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솔솔 부는 총선 바람, 들뜬 보좌진 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01 10:15:30
  • 호수 12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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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금배지 한번 달아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제하의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여의도에 때아닌 봄바람이 불고 있다. 다가오는 총선에 맞춘 희망가다. 재선이 당연시되는 의원실 보좌진은 마음이 편하다. 큰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 실직의 아픔을 겪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선이 불확실한 의원실 보좌진의 상황은 어떨까. 불안함에 잠 못 이룰까.

희망가

분위기로만 보면 꼭 그렇지 않다. 나름의 살길을 모색하는 과정서 희망찬 미래를 그린다. 야권의 한 의원실 보좌진은 요즘 지역에 자주 내려간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지역에선 벌써 인력시장이 열렸다. 출마가 유력하고, 경선을 통과하면 본선서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는 인사들 쪽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캠프 구성이 시작된 것이다. 보좌진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보통 자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캠프 구성이 논의되는 시점부터 함께해야 한다. 창립 멤버로 캠프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주축 멤버가 꾸려지고 난 후 캠프에 들어가면 발언권이 약하다. 캠프서 발언권이 약하다는 것은 선거가 끝나면 버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캠프에 합류할지 여부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보통 자리를 약속받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당선되면 비서관으로 채용할게”라는 식으로 구체적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꽌시’(중국어로 관계라는 뜻)가 중요하다. 나를 추천하는 이 사람이 캠프서 얼마만큼의 영향력이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캠프 경험이 많은 보좌진은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쉽게 움직이지 말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3번의 캠프 경험이 있는 한 보좌진은 “총선 시기가 되면 아는 사람을 통해 여러 제안이 온다. 이때 공수표를 던지는 사람이 정말 많다. 그런 말에 혹해 움직였다가 낭패를 본 후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후배들은 왜 움직이는 걸까. 지금보다 더 높은 직급의 자리를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비서에게는 비서관, 비서관에게는 보좌관을 약속하는 식이다.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구두 약속이라는 점이 문제다. 구두 약속도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만, 강하게 밀어붙일 순 없다. 이쪽 바닥에 소문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률적 효력까지 거론하며 자리를 받아낸들 보좌진의 생사여탈권은 의원에게 있다. 채용 후 곧바로 해고하면 그만이다.

원내서 자리를 알아보는 보좌진도 많다. 재선 가능성이 떨어지는 의원을 모시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OOO 의원실서 요즘 SNS 전문가를 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국회에 나돈다면? SNS에 일가견이 있는 보좌진이라면 혹할 만하다.

‘홍보 전문가’ ‘지역 언론인 출신’의 몸값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높아진다. 소위 귀하신 몸들이다. 특히 그 지역에 인적 네트워크가 튼튼한 사람의 몸값이 높다. 선거서의 여론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지역 캠프 구성 ‘스타트’
출마 고심하는 참모 늘어


야권의 한 의원실은 최근 기존의 비서관을 내보내고 지역 언론인 출신을 뽑았다. 다른 몇몇 의원실도 이와 유사한 채용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주로 정책 부분을 도맡아온 사람이 컷오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면 이러한 추세가 심해진다고. ‘토사구팽’이다. 정책 대결은 없고, 네거티브로만 승부하려는 정치인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빈자리는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으로 채워진다. 비례대표의 경우 지역의 유력인사 자녀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비례대표는 지역 기반이 약하다. 자신의 약점을 인적 자산으로 메우려는 전략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본인이 직접 선수로 뛰려는 보좌진들도 눈에 띈다. 금배지에 뜻을 두며 자세를 낮추고 있던 보좌진 중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한 사람들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소속 보좌진 중 10년 이상 근무한 보좌관들 사이에서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 많다. 10년을 근무하면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다. 안전장치가 생겼으니 남은 일은 도전이다.

마침 도전해볼 만한 지역이 몇 군데 생겼다. 한국당 이완영 전 의원은 최근 벌금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 전 의원의 지역구는 경북 고령·성주·칠곡이다. 같은 당 이우현 전 의원은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이 전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 용인시갑이다.

특히 경북 고령·성주·칠곡에 대한 인기가 높다. 깃발을 꽂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당 경선이 본선보다 치열한 지역이다.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 중 이 지역과 조금이라도 연이 닿아 있다면 구미가 당길 법하다.

가시화

보좌관이라면 금배지에 대한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의 한 의원실 보좌관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고, 야당의 한 보좌관은 “보좌하면서 내가 해도 저것보다는 잘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많다. 꼭 한 번 그 자리까지 올라가보고 싶다”고 전했다. 여의도에 바야흐로 ‘기회의 문’이 열리려 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좌관 ‘줄소환’ 왜?

경찰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와 관련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CCTV, 방송사에서 찍은 선명한 동영상 등 1.4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영상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며 “국회 사무처 직원과 의원실 보좌관 등을 이미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여야는 사법개혁 법안과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서 서로 몸싸움을 벌였다. 이후 상대 당 의원과 보좌관, 당직자를 국회선진화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무더기 고발했다.


이때 고발된 여야 국회의원은 108명에 달한다. 고발을 취하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는 없어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은 처벌 수위가 높다. 국회서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서 폭력행위를 하거나 의원의 회의장 출입 등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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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