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세버스 연합회장 비리 의혹

정부 손 놓은 사이 ‘제 것처럼’ 사유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세버스연합회 내부가 시끄럽다. 지난해 선출된 회장의 직무도 정지됐다. 해당 회장은 업무상 횡령, 직원 채용·승진 등 백화점 수준의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 부처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이 전세버스연합회는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곪아버렸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16개 시·도 조합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각 조합서 선출한 이사장들이 연합회의 의사 결정을 주도한다. 1년 예산은 1011억원가량으로, 전국 전세버스 사업자로부터 차량 1대당 1800원의 회비를 받아 충당한다.

9표만 얻으면
연합회 장악

전국전세버스조합연합회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199712월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 공제사업을 시작했다. 연합회 회원인 16개 시·도 조합에 가입한 전세버스 차량을 대상으로 사고 피해보상 보험 사업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42000여대의 차량이 가입된 상태로 연간 보험료는 800~900억원에 이른다. 19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지난해 1219일 연합회는 11대 회장 선거를 치렀다. 선거는 시·도 조합 이사장 16명의 투표로 이뤄졌다. 이날 선거에선 9표를 얻은 이병철 경북조합 이사장이 7표에 그친 안영식 경기조합 이사장을 누르고 연합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 회장은 2013, 2016년에 이어 3번째 선거서도 회장으로 뽑혔다.

연합회 회장은 연합회는 물론 공제조합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공제조합 인사관리 규정에 따르면 연합회 회장은 공제조합 직원의 임면·승진·전보·휴직·직위해제·복직·퇴직 등 총괄적인 인사권을 갖는다. 이 회장은 공제조합의 인사권자이면서 운영위원장, 자문위원장도 맡고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11대 회장 선거 직후 연합회 선거관리위원회서 이 회장의 당선이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연합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회장이 선거 운동 과정서 시·도 조합 이사장들에게 금품을 주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연합회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따를 수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안영식 이사장이 제기한 이 회장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에선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이 회장이 연합회 회장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판단, 그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 회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점, 선거 과정서 선거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점 등을 들어 연합회와의 신뢰 관계가 훼손됐다고 봤다.
 

▲ 국토교통부

이후 연합회와 공제조합 내부서 이 회장에 대한 여러 의혹이 쏟아졌다.

한 공제조합 관계자는 이 회장이 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한 6년 동안 공제조합 내부가 말 그대로 완전히 망가졌다현재 공제조합의 적자는 160억원에 이른다. 자정능력도 완전히 상실돼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채용·승진 인사 의혹= 지난해 10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국회 정론관서 공제조합의 친인척, 자녀 특혜승진, 인사 갑질 전횡 규탄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512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연합회와 공제조합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국토부는 부적절한 신규채용 절차를 지적하고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지시했지만, 공제조합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국토부서 관련자에 대한 징계로 해임을 권고했지만, 공제조합은 자체 운영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경고로 낮추기까지 했다. 당시 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은 이 회장이었다.

모든 인사권
연합회장 손에


공제조합은 인사관리 규정을 통해 직원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공제조합 인사관리 규정 12조에 따르면 공채의 경우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 및 신체검사 등의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특별채용의 경우에도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치도록 돼있다. 3급 이상은 45, 4급 이하는 35세로 연령 제한(11)도 있다.

하지만 시·도 조합 이사장의 딸·아들·손녀·조카, 지방 시청 공무원의 딸, 지역 파출소장의 아들, 전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연령 제한에 걸려 지원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서 공제조합에 입사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회장 당선됐지만 직무정지
온갖 비리 의혹 터져나와

공제조합 관계자는 “2016년 국토부 자체 감사 처분 요구서가 공제조합으로 전달됐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해 기자회견 때까지 내부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동안 이 회장은 무소불위의 인사권을 쥐고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이 회장에 동조하던 시·도 조합 이사장들에게는 공제조합이 신의 직장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정 승진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25일 공제조합은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그런데 승진소요 최저연수에 미달된 직원 5명의 직급이 올라간 것으로 드러났다.

공제조합은 노조와 2년에 한 번씩 단체협약을 맺는다. 지난해 단체협약서 4급 대리 승진소요 최저연수는 6년으로 정해졌다. 대졸 직원이 6년간 근무하면 자동적으로 대리로 승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승진한 5명은 최저 근무연수가 510개월, 52개월, 411개월, 410개월, 26개월 등으로 6년에 미치지 못했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이번에 승진한 직원 중 일부는 부정 채용 의혹을 받던 사람들이라고 폭로했다.

업무상 횡령 의혹= 이 회장은 과거 업무상 횡령 혐의로 실형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2013419일부터 201549일까지 8차례에 걸쳐 연합회의 운영자금 11700만원을 업무상 횡령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지난 131일 확정됐다. 공제조합 상무와 경영관리본부장도 벌금 3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 측은 횡령금을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모두 변제했다고 주장했지만, 직무정지 판결을 내린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횡령금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상 이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봐야 하고,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이 회장이 횡령금을 전부 변제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당시 대구지검서 수사 중이던 업무상 횡령 사건을 대응하는 과정서 선임한 변호사 비용을 연합회 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공제조합 내부 관계자는 이 회장은 연합회 통장서 20155월과 8, 10월 등 총 4차례에 걸쳐 6600만원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현금 인출해 변호사 두 명에게 수임료로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돈을 임시총회 승인사항인 것처럼 회계를 조작해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3월 임시총회서 보고한 ‘2015년 연합회 세입·세출 결산 보고서에는 변호사 비용 6600만원이 201410월 임시총회 결의 사항에 따른 연합회 회장 환급금인 것처럼 기재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610월 연합회 이사 3명이 부부동반으로 78일간 호주여행을 간 비용 1800만원도 연합회 돈으로 부당하게 집행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대구·경남·충북조합 이사장 부부는 20161020일부터 27일까지 호주여행을 떠났다. 당초 이들의 여행비는 여행사를 소유한 충남조합 이사장이 무상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하지만 공제조합 내부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그는 나중에서야 6명의 호주여행 일체 비용 1800만원이 연합회 자금으로 대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이뿐만 아니라 세 이사장 부부의 여행은 이 회장이 연합회와 공제조합을 장악하기 위해 진행한 일이라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정관개정
회유 정황

연합회 장악 시도?= 공제조합 이사장들의 부부동반 호주여행은 이 회장이 연합회 정관을 변경하려던 시기와 겹친다. 이 회장은 2016년 임기가 2번으로 제한된 연합회 정관 규정을 폐지하려고 했다. 다시 말해 횟수에 제한 없이 연합회 회장직을 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 한 것이다.

연합회 정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임시총회 참석 인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16명의 이사장이 모두 참석할 경우 11명이 찬성해야 정관개정이 가능한 셈이다. 앞서 두 차례의 정관개정 임시총회는 성원 미달로 무산됐다.

2018년에도 친인척 채용 도마에
감사 처분도 무시 ‘마음대로’

하지만 20161028일 제주도의 한 호텔서 진행한 임시총회서 정관개정 안건이 통과됐다. 당시 호주여행을 갔던 세 이사장은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대기 중이던 연합회 직원이 건네준 제주행 비행기표를 받고 제주도로 떠났다. 그리고 정관개정 임시총회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부부동반 호주여행을 떠났던 이사장 가운데 한 명은 “20169월 초순경 이 회장 등 몇몇 이사장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그때 제주총회서 정관개정 통과에 협조해주면 사옥 임차보증금을 최우선으로 지원 협력하겠다’ ‘(나를) 차차기 연합회장 선거 단일후보로 지원하겠다등의 내부 협의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정관변경에 대해 조건부 인가를 내줬다. 국토부는 연합회 임시총회서 의결한 회장의 무제한 연임 규정을 2회로 한정하도록 했다. 3번까지만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재임 중인 회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기존 임기를 포함해 산정하는 등 구체적인 경과 규정으로 조치하고 정관을 다시 변경해 제출하라고 했다.

하지만 연합회는 국토부의 지시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당시 국토부에서 조건부 인가를 내준 이후 정관개정과 관계된 임시총회가 열리지 않았다절차대로라면 이미 두 번 연임한 이 회장은 11대 회장 선거에 출마 자격이 없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11대 회장 선거를 치르기 전 몇몇 이사장들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는 연합회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연합회 회장으로 당선된 자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당선을 무효로 해야 한다등의 선거관리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묵살됐다.

관리·감독 부실= 연합회의 공제조합의 관리·감독은 국토부서 맡고 있다. 국토부는 3년마다 연합회와 공제조합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공제조합 인사 문제로 인한 기자회견서 노조는 국토부의 제제 처분은 그때뿐이었고, 철저한 감시체계가 작동되지도 않았으며, 지속적인 관리·감독도 수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합회와 공제조합서 불거진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운영 상황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에 사업부서 차원서 연합회와 공제조합에 대한 점검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제조합 이사장 자리가 국토부 인사의 낙하산으로 채워지면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05년 공제조합 이사장이 국토부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간 적이 있다.

당시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공제조합 2대 이사장 신모씨는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을 지냈고, 3대 이사장 윤모씨는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관리본부장을 지냈다. 4대 이사장 인천국제공항공사 공항운영센터장을 지낸 박모씨 등 초대 이사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건교부(현 국토부) 간부 출신이 맡았다.

국토부는?
“권한 적다”

이후 5대 이사장 신모씨는 국토부 토지재정과·공항환경과 근무 이력이 있고, 6대 이사장 유모씨는 국토부 공항환경담당관 출신이다. 7대 이사장 정모씨는 국토부 항공보안담당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8대 이사장 유모씨는 국토부 항공정책과장 출신으로 알려졌다. 공제조합 이사장은 현재 공석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병철 회장의 해명 “마음고생이 심하다”

이병철 전세버스연합회 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여러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 회장은 업무상 횡령과 관련해서는 이미 법적 처벌을 받았다. 그게 전부다. 그 이후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 전 일을 가지고 나를 계속 음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의혹에 적극적으로 반박

또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도 조합서 직원을 채용하면 본부에선 승인만 해주는 구조라며 과거에는 알음알음 채용하는 게 관례처럼 돼있었다. 현재 공제조합에 있는 직원 70~80%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2016년 국토부 감사 이후 지적사항을 받아들여서 현재는 제대로 채용절차를 밟고 있다.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여러 의혹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서는 연합회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인데, 일부 시·도 조합 이사장들이 (회장직을)직업적으로, 영리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하도 여기저기서 투서나 고소·고발이 많이 진행돼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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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