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금호·한진 3세’ 박세창-조원태 평행이론

아버지 잘 만나…다 차려진 밥상 ‘덥석’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비슷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두 가문의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인생마저 묘하게 묘하게 겹친다. 이렇듯 두 가문의 오버랩되는 운명 때문에 세간에서는 ‘평행이론설’도 회자되고 있다.
 

▲ 조현태 대한항공 회장과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경영일선서 물러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얼마 전 별세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두 사람 모두 운수업을 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았고, 칠순이 넘은 나이까지 그룹의 수장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4형제라는 점도 일치한다. 그리고 자의반, 타의 반으로 경영권을 내려놓게 된 것까지 닮았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닮은 꼴

그래서인지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인생도 묘하게 오버랩된다. 일찌감치 후계가 결정된 터라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한 두 사람의 행보는 매우 흡사했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초반 아버지 회사에 입사했고, 2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알짜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적잖은 업적을 냈고 재계의 평가도 비슷하다. 심지어 하루 차로 퇴진한 아버지 때문에 갑작스레 경영 전면에 나서야 했던 예상치 못한 운명까지 서로를 닮았다.

두 사람은 일찍이 후계자로 지목됐다. 박 사장은 금호가의 계열분리 과정서, 조 회장은 한진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미래 항공업계를 이끌 3세 경영인으로 낙점됐다.


단지 ‘장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사람은 올해 각각 입사 17, 16년 차로 금호가와 한진가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성장과 위기를 거듭한 회사서의 경영 수업은 그 자체만으로 탄탄한 기반이다.

박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거푸 인수하며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라섰던 시기를 몸소 경험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26조원으로 1946년 택시 회사로 시작한 이래 가장 성장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회사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사들인 값을 치러야 했다. 계속 쌓여가는 빚에 인수한 회사를 도로 내놔야 하는 상황이 초래됐고, 그룹의 양대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워크아웃까지 몰아갔다. 재계 순위 7위를 찍은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회사는 산산조각 났다.

박 사장은 입사 8년 만에 회사의 극단을 모두 경험했다.

조 회장은 그나마 형편이 좀 나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외형 확장에 힘쓰던 한진그룹이 2000년대 들어서며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둠으로써 사세 확장에 따른 리스크는 크게 경험하지 않았다.

일찍이 후계자로…입사 후 행보 판박이
흥망성쇠 모두 경험…자체로 경영 수업

하지만 한진해운의 파산은 뼈아픈 교훈으로 남아있다. 한진해운은 세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국내 유일의 선사였다. 2008년 리먼사태 여파로 운임료가 호황기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해운업 불황이 시작됐고, 용선료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한진해운은 10년간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 결과 한진해운은 지난 2017년 창립 40년 만에 간판을 내렸고 ‘수송보국’을 이루겠다던 할아버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꿈도 꺾였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장에 오른지 불과 한 달 만의 일이였다.

회사의 흥망을 두루 경험한 덕에 두 사람은 경영 전반의 이해도와 대처 능력에 있어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박 사장은 사장 취임 2개월 만에 그룹 내 정보기술(IT) 계열사 아시아나IDT를 상장시킨 데에 후한 점수를 받았다. 아시아나IDT는 상장 추진 때 만 해도 공모가(1만5000원)가 희망공모가(1만9330~2만4100원)를 크게 밑돌고 공모 주식수까지 줄여야 하는 굴욕을 맛봤다.
 

상장 철회의 기로에 몰렸지만 박 사장은 이를 강행했고 결국 아시아나IDT는 안정적으로 국내 증시에 입성했다. 지난해 11월 상장 이후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며, 현재는 아시아나항공의 자금난에 적잖은 보탬이 되고 있다. 아시아나IDT는 올 초 아시아나항공에 5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조 회장의 경영 감각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2009년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를 탈피하자”며 선보인 역발상 전략은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조 회장은 당시 국내 여행객 수요 감소에 맞춰 미국과 아시아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거쳐 제3국으로 가는 환승 수요를 공략했다. 그 결과 세계 항공사들이 대부분 적자를 내는 와중에 대한항공은 13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아버지 업고…
경영 감각 합격

조 회장이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에는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이 1조1208억원에 달해, 창사 이래 최대였던 2010년 1조2357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델타항공과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 협정 체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업적은 아버지의 후광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입사 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는데 오너 일가의 후광 효과로만 해석됐을 뿐 그들의 온전한 경영능력으로 평가받진 못했다.

다만 조직 문화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선 아들이 아버지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0대 젊은 경영인답게 변화와 소통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하다는 게 장점이다. 권위와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두 아버지와는 대조적이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IDT 사장 취임 당시 취임사를 생략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보냈다.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소통의 창구를 열어놓은 것이다. 근무복장도 자율화시켰다. 이는 현재 그룹 전체로 확대되는 추세다.

앞서 그룹 전략경영본부에 재직할 당시에는 그룹의 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룹 내 분위기가 다소 유연해진 데는 박 사장의 공이 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 회장 역시 격식이나 의전을 배제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수습사원 수료식이나 현장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인 ‘엑셀런스 시상식’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임직원들과의 스킨십을 더욱 늘리는 등 가족들의 오명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올 초 신년사서도 임직원과의 소통을 중점에 뒀다. 조 회장은 “임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며 “성과에 대해서 정당하게 보상하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두 사람은 최근 혹독한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부친의 뒤를 이어 그룹을 경영하게 됐지만 굵직한 현안과 고민들이 쌓여 있어 부담이 큰 상태다. 

혹독한 신고식
“갈 길 멀었다”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KCGI 등으로부터 대한항공을 지켜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박 사장은 정든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내고 그룹을 재건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 13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두고 행동주의 펀드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장 KCGI가 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15.98%까지 확보한 게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선친인 고 조양호 전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며 지분 정리 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이 17.84%를 보유, 조 회장(2.3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조현민 한진칼 전무(2.30%)가 각각 3% 미만의 지분을 들고 있다. 

‘물컵 갑질’로 지탄을 받은 조현민 전무를 1년2개월여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시킨 것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조 회장의 결단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자칫 형제간 다툼 등이 일어날 경우 KCGI에 승기를 뺏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조 전무는 꾸준히 그룹 경영 복귀 의사를 내비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부터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이에 따른 후폭풍 역시 조 회장이 감당해야 한다는 평가다.

조 전무의 때이른 경영 복귀 소식에 업계·소비자들은 연이어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와 조종사 노조, 진에어 노조 등도 잇달아 성명을 내고 그의 복귀에 우려를 표명했다. 진에어의 경우 국적이 미국인 조 전무가 등기이사로 올라가 있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상태다. 고객들 역시 조 전무의 복귀에 쓴소리를 건네고 있다. 

업적은 아직 글쎄∼경영능력 의문?
혹독한 데뷔전…굵직한 현안들 산적

조 회장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고민도 안고 있다. 조양호 전 회장이 남긴 주식의 상속세는 약 2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등 주요 계열사의 상속일 전후 각 2개월의 주식 평균 종가를 집계한 결과다. 

박 사장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대한항공과 국내 항공업계를 양분하던 아시아나항공을 다른 기업에 넘겨야 하는 처지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9월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아시아나IDT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혔다. 그간 그룹서 큰 그림만 그려온 터라 핵심 계열사에서 성과를 내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전 회장이 지난 3월 경영서 완전히 손을 뗀 만큼 향후 그룹의 재건 작업은 박 사장이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사장은 박 전 회장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의 지분 50.7%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의 경영 성과를 다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은 박 사장의 숙제다. 아시아나항공이 ‘통매각’될 경우 박 사장은 금호고속 또는 금호산업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운수·건설업과 인연을 맺은 적이 없는 만큼 새로운 데뷔 무대를 치러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차장으로 입사해 금호타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에서 일해왔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이 이를 계기로 경영 수업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금호고속·산업 등에서 바로 사장 역할을 수행하기 쉽지 않은 만큼 건설·운수업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빨랐나?
빨리 성과 내야…

재계 한 관계자는 “3세 경영인인 조원태 회장과 박세창 사장 모두 그동안 뚜렷한 경영 성과를 내거나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다”며 “조 회장은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정신이 없지만, 박 사장은 일단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마무리한 뒤 움직일 수 있어 시간이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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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