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리 의혹’ 전세버스연합회장 수행비서 비망록 공개

무소불위,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뒷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세버스연합회와 공제조합서 인사 비리 의혹은 고질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국토교통부 감사나 국회의원 기자회견서도 부정 채용·승진 의혹이 문제로 꼽혔다. 전세버스연합회와 공제조합의 내부 문제가 바깥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한 이때, 인사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와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국토부는 3년에 한 번씩 이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운영 상황을 살핀다.

감사했어도
문제 계속돼

지난 201512월 국토부는 연합회와 공제조합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당시 자체 감사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연합회와 공제조합은 시정 4, 주의 8, 통보 1의 행정조치와 고발 1, 징계 2, 경고 27명 등의 신분조치를 권고받았다.

첫손에 꼽혔던 지적사항은 신규직원 채용업무 부당 처리승진 인사 부적정문제였다.

국토부는 공제조합이 채용 과정서 전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부장 추천에 의한 채용의 경우 공채 방식으로 응시자를 모집해 서류전형 및 면접을 실시한 후 채용 예정 인원의 3배수 이상을 공제조합 본부에 추천해야 한다. 이 과정서 응시원서를 위·변조하거나 허위로 면접서류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공제조합은 2015년 직원 1명을 채용하는 과정서 모집공고도 하지 않았고, 채용공고를 한 것처럼 허위 문서를 만든 사실이 적발됐다. 심지어 허위로 면접평가 의견서를 만들어 직원을 선발했다.

국토부는 신규직원을 채용할 때에는 공제조합 인사관리규정’ 12(채용시험)에 따를 것을 지시했다. 또 사문서 등의 위조·변조죄, 업무방해죄 등이 성립되는 관련자에 대해 고발 조치하라고 명시했다. 신규직원 채용 관리를 담당한 팀장에 대해서는 면직처분하라고 요구했다.

직원 승진 과정도 적정하지 않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공제조합 인사관리규정 15(승진의 원칙)에 따르면 직원의 승진은 근무성적평정, 경력평정 등 기타 능력의 실증에 의해 매년 하반기에 시행한다고 돼있다. 승진을 위한 최저근무기간(16)도 명시돼있다.

국토부·국회의원 지적해도
연합회 ‘쇠귀에 경 읽기’

하지만 공제조합은 인사관리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전국 시·도 조합 소속 직원 26명의 승진을 단행했다. 국토부는 공제조합에 주의 조치를 내리고 직원 승진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를 경고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국토부의 지적사항은 지난해 10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재차 지적할 때까지 시정되지 않았다. 당시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던 이병철 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국토부 감사 이후 적정한 채용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았던 것.
 

▲ 상주시청 ⓒ상주시

당시 윤 의원과 공제조합 노조, 사무금융연맹, 민생경제연구소, 육운공제 노조협의회는 공제조합의 친인척, 자녀 특혜 승진, 인사갑질 등을 비판했다. 국토부는 신규직원 채용에 관여한 관련자에 대한 해임 등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공제조합은 자체 운영위원회를 열어 관련자에 대한 권고사항을 무시하고, 징계 내용을 경고로 바꿔 이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은 이병철 회장이었다.

국토부 감사, 국회의원과 노조의 기자회견에도 공제조합은 마이웨이를 유지했다. 지난해 1211대 연합회 회장 선거서 선출된 이 회장의 불법선거 관련 소송 과정서도 채용문제는 불거져 나왔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11일 이 회장에 대한 직무대행자선임가처분 소송서 이 회장이 연합회장으로서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최소 4명의 직원이 적정한 채용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공제조합에 입사했다.

그때도 지금도
같은 회장님

연합회 광주조합 이사장 A씨의 딸, 상주경찰서 관할 전 파출소장 B씨의 아들 등은 서류전형을 거치지 않았고, 상주시청 세정과 직원 C씨의 딸은 아예 채용절차 없이 공제조합 직원이 됐다. 전북조합 이사장 D씨의 조카는 연령제한 등 명백한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채용됐다. 여기에 전 국회의원의 보좌진 출신 E씨도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한 공제조합 관계자는 적어도 상주시청 공무원의 딸, 상주경찰서 관할 전 파출소장의 아들, 전 국회의원의 보좌진 등은 채용과정서 이 회장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2004년부터 연합회 경북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고, 경북 상주에 본사를 두고 여러 사업을 하고 있는 이 회장과의 친분관계가 직원 채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공제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상주시청의 현직 공무원 C씨는 이 회장과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해당 초등학교 총동창회 부회장을 함께 맡은 적이 있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20127C씨가 1년간 상주 서울사무소장으로 발령받았을 당시 연합회 사무실에 찾아와 이 회장과 수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2013년부터 이 회장을 수행한 공제조합 직원의 업무일지를 근거로 들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업무일지는 공제조합 직원 임모씨가 201312일부터 2019128일까지 기록한 업무내용으로 빼곡했다. 그는 개인적인 일과 회사 일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한 일을 시간대별로 매일 꼼꼼히 기록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만났다면 시간과 장소, 동행인, 머무른 시간 등을 적는 식이다.

임씨는 “2010년 입사 후 선배가 업무일지를 쓰면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줬다이전에는 손으로 썼지만 2013년부터는 컴퓨터에 기록했다. 검색을 쉽게 하려고라고 말했다.

6년간의
업무기록

임씨의 업무일지서 C씨는 소장님으로 지칭되는 것으로 보인다. 2013521‘18:00 회장님과 소장님, 전무님, 부장, 과장 식사하러 가심’, 2013614‘11:20 회장님, 소장님, 부장님 수행-법무법인 KR 방문’, 2013627‘17:30 회장님 수행-국회: 헌정기념관 15분 정도 있다가 KBS홀 이동-소장님 뵘등이다.


C씨의 딸은 201379일 어떤 채용절차도 거치지 않고 연합회 총무과 직원으로 첫 출근했다. C씨의 딸이 채용된 이후에도 2013713‘17:00 상주 수정정비 도착해서 수행 완료-소장님 계심’, 2013718‘11:15 사무실 복귀 김상배 변호사님 및 소장님(박카스 사오심) 오심등에서 C씨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C씨의 딸은 20131220일 공제조합에 최종적으로 채용됐다.

상주시청 관계자는 C씨가 현재 출장 중이라고 전했다.

상주경찰서 관할 전 파출소장 B씨의 아들은 2014825일 서류전형 없이 면접만 보고 채용됐다. 2016년 퇴임한 B씨 역시 임씨의 업무일지에 등장한다.

2018912‘16:20 eq900 타고 서울역 출발-회장님, 전무님, ○○○씨 아빠(B) 만나서 양평동 또순이네 식당으로 이동’, 201812‘16시 혼자 eq900 차량을 운전해서 서울역 가서 B(이름) ○○○○○○(전화번호) 사무실까지 모셔옴-사무실에서 회장님 픽업해서 양평동 또순이네 식당 이동: 내 카드 없어서 가져 옴등이다.

당시 이 회장은 업무상 횡령 고소 사건으로 영등포 경찰서서 조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임씨는 이 회장이 수사 과정서 B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뉘앙스로 말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이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수사 관련 도움을 준 사실은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아들의 채용 문제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변했다.

회장 개인회사, 상주에 본사 
지역 유지들 업무일지에 담겨


철도부품업체로부터 1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201511월 의원직을 상실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조현룡 전 의원의 보좌진 중 1명도 공제조합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해당 직원의 채용이 전세버스 총량제 도입을 위해 노력했던 조 전 의원에 대한 보은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조 전 의원은 201310월 현행 전세버스 등록제의 총량제 전환을 골자로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세버스연합회는 당시 과잉공급 문제와 경영여건 개선 등을 위해 면허제 또는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31월 처음 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도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서 현재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는 전세버스운송사업을 면허제 또는 총량제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도 전세버스운송사업은 등록제로 유지되고 있다.
 

조 전 의원의 비서관 출신으로 알려진 E씨는 2016825일 공제조합 4급 일반직으로 채용됐다. E씨는 서류전형 없이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공제조합 인사관리규정에 따른 결격사유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제조합 규정 11(결격사유) 2항에 따르면 직원으로 채용되는 자의 최고 연령은 3급 이상은 45, 4급 이하는 35세로 한다. 다만 공제조합 업무 수행상 인사권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돼있다. 인사권은 연합회 회장(당시 이병철 회장)이 갖고 있었다.

보은·낙하산
대체 어디까지?

공제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E씨가 입사할 당시 나이는 40(1977년생, 39)였다. 35세로 제한된 4급 일반직에는 입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E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접촉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 회장 역시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씨 업무일지에는… ‘국토부’ ‘가짜’ 등장

<일요시사>가 입수한 560장 분량의 업무일지에는 국토부라는 말이 423번 등장한다.

주로 업무에 관련된 내용이지만 간간히 식사를 했다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가짜라는 단어가 73번에 걸쳐 나온다는 점. ‘

가짜 영수증’ ‘운송수익 관련 가짜 데이터 작업등 의심스러운 대목이 수차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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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