다”며 “경찰 조사를 받고 그 조서를 근거로 검찰에 기소될 것인데, 변호사를 붙여줘서 말실수라도 덜할 수 있게 조치했어야 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한국당 보좌진은 같은 날 “변호인단을 꾸려 보좌진을 보호한다 말해놓고 지키지 않았다”며 “고발당한 보좌진의 의원도 문제다. 의원이라도 변호사를 붙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약속은…
지지부진

피해사례를 취합하는 과정도 한국당 지도부가 아닌 보좌진이 먼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사건이 남부지검으로 넘어갔다가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관된 사실도 보좌진이 먼저 확인했다. 한국당 보좌진 사이서 “당 지도부가 미리 진행 상황을 알아보고 피해 보좌진에게 설명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불안감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비단 보좌진뿐만이 아니다. 한국당 의원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경찰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은 그들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7일 한국당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지난 4월25일 패트 처리 과정서 바미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한 혐의를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패트 지정 과정서 채 의원의 의원실을 점거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감금, 특수주거침입,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처음으로 패트 지정을 시도한 시점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채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아섰고, 채 의원은 약 6시간 동안 감금됐다가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

의원님도
덜덜덜∼

한국당이 패트 수사와 관련해 경찰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지난달 27일, 패트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고소·고발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경찰에 요구했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도 수사 계획과 함께 조사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조사 대상자의 명단 등 세부 사항까지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

이들이 경찰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날은 공교롭게도 영등포경찰서가 같은 당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 등 4명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낸 그날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지 못함을 양해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국회에 보냈다.


50명이 넘는 한국당 의원들이 고소·고발된 상황서 경찰 업무를 소관하는 행안위 소속 의원들이 해당 사건 수사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은 수사 외압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서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직접 수사 자료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자료를 요구한 이채익·이종배 의원 역시 패트 사태와 관련해 정의당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수사 대상인 의원이 경찰에 수사 내용을 알려달라고 한 셈이다. 

“약속했는데…” 불안감↑
‘부글부글’ 보좌진 성토

그러나 이채익 의원은 ‘통상적인 의정 활동’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채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땅히 해야 할 통상적인 상임위 활동”이라며 “경찰에 외압을 가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는 것은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당의 생각은 달랐다.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서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직접 수사 자료를 요구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차원을 넘어 수사에 대한 압박”이라며 “한국당은 경찰에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는 ‘갑질’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소환조사에 응하라”고 반박했다.
 

▲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에 대한 소환은 결국 버티기로 끝났다. 이들은 경찰의 소환 통보를 거부했다. 당시 경찰은 “수사 대상이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특혜를 줄 수는 없다”며 “통상의 수사 절차대로 다시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최근 이들에 대한 재소환과 함께 소환 범위를 확대했다. 바미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한 혐의를 받는 한국당 의원 9명에게 추가로 출석을 통보했으며, 지난 4일까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던 4명에게도 2차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또한 국회 의안과 사무실 앞 충돌 상황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 4명, 정의당 의원 1명에게도 새로 출석을 요구했다.

출석 요구에
버티기 일관

민주당 의원들은 출석에 적극 임할 뜻을 밝혔다. 표창원 의원은 지난 10일 영등포경찰서로부터 받은 피고발인 출석 요구서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표 의원은 “패트 처리 과정서 발생한 국회 폭력 사태와 관련해 경찰의 피고발인 출석 요구에 응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국회의원이 경찰 조사에 불응하고, 비협조하고, 직위와 권한을 이용해(경찰을) 압박하거나(국회의원에게 부여된 불체포특권의 효력 발휘를 위해) ‘방탄국회’를 소집해선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한 메시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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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