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경원 리더십

논리도 줏대도 없는 ‘나다르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지난 24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국회 정상화는 물꼬를 트는 듯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국당 의원총회서 “얻은 게 없다”는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합의문 추인을 거부하면서 국회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안팎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 그의 리더십을 <일요시사>가 재조명했다.
 

▲ 최근 여야가 합의했던 국회 정상화 합의문이 야당에 의해 어그러지는 등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 소속 여성 의원 중 최다선인 4선 의원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 판사 출신으로 2004년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보수 진영 ‘최초 여성 원내사령탑’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잘 닦인 ‘꽃길’만 걸을 것 같던 그녀가 최근 딜레마에 빠졌다.

극적인 합의
허무한 파기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평화당, 정의당은 6월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공전 국회를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의견들이 작용했다. 한국당과의 협상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단 국회 문을 열고 각 상임위원회를 가동해 한국당을 압박하고자 함이었다.

‘반쪽 국회’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추경안 처리의 경우 한국당의 협조 없이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추경안을 심사하는 예결위가 지난 5월29일에 종료됐기에 4기 예결위를 새로 구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한국당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경안은 ‘자동 부의’ 규정도 없다. 예결위의 심사를 거치지 않으면 본회의에 상정조차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한국당은 정상화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사과·철회에 경제청문회까지 추가해 내세운 상황이었다.


국민들의 공분과 여야 4당의 초강수에 나 원내대표가 압박을 느껴서였을까. 지난 24일 오후 3시,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던 교섭단체 3당은 극적으로 합의했다. 지난 4월5일 열린 마지막 본회의 이후 80일 만이었다. 합의된 회기 기간은 6월20일(목)부터 7월19일(금)까지 30일로 국무총리 시정연설과 상임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 추경 심사, 대정부 질부 등 굵직한 계획들이 예정됐다.

급한 재해 추경은 우선 심사하기로 하고, 한국당이 요구했던 경제청문회는 경제원탁토론회 형식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이외에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처리건도 포함됐다.

하지만 같은 날 5시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이 예정돼있음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보좌관들과 기자들 사이서 ‘한국당 합의안 추인 거부’라는 문자가 돌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당 의원들의 좌석은 비워둔 채 시정연설이 진행됐다.

한국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합의 이후 진행된 비공개 의원총회서 국회 정상화 합의문에 거세게 반발했다. “그동안 힘들게 투쟁했는데 얻는 게 없는 합의”라며 “장외투쟁을 포함해 두 달 동안 버티며 협상한 결과가 원탁경제회의 개최에 그쳤다” “장외투쟁은 뭐하러 했느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당내 의원들의 박수가 이어졌다는 후문도 뒤따랐다.

‘이랬다 저랬다’ 휴지조각 된 합의안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국회는 앞으로?

의원총회의 가장 큰 논쟁은 ‘패스트트랙 법안은 각 당의 법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합의 조건이었다. 패스트트랙 지정 전면 철회와 여당의 사과를 요구했던 한국당의 입장과 달리, 합의 정신에 따른다는 문구는 조항 구속력이 떨어지고 모호하다는 것이다.


자칫 패스트트랙 법안을 엉거주춤하게 승인하는 결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서 나왔다고 한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안 관련 조항을 처리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패스트트랙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협상했으면서 5·18특별법에 관해서는 민주당과 바미당의 입장만 들어준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유감 표명 역시 화두가 됐다.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사과 요구에 따라 이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추진과정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 국회가 파행 사태를 반복한 것에 대해서 아주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의원총회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나 원내대표는 “합의 처리에 대한 말을 한 이 원내대표 결단에 감사하고 이제 국회로 돌아가 합의정신을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응했다. 하지만 당원들의 입장은 달랐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 없이 유감 표명 수준의 여당 입장을 수용한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나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 가져온 합의문이 추인 거부된 것은 패스트트랙 정국 때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고발당한 의원들의 반발이 결정적이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의원총회서 발언한 한국당 강석호·곽대훈·김기선·박성중·심재철·윤상직·임이자·주광덕·전희경·함진규·홍일표 등 10명이 넘는 의원들은 모두 추인 반대 의견을 냈다고 전해졌다.

이 중 한국당 박성중·윤상직·주광덕·전희경 의원은 현재 고소·고발된 상태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60명이 고발되고 두 달 동안 밖에서 싸웠는데 그동안 싸운 것은 뭐냐”며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기지 못했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당은 고소·고발 당사자인 민주당으로부터 패스트트랙이 잘못됐다는 부당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국회법 위반으로 수사받을 의원들이 자행한 불법 행위에 정당성을 가지고자 하는 마음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총 내에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부분이 합의안에 들어갔어야 되는데, 그게 빠진 게 결정적으로 당 의총서 추인이 거부된 이유라는 추측들도 나온다.

피소 의원들
강력히 반대

이를 두고 한국당 황영철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고소·고발과 관련된 합의안이 누락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주 극소수”였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황 의원은“정치의 틀을 바꾸는 것인데, 이런 중요한 법안들이 일방 처리되는 것만큼은 도저히 우리가 용인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재발 방지가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게 추인을 거부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간 합의안이 2시간 만에 물거품이 되면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당 안팎으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과 협상력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면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모양새다. 이에 나 원내대표의 당내 입지는 물론, 앞으로 나 원내대표의 세력 확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 소속 모 의원은 “합의문이 허접한 것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버티기로 일관하다 왜 끌려들어 가느냐에 의견이 모아졌다”며 “중진, 재선 의원도 한목소리로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 합의문 발표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또 다른 의원은 “합의문을 만드는 과정서 당과 당원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우려한 의원이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가 물밑에서 당내 의원들이 요구했던 요구사항들을 전혀 관철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이 외에도 ‘북한 어선 입항 사건’과 ‘붉은 수돗물 사태’ 등 당정청과 다투어야 할 사안들이 투성인데, 나 원내대표를 믿고 맡길 수 있겠냐는 당내 불신의 목소리가 계속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나 원내대표는 최근 협상 과정서 일관적인 태도보다는 주변에 흔들리는 모습을 여럿 보였다. 여당과 의견이 좁혀질 때마다 경제청문회와 같은 요구 조건을 추가로 내놓다가, 경제원탁토론회로 양보한 뒤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내년 총선
두렵지 않나

이후 나 원내대표는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합의안이 거부되자,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여당에 다시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원내대표의 “재협상은 꿈도 꾸지 마라”는 발언에 나 원내대표는 “정치는 꿈과 상상력을 키워가는 과정인데 꿈도 꾸지 말라니. 어이가 없다”며 이 원내대표를 비난하고 나섰다.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합의문 추인을 거부한 것은 사실상 나 원내대표를 불신임한 것”이라며 “한국당 분위기는 원내대표를 비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도 “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강경파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는 스스로 추인을 안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며 “그 리더십이 얼마나 옹색하고 유약한지 온 국민이 알게 됐다”며 나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나 원내대표와 앞으로 협상해야 하는 민주당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민주당 내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또 그가 협상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지도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 대화 나누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지도부에 소속된 한 민주당 의원은 “협상을 우리가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원내대표는 권한을 위임받고 협상을 해서 인정을 받는 것인데, 합의를 했는데도 인정을 못받는 상황이 생겼으니 또 협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강경파가 있고 의원 총회하면 여러 의견도 나온다”며 “그럼에도 원내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에 추인을 해주는 것인데, 그런 측면서 앞으로 나 원내대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실컷 협상했는데 또 뒤집히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성토했다.

다른 일각에선 이번 합의문은 무산됐지만, 앞으로도 수많은 현안을 협의해야 할 주요 파트너를 무리하게 공격하면 손해가 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제1야당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현실적 우려가 바탕에 깔렸다.

정치 혐오만 양산
민주당도 딜레마

나 원내대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 정치인’이지만, 원내대표 취임 시절부터 당내에서는 그의 협상력과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따라다녔다.

지난 1월에는 한국당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과 관련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시켰지만, 제대로 추긍하지 못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 한국당의 ‘릴레이 단식 농성’은 ‘5시간30분 단식’과 ‘간헐적 단식’ 으로 정치권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과 리더십의 한계는 ‘당내 약한 지지기반’에 기인한다. 그는 지지율 하락 등을 우려해 국회 등원을 내심 원했던 수도권 지역 의원들, 비박계 온건파와 강경파인 친박계 사이서 어중간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중진의원임에도 지금까지 원내 협상을 맡은 경험이 전무한 것도 협상력 부재의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이번 협상 과정서 나 원내대표가 카운터 파트너인 민주당 이 원내대표와 맞붙어 상대하기보다는 ‘중재자’인 바미당 오 원내대표에게 많이 의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가 이 원내대표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오 원내대표에게 여러 차례 호소했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대정부 공세의 장으로 활용할 만한 상임위에만 참가하겠다는 한국당에게 “한국당의 선별 등원은 독선적일 뿐만 아니라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만 계속하겠다는 ‘민생 불참 선언’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지난 28일, 백기 투항해 국회로 돌아왔지만 지난 국회 정상화 부결로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당
이대로 쭉?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나경원 원내지도부만 망신당한 게 아니다”며 “당심이 민심과 굉장한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한국당 스스로 드러낸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동물국회’ ‘선별국회’ ‘막말정치’ 등 정치에 대한 국민의 환멸과 혐오를 부추긴 책임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극복해야 하는 중책까지 떠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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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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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