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결국 잡힌 ‘병풍사건 주역’ 김대업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08 09:51:34
  • 호수 12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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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꿨는데…초라한 말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대업씨가 도피 3년 만에 필리핀서 붙잡혔다. 사기전과로 수배 중이던 그는 3년간 해외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필리핀서 체포됐다. 김씨는 2002년 대선의 판도를 바꾼 ‘병풍(兵風)사건’의 주역이다.
 

▲ 병풍사건의 주역 김대업씨

지난 6월30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말라테에 있는 한 호텔 입구를 지키고 있던 한국 경찰이자 코리안데스크였던 권효상 경감은 호텔 로비서 휠체어를 탄 남성을 발견했다. 코리안데스크는 해외로 도피한 한국인 범죄자 검거나 한국인이 피해자인 사건의 범인 검거를 지원하기 위해 외국의 경찰청에 파견하는 경찰관이다. 필리핀에는 2012년 처음 코리안데스크가 파견됐다. 현재 필리핀에 6명, 베트남에 4명의 코리안데스크가 있다.  

수사 중 
돌연 잠적

권 경감이 6개월간 행방을 쫓아왔던 김대업씨였다. 2002년 대선 당시 병풍사건을 일으켰던 바로 그 ‘김대업’이다. 권 경감이 ‘김대업이 말라테 인근을 돌아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달 초중순이었다. 수차례 탐문에도 김씨를 찾지 못하던 중 현지 정보원으로부터 새 정보가 들어왔다. 그가 말라테의 한 호텔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김씨는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2016년 10월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3년 가까이 이어진 도피생활 탓인지 검게 그을린 김씨의 얼굴은 도피 전과 많이 달랐다. 하지만 권 경감은 휠체어를 보고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현지서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가 허리는 약간 구부정해졌고,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 경감은 현장에 함께 있던 필리핀 이민청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호텔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던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와 휠체어를 밀어주던 한국인 남성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급하게 택시를 잡는 등 도주하려는 낌새를 보였다고 한다. 

권 경감이 “김대업씨 맞느냐”고 묻자, 김씨는 “맞다”고 한 뒤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권 경감은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협조요청을 거절하던 현지 이민청을 가까스로 설득한 끝에 체포에 성공할 수 있었다. 

체포될 당시 김씨는 짙은 색 러닝셔츠에 체크무늬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발 전체가 퉁퉁 부어 있었고, 혈색도 어두웠다고 한다. 김씨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휠체어와 지팡이가 없으면 스스로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2년 대선 당시 ‘병풍사건’ 주인공
이회창 장남 돈 주고 군면제 의혹 폭로

김씨는 도피 기간 중 사업을 벌이거나 특별한 직업은 갖지 않았다. 도피 이후 여권이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세였고, 현지 관광객인 것처럼 카지노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카지노와 유흥가가 밀집한 말라테에는 한인 밀집지역이 있다. 숙소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주로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했다고 한다. 

그는 필리핀서 한동안 한국인 남녀와 콘도에 함께 머물렀다. 돈을 받고 김씨를 돌봐주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에서 “그 사람들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돈도 뺏겼고, 그들이 내 휴대폰도 부숴버렸다. 그래서 지금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호텔서도 그는 채 하루를 머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조력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강원랜드 등의 CCTV 교체 사업권을 따주겠다며 CCTV 업체 영업이사로부터 2011∼2013년 3차례에 걸쳐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피소당했다. 김씨는 사기 등 10건에 대한 A급 지명수배를 받고 있었다.


서울남부지검은 2016년 6월 김씨가 환청, 불안, 심장 스텐트 시술 등을 호소하자 그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김씨가 회복할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 출석 일정을 3차례 연기한 뒤, 같은 해 10월 국내를 빠져나갔다. 

검찰은 김씨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알고 2016년 12월 기소중지 처분과 동시에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내로 소환을 시도했지만, 이미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검찰은 2017년 1월16일 김씨에 대해 사기 등 10건에 대한 A급 지명수배를 내리고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으며, 같은 해 1월23일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필리핀 마닐라 인터폴 코리안데스크에 김씨의 소재 확인과 검거를 지시했다.

도피 3년 만에 
필리핀서 체포

이후 지난해 11월 수원지검도 김씨에 대해 게임산업진흥법 위반·방조 혐의로 별건 수배를 경찰에 요청했다. 경찰은 신원과 소재확인 목적을 위한 청색수배를 요청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런데도 김씨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김씨가 말라테에 자주 나타난다는 첩보가 권 경감의 귀에 들어온 것이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지난 2일 “말라테의 한 호텔서 필리핀 이민청과 코리안데스크가 공조해 김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김씨를 국내로 데려오기까지는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2013년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형의 집행유예로 그는 보호관찰 대상이었다. 그가 해외로 도피하면서 보호관찰 의무를 준수할 수 없어 지난해 집행유예가 취소됐다. 이에 따라 그는 국내로 송환되면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는 별도로 받게 된다.
 

▲ 검찰 출두 중인 김대업씨

경찰에 체포된 직후 김씨는 “옛날에 내가 이회창씨 사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 유명한 병풍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군 부사관 출신인 그는 2002년 대선 직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장남이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이른바 ‘병풍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이 의혹으로 타격을 입은 이회창 후보는 당시 대선서 패배했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일부 민주당 인사는 그를 ‘의인’이라고 했지만 그의 폭로는 모두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대선이 끝난 뒤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징역형을 살았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열린 뒤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3∼4일 “한나라당이 제3자에게 돈을 주고,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병역 관계자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김대업 녹음 테이프’가 조작됐다는 거짓 진술을 시키려 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표가 위·변조됐으며, 불법 병역 면제를 은폐하려는 대책회의가 열렸고, 신검 부표를 고의적으로 파기했다는 주장이었다. 김씨는 같은 해 7월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이회장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받아 당시 민주당 등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를 집중 공격했다. 

당시 병풍사건으로 불린 이 폭로는 대선 판도를 크게 흔들었다. 그러나 김씨는 대선 후 폭로와 관련해 명예훼손과 공무원 사칭, 무고 등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당시 법원은 김씨의 제보와 언론 보도에 대해 “내용이 진실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얼마 남지 않은 대선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겠다는 현실적인 악의가 존재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보도로 한나라당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고 그 영향이 16대 대선서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음이 명백하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당시 의혹을 제기한 두 언론사에게는 한나라당 측에 1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병풍사건의 첫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확정한 것이다. 병풍사건 전체가 조작된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은 판결문에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첫 보도가 오보로 밝혀짐으로써 이 사건 전체가 허구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암시됐다.

대선 뒤집은 
병역 브로커 

이 사건의 원심 판결문도 “2002년 8월에서 9월경 사이에 실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병역비리 의혹으로 인해 최대 11.8%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시했다. 

야당 후보로서 대통령 재수에 나섰던 이회창 후보는 ‘대세론’을 업고 타 경쟁자를 압도했다. 하지만 김씨의 허위 폭로로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휩쓸리면서 상대 후보자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KBS는 <9시 뉴스>서 이 사건에 대해 80여차례에 거쳐 집중 방송하는 등 이회창 후보에 타격을 가했다. 이후 지지율이 일거에 11%나 빠졌다. 

제15대 대선 당시 병풍이 교묘하게 병역을 기피했다는 ‘편법’ 시비라면 16대는 ‘탈법’으로 강도를 높였다는 점이 다르다.


김씨는 수감자 신분이면서 서울지검서 8개월 동안 수사관 행세를 하고 검찰 기자실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야당은 당시 김씨의 배후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행위가 최고 권력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김씨는 대선이 끝난 후 대법원 재판서 명예훼손 및 무고, 검찰수사관 사칭 등의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 1년10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04년 10월30일 잔여형기 1개월을 남기고, 1년 9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김씨는 출소한 이후에도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은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다녔다. 김씨의 허위 폭로의 최대 수혜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최한 ‘대선 승리 4주년’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기 수배 중 3년간 해외 도피
첩보 입수한 파견 경찰에 덜미

김씨는 이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정치권의 논리에 의해 힘이 없어 감옥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은 병풍과 관련해 ‘청문회를 하자’ ‘국정감사를 하자’면서도 내가 나서겠다고 하면 안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걸 알고 있다”며 “병역 부분만 빼면 개인적으로 그분에게 미안한 감정이 왜 없겠나”고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전과 후에 김씨를 2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노무현정권 말기 그에 대한 사면 시도가 있었지만, 법무부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사면이 무산되자 병풍의 내막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실행으로 옮기진 않았다. 

2008년 1월에는 전년도 연말 사면대상서 제외되자 언론과 접촉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며 “조만간 그들의 이중적인 행동과 실상을 폭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2004년 10월30일 출소 후에도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질렀는데 사실 병풍사건 이전에도 이미 사기 등 전과 5범이었다. 

2004년 12월에는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접근해 개발 예정지를 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1억1000만원짜리 땅을 3억8000만원에 사도록 하고, 차익 2억7000만 원은 본인이 챙겼다는 혐의도 받았다. 김씨는 동창에게 “내가 국가정보원서 일하는데 정부가 경기도 연천에 문화관광단지를 세운다고 한다”며 “땅을 사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경찰에서 불구속 입건으로 검찰에 송치된 뒤 보강 수사를 받던 중 잠적했다. 그러다가 2008년 4월 서울서 경찰의 일제 교통단속에 걸려 체포됐다. 결국 김씨는 2008년 5월 1심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생활을 했다.    

오랜 도피로 
건강에 이상

이 외에도 경찰이 수사 중인 음주운전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지인에게 800만원을 받아 기소됐다. 경기도 광명서 동업자와 함께 불법 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해 체포되기도 했다. 이미 전과 9범인 그는 또다시 사기 사건에 연루돼 필리핀으로 3년간 도피했지만 결국 체포됐다. 

7년 전인 2012년에는 당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서 “안철수씨나 나나 친노에게 이용만 당했다”며 “(친노 세력이)결국 안철수를 중간에 놓고 쥐고 흔든 거다. 안씨나 나나 동병상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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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