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세버스 연합회장 비리 의혹

정부 손 놓은 사이 ‘제 것처럼’ 사유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세버스연합회 내부가 시끄럽다. 지난해 선출된 회장의 직무도 정지됐다. 해당 회장은 업무상 횡령, 직원 채용·승진 등 백화점 수준의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 부처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이 전세버스연합회는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곪아버렸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16개 시·도 조합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각 조합서 선출한 이사장들이 연합회의 의사 결정을 주도한다. 1년 예산은 1011억원가량으로, 전국 전세버스 사업자로부터 차량 1대당 1800원의 회비를 받아 충당한다.

9표만 얻으면
연합회 장악

전국전세버스조합연합회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199712월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 공제사업을 시작했다. 연합회 회원인 16개 시·도 조합에 가입한 전세버스 차량을 대상으로 사고 피해보상 보험 사업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42000여대의 차량이 가입된 상태로 연간 보험료는 800~900억원에 이른다. 19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지난해 1219일 연합회는 11대 회장 선거를 치렀다. 선거는 시·도 조합 이사장 16명의 투표로 이뤄졌다. 이날 선거에선 9표를 얻은 이병철 경북조합 이사장이 7표에 그친 안영식 경기조합 이사장을 누르고 연합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 회장은 2013, 2016년에 이어 3번째 선거서도 회장으로 뽑혔다.

연합회 회장은 연합회는 물론 공제조합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공제조합 인사관리 규정에 따르면 연합회 회장은 공제조합 직원의 임면·승진·전보·휴직·직위해제·복직·퇴직 등 총괄적인 인사권을 갖는다. 이 회장은 공제조합의 인사권자이면서 운영위원장, 자문위원장도 맡고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11대 회장 선거 직후 연합회 선거관리위원회서 이 회장의 당선이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연합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회장이 선거 운동 과정서 시·도 조합 이사장들에게 금품을 주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연합회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따를 수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안영식 이사장이 제기한 이 회장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에선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이 회장이 연합회 회장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판단, 그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 회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점, 선거 과정서 선거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점 등을 들어 연합회와의 신뢰 관계가 훼손됐다고 봤다.
 

▲ 국토교통부

이후 연합회와 공제조합 내부서 이 회장에 대한 여러 의혹이 쏟아졌다.

한 공제조합 관계자는 이 회장이 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한 6년 동안 공제조합 내부가 말 그대로 완전히 망가졌다현재 공제조합의 적자는 160억원에 이른다. 자정능력도 완전히 상실돼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채용·승진 인사 의혹= 지난해 10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국회 정론관서 공제조합의 친인척, 자녀 특혜승진, 인사 갑질 전횡 규탄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512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연합회와 공제조합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국토부는 부적절한 신규채용 절차를 지적하고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지시했지만, 공제조합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국토부서 관련자에 대한 징계로 해임을 권고했지만, 공제조합은 자체 운영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경고로 낮추기까지 했다. 당시 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은 이 회장이었다.

모든 인사권
연합회장 손에


공제조합은 인사관리 규정을 통해 직원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공제조합 인사관리 규정 12조에 따르면 공채의 경우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 및 신체검사 등의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특별채용의 경우에도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치도록 돼있다. 3급 이상은 45, 4급 이하는 35세로 연령 제한(11)도 있다.

하지만 시·도 조합 이사장의 딸·아들·손녀·조카, 지방 시청 공무원의 딸, 지역 파출소장의 아들, 전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연령 제한에 걸려 지원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서 공제조합에 입사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회장 당선됐지만 직무정지
온갖 비리 의혹 터져나와

공제조합 관계자는 “2016년 국토부 자체 감사 처분 요구서가 공제조합으로 전달됐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해 기자회견 때까지 내부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동안 이 회장은 무소불위의 인사권을 쥐고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이 회장에 동조하던 시·도 조합 이사장들에게는 공제조합이 신의 직장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정 승진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25일 공제조합은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그런데 승진소요 최저연수에 미달된 직원 5명의 직급이 올라간 것으로 드러났다.

공제조합은 노조와 2년에 한 번씩 단체협약을 맺는다. 지난해 단체협약서 4급 대리 승진소요 최저연수는 6년으로 정해졌다. 대졸 직원이 6년간 근무하면 자동적으로 대리로 승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승진한 5명은 최저 근무연수가 510개월, 52개월, 411개월, 410개월, 26개월 등으로 6년에 미치지 못했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이번에 승진한 직원 중 일부는 부정 채용 의혹을 받던 사람들이라고 폭로했다.

업무상 횡령 의혹= 이 회장은 과거 업무상 횡령 혐의로 실형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2013419일부터 201549일까지 8차례에 걸쳐 연합회의 운영자금 11700만원을 업무상 횡령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지난 131일 확정됐다. 공제조합 상무와 경영관리본부장도 벌금 3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 측은 횡령금을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모두 변제했다고 주장했지만, 직무정지 판결을 내린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횡령금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상 이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봐야 하고,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이 회장이 횡령금을 전부 변제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당시 대구지검서 수사 중이던 업무상 횡령 사건을 대응하는 과정서 선임한 변호사 비용을 연합회 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공제조합 내부 관계자는 이 회장은 연합회 통장서 20155월과 8, 10월 등 총 4차례에 걸쳐 6600만원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현금 인출해 변호사 두 명에게 수임료로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돈을 임시총회 승인사항인 것처럼 회계를 조작해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3월 임시총회서 보고한 ‘2015년 연합회 세입·세출 결산 보고서에는 변호사 비용 6600만원이 201410월 임시총회 결의 사항에 따른 연합회 회장 환급금인 것처럼 기재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610월 연합회 이사 3명이 부부동반으로 78일간 호주여행을 간 비용 1800만원도 연합회 돈으로 부당하게 집행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대구·경남·충북조합 이사장 부부는 20161020일부터 27일까지 호주여행을 떠났다. 당초 이들의 여행비는 여행사를 소유한 충남조합 이사장이 무상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하지만 공제조합 내부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그는 나중에서야 6명의 호주여행 일체 비용 1800만원이 연합회 자금으로 대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이뿐만 아니라 세 이사장 부부의 여행은 이 회장이 연합회와 공제조합을 장악하기 위해 진행한 일이라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정관개정
회유 정황

연합회 장악 시도?= 공제조합 이사장들의 부부동반 호주여행은 이 회장이 연합회 정관을 변경하려던 시기와 겹친다. 이 회장은 2016년 임기가 2번으로 제한된 연합회 정관 규정을 폐지하려고 했다. 다시 말해 횟수에 제한 없이 연합회 회장직을 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 한 것이다.

연합회 정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임시총회 참석 인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16명의 이사장이 모두 참석할 경우 11명이 찬성해야 정관개정이 가능한 셈이다. 앞서 두 차례의 정관개정 임시총회는 성원 미달로 무산됐다.

2018년에도 친인척 채용 도마에
감사 처분도 무시 ‘마음대로’

하지만 20161028일 제주도의 한 호텔서 진행한 임시총회서 정관개정 안건이 통과됐다. 당시 호주여행을 갔던 세 이사장은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대기 중이던 연합회 직원이 건네준 제주행 비행기표를 받고 제주도로 떠났다. 그리고 정관개정 임시총회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부부동반 호주여행을 떠났던 이사장 가운데 한 명은 “20169월 초순경 이 회장 등 몇몇 이사장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그때 제주총회서 정관개정 통과에 협조해주면 사옥 임차보증금을 최우선으로 지원 협력하겠다’ ‘(나를) 차차기 연합회장 선거 단일후보로 지원하겠다등의 내부 협의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정관변경에 대해 조건부 인가를 내줬다. 국토부는 연합회 임시총회서 의결한 회장의 무제한 연임 규정을 2회로 한정하도록 했다. 3번까지만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재임 중인 회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기존 임기를 포함해 산정하는 등 구체적인 경과 규정으로 조치하고 정관을 다시 변경해 제출하라고 했다.

하지만 연합회는 국토부의 지시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당시 국토부에서 조건부 인가를 내준 이후 정관개정과 관계된 임시총회가 열리지 않았다절차대로라면 이미 두 번 연임한 이 회장은 11대 회장 선거에 출마 자격이 없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11대 회장 선거를 치르기 전 몇몇 이사장들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는 연합회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연합회 회장으로 당선된 자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당선을 무효로 해야 한다등의 선거관리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묵살됐다.

관리·감독 부실= 연합회의 공제조합의 관리·감독은 국토부서 맡고 있다. 국토부는 3년마다 연합회와 공제조합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공제조합 인사 문제로 인한 기자회견서 노조는 국토부의 제제 처분은 그때뿐이었고, 철저한 감시체계가 작동되지도 않았으며, 지속적인 관리·감독도 수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합회와 공제조합서 불거진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운영 상황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에 사업부서 차원서 연합회와 공제조합에 대한 점검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제조합 이사장 자리가 국토부 인사의 낙하산으로 채워지면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05년 공제조합 이사장이 국토부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간 적이 있다.

당시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공제조합 2대 이사장 신모씨는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을 지냈고, 3대 이사장 윤모씨는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관리본부장을 지냈다. 4대 이사장 인천국제공항공사 공항운영센터장을 지낸 박모씨 등 초대 이사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건교부(현 국토부) 간부 출신이 맡았다.

국토부는?
“권한 적다”

이후 5대 이사장 신모씨는 국토부 토지재정과·공항환경과 근무 이력이 있고, 6대 이사장 유모씨는 국토부 공항환경담당관 출신이다. 7대 이사장 정모씨는 국토부 항공보안담당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8대 이사장 유모씨는 국토부 항공정책과장 출신으로 알려졌다. 공제조합 이사장은 현재 공석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병철 회장의 해명 “마음고생이 심하다”

이병철 전세버스연합회 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여러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 회장은 업무상 횡령과 관련해서는 이미 법적 처벌을 받았다. 그게 전부다. 그 이후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 전 일을 가지고 나를 계속 음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의혹에 적극적으로 반박

또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도 조합서 직원을 채용하면 본부에선 승인만 해주는 구조라며 과거에는 알음알음 채용하는 게 관례처럼 돼있었다. 현재 공제조합에 있는 직원 70~80%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2016년 국토부 감사 이후 지적사항을 받아들여서 현재는 제대로 채용절차를 밟고 있다.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여러 의혹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서는 연합회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인데, 일부 시·도 조합 이사장들이 (회장직을)직업적으로, 영리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하도 여기저기서 투서나 고소·고발이 많이 진행돼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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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