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은닉재산 ‘322억+α’ 미스터리

  • 김정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7.01 11:04:08
  • 호수 12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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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푼도 아니고…어디에 짱박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도피행각이 선명해질 분위기다. 이목은 정태수 회장 일가의 은닉재산에 쏠리고 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정 전 회장의 체납액 징수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정당국은 추적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 정보근씨 ⓒsbs

해외도피 21년 만에 정한근씨가 강제 송환됐다. 한근씨는 정태수 한보그룹 전 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한근씨는 지난 22일 송환 직후 정 전 회장의 부고를 전했다. 한근씨는 검찰 조사서 “부친의 건강이 위독해져 병원으로 모시고 갔지만, 더 이상 연명이 어려운 상태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한근씨로부터 정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와 유골함을 확인했다.

도피 21년
부친 사망

정 전 회장의 사망 소식과 함께 세금 추징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동시에 한보가의 ‘해외 은닉재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 전 회장은 고액·상습체납자 부동의 1위로 체납액은 2225억2700만원에 달한다. 그의 사망이 최종 확인될 경우, 체납의 상속은 자식들이 지게 된다. 다만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게 되면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 체납액 징수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간 까닭이다.

그러나 은닉재산의 경우 상속인들의 상속 포기와 관계가 없다. 다만 은닉재산을 찾아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들의 해외 은닉재산은 332억원이다.


한근씨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의 운영자였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한근씨는 지난 1997년 11월 동아시아가스 임직원과 공모해 회삿돈을 빼돌렸다. 이들은 동아시아가스가 보유한 루시아석유㈜의 주식 매각자금 322억원을 스위스 소재 은행의 차명계좌에 예치했다. 한근씨는 1998년 6월 해당 혐의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해외로 도주했다.

은닉 자산이 점쳐지는 장소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두 곳으로 정 전 회장이 해외 도피 과정서 거친 국가다. 정 전 회장은 이곳서 도피자금 사용 흔적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정 전 회장은 2007년 5월 지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금지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은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정 전 회장은 강원도 소재 학교법인 정수학원 산하 대학교의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정 전 회장은 정수학원의 설립자였고, 당시 해당 대학교의 이사장이었다.

체납 징수 여부…은닉재산에 달려
카자흐·키르기스가 유력 후보지?

그는 집행정지를 승인받고 일본 출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목적지는 달랐다. 정 전 회장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향했고, 이후 카자흐스탄에 둥지를 틀었다.

카자흐스탄서 대학교 교비를 재차 건드렸던 그는 셋째 아들 보근씨와 그의 부인 김씨, 측근 송씨가 역할을 맡은 것으로 짐작된다. 

김씨는 대학의 부학장(2007년 7월13일∼2007년 10월4일)에 이어 2007년 10월5일부터 학장을 지냈다. 송씨는 정수학원의 사무국장(2004년 7월1일∼11월30일)과 대학의 기획실장을 겸직했다. 송씨는 2007년 8월27일 대학의 해외유학생 유치지사장으로 임용됐고, 2007년 10월5일부터 대학 기획실장을 겸했다. 송씨는 동아시아가스 사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이들은 1심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형사1단독 이유형 판사는 2010년 5월13일 업무상 횡령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송씨와 보근씨는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한보 은마아파트

2011년 항소심서도 김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송씨와 보근씨에 대해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2013년 상고심서 김씨는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보근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카자흐스탄서 간호사 4명을 고용했다. 개인 간호 업무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간호사들은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 정 전 회장은 간호사들의 독촉이 있자 김씨와 당시 학장이었던 윤씨에게 대학 교비로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김씨와 윤씨는 간호사 4명을 대학의 교직원이나 계약직, 일용직 직원으로 허위 채용했다. 김씨와 윤씨는 2007년 7월31일부터 2008년 2월15일까지 총 16회에 걸쳐 4200여만원의 교비를 급여명목으로 간호사들에게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국내-해외
도피 지원

정 전 회장은 대학 내 기관 산하에 기구를 설치, 도피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김씨와 윤씨에게 국제교류센터 산하 해외유치지사 설립을 지시했다. 국제교류센터는 외국 대학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설치된 기관이다.

김씨는 2007년 7월23일 ‘카자흐스탄 내 대학과의 협약’을 명목으로 개인 계좌에 교비 2000만원을 송금받았다. 김씨는 이 돈을 다시 동생 명의 계좌로 전액 송금, 미화 2만달러로 환전해 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2007년 8월17일 같은 방법과 명목으로 920여만원을 정 전 회장에게 보냈다.

김씨는 2007년 9월20일 ‘협약 및 해외 유학생 유치’ 명목으로 자신의 명의 계좌에 교비 1250여만원을 송금받았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김씨는 이튿날 자금을 또 다른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뒤, 보근씨의 개인 사무를 수행하는 A씨에게 송금하는 방법으로 개인적 용도에 사용했다. 김씨는 같은 방법을 이용, 2008년 1월4일 ‘학술교류협정 및 홍보활동’의 명목으로 1000만원을 타냈다.

송씨는 2007년 10월1일 ‘해외유학생 유치’ 명목으로 교비 995만원을 자신 명의의 계좌에 송금받았다. 송씨는 즉시 김씨 명의 계좌로 전액을 송금했다. 김씨는 이를 생활비 등 개인적 용도로 소비했다. 김씨는 같은 방법으로 3000만원을 더 챙겼다. 명목은 ‘국제교류협력’(1000만원)과 ‘해외지사 사무실 개소 비용’(2000만원)이었다. 각각 2007년 11월9일과 2008년 3월7일이었다.

학교 이용
자금 마련

2008년 1월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범죄인 인도 청구 협정’을 맺었다. 정 전 회장은 2008년 4월 카자흐스탄 인근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키르기스스탄은 한국과 범죄인 인도 청구 협정을 맺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은 키르기스스탄서도 대학교를 통해 도피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보근씨가 개인적 용도를 위해 마련한 자금과 정 전 회장의 도피시기가 겹치기 때문이다.

김씨와 송씨는 보근씨의 개인적 용도에 사용할 자금을 교비로 마련했다. 김씨 등은 2008년 4월22일 ‘해외유치지사 운영’ 등의 명목으로 송씨 계좌로 교비 5000만원을 송금받았다.

송씨는 전액 현금으로 인출한 뒤 수차례에 걸쳐 보근씨의 개인 사무를 수행하는 B씨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 B씨는 다시 보근씨의 지시에 따라 해당 자금을 현금과 수표로 인출해 보근씨에게 전달했다. 송씨는 이 과정서 600만원을 학교에 반환했다. 결국 4400만원이 보근씨의 개인적 용도에 쓰였다.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사남 정한근씨

<매일경제>서 입수한 키르기스스탄 법무부 발급 ‘법인 국가등록증명서’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2008년 3월18일 ‘정수’라는 이름의 유한회사를 세웠다. 회사 대표는 송씨였다.

교비로 자금 마련, 해외 활동 주목
검, 다각도 수사…관계자 조사 착수

키르기스스탄서 정 전 회장에게 월급을 받으며 근무했다고 주장하는 한 측근은 정수가 두 가지 역할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현지 비서실’과 ‘해외유학생 유치지사’였다. 측근은 정수가 금광 관련 정보 수집과 고위급 만남 주선 등을 맡았다고 했다. 한때 정 전 회장과 금광산업에 대한 소문이 돈 적 있다. 정 전 회장이 금광산업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수는 해외유학생 유치지사 역할을 한 것으로 비춰진다. 정 전 회장이 교비를 빼돌렸던 대학교는 2008년 3월20일 키르기스스탄의 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두 대학은 협정식서 ‘교수 및 학생교류’를 약속했다.

현재 두 대학의 국외협정과 국제교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후 정 전 회장은 2010년 7월 에콰도르로 넘어갔다. 검찰이 확보한 정 전 회장의 위조여권에 그 기록이 있다. 

한편 검찰은 한근씨의 고교 동창이자 캐나다 시민권자인 유씨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근씨는 유씨의 도움으로 해외 영주권을 순차적으로 획득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예세민 부장검사는 지난 26일 한근씨의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로 유씨를 소환 조사했다. 유씨는 한근씨를 중앙아메리카 국가 벨리즈의 시민권자로 위장시켰다. 한근씨는 그 덕에 캐나다 영주권(2007년)을 시작으로 미국 영주권(2008년), 미국 시민권(2011년)을 차례로 따냈다.

여기? 저기?
흔적 추적

유씨는 한근씨에게 단순히 이름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상정보도 제공해줬는데 해외 은닉재산 가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검찰은 유씨가 신분세탁 외에 한근씨의 현지 도피생활에 도움을 준 사실이 더 있는지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보 은닉재산 끝까지 추적”

김현준 신임 국세청장은 지난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서 “정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청장은 “정 전 회장이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체납액 징수는 가능한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김 청장은 “그분들이 해외에 주로 있다”며 “국내 재산을 철저히 환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한근씨도 체납액이 300억원에 달하고 가산세를 포함하면 굉장한 액수를 탈세했다”는 같은 당 김정우 의원의 질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국내 유관기관과 공조하고, 해외 과세 당국과 협조 체제를 가동해 체납액 징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날 청문회서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 생활을 하는 고액 체납자는 국민에게 박탈감을 야기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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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곳에 떨어진 ‘이혜훈 폭탄’

엉뚱한 곳에 떨어진 ‘이혜훈 폭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지명된 이혜훈 후보자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뻥뻥 터지고 있다. 지명 직후 국민의힘을 두 쪽으로 가르더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까지 혼란에 빠트렸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청와대의 고심이 깊다. 인사청문회까지 몇 개의 고비가 남았을까?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고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전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미래통합당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중진 보수 정치인이다. 오랜 기간 보수에 몸담은 인사를 초대 경제 부처 수장으로 지명한 만큼 ‘경제·민생 통합’이란 이재명정부의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속전속결 손절 치기 이날 이 수석은 이같이 밝히며 “이 후보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KDI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정책과 실무에 능통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민주화 철학에 기반해 최저임금법, 이자제한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하고 불공정 거래의 근절과 민생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며 “곧 출범하는 기획예산처가 국가 중장기 전략을 세심하게 수립하도록 해 미래 성장 동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휴일임에도 즉각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자당 소속인 이 후보자를 제명 조치했다. 국민의힘은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오후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당헌·당규에 따라 이혜훈 전 의원에 대한 제명과 당직자로서 행한 모든 당무 행위 일체를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이재명정부의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함으로써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을 앞두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국무위원 내정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선출직 공직자 평가를 실시하는 등 당무 행위를 병행함으로써 당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당무 운영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직을 정치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이재명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을 강력히 규탄하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이 유독 거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 후보자가 자당 출신인 점은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윤 어게인’과 결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강성 행보를 보였다. 배신자 VS 외연 확장 보수 가르더니… 자진 사퇴 VS 일단 중립 진보도 두 쪽 후보자 지명 이틀 만에 국민의힘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기회주의자’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며 ‘이혜훈 배신자 프레임’을 띄우는 한편, 지금이야말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며 분열하는 양상을 띤 것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후보자에 대해 “당의 지원을 받는 일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단물을 빼먹은 분”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이정부의 앞잡이가 되어서 기획예산처 장관이라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자신의 영혼을 팔고, 자리를 구걸하고 있다. 그것을 탕평이라고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글삭튀 이혜훈, 소신도 없이 이재명에게 러브레터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보수 전사인 척하더니 자리를 넙죽 받았다. 이혜훈은 이재명의 기본소득, 보편 복지, 수요 억제 부동산 정책을 가장 세게 까왔다”고 말했다. 이는 내정 직후 이 후보자가 입장문을 통해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은 본래 정파나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협력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저의 오랜 소신”이라는 대목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범보수인 개혁신당은 이 후보자의 ‘배신자론’이 과하다며 오히려 보수 때리기에 나섰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 전 의원은 20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결국 강을 건넜다. 우리는 그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며 “거국 내각은 보통 정권 말기의 레임덕 국면에서 등장하는 유화책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이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감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이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국민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여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며 “누군가 등을 돌렸다면, 왜 떠났는지 그 이유를 살펴야지 떠난 사람을 저주해서 무엇을 얻겠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보수 담론이 저급해진 원인은 상대를 감옥에 보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검찰주의적 사고방식에 있다”며 “정책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니, 결국 상대를 감옥으로 보내는 데만 몰두했고,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이제 남은 것은 저주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파도 파도 끝이 없네 여러 의미로 ‘파격 인사’인 만큼 이 후보자의 지명을 놓고 무수한 뒷말이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세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후보자는 ‘경제 총알받이’ ‘국민의힘 분열’ 등 청와대가 전략적으로 지명했다는 설이 있었다”며 “겨우 그런 걸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리스크를 떠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후보자라는 시한폭탄이 여당 쪽으로 넘어왔다는 점이다. 강선우·김병기 의원의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사나운 민심의 파도를 건너던 도중 이 후보자를 둘러싼 ‘초대형’ 갑질 의혹이 터지면서 전직 관계자들의 폭로전이 시작됐다. 2017년 당시 바른정당 의원이던 이 후보자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언론 기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턴 직원에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등 질책하는 내용의 통화 녹취가 공개됐다. 이후 이 후보자가 보좌직원에게 자신에 대한 비판 댓글을 지우게 하거나 직접 반박 댓글을 달게 하고, 상호 감시를 지시하거나 구의원들에게 집회에서 삭발을 강요했다는 등의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하루 간격으로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 ‘수박 배달’ 등 자잘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결국 이 후보자의 갑질 논란은 어느 새 고발전이 됐다. 지난 2일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이 후보자를 협박·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권력 우위에 있는 국회의원이 약자인 인턴 직원에게 모욕적 언사를 반복하고, 공적 직무와 무관한 개인 주거 공간의 프린터 수리를 지시했다면 이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직권 남용”이라며 “이 대통령은 즉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 고발장을 제출했다. 땅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후보자의 배우자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공식 개항 전인 2000년 1월 초 인천 중구 중산동의 잡종지 약 200평(6612㎡)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자의 과거에 제출한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이 땅은 2006년 한국토지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에 39억2100만원에 수용됐다. 6년 사이 약 세 배의 시세 차익을 번 것이다. 그래도 품어야 주 의원은 “서울 사는 이혜훈 부부가 인천 잡종지 2000평을 매입할 이유가 없다”며 김씨가 땅 투기를 통해 재산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이 후보자의 청문회 날짜가 오는 19일로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19~20일 이틀간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야 간사 간의 조율 끝에 충분한 질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이같이 정해졌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우선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의 입장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제명까지 당하면서 이정부와 함께하길 택했다. 지금 자진 사퇴하면 정치 인생은 끝”이라며 “만일 지명 철회를 하더라도 청문회를 통해 입장을 밝힐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 생명 다 걸고 온 사람한테 해명할 시간도 주지 않고 쫓아내는 건 정부 입장에서도 (모양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 역시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들과 만나 “청문회에서 다 소상히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했던 민주당인 만큼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42%로, 긍정 평가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당에서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모양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 대해 ‘잘못한 결정’이라는 부정적 평가는 42%로 집계됐다. ‘잘한 결정’이라는 긍정적 평가는 35%, 모름·무응답은 23%로 드러났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8.2%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결국 민주당 내에서도 자진 사퇴 목소리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이 후보자에 대해 “도저히 방어할 수 없다”며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권했다. 이 지명 부정 평가 42% 그래도 버티는 이유 뭐? 장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우리가 여당이기 때문에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방어도 해 줘야 하지만 지금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조승래 사무총장이 ‘언급 자제령’을 내렸다. 이 후보자가 위태롭고 고립돼있다는 걸 정말로 증명하는 말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것도 적절치 않으니 본인이 결단을 하는 게 맞다”며 “이미 만신창이지만 청문회를 버텨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검증을 통해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부 인사는) 불완전한 상태로 국민께 추천을 드리는 단계가 있고, (지금은) 그런 보도가 되면 언론이 검증을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고 나서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과 함께 제도적으로 그것들을 바탕으로 다시 최종 점검하는 것이 검증 절차”라며 “국민과 함께 검증하는 청문회 과정까지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청문회를 통한 검증 이후 최종 판단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며 “적어도 국민적 정서에 맞는가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제가 이 후보자라면 잘못한 말·행동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철저히 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고,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갖출 비전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맞추겠다고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통과 전망에 대해서는 “청문회 당일 지켜봐야 한다. (이렇게) 어필하면 청문회를 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 대통령 결정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가) 다 마음에 들어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 결정이 잘 된 결정이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이) 즉각 제명하고 비난하다 보니 국민의힘 쪽으로는 갈 수도 없다. 이쪽(민주당)에서 더 잘해야 한다. 파이팅하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거센 비판 속에서도 청와대가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기류도 읽힌다. 믿는 구석 통할까?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발 갑질 논란에도 의원들이 끝까지 버틴 이유는 폭언·갑질 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의원직 사퇴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상 버티고 보는 것이다. 강 전 의원은 ‘1억 자금’ 논란이 불거지면서 탈당했지만 이 후보자의 경우 법적으로 걸릴 게 없다고 자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덕성 차원에서는 큰 타격을 입겠지만 끝에 가서는 결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민감한 소재인 갑질 의혹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곱절이 됐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왼쪽으로 넘어온 이혜훈 누구?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은 1964년생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레스터대 경제학과 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치는 등 경제 분야서 활동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자로 서울 서초 갑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으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와 정보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했다. 지난해 22대 총선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중구·성동구을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후보자에게 패배해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자의 국민의힘 당 대표 추대를 촉구하는 209인의 전직 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