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보도> 이후…‘황하나-남양유업 수사’ 비스토리

직접 경찰 찾아간 회장님,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황하나 사건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남양유업이다. 기업 이미지는 실추됐고 관계 종사자들은 울상이다. 남양유업 회장은 ‘황하나 꼬리표 떼기’에 적극적이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고개를 숙이고, 경찰에 휴대전화를 제출하기도 했다.

▲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

지난 4월1일 <일요시사>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과 ‘봐주기 수사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일요시사> 1213호 재벌가라 덮었나?…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 마약 의혹 참조). 황씨는 2015년 대학생 조씨에게 필로폰을 건네고 함께 투약했다. 조씨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황씨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황씨는 대마초 흡연에 따른 기소유예 전력이 있었다. 봐주기 수사 의혹에 힘이 실렸다.

마약 투약
봐주기 수사

<일요시사>는 지난 4월2일 황씨의 ‘경찰 고위인사 인맥 과시’ 정황을 단독 보도했다(본지 1213호 ‘마약 의혹’ 황하나 “엄마가 뒤처리…아빠는 경찰청장 베프”). 수사기관의 비호 의혹이 골자였다.

황씨의 지인은 “황씨가 ‘우리 삼촌이랑 아빠는 경찰청장이랑 베프(베스트 프랜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씨의 외삼촌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다. 황씨를 향한 비판은 곧 남양유업으로 옮겨 붙었다.

남양유업은 곧바로 공식입장을 냈다. 남양유업은 이날 “황씨는 회사 경영과 무관하며, 황씨 일가족 누구도 회사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너 일가의 봐주기식 수사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남양유업은 “일부 언론에서 황씨를 고인이 되신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로 남양유업과 연관 지어 보도해 회사의 임직원, 대리점주, 낙농가 및 그 가족들까지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씨 개인과 관련한 내용을 남양유업과 결부해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지난 4월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으며 법원은 같은 달 6일 황씨를 구속했다. 황씨는 영장실질검사서 마약 투약 경위에 대해 ‘연예인 지인의 권유’라고 진술했다.

황 마약 사건…불똥 맞은 남양
봐주기 수사? 회사 거론돼 피해

남양유업은 지난 4월8일 두 번째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은 “최근 그릇된 행동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황씨가 돌아가신 홍두영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양유업 이름까지 연관돼 소비자 여러분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저희 역시 황씨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공정하고 강력하게 처벌되기를 바란다”며 “황씨는 물론 그 일가족 중 누구도 남양유업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경영활동과도 무관하므로 남양유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일등 품질의 제품을 위해 노력하는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다시 한 번 소비자 여러분께 황씨 개인의 일탈은 남양유업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히며 안심하기를 당부한다”며 “남양유업은 지금까지처럼 오직 일등 품질로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한편 황씨의 연예인 지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가수 겸 배우이자 전 연인이었던 박유천씨였다. 박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마약 투약을 부인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반응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고 결국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같은 달 15일 황씨가 홍 회장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MBC는 황씨의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 내용에 따르면 황씨는 2015년 “누구한테까지 지금 전달됐는지 알아? 남양유업 회장님”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지인에게 “이미 일은 커졌다” “회사와 부모님까지 들쑤셔놨는데 우리 쪽에서 어떻게 나갈 것 같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공식입장 2번
“관련 없다”

경찰은 지난 4월18일 황씨의 마약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2명을 직무유기로 입건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으로 근무했다. 수사관들은 황씨를 단 한 차례도 부르지 않았다. 특히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대학생 조씨로부터 “황씨가 남양유업 회장의 손녀”라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은 가시화됐다. 황씨가 언급한 ‘회장님’과 재벌 3세라는 배경은 봐주기 수사 의혹에 불을 지폈다. 동시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거론되기도 했다.

홍 회장은 같은 달 20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자진 출두,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를 받았다. 황씨의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의중이었다.

조사 결과 홍 회장의 휴대전화에는 경찰 고위직과의 통화 내역이나 문자메시지가 오간 정황은 없었다. 황씨 가족들의 휴대전화서도 관련 증거는 없었다. 황씨가 언급했던 ‘경찰청장 베프’ ‘남양유업 회장님’은 과시용이었다는 것이다.

황씨는 지난 4월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황씨는 2015년 5월부터 9월까지 필로폰을 3차례 투약하고, 1차례 매수해 지인에게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해 4월 의사 처방전 없이 클로나제팜(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약품을 처방한 혐의도 받았다.

지난 6월5일 황씨의 1차 공판이 열렸다. 황씨는 이날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씨의 변호사 측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으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같은 날 사과문을 발표했다.

홍 회장은 “최근 제 외조카 황하나가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홍 회장은 “친척이라 해도 친부모를 두고 직접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어, 외조카의 일탈을 바로잡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며 “결국 집안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제 탓”이라고 자책했다.


홍 회장은 “황하나는 제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 경영이나 그 어떤 일에도 전혀 관계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일하는 남양유업 임직원과 대리점 및 남양유업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께도 누를 끼치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간곡히 국민 여러분과 남양유업에 깊은 사죄의 말씀과 용서를 구한다”며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겸손하게 사회적 책임과 도리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는 아니다”
자진 출두

지난달 17일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기자단에 호소문 메일을 발송했다. 황씨로 인해 종사자 모두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메일을 통해 “앞서 남양유업 회장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 바와 같이 황씨는 홍 회장 개인의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수식어로 관련 없는 회사와 임직원들까지 소비자들로부터 비난받고 있으며 회사의 이미지 실추가 매출 감소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임직원들은 “회사의 위기는 임직원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며, 전국의 남양유업 납품 농가들과 대리점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평생의 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를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정직하게 일하는 남양유업 임직원과 수많은 원유납품농가, 대리점주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황씨는 지난달 19일 2차 공판서도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하면서도 옛 연인이었던 박씨의 일부 진술의 사실관계 재검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홍 회장 자진 출두, 휴대전화 포렌식까지 자청
수사 결과 ‘관련 없다’…회사도 ‘연관 없다’

황씨의 변호인 측은 “지난 3월 박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던 부분과 관련,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박씨 단독으로 투약했다”며 “지난 4월 수사기관서 제출된 증거자료를 다시 살펴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 10일 결심공판서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이날 결심공판서 검찰은 “수차례 필로폰을 매수하고 투약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황씨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황씨는 이날 최후진술에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과거 잘못을 생각하면 수치스럽지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황씨에 대한 결심공판은 오는 1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편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입건됐던 경찰관 2명은 지난 11일 각각 기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박 경위는 직무유기·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2015년 황씨 관련 마약 사건에 연루된 인물 가운데 2명만 소환조사했다. 박 경위는 용역업체 공동 운영자인 A, B씨와 잘 아는 사이였다. 박 경위는 같은 해 9월 B씨로부터 마약 혐의 제보를 받았다. B씨는 자신의 애인 C씨에게서 ‘조씨에게 마약을 건네받아 투약했다’는 말을 들었다. B씨는 해당 내용을 박 경위에게 제보하면서 ‘조씨를 처벌하되 C씨는 선처를 받게 해달라’며 500만원과 함께 청탁했다.

의혹 경찰
검찰 송치

박 경위는 해당 사건을 맡아 조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사건에 연루된 황씨와 C씨 등은 사건을 불기소로 종결했다. 박 경위는 황씨가 남양유업 외손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따로 황씨 측과 연락하거나 특혜를 준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하나에 발목 잡힌 남양유업 대리점주

남양유업은 지난달 27일 양재동 대회의장서 대리점 상생회의를 개최했다. 상생회의는 동반성장 실현을 위해 현장의 애로 사항을 공유하고, 분기별 논의 안건을 개선해 영업정책에 반영하는 상생의결 기구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유업계 최초로 대리점 상생회의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6년간 총 21번의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임직원, 전국 대리점주 대표, 집행부 등 총 40여명이 모였다. 대리점 복지정책, 영업지원 개선사항 등 대리점 권익 개선안 32건 이행률 성과 발표 이후 황하나 이슈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한자리에 모인 전국 대리점주들은 “상생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품질 좋은 제품들이 악성 루머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남양유업 대리점으로서 당당하게 현장 영업을 하고 싶다” “최근 황씨의 일탈에 마치 회사가 관여된 것처럼 소비자들이 오해해 영업하기 너무 힘들다” 등의 고충을 토로했다.

남양유업 관계자에 따르면 한 경쟁업체 사장은 대리점주에게 비꼬는 말투로 “황하나 때문에 매출 떨어지지 않아요?”라고 묻거나 판촉사원들은 고객들로부터 “마약우유 판다”는 말을 듣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리점주들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황씨와의 무관성을 알려줄 것과 회사가 유업계 최초 대리점 자녀 장학금제도나 출산장려금제도 등을 홍보해 이미지 쇄신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남양유업 전국대리점협의회 집행부는 “회사가 안팎으로 힘든 상황서 우리 대리점들도 서로가 믿고 다같이 하나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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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