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여의도 떠난 보좌관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08 09:59:28
  • 호수 12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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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모시다 인생 2막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제하의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 개인적인 사정으로 의원회관서 일을 하던 보좌관들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20대 국회가 들어선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3년 동안 여의도를 지키고 있는 보좌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일요시사>는 여의도를 떠난 사람 중 ‘전직’(직업이나 직무를 바꾸어 옮김)을 택한 전직(前職) 보좌진을 추적했다.

새로운 도전

19대 국회가 끝나가던 무렵이었다. 당시 인터뷰 요청을 위해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김태호 의원실의 보좌관을 만난 적이 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그는 기자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해줬다. 보통 국회가 끝나가고 총선이 다가오는 시기에 보좌진은 친절해진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보좌관은 언론 스킨십이 좋은 편이었다.

그가 모시던 김태호 전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기자들 사이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경쟁력이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김 전 의원의 선택은 변하지 않았다. 

해당 보좌관은 현재 ‘몽땅몰’이라는 유통업체를 운영 중이다. ‘몽땅’이란 단어가 들어간 이유는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보다 좋은 상품을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 몽땅몰의 모토다. 몽땅몰은 기업 소모품을 주로 취급한다. 장갑, 마스크 등 안전장비가 주요 품목이다. 


그는 몽땅몰의 현재 상황에 대해 “크게 규모를 키우지는 못했다. 규모를 키워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일요시사>는 해당 보좌관에게서 전직을 선택한 이유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전직 이유에 대해 “보좌관은 다양한 간접경험을 바탕으로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현안에 대해 조사도 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고도로 분화되고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세분화된 사회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크게 작용되는 것이 자본과 기술이다. 자본의 경우 자수성가하지 않는 이상 통상 자본을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국민들이 고민하는 것처럼 한 분야를 정해서 그 분야서 생계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라고 답했다.

국회로 다시 돌아올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보좌관 출신 중 제조업체를 차려서 성공한 사람도 있다. 주변에 수많은 보좌관 출신들이 있는데, 성공한 사람들은 국회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삶을 지향하고 있다. 국회서의 경험은 할 만큼 했다. 만약에 국회로 돌아간다면 또 다른 목표가 생겨서일 것이다. 지금은 여기서 열심히 기반을 닦아보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유통업체·카페 등 분야 다양해
문제는 의원이 쥔 ‘생사여탈권’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서 일한 전직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부산서 사회적 경제기업인 ‘(주)샤콘느’라는 카페 겸 문화기획회사를 열었다. 부산 해운대역 인근의 해리단길에 위치해 있다. 해리단길은 ‘리단길’ 시리즈의 선두주자로 불리며 서울의 경리단길을 잇는 차세대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곳이다.


카페는 보라색 외관이 인상적이다. 독특한 카페가 많은 해리단길 내에서도 눈에 띄는 외관이다. 내부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악기들이 눈길을 끈다. 해당 보좌관의 아내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다.

보좌관은 지난 3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전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요즘 드라마 <보좌관>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임시직이라서 안정성이 떨어진다. 보좌관 중 의원과 콘셉트 등이 맞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굳이 카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회서 국토교통위원회 쪽 업무를 보면서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도시재생서 보던 콘텐츠를 입힌 카페라면 괜찮을 것 같고, 또 의미가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카페를 열게 됐다. 사회적 경제기업이라고 해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생각으로 카페를 열었다”고 말했다.
 

해당 카페는 클래식과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한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이후 이곳에서는 주 3회, 특별공연까지 합쳐서 한 달에 약 15회 정도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대체로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기타리스트 등을 초대해 연주회를 갖는 식이다. 인문학 강연과 독서모임도 이루어진다.

이 외에도 다수의 전직 사례가 존재한다. 검사로 직업을 바꾼 보좌진도 있다. 해당 보좌진은 로스쿨에 들어가 우수한 성적을 기록, 지난 5월8일자로 신규 임용됐다. 대기업의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많지는 않지만, 존재한다.

대관으로 전직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국회서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시절 보좌관을 했던 한 사람은 최근 유통업체의 대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대관으로 전직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국회 인맥을 꼽았다. 인맥이 많고 화려하면 대관으로 전직하기 수월하다는 뜻이다. 기업과 연관된 상임위 경험을 갖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무슨 일?

보좌진들이 국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정성 때문이다. 16대부터 19대 국회까지 보좌진의 평균 재직기간을 조사한 ‘국회의원 보좌직원 제도의 개선방안 모색’ 논문(박영호·박재성 저)을 보면, 이 기간 보좌진은 짧게는 2년9개월, 길게는 6년7개월을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10년을 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간이다. 의원이 쥐고 있는 보좌진의 생사여탈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서 끊이지 않지만, 현실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희상 ‘2기 의장단’ 보니…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일 제2기 의장비서실장·정무수석비서관·정책수석비서관 및 국회대변인을 임명했다.

차관급인 의장비서실장에는 이기우 정무수석비서관 및 전 국회의원이, 정무수석비서관에는 이계성 국회대변인 및 전 <한국일보> 논설고문이 임명됐다.

정책수석비서관은 최광필 정무조정비서관이 맡게 됐고, 국회대변인에는 한민수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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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