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가는 섬 ④사천 비토섬

<별주부전>의 토끼와 거북을 만나다

▲ 비토섬을 상징하는 토끼와 거북 조형물

경남 사천시 서포면에 위치한 비토섬에는 토끼와 거북, 용왕이 등장하는 <별주부전>의 전설이 있다. 비토섬은 날 비(飛), 토끼 토(兎)를 써서 ‘토끼가 날아오른 섬’이라는 뜻이다. 토끼가 달을 보고 뛰어올랐다는 월등도를 비롯해 토끼섬, 거북섬, 목섬 등은 이곳이 <별주부전>의 배경임을 자연스레 알려준다.

판소리 〈수궁가〉에 “갑신년 중하월에 남해 광리왕이 영덕전을 새로 짓고 대연을 베풀 제”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남해 광리왕은 남해 용왕을 뜻하며, 비토섬과 월등도의 지명이나 모양으로 <별주부전>의 배경으로 삼았다고 한다.
 

▲ 월등도에서 바라본 토끼섬과 거북섬

자연주의 캠핑

그런데 비토섬에서 만나는 토끼와 거북의 전설은 우리가 아는 내용과 조금 다르다. 토끼와 거북이 다시 뭍으로 나가는 때부터 상황이 급변한다. 토끼가 월등도 앞바다에 당도하자마자 육지인 줄 알고 뛰어내린 곳은 달빛에 반사된 월등도의 그림자였다. 결국 토끼는 바다에 빠져 죽었고, 토끼의 간을 얻지 못한 거북도 용왕을 볼 면목이 없어 노심초사하다가 자살하고 만다. 한편 토끼의 아내도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토끼가 달을 보고 뛰어오른 곳은 월등도가 됐고, 월등도 주변에 토끼와 거북, 토끼 아내가 죽어 변한 토끼섬, 거북섬, 목섬이 전설을 증언하듯 남았다.
 

▲ 하늘에서 내려다본 비토섬 전경 &lt;사진제공:사천시청&gt;

비토섬에서 전해지는 색다른 이야기를 만났으니, 이제 비토섬을 천천히 둘러보자. 곤양 IC에서 남쪽으로 서포면 소재지를 지나면 비토교와 거북교를 건너 비토섬에 들어선다. 비토교는 1992년 개통한 연륙교다.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삼천포항으로 배편이 운항했지만 다리가 개통하면서 차로 사천과 삼천포를 오갔다고 한다. 
 

▲ 비토섬과 월등도 사이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어르신

먼저 월등도로 가자. 월등도 입구 하봉마을에는 토끼와 거북의 조형물과 비토섬의 전설을 새긴 안내판이 있다. 월등도는 조수 간만의 차로 하루 두 번 길이 열리기 때문에 미리 물때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썰물이 되면 월등도를 사이에 둔 바다는 거대한 갯벌로 변한다. 바지락과 굴을 캐는 풍경과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섬의 풍취를 더한다. 
월등도에서 토끼섬 입구까지 도로와 해안 산책로가 이어지고, 현재 토끼섬에도 해안 산책로를 만들고 있다. 바다 쪽으로 토끼섬과 거북섬이 솟았고, 사천만 바다 건너편으로 사천의 진산인 와룡산이 보인다. 
 

▲ 비토해양낚시공원에 있는 해상 펜션

비토섬에는 비토해양낚시공원과 비토국민여가캠핑장이 있다. 별학도에 자리한 비토해양낚시공원은 혼합 밑밥 사용을 금지해 건전한 낚시 문화를 추구하는 유료 낚시터다. 200m가 넘는 해상 보행교를 건너면 매표소를 지나 왼쪽으로 300m 남짓한 해안 산책로와 부양식 낚시 잔교 2곳, 해상 펜션 4동 등으로 구성됐다. 해안 산책로에서는 사천만을 빠져나가는 너른 바다와 각산, 삼천포대교, 창선대교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 비토국민여가캠핑장에 마련된 스토리하우스

비토국민여가캠핑장은 자연주의 캠핑을 추구하는 곳이다. 캠핑장 내로 자동차를 가져갈 수 없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 좋고, 주차장에서 캠핑장까지 카트로 짐을 날라준다. 캠핑장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산책 삼아 둘러볼 수 있다. 일반 캠핑 데크와 글램핑 시설을 고루 갖췄으며, 캠핑장 이름이 토끼·자라·용왕·용궁이라 <별주부전>을 연상케 한다. 
용왕캠핑장은 대가족이나 여러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단체 글램핑장으로, 냉난방 시설은 물론 내부에 화장실과 샤워실도 마련됐다. 토끼캠핑장에는 토끼와 거북, 물고기 형상을 한 스토리하우스가 있다. 아담하고 깔끔해 비토국민여가캠핑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
 

▲ 비토국민여가캠핑장 주변에 갯벌이 드러난 바다와 해안 산책로

‘토끼가 날아오른 섬’이라는 뜻
<별주부전>의 배경으로 삼은 곳

비토국민여가캠핑장은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갯벌이 펼쳐진 해안가와 인접해 있다. 빛 공해가 없어 밤하늘의 아름다움도 만끽할 수 있다. 조금 걸어오르면 사천만 바다와 각산, 삼천포대교, 남해군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나오고, 내려가면 너른 갯벌을 끼고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가 있다. 비토국민여가캠핑장에 묵으면 예약 인원 전원에게 제공하는 사천바다케이블카 할인권(1인당 5000원)도 꼭 챙기자.
 

▲ 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삼천포대교와 한려해상국립공원

사천바다케이블카는 사천 여행의 메카다. 섬과 바다, 산을 잇는 특별한 케이블카로 세 개 정류장이 있다. 삼천포대교 입구에 있는 대방정류장을 중심으로 초양정류장까지는 바다 구간, 대방정류장에서 각산정류장까지는 산 구간이다. 케이블카는 대방-초양-대방-각산-대방정류장 순서로 운행한다. 선로 길이 2.43km, 왕복 20분 이상 걸린다. 캐빈 45대가 운행하며 그중 15대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이다. 바닥과 측면이 이어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투명한 부분이 넓어 여느 해상케이블카보다 스릴이 넘친다.
 

▲ 대방정류장 매표소 2층 매점에서 파는 ‘토끼와자라빵’

각산정류장에서 2층으로 나가면 각산전망대로 오르는 길이다. 가파른 나무 계단을 잠깐 오르면 삼천포대교와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등 창선도와 남해도를 잇는 다리의 향연이 펼쳐지고, 남해 금산과 망운산이 바다 위로 볼록하다. 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비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대방정류장 매표소 2층 매점에서 ‘토끼와자라빵’도 맛보자. 자라가 토끼를 업은 모습으로, 찰보리와 톳을 넣어 바다 향이 진하다.
 

▲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수군 기지로 활용했다는 대방진굴항

대방진굴항(경남문화재자료 93호)은 고려 시대에 설치한 군항 시설로, 지금의 모습은 1820년경 완공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수군 기지로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원형으로 길게 이어진 굴항을 따라 느티나무와 팽나무 등 노거수가 늘어섰다. 특히 계단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는 700년이 넘는 수령을 자랑한다. 노거수 잎이 무성해지면 대방진굴항의 물빛도 더욱 그윽해진다. 
 

▲ 남일대해수욕장에 있는 코끼리바위

대방진굴항에서 약 5km 거리에 남일대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에는 거대한 코끼리가 바닷물을 들이켜는 듯 보이는 ‘코끼리바위’가 유명하다. 해변 왼쪽은 해안도로를 따라 코끼리바위까지 산책할 수 있고, 오른쪽은 코끼리바위 전경을 담기에 좋다. 
 

▲ 돌을 비스듬하게 쌓은 왜성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사천선진리왜성

임진왜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사천선진리왜성과 조명군총이다. 사천선진리왜성(경남문화재자료 274호)은 돌을 비스듬하게 쌓은 왜성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성벽과 성문을 복원했고, 가장 높은 곳에 천수각 터가 남았다. 선진리왜성 내에는 1592년 5월29일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이 왜군의 함선 12척을 유인해 모두 격침한 ‘이충무공사천해전승첩기념비’가 있다. 사천해전은 거북선이 처음 등장하는 해전으로 그 의미가 크다.
 

▲ 임진왜란의 비극이 서린 사천조명군총

사천조명군총(경남기념물 80호)은 임진왜란의 비극이 서린 곳이다. 선진리왜성을 점령하기 위해 진을 친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은 군영 내부에서 일어난 거대한 폭발과 화재에 이어 왜군의 기습을 받아 크게 패했다. 왜군이 전사자의 귀와 코를 베어 일본으로 보내고, 선진리왜성 밖에 시신을 집단으로 매장한 것이 지금의 조명군총이다.
 

▲ 항공우주박물관 에비에이션센터 1층 항공산업관에서 FA-50 조종석에 앉은 어린이

항공우주박물관은 항공기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야외전시장에는 대통령 전용기인 C-54 스카이마스터,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B-29 중폭격기,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C-124 등 2차 세계대전부터 항공기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항공기 20여대가 전시된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 〈강철비〉 촬영에 쓰인 C-123K, 수리온도 있다. 전시관은 자유수호관과 항공우주관으로 나뉜다. 에비에이션센터 1층 항공산업관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만든 다목적 전투기 FA-50의 조종석에 앉아볼 수 있다.
 

▲ 실안해안도로에서 본 일몰 &lt;사진제공: 사천시청&gt;

항공우주박물관

사천 여행의 마무리는 실안해안도로가 제격이다. 모충공원을 지나며 시작하는 도로는 사천만 해안을 따라 삼천포대교 아래까지 6km 남짓 이어진다.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카페와 숙박 시설이 많고, 사천8경에 드는 ‘실안낙조’도 만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항공우주박물관→사천선진리왜성과 사천조명군총→사천바다케이블카→비토섬(비토국민여가캠핑장 산책, 비토해양낚시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다솔사→거북선마을→비토섬(비토국민여가캠핑장, 비토해양낚시공원)
둘째 날: 항공우주박물관→사천첨단항공우주과학관→사천선진리왜성과 사천조명군총→남일대해수욕장(코끼리바위)→대방진굴항→사천바다케이블카→실안해안도로 일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사천문화관광 http://toursacheon.net
- 비토해양낚시공원 www.bitoseapark.co.kr
- 비토국민여가캠핑장 www.bitocamping.com
- 사천바다케이블카 http://scfmc.or.kr/cablecar
- 항공우주박물관 http://kaimuseum.co.kr/kor  

문의 전화
- 사천시청 관광진흥과 055)831-2783
- 비토해양낚시공원 055)853-8859
- 비토국민여가캠핑장 070-8988-4000
- 사천바다케이블카 055)831-7300
- 항공우주박물관 055)851-6565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사천,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2~24회(06:30~23:45) 운행, 약 3시간40분 소요. 사천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75번 버스, 곤양공용터미널 정류장, 90번 버스 환승, 하봉 정류장 하차, 약 1시간50분 소요. 월등도 입구까지 도보 약 10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사천시외버스터미널 1688-4003 곤양공용터미널 055)853-0047 삼포교통 055)832-1992
비행기: 서울-사천, 김포국제공항에서 하루 2회(07:00, 18:20, 18:30) 운항, 약 1시간 소요(18:30 비행기는 월·화·수·목·토요일, 18:20 비행기 금·일요일 운항) 사천공항 정류장에서 75번 버스, 곤양공용터미널 정류장, 90번 버스 환승, 하봉 정류장 하차, 약 1시간40분 소요. 월등도 입구까지 도보 약 100m.
*문의: 김포국제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impo/main.do 사천공항 055)854-0111 곤양공용터미널 055)853-0047 삼포교통 055)832-1992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곤양 IC→곤양IC사거리에서 좌회전, 약 6km 직진→서포면에서 비토 방면 지방도1005호선 우측→비토교, 거북교 건너 지방도1005호선 2.1km 직진→삼거리에서 좌회전, 하봉마을까지 약 2km 직진→비토섬(월등도 입구)

숙박 정보
- 비토국민여가캠핑장: 사천시 용궁로, 070-8988-4000, www.bitocamping.com 
- 비토섬신우리조트: 서포면 토끼로, 055)855-4242, http://bitoresort.co.kr
- 토끼와거북이관광펜션: 서포면 토끼로, 055)852-1066, www.bitopension.com
- 더넥스트빌: 서포면 토끼로, 010-8213-6675, www.thenextville.com
- 아르떼리조트: 사천시 해안관광로, 055)833-5000, www.arteresort.com
- 은하수하우스: 서포면 제비길, 010-7521-0957

식당 정보
- 원조사천냉면(냉면): 사천읍 사천대로, 055)852-2432
- 삼다도전복죽(전복물회): 사천시 팔포3길, 055)833-1566
- 원조양지해물탕(해물탕): 사천시 수남3길, 055)832-1149 
- 재건냉면집(냉면): 사천읍 동성길, 055)852-2132
- 부자손짜장(쟁반짜장): 사천시 사천대로, 055)835-3324

주변 볼거리
백천사, 다솔사, 와인갤러리, 노산공원, 박재삼문학관, 삼천포용궁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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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