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가는 섬 ④사천 비토섬

<별주부전>의 토끼와 거북을 만나다

▲ 비토섬을 상징하는 토끼와 거북 조형물

경남 사천시 서포면에 위치한 비토섬에는 토끼와 거북, 용왕이 등장하는 <별주부전>의 전설이 있다. 비토섬은 날 비(飛), 토끼 토(兎)를 써서 ‘토끼가 날아오른 섬’이라는 뜻이다. 토끼가 달을 보고 뛰어올랐다는 월등도를 비롯해 토끼섬, 거북섬, 목섬 등은 이곳이 <별주부전>의 배경임을 자연스레 알려준다.

판소리 〈수궁가〉에 “갑신년 중하월에 남해 광리왕이 영덕전을 새로 짓고 대연을 베풀 제”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남해 광리왕은 남해 용왕을 뜻하며, 비토섬과 월등도의 지명이나 모양으로 <별주부전>의 배경으로 삼았다고 한다.
 

▲ 월등도에서 바라본 토끼섬과 거북섬

자연주의 캠핑

그런데 비토섬에서 만나는 토끼와 거북의 전설은 우리가 아는 내용과 조금 다르다. 토끼와 거북이 다시 뭍으로 나가는 때부터 상황이 급변한다. 토끼가 월등도 앞바다에 당도하자마자 육지인 줄 알고 뛰어내린 곳은 달빛에 반사된 월등도의 그림자였다. 결국 토끼는 바다에 빠져 죽었고, 토끼의 간을 얻지 못한 거북도 용왕을 볼 면목이 없어 노심초사하다가 자살하고 만다. 한편 토끼의 아내도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토끼가 달을 보고 뛰어오른 곳은 월등도가 됐고, 월등도 주변에 토끼와 거북, 토끼 아내가 죽어 변한 토끼섬, 거북섬, 목섬이 전설을 증언하듯 남았다.
 

▲ 하늘에서 내려다본 비토섬 전경 &lt;사진제공:사천시청&gt;

비토섬에서 전해지는 색다른 이야기를 만났으니, 이제 비토섬을 천천히 둘러보자. 곤양 IC에서 남쪽으로 서포면 소재지를 지나면 비토교와 거북교를 건너 비토섬에 들어선다. 비토교는 1992년 개통한 연륙교다.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삼천포항으로 배편이 운항했지만 다리가 개통하면서 차로 사천과 삼천포를 오갔다고 한다. 
 

▲ 비토섬과 월등도 사이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어르신

먼저 월등도로 가자. 월등도 입구 하봉마을에는 토끼와 거북의 조형물과 비토섬의 전설을 새긴 안내판이 있다. 월등도는 조수 간만의 차로 하루 두 번 길이 열리기 때문에 미리 물때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썰물이 되면 월등도를 사이에 둔 바다는 거대한 갯벌로 변한다. 바지락과 굴을 캐는 풍경과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섬의 풍취를 더한다. 
월등도에서 토끼섬 입구까지 도로와 해안 산책로가 이어지고, 현재 토끼섬에도 해안 산책로를 만들고 있다. 바다 쪽으로 토끼섬과 거북섬이 솟았고, 사천만 바다 건너편으로 사천의 진산인 와룡산이 보인다. 
 

▲ 비토해양낚시공원에 있는 해상 펜션

비토섬에는 비토해양낚시공원과 비토국민여가캠핑장이 있다. 별학도에 자리한 비토해양낚시공원은 혼합 밑밥 사용을 금지해 건전한 낚시 문화를 추구하는 유료 낚시터다. 200m가 넘는 해상 보행교를 건너면 매표소를 지나 왼쪽으로 300m 남짓한 해안 산책로와 부양식 낚시 잔교 2곳, 해상 펜션 4동 등으로 구성됐다. 해안 산책로에서는 사천만을 빠져나가는 너른 바다와 각산, 삼천포대교, 창선대교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 비토국민여가캠핑장에 마련된 스토리하우스

비토국민여가캠핑장은 자연주의 캠핑을 추구하는 곳이다. 캠핑장 내로 자동차를 가져갈 수 없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 좋고, 주차장에서 캠핑장까지 카트로 짐을 날라준다. 캠핑장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산책 삼아 둘러볼 수 있다. 일반 캠핑 데크와 글램핑 시설을 고루 갖췄으며, 캠핑장 이름이 토끼·자라·용왕·용궁이라 <별주부전>을 연상케 한다. 
용왕캠핑장은 대가족이나 여러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단체 글램핑장으로, 냉난방 시설은 물론 내부에 화장실과 샤워실도 마련됐다. 토끼캠핑장에는 토끼와 거북, 물고기 형상을 한 스토리하우스가 있다. 아담하고 깔끔해 비토국민여가캠핑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
 

▲ 비토국민여가캠핑장 주변에 갯벌이 드러난 바다와 해안 산책로

‘토끼가 날아오른 섬’이라는 뜻
<별주부전>의 배경으로 삼은 곳

비토국민여가캠핑장은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갯벌이 펼쳐진 해안가와 인접해 있다. 빛 공해가 없어 밤하늘의 아름다움도 만끽할 수 있다. 조금 걸어오르면 사천만 바다와 각산, 삼천포대교, 남해군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나오고, 내려가면 너른 갯벌을 끼고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가 있다. 비토국민여가캠핑장에 묵으면 예약 인원 전원에게 제공하는 사천바다케이블카 할인권(1인당 5000원)도 꼭 챙기자.
 

▲ 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삼천포대교와 한려해상국립공원

사천바다케이블카는 사천 여행의 메카다. 섬과 바다, 산을 잇는 특별한 케이블카로 세 개 정류장이 있다. 삼천포대교 입구에 있는 대방정류장을 중심으로 초양정류장까지는 바다 구간, 대방정류장에서 각산정류장까지는 산 구간이다. 케이블카는 대방-초양-대방-각산-대방정류장 순서로 운행한다. 선로 길이 2.43km, 왕복 20분 이상 걸린다. 캐빈 45대가 운행하며 그중 15대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이다. 바닥과 측면이 이어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투명한 부분이 넓어 여느 해상케이블카보다 스릴이 넘친다.
 

▲ 대방정류장 매표소 2층 매점에서 파는 ‘토끼와자라빵’

각산정류장에서 2층으로 나가면 각산전망대로 오르는 길이다. 가파른 나무 계단을 잠깐 오르면 삼천포대교와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등 창선도와 남해도를 잇는 다리의 향연이 펼쳐지고, 남해 금산과 망운산이 바다 위로 볼록하다. 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비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대방정류장 매표소 2층 매점에서 ‘토끼와자라빵’도 맛보자. 자라가 토끼를 업은 모습으로, 찰보리와 톳을 넣어 바다 향이 진하다.
 

▲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수군 기지로 활용했다는 대방진굴항

대방진굴항(경남문화재자료 93호)은 고려 시대에 설치한 군항 시설로, 지금의 모습은 1820년경 완공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수군 기지로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원형으로 길게 이어진 굴항을 따라 느티나무와 팽나무 등 노거수가 늘어섰다. 특히 계단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는 700년이 넘는 수령을 자랑한다. 노거수 잎이 무성해지면 대방진굴항의 물빛도 더욱 그윽해진다. 
 

▲ 남일대해수욕장에 있는 코끼리바위

대방진굴항에서 약 5km 거리에 남일대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에는 거대한 코끼리가 바닷물을 들이켜는 듯 보이는 ‘코끼리바위’가 유명하다. 해변 왼쪽은 해안도로를 따라 코끼리바위까지 산책할 수 있고, 오른쪽은 코끼리바위 전경을 담기에 좋다. 
 

▲ 돌을 비스듬하게 쌓은 왜성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사천선진리왜성

임진왜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사천선진리왜성과 조명군총이다. 사천선진리왜성(경남문화재자료 274호)은 돌을 비스듬하게 쌓은 왜성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성벽과 성문을 복원했고, 가장 높은 곳에 천수각 터가 남았다. 선진리왜성 내에는 1592년 5월29일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이 왜군의 함선 12척을 유인해 모두 격침한 ‘이충무공사천해전승첩기념비’가 있다. 사천해전은 거북선이 처음 등장하는 해전으로 그 의미가 크다.
 

▲ 임진왜란의 비극이 서린 사천조명군총

사천조명군총(경남기념물 80호)은 임진왜란의 비극이 서린 곳이다. 선진리왜성을 점령하기 위해 진을 친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은 군영 내부에서 일어난 거대한 폭발과 화재에 이어 왜군의 기습을 받아 크게 패했다. 왜군이 전사자의 귀와 코를 베어 일본으로 보내고, 선진리왜성 밖에 시신을 집단으로 매장한 것이 지금의 조명군총이다.
 

▲ 항공우주박물관 에비에이션센터 1층 항공산업관에서 FA-50 조종석에 앉은 어린이

항공우주박물관은 항공기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야외전시장에는 대통령 전용기인 C-54 스카이마스터,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B-29 중폭격기,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C-124 등 2차 세계대전부터 항공기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항공기 20여대가 전시된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 〈강철비〉 촬영에 쓰인 C-123K, 수리온도 있다. 전시관은 자유수호관과 항공우주관으로 나뉜다. 에비에이션센터 1층 항공산업관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만든 다목적 전투기 FA-50의 조종석에 앉아볼 수 있다.
 

▲ 실안해안도로에서 본 일몰 &lt;사진제공: 사천시청&gt;

항공우주박물관

사천 여행의 마무리는 실안해안도로가 제격이다. 모충공원을 지나며 시작하는 도로는 사천만 해안을 따라 삼천포대교 아래까지 6km 남짓 이어진다.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카페와 숙박 시설이 많고, 사천8경에 드는 ‘실안낙조’도 만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항공우주박물관→사천선진리왜성과 사천조명군총→사천바다케이블카→비토섬(비토국민여가캠핑장 산책, 비토해양낚시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다솔사→거북선마을→비토섬(비토국민여가캠핑장, 비토해양낚시공원)
둘째 날: 항공우주박물관→사천첨단항공우주과학관→사천선진리왜성과 사천조명군총→남일대해수욕장(코끼리바위)→대방진굴항→사천바다케이블카→실안해안도로 일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사천문화관광 http://toursacheon.net
- 비토해양낚시공원 www.bitoseapark.co.kr
- 비토국민여가캠핑장 www.bitocamping.com
- 사천바다케이블카 http://scfmc.or.kr/cablecar
- 항공우주박물관 http://kaimuseum.co.kr/kor  

문의 전화
- 사천시청 관광진흥과 055)831-2783
- 비토해양낚시공원 055)853-8859
- 비토국민여가캠핑장 070-8988-4000
- 사천바다케이블카 055)831-7300
- 항공우주박물관 055)851-6565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사천,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2~24회(06:30~23:45) 운행, 약 3시간40분 소요. 사천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75번 버스, 곤양공용터미널 정류장, 90번 버스 환승, 하봉 정류장 하차, 약 1시간50분 소요. 월등도 입구까지 도보 약 10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사천시외버스터미널 1688-4003 곤양공용터미널 055)853-0047 삼포교통 055)832-1992
비행기: 서울-사천, 김포국제공항에서 하루 2회(07:00, 18:20, 18:30) 운항, 약 1시간 소요(18:30 비행기는 월·화·수·목·토요일, 18:20 비행기 금·일요일 운항) 사천공항 정류장에서 75번 버스, 곤양공용터미널 정류장, 90번 버스 환승, 하봉 정류장 하차, 약 1시간40분 소요. 월등도 입구까지 도보 약 100m.
*문의: 김포국제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impo/main.do 사천공항 055)854-0111 곤양공용터미널 055)853-0047 삼포교통 055)832-1992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곤양 IC→곤양IC사거리에서 좌회전, 약 6km 직진→서포면에서 비토 방면 지방도1005호선 우측→비토교, 거북교 건너 지방도1005호선 2.1km 직진→삼거리에서 좌회전, 하봉마을까지 약 2km 직진→비토섬(월등도 입구)

숙박 정보
- 비토국민여가캠핑장: 사천시 용궁로, 070-8988-4000, www.bitocamping.com 
- 비토섬신우리조트: 서포면 토끼로, 055)855-4242, http://bitoresort.co.kr
- 토끼와거북이관광펜션: 서포면 토끼로, 055)852-1066, www.bitopension.com
- 더넥스트빌: 서포면 토끼로, 010-8213-6675, www.thenextville.com
- 아르떼리조트: 사천시 해안관광로, 055)833-5000, www.arteresort.com
- 은하수하우스: 서포면 제비길, 010-7521-0957

식당 정보
- 원조사천냉면(냉면): 사천읍 사천대로, 055)852-2432
- 삼다도전복죽(전복물회): 사천시 팔포3길, 055)833-1566
- 원조양지해물탕(해물탕): 사천시 수남3길, 055)832-1149 
- 재건냉면집(냉면): 사천읍 동성길, 055)852-2132
- 부자손짜장(쟁반짜장): 사천시 사천대로, 055)835-3324

주변 볼거리
백천사, 다솔사, 와인갤러리, 노산공원, 박재삼문학관, 삼천포용궁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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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