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결국 잡힌 ‘병풍사건 주역’ 김대업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08 09:51:34
  • 호수 12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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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꿨는데…초라한 말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대업씨가 도피 3년 만에 필리핀서 붙잡혔다. 사기전과로 수배 중이던 그는 3년간 해외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필리핀서 체포됐다. 김씨는 2002년 대선의 판도를 바꾼 ‘병풍(兵風)사건’의 주역이다.
 

▲ 병풍사건의 주역 김대업씨

지난 6월30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말라테에 있는 한 호텔 입구를 지키고 있던 한국 경찰이자 코리안데스크였던 권효상 경감은 호텔 로비서 휠체어를 탄 남성을 발견했다. 코리안데스크는 해외로 도피한 한국인 범죄자 검거나 한국인이 피해자인 사건의 범인 검거를 지원하기 위해 외국의 경찰청에 파견하는 경찰관이다. 필리핀에는 2012년 처음 코리안데스크가 파견됐다. 현재 필리핀에 6명, 베트남에 4명의 코리안데스크가 있다.  

수사 중 
돌연 잠적

권 경감이 6개월간 행방을 쫓아왔던 김대업씨였다. 2002년 대선 당시 병풍사건을 일으켰던 바로 그 ‘김대업’이다. 권 경감이 ‘김대업이 말라테 인근을 돌아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달 초중순이었다. 수차례 탐문에도 김씨를 찾지 못하던 중 현지 정보원으로부터 새 정보가 들어왔다. 그가 말라테의 한 호텔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김씨는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2016년 10월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3년 가까이 이어진 도피생활 탓인지 검게 그을린 김씨의 얼굴은 도피 전과 많이 달랐다. 하지만 권 경감은 휠체어를 보고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현지서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가 허리는 약간 구부정해졌고,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 경감은 현장에 함께 있던 필리핀 이민청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호텔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던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와 휠체어를 밀어주던 한국인 남성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급하게 택시를 잡는 등 도주하려는 낌새를 보였다고 한다. 

권 경감이 “김대업씨 맞느냐”고 묻자, 김씨는 “맞다”고 한 뒤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권 경감은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협조요청을 거절하던 현지 이민청을 가까스로 설득한 끝에 체포에 성공할 수 있었다. 

체포될 당시 김씨는 짙은 색 러닝셔츠에 체크무늬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발 전체가 퉁퉁 부어 있었고, 혈색도 어두웠다고 한다. 김씨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휠체어와 지팡이가 없으면 스스로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2년 대선 당시 ‘병풍사건’ 주인공
이회창 장남 돈 주고 군면제 의혹 폭로

김씨는 도피 기간 중 사업을 벌이거나 특별한 직업은 갖지 않았다. 도피 이후 여권이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세였고, 현지 관광객인 것처럼 카지노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카지노와 유흥가가 밀집한 말라테에는 한인 밀집지역이 있다. 숙소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주로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했다고 한다. 

그는 필리핀서 한동안 한국인 남녀와 콘도에 함께 머물렀다. 돈을 받고 김씨를 돌봐주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에서 “그 사람들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돈도 뺏겼고, 그들이 내 휴대폰도 부숴버렸다. 그래서 지금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호텔서도 그는 채 하루를 머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조력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강원랜드 등의 CCTV 교체 사업권을 따주겠다며 CCTV 업체 영업이사로부터 2011∼2013년 3차례에 걸쳐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피소당했다. 김씨는 사기 등 10건에 대한 A급 지명수배를 받고 있었다.


서울남부지검은 2016년 6월 김씨가 환청, 불안, 심장 스텐트 시술 등을 호소하자 그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김씨가 회복할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 출석 일정을 3차례 연기한 뒤, 같은 해 10월 국내를 빠져나갔다. 

검찰은 김씨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알고 2016년 12월 기소중지 처분과 동시에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내로 소환을 시도했지만, 이미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검찰은 2017년 1월16일 김씨에 대해 사기 등 10건에 대한 A급 지명수배를 내리고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으며, 같은 해 1월23일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필리핀 마닐라 인터폴 코리안데스크에 김씨의 소재 확인과 검거를 지시했다.

도피 3년 만에 
필리핀서 체포

이후 지난해 11월 수원지검도 김씨에 대해 게임산업진흥법 위반·방조 혐의로 별건 수배를 경찰에 요청했다. 경찰은 신원과 소재확인 목적을 위한 청색수배를 요청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런데도 김씨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김씨가 말라테에 자주 나타난다는 첩보가 권 경감의 귀에 들어온 것이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지난 2일 “말라테의 한 호텔서 필리핀 이민청과 코리안데스크가 공조해 김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김씨를 국내로 데려오기까지는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2013년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형의 집행유예로 그는 보호관찰 대상이었다. 그가 해외로 도피하면서 보호관찰 의무를 준수할 수 없어 지난해 집행유예가 취소됐다. 이에 따라 그는 국내로 송환되면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는 별도로 받게 된다.
 

▲ 검찰 출두 중인 김대업씨

경찰에 체포된 직후 김씨는 “옛날에 내가 이회창씨 사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 유명한 병풍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군 부사관 출신인 그는 2002년 대선 직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장남이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이른바 ‘병풍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이 의혹으로 타격을 입은 이회창 후보는 당시 대선서 패배했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일부 민주당 인사는 그를 ‘의인’이라고 했지만 그의 폭로는 모두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대선이 끝난 뒤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징역형을 살았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열린 뒤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3∼4일 “한나라당이 제3자에게 돈을 주고,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병역 관계자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김대업 녹음 테이프’가 조작됐다는 거짓 진술을 시키려 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표가 위·변조됐으며, 불법 병역 면제를 은폐하려는 대책회의가 열렸고, 신검 부표를 고의적으로 파기했다는 주장이었다. 김씨는 같은 해 7월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이회장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받아 당시 민주당 등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를 집중 공격했다. 

당시 병풍사건으로 불린 이 폭로는 대선 판도를 크게 흔들었다. 그러나 김씨는 대선 후 폭로와 관련해 명예훼손과 공무원 사칭, 무고 등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당시 법원은 김씨의 제보와 언론 보도에 대해 “내용이 진실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얼마 남지 않은 대선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겠다는 현실적인 악의가 존재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보도로 한나라당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고 그 영향이 16대 대선서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음이 명백하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당시 의혹을 제기한 두 언론사에게는 한나라당 측에 1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병풍사건의 첫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확정한 것이다. 병풍사건 전체가 조작된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은 판결문에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첫 보도가 오보로 밝혀짐으로써 이 사건 전체가 허구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암시됐다.

대선 뒤집은 
병역 브로커 

이 사건의 원심 판결문도 “2002년 8월에서 9월경 사이에 실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병역비리 의혹으로 인해 최대 11.8%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시했다. 

야당 후보로서 대통령 재수에 나섰던 이회창 후보는 ‘대세론’을 업고 타 경쟁자를 압도했다. 하지만 김씨의 허위 폭로로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휩쓸리면서 상대 후보자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KBS는 <9시 뉴스>서 이 사건에 대해 80여차례에 거쳐 집중 방송하는 등 이회창 후보에 타격을 가했다. 이후 지지율이 일거에 11%나 빠졌다. 

제15대 대선 당시 병풍이 교묘하게 병역을 기피했다는 ‘편법’ 시비라면 16대는 ‘탈법’으로 강도를 높였다는 점이 다르다.


김씨는 수감자 신분이면서 서울지검서 8개월 동안 수사관 행세를 하고 검찰 기자실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야당은 당시 김씨의 배후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행위가 최고 권력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김씨는 대선이 끝난 후 대법원 재판서 명예훼손 및 무고, 검찰수사관 사칭 등의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 1년10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04년 10월30일 잔여형기 1개월을 남기고, 1년 9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김씨는 출소한 이후에도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은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다녔다. 김씨의 허위 폭로의 최대 수혜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최한 ‘대선 승리 4주년’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기 수배 중 3년간 해외 도피
첩보 입수한 파견 경찰에 덜미

김씨는 이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정치권의 논리에 의해 힘이 없어 감옥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은 병풍과 관련해 ‘청문회를 하자’ ‘국정감사를 하자’면서도 내가 나서겠다고 하면 안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걸 알고 있다”며 “병역 부분만 빼면 개인적으로 그분에게 미안한 감정이 왜 없겠나”고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전과 후에 김씨를 2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노무현정권 말기 그에 대한 사면 시도가 있었지만, 법무부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사면이 무산되자 병풍의 내막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실행으로 옮기진 않았다. 

2008년 1월에는 전년도 연말 사면대상서 제외되자 언론과 접촉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며 “조만간 그들의 이중적인 행동과 실상을 폭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2004년 10월30일 출소 후에도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질렀는데 사실 병풍사건 이전에도 이미 사기 등 전과 5범이었다. 

2004년 12월에는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접근해 개발 예정지를 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1억1000만원짜리 땅을 3억8000만원에 사도록 하고, 차익 2억7000만 원은 본인이 챙겼다는 혐의도 받았다. 김씨는 동창에게 “내가 국가정보원서 일하는데 정부가 경기도 연천에 문화관광단지를 세운다고 한다”며 “땅을 사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경찰에서 불구속 입건으로 검찰에 송치된 뒤 보강 수사를 받던 중 잠적했다. 그러다가 2008년 4월 서울서 경찰의 일제 교통단속에 걸려 체포됐다. 결국 김씨는 2008년 5월 1심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생활을 했다.    

오랜 도피로 
건강에 이상

이 외에도 경찰이 수사 중인 음주운전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지인에게 800만원을 받아 기소됐다. 경기도 광명서 동업자와 함께 불법 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해 체포되기도 했다. 이미 전과 9범인 그는 또다시 사기 사건에 연루돼 필리핀으로 3년간 도피했지만 결국 체포됐다. 

7년 전인 2012년에는 당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서 “안철수씨나 나나 친노에게 이용만 당했다”며 “(친노 세력이)결국 안철수를 중간에 놓고 쥐고 흔든 거다. 안씨나 나나 동병상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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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