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 각 세우는’ 민주당 의원들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08 10:06:08
  • 호수 12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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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총선모드? 샅바싸움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1대 총선이 다가오고 있어서일까.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부서 반기의 조짐이 새나온다. 주로 이해가 상충되는 지역구 의원들 사이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그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왜 불만이 나오는지를 집중 해부했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그는 지난 19대 대선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5월 가진 취임 2주년 방송 대담서 “무조건 그 속도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노동계의 생각은 다르다. 최저임금위원회 소속 노동자위원들은 지난 2일 자신들의 첫 요구안으로 시급 1만원을 제시했다.

당 내부서
불만 고조

최저임금위는 공전 상태다. 지난 3일 위원회는 노사 양측의 요구안을 갖고 밤샘 논의를 거쳤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동계의 시급 1만원과 경영계의 8000원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수정안을 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촛불정부’를 자부하는 지금의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는 데 노동계의 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박근혜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일각에선 노동계가 문정부에 요구하는 사항을 ‘촛불청구서’라 부른다.

그러나 당내 사정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의원들이 있다. 그들은 ‘최저임금 동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주로 당내 경제통 의원들과 비문계 인사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당내 경제통이자 당대표 경제특보를 맡고 있는 최운열 의원은 거듭 최저임금 동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그는 “지난 1분기 성장률의 내용을 보면 민간 부문의 성장률이 0.1%고 정부 부문이 마이너스 0.6%”라며 “민간 부문 0.1%는 상당히 위험한 신호”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최저임금 동결론에 당내 상당수 의원이 함께 동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최근 이 같은 의견을 이해찬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대 노조의 반발을 예상해 민주당 지도부가 실제로 최저임금 동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표 떨어질라” 당내 총선 위기론↑
최(저임금)·신(공항)·자(사고) 암초

비문(비 문재인)계서도 최저임금 동결론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문계 중진으로 분류되는 송영길 의원은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근로장려세제와 주거비, 사교육비 완화 등을 통해 기업 부담을 줄이면서 근로자의 실질적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당내 대표적 비문계로 알려진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장관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에 관한 입장은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기 때문에 똑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3월 열린 자신의 인사청문회서 “내년 경제 상황이 (최저임금을)동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지면,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구 의원들 입장에선 최저임금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권자의 상당수가 지역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사무실로부터 자영업자들의 항의전화가 많이 온다는 말을 들었다”며 “경기도 좋지 않은데 최저임금까지 인상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자영업자들을 달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러다가 총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비문·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장관이 이 문제를 국무총리실서 재검토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지역구 의원
위기감 느껴

앞서 김 장관은 이 같은 결정을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부울경 광역단체장을 만나 합의했다. 김해신공항 검증 논의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한다는 내용이었다. 

대구경북과 부울경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부울경에선 국토부의 이번 결정으로 가덕도신공항 입지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3년 전 합의로 간신히 잠잠해졌던 지역 갈등 문제가 국토부의 이번 결정으로 다시금 수면 위로 오른 것이다.

민주당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둔 김부겸 의원은 “5개 지방자치단체의 합의로 이뤄진 만큼 그 합의의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 3개 지자체서 이야기한다고 바로 이렇게 해도 되느냐”며 “총리실서 철저히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표적 비문계 인사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구 북구을을 지역구로 둔 홍의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이라면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다.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정신은 어디로 갔느냐”며 “최소한 5개 단체장이 다시 만나는 형식적 절차라도 있어야 말이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구미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권 의원 역시 “5개 단체장이 합의하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총리실서도 재검토 과정서 5개 단체장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경북 지역 야당 인사들도 거들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긴급 공동발표문을 통해 “그동안 국토부는 수차례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며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의 재검토를 받아들인다면, 영남권을 또 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태가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김 장관은 수습에 나섰다.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문제를 제기해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지, 기존 김해신공항 건설 추진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김 장관은 “부울경서 제기한 안전, 소음, 관문공항의 확장성 등 쟁점에 대해 합의점을 찾자는 것이지 원점으로 돌리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총리실이 김해신공항 입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입지를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 건너
불 보듯?


이 같은 수습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구경북 의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점차 가중되고 있다. 안 그래도 험지서 한국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인데 신공항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현 정권이 정치적으로 ‘TK(대구경북) 패싱’을 선택했다는 말이 들려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에선 김해신공항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지만, 새롭게 들여다봐서 만약 부적합 판정이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나”라며 “안 그래도 부산 민심이 흉흉하다는 말이 들리는데 그때도 김해신공항을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국에 가서는 가덕도신공항으로 변경될 것이라 내다봤다.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문제도 민주당 내 반발이 심하다. 최근 전북교육청이 전주 상산고 등의 재지정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의 불씨가 당겨졌다.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북 출신의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이번 상산고 재지정 취소 과정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전북교육청이 재지정보다 취소 쪽에 무게를 두고 행정 절차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북교육청은 상산고 평가 기준을 다른 지역 기준점(70점)보다 높은 80점으로 잡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서 “하나고(서울)를 제외하면 모두 미달이다. 거의가 그렇다는 것은 기준이 문제라는 뜻 아니냐”며 “전북교육청이 기준점을 80점으로 올린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같은 자리서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향해 “일반고와 자사고의 평가 기준을 같이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일반고를 평가했더니 70점이 넘기 때문에 80점으로 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TK 패싱’에 부글부글
자영업자 항의 이어져

자사고 폐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자 국정과제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은 설립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는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와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고, 특목고와 자사고의 우수학생 선발 기능을 폐지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때문에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이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러한 일각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최근 국회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문정부는 대통령 한마디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지난 정부와 다르다”며 “교육정책은 대통령 한마디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평가와 여론 등을 반영해 추진되고 있다”고 일각의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청와대 역시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상산고 지정 취소(폐지) 동의 여부는 교육부 권한이며,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의사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 중진들이 공개 반발하면서 청와대 기류도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자사고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주 서울 지역 자사고 13곳에 대한 평가 결과가 예정돼있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는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22곳 자사고 학부모들 모임인 ‘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는 지난 3일 ‘자사고 폐지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김새는
전북·TK

정치권에선 자사고 폐지 문제가 결국 정치적 논리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고의 수보다 일반고의 수가 많기 때문에 문정부의 자사고 폐지 노선이 선거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는 견해다. 실제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도 있지만, 이를 찬성하는 측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교육단체 28개 단체가 참여하는 ‘상산고 자사고 폐지-일반고 전환 전북도민대책위’는 최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를 선언하고 교육 자치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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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