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결국 잡힌 ‘병풍사건 주역’ 김대업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08 09:51:34
  • 호수 1226호
  • 댓글 1개

역사를 바꿨는데…초라한 말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대업씨가 도피 3년 만에 필리핀서 붙잡혔다. 사기전과로 수배 중이던 그는 3년간 해외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필리핀서 체포됐다. 김씨는 2002년 대선의 판도를 바꾼 ‘병풍(兵風)사건’의 주역이다.
 

▲ 병풍사건의 주역 김대업씨

지난 6월30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말라테에 있는 한 호텔 입구를 지키고 있던 한국 경찰이자 코리안데스크였던 권효상 경감은 호텔 로비서 휠체어를 탄 남성을 발견했다. 코리안데스크는 해외로 도피한 한국인 범죄자 검거나 한국인이 피해자인 사건의 범인 검거를 지원하기 위해 외국의 경찰청에 파견하는 경찰관이다. 필리핀에는 2012년 처음 코리안데스크가 파견됐다. 현재 필리핀에 6명, 베트남에 4명의 코리안데스크가 있다.  

수사 중 
돌연 잠적

권 경감이 6개월간 행방을 쫓아왔던 김대업씨였다. 2002년 대선 당시 병풍사건을 일으켰던 바로 그 ‘김대업’이다. 권 경감이 ‘김대업이 말라테 인근을 돌아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달 초중순이었다. 수차례 탐문에도 김씨를 찾지 못하던 중 현지 정보원으로부터 새 정보가 들어왔다. 그가 말라테의 한 호텔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김씨는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2016년 10월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3년 가까이 이어진 도피생활 탓인지 검게 그을린 김씨의 얼굴은 도피 전과 많이 달랐다. 하지만 권 경감은 휠체어를 보고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현지서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가 허리는 약간 구부정해졌고,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 경감은 현장에 함께 있던 필리핀 이민청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호텔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던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와 휠체어를 밀어주던 한국인 남성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급하게 택시를 잡는 등 도주하려는 낌새를 보였다고 한다. 

권 경감이 “김대업씨 맞느냐”고 묻자, 김씨는 “맞다”고 한 뒤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권 경감은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협조요청을 거절하던 현지 이민청을 가까스로 설득한 끝에 체포에 성공할 수 있었다. 

체포될 당시 김씨는 짙은 색 러닝셔츠에 체크무늬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발 전체가 퉁퉁 부어 있었고, 혈색도 어두웠다고 한다. 김씨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휠체어와 지팡이가 없으면 스스로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2년 대선 당시 ‘병풍사건’ 주인공
이회창 장남 돈 주고 군면제 의혹 폭로

김씨는 도피 기간 중 사업을 벌이거나 특별한 직업은 갖지 않았다. 도피 이후 여권이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세였고, 현지 관광객인 것처럼 카지노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카지노와 유흥가가 밀집한 말라테에는 한인 밀집지역이 있다. 숙소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주로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했다고 한다. 

그는 필리핀서 한동안 한국인 남녀와 콘도에 함께 머물렀다. 돈을 받고 김씨를 돌봐주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에서 “그 사람들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돈도 뺏겼고, 그들이 내 휴대폰도 부숴버렸다. 그래서 지금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호텔서도 그는 채 하루를 머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조력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강원랜드 등의 CCTV 교체 사업권을 따주겠다며 CCTV 업체 영업이사로부터 2011∼2013년 3차례에 걸쳐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피소당했다. 김씨는 사기 등 10건에 대한 A급 지명수배를 받고 있었다.

서울남부지검은 2016년 6월 김씨가 환청, 불안, 심장 스텐트 시술 등을 호소하자 그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김씨가 회복할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 출석 일정을 3차례 연기한 뒤, 같은 해 10월 국내를 빠져나갔다. 

검찰은 김씨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알고 2016년 12월 기소중지 처분과 동시에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내로 소환을 시도했지만, 이미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검찰은 2017년 1월16일 김씨에 대해 사기 등 10건에 대한 A급 지명수배를 내리고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으며, 같은 해 1월23일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필리핀 마닐라 인터폴 코리안데스크에 김씨의 소재 확인과 검거를 지시했다.

도피 3년 만에 
필리핀서 체포

이후 지난해 11월 수원지검도 김씨에 대해 게임산업진흥법 위반·방조 혐의로 별건 수배를 경찰에 요청했다. 경찰은 신원과 소재확인 목적을 위한 청색수배를 요청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런데도 김씨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김씨가 말라테에 자주 나타난다는 첩보가 권 경감의 귀에 들어온 것이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지난 2일 “말라테의 한 호텔서 필리핀 이민청과 코리안데스크가 공조해 김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김씨를 국내로 데려오기까지는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2013년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형의 집행유예로 그는 보호관찰 대상이었다. 그가 해외로 도피하면서 보호관찰 의무를 준수할 수 없어 지난해 집행유예가 취소됐다. 이에 따라 그는 국내로 송환되면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는 별도로 받게 된다.
 

▲ 검찰 출두 중인 김대업씨

경찰에 체포된 직후 김씨는 “옛날에 내가 이회창씨 사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 유명한 병풍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군 부사관 출신인 그는 2002년 대선 직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장남이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이른바 ‘병풍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이 의혹으로 타격을 입은 이회창 후보는 당시 대선서 패배했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일부 민주당 인사는 그를 ‘의인’이라고 했지만 그의 폭로는 모두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대선이 끝난 뒤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징역형을 살았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열린 뒤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3∼4일 “한나라당이 제3자에게 돈을 주고,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병역 관계자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김대업 녹음 테이프’가 조작됐다는 거짓 진술을 시키려 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표가 위·변조됐으며, 불법 병역 면제를 은폐하려는 대책회의가 열렸고, 신검 부표를 고의적으로 파기했다는 주장이었다. 김씨는 같은 해 7월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이회장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받아 당시 민주당 등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를 집중 공격했다. 

당시 병풍사건으로 불린 이 폭로는 대선 판도를 크게 흔들었다. 그러나 김씨는 대선 후 폭로와 관련해 명예훼손과 공무원 사칭, 무고 등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당시 법원은 김씨의 제보와 언론 보도에 대해 “내용이 진실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얼마 남지 않은 대선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겠다는 현실적인 악의가 존재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보도로 한나라당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고 그 영향이 16대 대선서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음이 명백하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당시 의혹을 제기한 두 언론사에게는 한나라당 측에 1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병풍사건의 첫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확정한 것이다. 병풍사건 전체가 조작된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은 판결문에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첫 보도가 오보로 밝혀짐으로써 이 사건 전체가 허구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암시됐다.

대선 뒤집은 
병역 브로커 

이 사건의 원심 판결문도 “2002년 8월에서 9월경 사이에 실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병역비리 의혹으로 인해 최대 11.8%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시했다. 

야당 후보로서 대통령 재수에 나섰던 이회창 후보는 ‘대세론’을 업고 타 경쟁자를 압도했다. 하지만 김씨의 허위 폭로로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휩쓸리면서 상대 후보자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KBS는 <9시 뉴스>서 이 사건에 대해 80여차례에 거쳐 집중 방송하는 등 이회창 후보에 타격을 가했다. 이후 지지율이 일거에 11%나 빠졌다. 

제15대 대선 당시 병풍이 교묘하게 병역을 기피했다는 ‘편법’ 시비라면 16대는 ‘탈법’으로 강도를 높였다는 점이 다르다.

김씨는 수감자 신분이면서 서울지검서 8개월 동안 수사관 행세를 하고 검찰 기자실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야당은 당시 김씨의 배후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행위가 최고 권력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김씨는 대선이 끝난 후 대법원 재판서 명예훼손 및 무고, 검찰수사관 사칭 등의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 1년10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04년 10월30일 잔여형기 1개월을 남기고, 1년 9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김씨는 출소한 이후에도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은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다녔다. 김씨의 허위 폭로의 최대 수혜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최한 ‘대선 승리 4주년’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기 수배 중 3년간 해외 도피
첩보 입수한 파견 경찰에 덜미

김씨는 이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정치권의 논리에 의해 힘이 없어 감옥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은 병풍과 관련해 ‘청문회를 하자’ ‘국정감사를 하자’면서도 내가 나서겠다고 하면 안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걸 알고 있다”며 “병역 부분만 빼면 개인적으로 그분에게 미안한 감정이 왜 없겠나”고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전과 후에 김씨를 2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노무현정권 말기 그에 대한 사면 시도가 있었지만, 법무부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사면이 무산되자 병풍의 내막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실행으로 옮기진 않았다. 

2008년 1월에는 전년도 연말 사면대상서 제외되자 언론과 접촉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며 “조만간 그들의 이중적인 행동과 실상을 폭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2004년 10월30일 출소 후에도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질렀는데 사실 병풍사건 이전에도 이미 사기 등 전과 5범이었다. 

2004년 12월에는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접근해 개발 예정지를 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1억1000만원짜리 땅을 3억8000만원에 사도록 하고, 차익 2억7000만 원은 본인이 챙겼다는 혐의도 받았다. 김씨는 동창에게 “내가 국가정보원서 일하는데 정부가 경기도 연천에 문화관광단지를 세운다고 한다”며 “땅을 사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경찰에서 불구속 입건으로 검찰에 송치된 뒤 보강 수사를 받던 중 잠적했다. 그러다가 2008년 4월 서울서 경찰의 일제 교통단속에 걸려 체포됐다. 결국 김씨는 2008년 5월 1심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생활을 했다.    

오랜 도피로 
건강에 이상

이 외에도 경찰이 수사 중인 음주운전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지인에게 800만원을 받아 기소됐다. 경기도 광명서 동업자와 함께 불법 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해 체포되기도 했다. 이미 전과 9범인 그는 또다시 사기 사건에 연루돼 필리핀으로 3년간 도피했지만 결국 체포됐다. 

7년 전인 2012년에는 당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서 “안철수씨나 나나 친노에게 이용만 당했다”며 “(친노 세력이)결국 안철수를 중간에 놓고 쥐고 흔든 거다. 안씨나 나나 동병상련”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