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은닉재산 ‘322억+α’ 미스터리

  • 김정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7.01 11:04:08
  • 호수 12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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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푼도 아니고…어디에 짱박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도피행각이 선명해질 분위기다. 이목은 정태수 회장 일가의 은닉재산에 쏠리고 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정 전 회장의 체납액 징수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정당국은 추적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 정보근씨 ⓒsbs

해외도피 21년 만에 정한근씨가 강제 송환됐다. 한근씨는 정태수 한보그룹 전 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한근씨는 지난 22일 송환 직후 정 전 회장의 부고를 전했다. 한근씨는 검찰 조사서 “부친의 건강이 위독해져 병원으로 모시고 갔지만, 더 이상 연명이 어려운 상태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한근씨로부터 정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와 유골함을 확인했다.

도피 21년
부친 사망

정 전 회장의 사망 소식과 함께 세금 추징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동시에 한보가의 ‘해외 은닉재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 전 회장은 고액·상습체납자 부동의 1위로 체납액은 2225억2700만원에 달한다. 그의 사망이 최종 확인될 경우, 체납의 상속은 자식들이 지게 된다. 다만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게 되면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 체납액 징수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간 까닭이다.

그러나 은닉재산의 경우 상속인들의 상속 포기와 관계가 없다. 다만 은닉재산을 찾아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들의 해외 은닉재산은 332억원이다.


한근씨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의 운영자였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한근씨는 지난 1997년 11월 동아시아가스 임직원과 공모해 회삿돈을 빼돌렸다. 이들은 동아시아가스가 보유한 루시아석유㈜의 주식 매각자금 322억원을 스위스 소재 은행의 차명계좌에 예치했다. 한근씨는 1998년 6월 해당 혐의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해외로 도주했다.

은닉 자산이 점쳐지는 장소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두 곳으로 정 전 회장이 해외 도피 과정서 거친 국가다. 정 전 회장은 이곳서 도피자금 사용 흔적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정 전 회장은 2007년 5월 지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금지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은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정 전 회장은 강원도 소재 학교법인 정수학원 산하 대학교의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정 전 회장은 정수학원의 설립자였고, 당시 해당 대학교의 이사장이었다.

체납 징수 여부…은닉재산에 달려
카자흐·키르기스가 유력 후보지?

그는 집행정지를 승인받고 일본 출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목적지는 달랐다. 정 전 회장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향했고, 이후 카자흐스탄에 둥지를 틀었다.

카자흐스탄서 대학교 교비를 재차 건드렸던 그는 셋째 아들 보근씨와 그의 부인 김씨, 측근 송씨가 역할을 맡은 것으로 짐작된다. 

김씨는 대학의 부학장(2007년 7월13일∼2007년 10월4일)에 이어 2007년 10월5일부터 학장을 지냈다. 송씨는 정수학원의 사무국장(2004년 7월1일∼11월30일)과 대학의 기획실장을 겸직했다. 송씨는 2007년 8월27일 대학의 해외유학생 유치지사장으로 임용됐고, 2007년 10월5일부터 대학 기획실장을 겸했다. 송씨는 동아시아가스 사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이들은 1심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형사1단독 이유형 판사는 2010년 5월13일 업무상 횡령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송씨와 보근씨는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한보 은마아파트

2011년 항소심서도 김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송씨와 보근씨에 대해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2013년 상고심서 김씨는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보근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카자흐스탄서 간호사 4명을 고용했다. 개인 간호 업무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간호사들은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 정 전 회장은 간호사들의 독촉이 있자 김씨와 당시 학장이었던 윤씨에게 대학 교비로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김씨와 윤씨는 간호사 4명을 대학의 교직원이나 계약직, 일용직 직원으로 허위 채용했다. 김씨와 윤씨는 2007년 7월31일부터 2008년 2월15일까지 총 16회에 걸쳐 4200여만원의 교비를 급여명목으로 간호사들에게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국내-해외
도피 지원

정 전 회장은 대학 내 기관 산하에 기구를 설치, 도피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김씨와 윤씨에게 국제교류센터 산하 해외유치지사 설립을 지시했다. 국제교류센터는 외국 대학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설치된 기관이다.

김씨는 2007년 7월23일 ‘카자흐스탄 내 대학과의 협약’을 명목으로 개인 계좌에 교비 2000만원을 송금받았다. 김씨는 이 돈을 다시 동생 명의 계좌로 전액 송금, 미화 2만달러로 환전해 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2007년 8월17일 같은 방법과 명목으로 920여만원을 정 전 회장에게 보냈다.

김씨는 2007년 9월20일 ‘협약 및 해외 유학생 유치’ 명목으로 자신의 명의 계좌에 교비 1250여만원을 송금받았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김씨는 이튿날 자금을 또 다른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뒤, 보근씨의 개인 사무를 수행하는 A씨에게 송금하는 방법으로 개인적 용도에 사용했다. 김씨는 같은 방법을 이용, 2008년 1월4일 ‘학술교류협정 및 홍보활동’의 명목으로 1000만원을 타냈다.

송씨는 2007년 10월1일 ‘해외유학생 유치’ 명목으로 교비 995만원을 자신 명의의 계좌에 송금받았다. 송씨는 즉시 김씨 명의 계좌로 전액을 송금했다. 김씨는 이를 생활비 등 개인적 용도로 소비했다. 김씨는 같은 방법으로 3000만원을 더 챙겼다. 명목은 ‘국제교류협력’(1000만원)과 ‘해외지사 사무실 개소 비용’(2000만원)이었다. 각각 2007년 11월9일과 2008년 3월7일이었다.

학교 이용
자금 마련

2008년 1월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범죄인 인도 청구 협정’을 맺었다. 정 전 회장은 2008년 4월 카자흐스탄 인근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키르기스스탄은 한국과 범죄인 인도 청구 협정을 맺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은 키르기스스탄서도 대학교를 통해 도피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보근씨가 개인적 용도를 위해 마련한 자금과 정 전 회장의 도피시기가 겹치기 때문이다.

김씨와 송씨는 보근씨의 개인적 용도에 사용할 자금을 교비로 마련했다. 김씨 등은 2008년 4월22일 ‘해외유치지사 운영’ 등의 명목으로 송씨 계좌로 교비 5000만원을 송금받았다.

송씨는 전액 현금으로 인출한 뒤 수차례에 걸쳐 보근씨의 개인 사무를 수행하는 B씨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 B씨는 다시 보근씨의 지시에 따라 해당 자금을 현금과 수표로 인출해 보근씨에게 전달했다. 송씨는 이 과정서 600만원을 학교에 반환했다. 결국 4400만원이 보근씨의 개인적 용도에 쓰였다.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사남 정한근씨

<매일경제>서 입수한 키르기스스탄 법무부 발급 ‘법인 국가등록증명서’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2008년 3월18일 ‘정수’라는 이름의 유한회사를 세웠다. 회사 대표는 송씨였다.

교비로 자금 마련, 해외 활동 주목
검, 다각도 수사…관계자 조사 착수

키르기스스탄서 정 전 회장에게 월급을 받으며 근무했다고 주장하는 한 측근은 정수가 두 가지 역할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현지 비서실’과 ‘해외유학생 유치지사’였다. 측근은 정수가 금광 관련 정보 수집과 고위급 만남 주선 등을 맡았다고 했다. 한때 정 전 회장과 금광산업에 대한 소문이 돈 적 있다. 정 전 회장이 금광산업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수는 해외유학생 유치지사 역할을 한 것으로 비춰진다. 정 전 회장이 교비를 빼돌렸던 대학교는 2008년 3월20일 키르기스스탄의 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두 대학은 협정식서 ‘교수 및 학생교류’를 약속했다.

현재 두 대학의 국외협정과 국제교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후 정 전 회장은 2010년 7월 에콰도르로 넘어갔다. 검찰이 확보한 정 전 회장의 위조여권에 그 기록이 있다. 

한편 검찰은 한근씨의 고교 동창이자 캐나다 시민권자인 유씨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근씨는 유씨의 도움으로 해외 영주권을 순차적으로 획득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예세민 부장검사는 지난 26일 한근씨의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로 유씨를 소환 조사했다. 유씨는 한근씨를 중앙아메리카 국가 벨리즈의 시민권자로 위장시켰다. 한근씨는 그 덕에 캐나다 영주권(2007년)을 시작으로 미국 영주권(2008년), 미국 시민권(2011년)을 차례로 따냈다.

여기? 저기?
흔적 추적

유씨는 한근씨에게 단순히 이름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상정보도 제공해줬는데 해외 은닉재산 가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검찰은 유씨가 신분세탁 외에 한근씨의 현지 도피생활에 도움을 준 사실이 더 있는지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보 은닉재산 끝까지 추적”

김현준 신임 국세청장은 지난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서 “정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청장은 “정 전 회장이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체납액 징수는 가능한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김 청장은 “그분들이 해외에 주로 있다”며 “국내 재산을 철저히 환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한근씨도 체납액이 300억원에 달하고 가산세를 포함하면 굉장한 액수를 탈세했다”는 같은 당 김정우 의원의 질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국내 유관기관과 공조하고, 해외 과세 당국과 협조 체제를 가동해 체납액 징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날 청문회서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 생활을 하는 고액 체납자는 국민에게 박탈감을 야기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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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