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가는 섬 ⑤완도 고금도

배 타지 않고 떠나는 완벽한 섬 여행

▲ 고금도는 세 다리로 육지 혹은 다른 섬과 이어진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 섬 여행이 어울린다. 바다로 둘러싸인 청정한 섬은 여름의 활기를 즐기는 동시에 무더위를 씻어내기 좋다. 배를 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섬 여행을 고민한다면, 육지와 다리로 이어지는 섬은 어떨까. 크고 작은 200여개 섬이 있는 완도군은 연륙교 섬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완도군에서 큰 섬인 완도, 고금도, 신지도, 조약도(약산도)는 다리로 연결돼 있어 배를 타지 않고 쉽게 이동할 수 있다. 
 

▲ 고금도와 신지도를 잇는 장보고대교

유자의 고장

그중 완도군에서 두 번째로 큰 고금도는 세 다리로 육지 혹은 다른 섬과 이어진다. 2007년 강진군과 고금도를 잇는 고금대교가 개통됨에 따라 고금도는 육지에서 차로 여행할 수 있는 섬이 됐다. 1999년 개통한 약산연도교가 고금도와 약산면 조약도를 잇고, 2017년 개통한 장보고대교가 고금도와 신지도를 잇는다. 이로써 고금도는 섬이지만 섬 같지 않은 땅이 됐다. 고립된 섬이 아니라 어디로든 연결된 열린 섬이다.
 

▲ 고금대교를 건너자마자 보이는 조형물

고금도는 강진군 마량면과 완도읍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장보고대교가 완공되며 고금도와 신지도 사이에 국도77호선이 이어졌고, 이 길을 따라 자동차로 강진과 완도·해남을 두루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강진에서 고금대교를 건너면 바로 고금도에 이른다. 차를 타고 그대로 달려 고금도에 도착하니 섬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유자의 고장, 고금’이라고 적힌 조형물과 고금도 푯돌이 입도를 알려줄 뿐이다.
 

▲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무덤 유적인 완도고금도지석묘군을 만나는 고인돌공원

고금도를 돌아보는 길은 단순하다. 고금도 남북을 가로지르는 국도77호선과 거기서 동쪽으로 뻗은 지방도830호선이 중심이다. 먼저 고금대교 남단에서 국도77호선을 따라 3분쯤 달리면 왼쪽으로 고인돌공원이 보인다.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무덤 유적인 완도고금도지석묘군(전남기념물 231호)을 만나는 공원이다. 고금도지석묘군은 가교리와 청용리, 덕암리 일대에 분포하는 도서 지방 최대의 고인돌 밀집지다. 현장의 안내문에 따르면 ‘서남산과 덕암산 남서부 해발 10~30m 경사면을 따라 모두 5개 군 87기가 있다.’ 공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청동기시대의 중요한 유적을 살펴보는 의미가 있다.
 

▲ 산자락에 꽃길이 펼쳐진 덕암산꽃누리생태공원
▲ 각양각색 돌탑이 볼거리를 더한다.

국도77호선을 따라가면 덕암산꽃누리생태공원도 만난다. 내비게이션이나 지도에는 잘 안내되지 않지만 찾아가는 길은 간단하다. 먼저 덕암산체육공원으로 가자. 고인돌공원에서 남쪽으로 5분 정도 내려가면 오른쪽에 덕암산체육공원 가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다 왼쪽으로 꺾으면 목조관음보살좌상(전남유형문화재 319호)을 모신 수향사, 오른쪽 길로 더 올라가면 덕암산체육공원이다. 
체육공원을 지나 직진하면 덕암산꽃누리생태공원에 도착한다. 산자락에 금잔디, 수선화, 구절초 등이 소담하게 피어나고 산책로도 있어 그야말로 꽃길을 걷는 시간이다. 꽃밭 아래쪽에는 키 큰 나무가 울창하다. 나무 사이로 각양각색 돌탑이 늘어서 볼거리를 더한다. 군데군데 평상이 놓여 삼림욕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 농촌과 어촌 풍경이 어우러진 고금도

덕암산 자락에서 내다보는 고금도는 섬이 아니라 농촌 같다. 야트막한 산과 평지가 어우러진 농촌 풍경이다. 고금도는 어촌과 농촌이 공존하는 곳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많다. 특산품도 유자, 매생이, 굴 등 농산물과 수산물이 두루 포함된다. 지방도830호선을 따라 달리면 그 특색을 느낄 수 있다. 내륙에서는 농촌 색이 짙다가 해안 쪽으로 갈수록 어촌의 정취가 강해진다.
 

▲ 이순신 장군의 유해를 임시 안장했던 월송대

완도군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고금도
강진군 마량면·완도읍 잇는 다리 역할

이런 지형적 특성은 이순신 장군이 1598년 삼도수군통제영을 고금도로 옮기는 데 한몫했다. 고금도가 왜군을 방어하기에 군사적·지리적 요충지인 동시에, 내륙에 농토가 많아 군량미 확보에도 용이했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은 고금도에서 명나라 진린 장군과 연합 전선을 펴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며 정유재란을 마무리 지었다.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이순신 장군의 유해는 이곳 월송대에 임시 안장됐다가 충남 아산으로 옮겨졌다.
 

▲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충무사

월송대 앞으로 충무사가 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진린 장군이 관우 장군을 모시고 승전을 기원한 관왕묘가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훼손되고 광복 후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충무사를 세웠다. 충무사에서는 해마다 양력 4월28일에 충무공탄신제를, 음력 11월19일에 순국제를 지낸다. 월송대와 충무사 일대는 완도 묘당도 이충무공 유적(사적 114호)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 친환경 해수욕장 국제 인증 ‘블루플래그’를 획득한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고금도 국도77호선 남쪽 끝은 장보교대교로 이어진다. 장보고대교를 건너면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신지도가 나온다. 길이 3.8km, 폭 150m에 이르는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이 있는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블루플래그’를 획득했다. 블루플래그는 환경, 수질, 안전 등 여러 기준을 만족시킨 친환경 해수욕장에 주는 국제 인증이다.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은 산소 음이온이 풍부하고 수질 상태가 좋으며,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 완도 청해진 유적에서 바라본 풍경

신지도에서 신지대교를 이용하면 완도군의 본섬인 완도에 이른다. 신지대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완도 청해진 유적(사적 308호)이 자리한다. 해상왕 장보고와 그가 설치한 청해진 유적을 살펴볼 수 있다. 완도에 딸린 작은 섬 장도는 원래 간조 때만 출입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장도목교를 통해 언제든 자유롭게 방문한다. 완도 청해진 유적 인근의 장보고기념관, 장보고공원, 장보고동상도 함께 돌아보자.
 

▲ 고려청자박물관 야외 풍경

고금도는 강진과 가깝다. 고금대교를 건너면 바로 강진이다. ‘2019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강진은 고려청자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강진군 대구면과 칠량면 일대에 고려청자를 만들던 가마터가 있고, 고려청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고려청자박물관이 자리한다. 고려청자박물관을 중심으로 청자빚기체험장,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 강진청자판매장 등을 갖췄다.
 

▲ 가우도에서 즐기는 요트 투어

청동기시대 유적

청자타워가 있는 가우도는 섬 양쪽의 출렁다리로 육지와 연결된다. 대구면에서는 저두출렁다리(438m), 도암면에서는 망호출렁다리(716m)를 이용한다. 청자타워에 오르면 강진만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스릴감 넘치는 짚트랙도 체험 가능하다. 요트나 제트보트를 타고 가우도를 감상하는 특별한 기회도 놓치지 말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고인돌공원→수향사→덕암산꽃누리생태공원→완도 묘당도 이충무공 유적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고려청자박물관→고인돌공원→덕암산꽃누리생태공원→완도 묘당도 이충무공 유적
둘째 날: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완도타워→장보고기념관→완도 청해진 유적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완도관광문화 www.wando.go.kr/tour
- 고려청자박물관 www.celadon.go.kr
- 가우도 www.gaudo.co  

문의 전화
- 고금면사무소 061)550-6401
- 완도군청 관광정책과 061)550-5410
- 완도군관광안내소 061)550-5151~3
-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061)550-6921
- 고려청자박물관 061)430-3755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완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8:10~17:20) 운행, 약 5시간 소요. 완도공용버스터미널에서 도보 6분 개포사거리 정류장, 고금행 농어촌버스 이용, 약 20분 소요. 서울-강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6회(07:30~17:4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강진버스여객터미널 정류장에서 고금행 농어촌버스 이용, 약 5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완도공용버스터미널 061)552-1500 강진버스여객터미널 061)432-9666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서영암 IC→남해고속도로→강진무위사톨게이트→강진 방면→목리교차로에서 마량 방면→청자로→마량교차로에서 약산·고금 방면→고금대교→고금도

숙박 정보
- 파크힐컴포트호텔: 완도읍 장보고대로, 061)552-2364, www.parkhill.co.kr
- 완도원네스리조트: 완도읍 청해진서로, 061)553-1000, www.onenessresort.com
- 완도무릉도원한옥집: 군외면 청해진로, 061)554-7736, www.힐링펜션.kr

식당 정보
- 고금녹색한우마을(한우구이): 고금면 고금로, 061)555-1264
- 빙그레식당(생선구이): 완도읍 해변공원로, 061)554-1144
- 대성회식당(전복 코스 요리): 완도읍 해변공원로, 061)554-5164, https://seastar.modoo.at
- 달스윗(장보고빵(전복빵)): 완도읍 군내길, 061)552-0300

주변 볼거리
완도타워, 해양생태전시관, 청해포구촬영장, 청산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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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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