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이주여성들의 현실

‘남편 손바닥 안’ 도망칠 곳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베트남 국적의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SNS가 발칵 뒤집혔다. 누리꾼들은 영상 속 여성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해진 폭력에 경악했다. 결국 영상 속 남성은 경찰에 체포됐다. 문제는 이 같은 폭행 사건이 결혼이주여성들 사이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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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전남 영암경찰서에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는 베트남 국적의 A씨의 지인으로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A씨가 남편에게 심하게 폭행당했다는 내용이었다.

A씨의 폭행 피해 영상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233초가량의 영상서 A씨는 남편에게 뺨을 맞고 발로 걷어 차이고 주먹으로 머리와 옆구리 등을 얻어맞았다. 두 살 남짓한 아이가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음을 터트리다가 폭행 장면에 놀라 도망치는 장면도 고스란히 담겼다.

결혼하면

경찰에 체포된 남편 B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아내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 그것 때문에 감정이 쌓였다고 말했다.

B씨는 3년 전 한국서 만난 A씨가 베트남서 자기의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친자 확인 검사를 했다. 아들이 친자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B씨는 A씨와 혼인신고를 했고, 지난달 16일부터 전남 영암군의 원룸서 함께 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베트남뉴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A씨는 B씨와 이혼한 뒤 아이 양육권을 갖고 한국서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A씨는 이날 오후 자신을 찾아온 한국 주재 베트남대사관 관계자에게 아이의 미래를 위해 남편과 함께 살려고 한국에 왔는데,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힘든 이 시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베트남에 있는) 엄마를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서 또 럼 베트남 공안부장관을 만난 뒤 자신의 SNS베트남 결혼이주여성 폭행에 대해 사과드렸다한국 거주 베트남 국민의 안전과 인권보호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도 A씨를 직접 찾아가 위로의 뜻을 표했다. 진 장관은 베트남 현지 가족들이 더 이상 걱정하지 않도록 피해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위로했다.

총리, 여성가족부 장관, 경찰청장까지 나서서 베트남 여성 폭행 사건을 엄정히 수사하고 제2, 3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당부했다.

베트남 이주여성 무차별 폭행
“아들과 한국서 살고 싶다”

하지만 결혼이주여성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실제 결혼이주여성의 열악한 인권 실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사회 문제로 제기된 바 있지만, 제대로 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많은 수의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필리핀 국적의 결혼이주여성이 부부싸움을 하다 살해당한 일도 발생했다. 50대 남편 C씨는 21세 연하의 30대 아내 D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두 사람은 7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1심 재판부는 살인죄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로, 피고인은 이주여성에 대한 편견과 멸시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해 사회적으로 비난이 크다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피해자가 고통 속에서 숨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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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국제결혼 건수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만건을 상회하고 있다. 201325963, 201423316, 201521274, 20162591, 20172835건 등이다.

국제결혼 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한국 남자와 외국 여자의 결혼이다. 201318307건에서 201416512건으로 줄어들었다가 201514677, 201614822, 201714869건으로 비슷하게 유지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해 6월 결혼이주여성의 실태를 조사한 외부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778월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결혼이주여성의 국적은 베트남 출신이 42.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중국·필리핀·일본·캄보디아 등의 순이었다.

이들은 평균 16.37년 동안 한국에 살았다. 결혼이민비자를 소지한 여성이 232, 영주자격 취득자는 113, 혼인 귀화자는 258명이었다.

조사 당시 응답자의 70.7%가 무직 상태였고, 60%는 개인 소득이 없었다. 인권위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87(42.1%)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 이들 중 38%(147)은 가정서 폭력 위협을 당했고, 19.9%(77)는 흉기로 협박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0명 중 4명 가정폭력 시달려
사회적 인식과 법·제도 허점

또 결혼이주여성 10명 중 7(68%)이 성행위를 강요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등 성적인 학대를 당했다. 81.1%는 가정서 욕설을 듣는 등 심리·언어적 학대를 당했고 필요한 생활비나 용돈을 받지 못한 경우도 33.3%에 이르렀다. 이들은 정신·육체적으로 학대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가정폭력을 경험한 결혼이주여성 중 140명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주변에 알려지는 게 창피하고’(35),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랐으며’(35), ‘외부로 알려도 아무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29)를 이유로 들었다.

결혼이주여성 3명 중 1명은 결혼이주민을 위한 상담전화나 쉼터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을 위한 주요 사회서비스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물론 법적·제도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동행의 이현서 변호사는 지난 9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주여성들에 대한 법제도의 허점에 대해 말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 변호사는 결혼이주여성들이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원인으로 인식 문제 제도의 취약성 교육의 부재 등을 꼽았다. 이어 결혼중개업체 등을 통해 이주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남성 배우자들이 아내를 결혼의 수단이나 출산의 수단 등 도구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취약점과 관련해서는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체류자격을 가져야 하는데, 그 존부가 현재 남편에게 거의 다 권한이 쥐어져 있는 상태라 남편은 체류자격을 볼모로 권력을 휘두르고 여성은 거기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남편 소유?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지난 9일 오전 현안 서면 브리핑서 법적·제도적·예산지원을 통해 결혼이주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결혼이주여성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대부분 남성 배우자로, 가정폭력으로 혼자 속앓이했던 이주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재인정부는 폭력피해이주여성상담소 설치 근거를 마련했고 올해 전국 5개 기관에서 폭력피해 이주여성들을 지원하고 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주여성의 성·가정폭력 피해 현실을 되돌아보고 결혼이주민을 옭아매는 체류권 보장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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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