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서울27골프클럽 ‘안전망 갈등’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7.09 09:05:24
  • 호수 12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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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이 총알처럼 민가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농민들이 뿔났다. 골프공이 비닐하우스를 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골프장 안전망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요시사>가 골프장 안전망을 사이에 둔 농민들과 골프장의 갈등 내막을 파헤쳤다.
 

강서구 과해동과 오곡동 일대 농가에 골프공이 날아들고 있다.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는 농민들에게 있어 골프공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위협적인 존재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농가에 떨어져서 농민들이 수거한 골프공은 60개가 넘는다.

주민 위협

서울 강서구 공항동과 오곡동, 부천시 고강동 일원에 위치한 인서울27골프클럽(GC)은 현재 시범라운드 중에 있다. 서울시 최초 대중골프장이라는 명목 아래 올해 3월 오픈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초 정식 오픈을 하기 위해 조건부 승인을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농민들은 안전망을 좀 더 넓고 높게 설치해야 골프공으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고 승인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골프장 측에서는 로컬룰로만 골프공을 시타한다면 공이 벗어날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프 관계자에 따르면 인서울27GC는 정식으로 오픈할 시 일일 는 정식으로 오픈할 시 일일 내방객은 300명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농민은 “아무리 캐디가 설명을 한다고 해도 골프장 손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치지 않겠냐. 돈을 내는 손님이 갑이고 돈을 버는 캐디가 을인데, 캐디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한국공항공사, 서울지방항공청, 한국골프협회, 서울 강서구청 등이 나서서 개별 및 합동으로 시타를 했고, 시타 후 안전망이 허술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지속해서 보수가 진행됐다.

하지만 김포공항 골프장 농민대책위원회(이하 농대위)가 지난달 직접 나서서 시타를 했을 때도 골프공은 또다시 안전망을 넘어갔다. 이에 안전망 보수를 요구했지만 골프장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농대위 관계자는 “골프장 측에서는 우리가 의도적으로 넘기려고 했다고 주장한다. 유명 골퍼인 타이거 우즈도 실수하는 마당에 아마추어 골퍼들이 실수 안 한다고 어떻게 확신하느냐. 안전망은 말 그대로 안전하게 해주는 설치물이다. 안전망 보수에 대해 협의하려고 해도 골프장서 소극적으로 나오는데 협의가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농대위 간사는 “안전망은 사실 30∼40m 정도는 돼야 하지만, 현실은 20m 안팎으로 알고 있다. 각파이프로 안전망을 제대로 설치하려면 최소 20억원은 든다고 한다. 설치 당시 예산은 10억원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규칙대로 치면 절대 안 넘어간다고?
3개월간 농가로 떨어진 공 60여개

이어 “이 골프장 시행사의 목표는 오로지 비용 절감이다. 파이프 하나 대충 세워놓고, 또 대충 하니까 지속해서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시행사가 수입되는 항목을 다 가져가 대기업인 롯데가 손해 보는 건 처음 봤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농대위의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민원 담당이 계속 바뀐다는 점이다. 농대위가 민원과 관련해 문의를 할 때마다 담당이 롯데ENC, 인서울27GC, 귀뚜라미 외주업체 등으로 계속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에 귀뚜라미 관계자는 “오래된 이야기라면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그럴 일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농대위 임원은 “마지막에는 귀뚜라미 담당 직원이란 사람이 왔는데 외주업체 계약직이라고 했다. 민원 담당하는 역할을 외주업체가 하면 민원이 해결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농민들은 귀뚜라미 기업의 태도를 문제로 삼았다.

한 농민은 “귀뚜라미가 사기업이니 수익 창출을 위해 골프장 사업을 하는 건 인정지만 우리가 뛰어놀던 동네가 없어졌다”며 “우리에게만큼은 피해가 오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냐. 설계도가 완벽하면 뭐하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피해를 보는 부분에 대한 보완이나 보수를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웃긴 건 과거 협의했던 내용이 하나둘씩 빠지면서 항의하기 시작하면, 과거의 일이라면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협의해놓고 설치는 약속대로 이행하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대위는 서울지방항공청에 ‘당초 비구 방지망(안전망)은 롯데건설서 시공하기로 했는데, 인서울27GC가 직접 시공한 사유와 서울지방항공처서 승인했을 경우 설계도면을 확인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서울지방항공청은 “공항개발사업 시행자인 인서울27GC와 롯데건설과의 사인 간 계약으로 우리 청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고 회신했다. 이어 조건부 승인과 관련해서는 “비구로 인한 농가 피해 예방을 위해 비구 방지망이 지속해서 보완될 수 있도록 인서울27GC 및 한국공항공사와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묵묵부답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1일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은 골프장업 등록 전 골프장 라운딩을 금지했다. 인근 농가에 비구 피해가 계속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것. 이어 안전요원 배치 등 사전 안전조치 완비 후 진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일요시사>는 취재를 하면서 인서울27GC 이사와 전화를 시도했으나 홍보팀에 연락하라는 문자를 받았고 홍보 관계자에게 답변을 요구했지만, 끝내 답은 오지 않았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서울27골프클럽은?

이 골프장은 인서울27GC가 20년간 운영한 뒤 한국공항공사에 기부채납하는 BOT 방식이다.

인서울27GC는 귀뚜라미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고, 호반건설·중앙일보·부국증권·롯데건설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농민대책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골프장 신축으로 적자를 봤다. 총공사비 1200억원 중 600억원이 순수공사비, 600억원이 세금 및 제반 비용으로 들어갔다.


골프장 잔디를 심기 전에는 시공사였던 롯데ENC가 권리를 가져가려고 했지만, 지분이 가장 많았던 귀뚜라미에게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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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