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세기의 송송커플’ 만남과 결혼 & 파경 풀스토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04 11:19:12
  • 호수 12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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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만나 드라마틱하게 끝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톱스타 부부인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가 파경을 맞았다.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지 1년8개월 만이다. 연예계는 충격에 빠졌다. 두 사람의 이혼을 둘러싸고 온갖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송중기와 송혜교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파경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이혼을 공식 선언한 송송커플 ⓒ송혜교 SNS

송중기와 송혜교가 이혼조정 중이다. 송중기는 지난 26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서울가정법원에 송혜교와의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송중기의 소속사인 블러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7일, 송중기와 송혜교가 이혼조정 절차에 들어갔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로맨스서 
막장으로 

송중기는 소속사를 통해 “저는 송혜교씨와의 이혼을 위한 조정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며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시는 많은 분께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고, 앞으로 저는 지금의 상처서 벗어나 연기자로서 작품 활동에 최선을 다해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송혜교의 소속사 UAA코리아는 이보다 30분 이상 늦게 공식 입장을 밝혔다.

송혜교 소속사는 “송혜교씨는 남편과 신중한 고민 끝에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며 “그 외의 구체적인 내용은 양측 배우의 사생활이기에 확인해드릴 수 없는 점 정중히 양해를 구한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혼하기로 합의했으며, 그에 따른 이혼 절차 진행을 위해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조정신청서를 접수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은 이미 이혼에 합의한 상태로 조정 절차만 앞두고 있다. 

송중기와 송혜교는 2017년 10월31일 결혼식을 올린 뒤 1년8개월 만인 지난 27일, 이혼조정 신청을 통해 정식 이혼을 위한 공식 절차에 돌입했다. 함께 살던 신혼집은 이미 오래 전 정리했으며 별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중기, 송혜교 상대 이혼조정 신청
‘부부의 연’ 1년8개월 만에 마무리

지난해 말부터 방송가에는 두 사람의 불화설이 돌기 시작했다. 송혜교가 해외 일정서 결혼반지를 끼지 않고 등장한 모습이 포착되며 불화설이 제기됐으며, 최근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선 “두 사람이 별거 중”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공식석상서도 서로를 언급하며 이 같은 루머를 불식시켰다.

송중기는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5월28일 <아스달 연대기> 제작발표회서 ‘송혜교와 결혼 후 첫 드라마 복귀가 어떠냐’는 질문을 받고 “결혼 이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결혼하신 분들은 똑같이 느끼시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와이프도 두 작가님과 감독님 팬이다.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라 끝까지 집중해서 잘하라고 응원해줬다”고 송혜교의 응원을 전했다. 
 

▲ 배우 송중기

갑작스러운 송중기의 이혼 발표에 연예계는 발칵 뒤집어진 상황이다. ‘송송커플’을 응원하던 많은 아시아 팬들도 충격에 빠졌다.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국내 드라마 갤러리서 송중기와 송혜교의 이혼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다. 두 사람의 행보에 안타까워하면서도 격려와 응원의 뜻을 전했다.

팬들은 “금일 송중기-송혜교 부부의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도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기에 공식적으로 성명문을 발표한다”며 “두 사람의 소식에 많이 침통해하고 있을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진심 어린 마음을 담은 글을 전해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결말
결국 새드엔딩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팬들도 화들짝 놀랐다. 아시아의 주요 포털사이트 및 SNS와 언론 등에서도 이들의 이혼 소식은 실시간으로 확산되며 한류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은 국내 매체의 보도를 인용해 송중기와 송혜교의 이혼 소식을 전했다. 중국 주요 포털사이트 ‘시나닷컴’ 역시 국내 매체 보도를 인용해 해당 소식을 전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는 이혼 소식이 거의 실시간으로 확산됐다.

국내 첫 보도가 나온 지 1시간 만에 ‘#송혜교송중기이혼’이라는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주요 매체로 알려진 일간지 <콤파스>도 ‘송혜교 이혼 절차, 송중기의 사과’라는 제목의 기사를 엔터테인먼트 분야 주요 목록에 올렸다.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도 “<태양의 후예> 커플이 이혼하게 됐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날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도 함께 전했다. 

CNN 인도네시아판 역시 톱뉴스로 파경 소식을 보도했다. “송중기의 팬들에게 기쁘지 않은 뉴스가 전달됐다”며 송중기가 이날 소속사를 통해 낸 입장문과 사과 내용을 상세하게 내보냈다. 
 

▲ 배우 송혜교

중화권의 톱스타 장쯔이는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최고의 선택이라고 믿고 있다. 앞으로 두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글과 함께 응원의 메세지를 보냈다.  

양측이 이혼 사유에 대해 함구하면서 이를 둘러싼 지라시가 SNS를 점령하고 있다.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 파경의 원인이 한쪽에 있다는 소문부터 두 사람이 제대로 된 합의 없이 이혼조정 신청을 했다는 설까지 확인되지도 않은 루머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송중기 왜 먼저? 
파경 책임 누구?

실제로 송중기와 송혜교 측의 이혼 발표 시기와 미묘한 입장 차이도 억측을 낳게 하고 있다. 2017년 7월5일 결혼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는 양측 소속사가 같은 시간에 공동 배포 형식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번 파경 소식은 송중기 측이 먼저 입장을 내고, 송혜교 측이 뒤따라 사실을 인정하는 형식이었다. 


또 발표된 각자의 입장에 따른 미묘한 온도 차이도 느껴졌다. 송혜교 측은 파경의 이유에 대해 “성격 차이로, 양측이 둘의 다름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못 박은 반면, 송중기는 “잘잘못을 따져가며 서로를 비난하기보다는 원만하게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는 간접적 표현 방식을 택했다.

송중기가 신청한 이혼조정은 정식재판을 거치지 않고 부부가 협의에 따라 이혼을 결정하는 절차다. 가사소송법에 따르면 재판을 통해 이혼하려는 부부는 원칙적으로 먼저 조정을 신청해야 하고, 조정 신청 없이 소송을 내면 법원은 사건을 조정에 회부해야 한다.

양측이 조정에 합의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조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이혼 재판을 하게 되지만, 송혜교 측이 이날 “두 사람이 대부분 내용에 합의한 후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던 만큼 재판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송커플의 이혼 소식으로 애꿎은 스타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결혼 후 송혜교의 첫 드라마였던 tvN <남자친구>서 호흡을 맞춘 박보검이 두 사람의 이혼 사유로 떠오르면서 또 다른 논란으로 불거졌다. 

박보검 측 소속사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보검 소속사는 “송중기가 송혜교와 이혼 발표를 한 가운데 송중기와 같은 소속사 후배이자 송혜교와 전작을 함께한 박보검이 예상치 못한 지라시에 언급되고 있다”며 “박보검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다. 추후 법적 대응으로 소문을 바로잡겠다. 박보검과 송혜교에 대한 소문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단순히 성격차이 때문?
SNS로 추측·억측 난무 

송중기와 송혜교는 이혼 여부와 상관 없이 차기작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송중기는 tvN <아스달 연대기>에 출연 중이다. 이미 촬영은 완료했지만 18부작으로 예정된 드라마는 이제 8회까지 방송된 상황이다. 그는 오는 7월부터 조성희 감독의 영화 <승리호>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송혜교 역시 차기작을 물색 중이다. 앞서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드라마 <하이에나>는 이번 일과 관계 없이 예전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UAA 측 관계자는 “영화 <안나>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알리며 스크린 컴백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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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송송 부부는 결혼 1년여 만에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만남부터 열애, 결혼까지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세기의 커플인 만큼 이들의 이혼 소식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송중기와 송혜교는 지난 2016년 4월 종영한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함께 드라마를 촬영하며 서로에게 호감을 가졌고, 그해 연인으로 발전했다. <태양의 후예> 커플이 현실 속 연인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태양의 후예> 촬영 후 수차례 두 사람의 열애설이 불거졌다. <태양의 후예>가 방영되던 2016년 3월 첫 번째 열애설이 보도됐으나 당시 양측은 두 사람의 관계를 친한 선후배라고 밝히며 선을 그었다. 

실제로 두 사람은 <태양의 후예> 출연 배우들과 어울리며 종종 SNS에 사진을 올려 친한 사이임을 알렸다. 2017년 6월에는 두 사람의 발리 일정이 겹치며 한 차례 더 열애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에도 송송커플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다.

설, 설, 설…
확산되는 루머

그러나 둘은 두 번째 열애설로부터 2주가 지난 7월5일 결혼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양측 소속사는 “결혼은 개인뿐 아니라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다 보니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다”며 “이에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을 때까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야 입장을 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해 10월31일 송송커플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서 팬들과 동료들의 축복 속에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1년8개월 만에 두 사람은 끝내 파경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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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