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금호·한진 3세’ 박세창-조원태 평행이론

아버지 잘 만나…다 차려진 밥상 ‘덥석’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비슷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두 가문의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인생마저 묘하게 묘하게 겹친다. 이렇듯 두 가문의 오버랩되는 운명 때문에 세간에서는 ‘평행이론설’도 회자되고 있다.
 

▲ 조현태 대한항공 회장과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경영일선서 물러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얼마 전 별세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두 사람 모두 운수업을 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았고, 칠순이 넘은 나이까지 그룹의 수장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4형제라는 점도 일치한다. 그리고 자의반, 타의 반으로 경영권을 내려놓게 된 것까지 닮았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닮은 꼴

그래서인지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인생도 묘하게 오버랩된다. 일찌감치 후계가 결정된 터라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한 두 사람의 행보는 매우 흡사했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초반 아버지 회사에 입사했고, 2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알짜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적잖은 업적을 냈고 재계의 평가도 비슷하다. 심지어 하루 차로 퇴진한 아버지 때문에 갑작스레 경영 전면에 나서야 했던 예상치 못한 운명까지 서로를 닮았다.

두 사람은 일찍이 후계자로 지목됐다. 박 사장은 금호가의 계열분리 과정서, 조 회장은 한진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미래 항공업계를 이끌 3세 경영인으로 낙점됐다.


단지 ‘장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사람은 올해 각각 입사 17, 16년 차로 금호가와 한진가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성장과 위기를 거듭한 회사서의 경영 수업은 그 자체만으로 탄탄한 기반이다.

박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거푸 인수하며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라섰던 시기를 몸소 경험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26조원으로 1946년 택시 회사로 시작한 이래 가장 성장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회사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사들인 값을 치러야 했다. 계속 쌓여가는 빚에 인수한 회사를 도로 내놔야 하는 상황이 초래됐고, 그룹의 양대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워크아웃까지 몰아갔다. 재계 순위 7위를 찍은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회사는 산산조각 났다.

박 사장은 입사 8년 만에 회사의 극단을 모두 경험했다.

조 회장은 그나마 형편이 좀 나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외형 확장에 힘쓰던 한진그룹이 2000년대 들어서며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둠으로써 사세 확장에 따른 리스크는 크게 경험하지 않았다.

일찍이 후계자로…입사 후 행보 판박이
흥망성쇠 모두 경험…자체로 경영 수업

하지만 한진해운의 파산은 뼈아픈 교훈으로 남아있다. 한진해운은 세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국내 유일의 선사였다. 2008년 리먼사태 여파로 운임료가 호황기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해운업 불황이 시작됐고, 용선료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한진해운은 10년간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 결과 한진해운은 지난 2017년 창립 40년 만에 간판을 내렸고 ‘수송보국’을 이루겠다던 할아버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꿈도 꺾였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장에 오른지 불과 한 달 만의 일이였다.

회사의 흥망을 두루 경험한 덕에 두 사람은 경영 전반의 이해도와 대처 능력에 있어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박 사장은 사장 취임 2개월 만에 그룹 내 정보기술(IT) 계열사 아시아나IDT를 상장시킨 데에 후한 점수를 받았다. 아시아나IDT는 상장 추진 때 만 해도 공모가(1만5000원)가 희망공모가(1만9330~2만4100원)를 크게 밑돌고 공모 주식수까지 줄여야 하는 굴욕을 맛봤다.
 

상장 철회의 기로에 몰렸지만 박 사장은 이를 강행했고 결국 아시아나IDT는 안정적으로 국내 증시에 입성했다. 지난해 11월 상장 이후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며, 현재는 아시아나항공의 자금난에 적잖은 보탬이 되고 있다. 아시아나IDT는 올 초 아시아나항공에 5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조 회장의 경영 감각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2009년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를 탈피하자”며 선보인 역발상 전략은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조 회장은 당시 국내 여행객 수요 감소에 맞춰 미국과 아시아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거쳐 제3국으로 가는 환승 수요를 공략했다. 그 결과 세계 항공사들이 대부분 적자를 내는 와중에 대한항공은 13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아버지 업고…
경영 감각 합격

조 회장이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에는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이 1조1208억원에 달해, 창사 이래 최대였던 2010년 1조2357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델타항공과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 협정 체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업적은 아버지의 후광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입사 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는데 오너 일가의 후광 효과로만 해석됐을 뿐 그들의 온전한 경영능력으로 평가받진 못했다.

다만 조직 문화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선 아들이 아버지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0대 젊은 경영인답게 변화와 소통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하다는 게 장점이다. 권위와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두 아버지와는 대조적이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IDT 사장 취임 당시 취임사를 생략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보냈다.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소통의 창구를 열어놓은 것이다. 근무복장도 자율화시켰다. 이는 현재 그룹 전체로 확대되는 추세다.

앞서 그룹 전략경영본부에 재직할 당시에는 그룹의 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룹 내 분위기가 다소 유연해진 데는 박 사장의 공이 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 회장 역시 격식이나 의전을 배제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수습사원 수료식이나 현장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인 ‘엑셀런스 시상식’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임직원들과의 스킨십을 더욱 늘리는 등 가족들의 오명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올 초 신년사서도 임직원과의 소통을 중점에 뒀다. 조 회장은 “임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며 “성과에 대해서 정당하게 보상하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두 사람은 최근 혹독한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부친의 뒤를 이어 그룹을 경영하게 됐지만 굵직한 현안과 고민들이 쌓여 있어 부담이 큰 상태다. 

혹독한 신고식
“갈 길 멀었다”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KCGI 등으로부터 대한항공을 지켜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박 사장은 정든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내고 그룹을 재건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 13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두고 행동주의 펀드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장 KCGI가 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15.98%까지 확보한 게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선친인 고 조양호 전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며 지분 정리 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이 17.84%를 보유, 조 회장(2.3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조현민 한진칼 전무(2.30%)가 각각 3% 미만의 지분을 들고 있다. 

‘물컵 갑질’로 지탄을 받은 조현민 전무를 1년2개월여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시킨 것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조 회장의 결단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자칫 형제간 다툼 등이 일어날 경우 KCGI에 승기를 뺏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조 전무는 꾸준히 그룹 경영 복귀 의사를 내비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부터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이에 따른 후폭풍 역시 조 회장이 감당해야 한다는 평가다.

조 전무의 때이른 경영 복귀 소식에 업계·소비자들은 연이어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와 조종사 노조, 진에어 노조 등도 잇달아 성명을 내고 그의 복귀에 우려를 표명했다. 진에어의 경우 국적이 미국인 조 전무가 등기이사로 올라가 있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상태다. 고객들 역시 조 전무의 복귀에 쓴소리를 건네고 있다. 

업적은 아직 글쎄∼경영능력 의문?
혹독한 데뷔전…굵직한 현안들 산적

조 회장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고민도 안고 있다. 조양호 전 회장이 남긴 주식의 상속세는 약 2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등 주요 계열사의 상속일 전후 각 2개월의 주식 평균 종가를 집계한 결과다. 

박 사장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대한항공과 국내 항공업계를 양분하던 아시아나항공을 다른 기업에 넘겨야 하는 처지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9월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아시아나IDT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혔다. 그간 그룹서 큰 그림만 그려온 터라 핵심 계열사에서 성과를 내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전 회장이 지난 3월 경영서 완전히 손을 뗀 만큼 향후 그룹의 재건 작업은 박 사장이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사장은 박 전 회장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의 지분 50.7%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의 경영 성과를 다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은 박 사장의 숙제다. 아시아나항공이 ‘통매각’될 경우 박 사장은 금호고속 또는 금호산업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운수·건설업과 인연을 맺은 적이 없는 만큼 새로운 데뷔 무대를 치러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차장으로 입사해 금호타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에서 일해왔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이 이를 계기로 경영 수업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금호고속·산업 등에서 바로 사장 역할을 수행하기 쉽지 않은 만큼 건설·운수업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빨랐나?
빨리 성과 내야…

재계 한 관계자는 “3세 경영인인 조원태 회장과 박세창 사장 모두 그동안 뚜렷한 경영 성과를 내거나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다”며 “조 회장은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정신이 없지만, 박 사장은 일단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마무리한 뒤 움직일 수 있어 시간이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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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