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사학비리 백태

곪을 대로 곪은 대학에 메스 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립대학 비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익제보자들은 학교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문제를 알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공익제보자들은 사립대학을 감시해야 하는 주무부처, 교육부를 향해서도 질타의 목소리를 보냈다.
 

▲ 사학비리정책토론회 ⓒJTBC

지난 18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서 사립대학 비리 해결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주최 아래 열린 토론회는 공익제보자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이들은 학교의 비리를 언론 앞에서 낱낱이 고발했다사립대학은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의 85.8%가 사립대학이다. 국공립대학은 전체 대학의 14.3%에 불과할 정도로 사립대학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사립대학
80% 넘어

대교연은 우리나라처럼 사립대학의 비중이 절대적인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2018년 교육통계로 봐도 국내 430개 대학 중 372개가 사립대학으로, 전체 대학의 86.5%를 차지한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온 사립대학은 언론보도나 교육부와 감사원 감사, 수사기관 수사 등을 통해 대학재단이나 설립자, 이사장, 대학총장, 교원 등의 각종 회계부정, 입시·채용비리 등이 심심치 않게 적발돼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립대학의 비리는 교육계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 중 하나라며 그럼에도 사립대학 비리는 일부 대학의 비위나 개인의 일탈로 치부돼왔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많은 전국의 사립대학 중 단 한 번도 교육부 감사를 받지 않은 곳이 절반이 넘는다. 또 감사를 받았다고 해도 부실·봐주기 감사에 대한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립대학의 비리를 넘어서 교육부에 대한 신뢰도도 사실상 바닥을 치고 있는 셈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공익제보자들은 발언 도중 교육부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토론회에 앞서 현장서 공익제보자들의 공개 제보를 받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에 나와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관계자에게 직접 제보하는 방식을 통해 공익제보자들이 부패방지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박용진 의원 사학혁신법 토론회
공익제보자들 학교·교육부 비판

건국대, 경성대, 배화여대, 부산대, 강원관광대, 상명대, 목원대, 국민대, 한국외대 등의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나선 공익제보자들은 그동안 교육부서 제대로 된 감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공익제보자들 사이에서는 교육부를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박 의원이 공개한 역대 사학비리 실태는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학비리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체 293개 대학(4년제 167, 전문대 126)서 교육부 감사,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적발된 재단횡령, 회계부정 등 사학비리 건수는 1367, 비위 금액은 26244280만원에 달했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사립대 1개 대학당 4.7, 91492만원의 비위가 적발된 것이다. 권익위 발표보다 4배 이상 높은 액수다.

올해 1월 권익위는 교비횡령, 채용·학사비리 등 각종 부패행위에도 대학의 자율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학의 재정·회계 부정 등 방지 방안을 마련해 교육부,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익위에 따르면 20171월부터 20187월까지 교육부가 감사를 진행해 결과가 공개된 30개 대학의 위반건수는 350건이며, 위반액은 수의계약 체결, 분리발주 위반 등을 제외하면 646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박 의원이 발표한 실태는 사립대학들이 자진해서 낸 자료를 취합한 결과를 토대로 나온 것이어서 제대로 조사를 하게 되면 비위 금액은 2624억원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고려대, 연세대 등 일부 사립대는 최근 교육부 감사를 통해 비위 사실이 적발됐지만 비위건수와 금액을 ‘0’으로 제출했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수익용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이 적발돼 393억원을 보전 조치하라고 요구받은 건국대의 경우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는 해당 없음으로 표기했다.

등록금·세금
유치원보다↑

박 의원은 향후 일부 대학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지면 교육부를 통한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교육부 역시 각 대학에 자료제출 공문을 보낼 때 자료제출에 불응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 학교 또는 이사장에게 행정조치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날 토론회서 사립대학 비리 문제는 사립유치원 사태와 비교해 확대 복사판이라고 말했다. 사립유치원과 사립대학의 비리 행태가 비슷하다고 지적하면서 비위 금액의 차이가 수백억, 수천억원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또 사립대학들이 회계부정을 저지른 돈은 대부분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비지원서 나왔다고도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에 자료를 제출한 293개 대학 중 4년제 대학 167개 대학의 2018 회계연도 전체 예산은 187105억원이다. 이 중 99354억원은 등록금이다. 대학 예산의 절반 이상(51.3%)이 학생과 학부모의 주머니서 나왔다. 15.2%28572억원은 국비지원금이었다. 다시 말해 대학 1년 예산의 70%에 달하는 돈이 국민이 낸 교육비거나 세금이다.

전문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126개 대학 2017 회계연도 전체 예산 43943억원 중에서 등록금은 54.9%(24157억원), 국비지원은 23.3%(1237억원)으로, 등록금과 세금 비중이 전체 예산의 78.2%를 차지했다.

공익제보자들은 등록금과 세금이 총장·이사장 등 일부 학교 관계자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친인척 채용 및 인사비리, 총장·이사장 일가의 갑질, 학교 예산 남용, 심지어 지역 건설사와의 유착 의혹 등의 문제를 꺼내들었다. 이들은 교육부의 감사와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한 학교 정상화, 관계자 처벌을 요구했다.

A예술대학교와 학교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 횡령 법인자금 투자 등 부당 직원 채용 및 인건비 집행 부당 복리후생비 등의 사적 사용 등 41건을 지적받았다. 특히 전형절차나 업무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이사장의 자녀를 채용하고, 출근이나 업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59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뭐했나?

또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해 총 90회에 걸쳐 골프장 비용 2059만원을 결제하거나 48회에 걸쳐 미용실서 314만원을 사용한 사실도 적발됐다. 교직원 3명이 총 183회에 걸쳐 유흥주점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B전문대학과 학교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 취득 부당 채권 임의 면제 건물 임대 관리 부당 등 총 14건을 지적받았다. B전문대 전 이사장은 학교에 수익용 건물을 증여했는데, 퇴임한 뒤 전 이사장의 가족이 건물에 무상으로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인이 계속 임대료를 내지 않는데도 별다른 조처는 취해지지 않았고, 미수 임대료가 9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 교육부

C대학교는 20132014년 총장 소송 관련으로 추정되는 김앤장 자문비용 47960만원을 교비회계서 집행했다. 자문계약서나 자문결과서 등 지출에 대한 구체적인 증빙자료는 남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D대학교는 2014년 투자가능등급(A-)에 미달하는 BBB0 등급의 한진해운 76-1채권을 장학기금으로 30억원 매입하는 등 채권 투자가능등급에 미달하는 채권 총 4, 135억원어치를 샀다. 이로 인해 2017년 조사 당시 78억원의 손해를 본 상태였다.

학교 법인카드로 유흥주점, 단란주점서 1168만원을 사용한 E대학교, 교직원이 총 5회에 걸쳐 자녀를 기부자의 동의 없이 장학금 지급 대상자로 임의 지정해 700만원을 부당 수령한 F가톨릭대학교 등 비리 유형은 다양했고 그 규모도 상당했다.

박 의원은 사립대학서 일어나고 있는 비리를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제도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토론회는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학비리 해결을 위한 사립학교법 일부 개정 법률안, 일명 사학혁신법을 논의하는 자리기도 했다.

회계부정 등 비리 백화점 수준
한 번도 감사 안 받은 대학 있어

앞서 17일 박 의원이 발의한 사학혁신법은 사립학교 재단법인의 임원 요건을 강화하고 이사회 회의록 작성 및 공개 강화, 회계부정 시 처벌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 현행법은 학교법인 이사의 4분의 1만 개방이사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사람으로 선임하면 되지만, 개정안에서는 그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늘렸다. 또 학교법인 이사장(설립자)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등 친족은 개방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했다.


앞으로는 회계부정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강화된다. 현행법상으로는 사립학교 비위 행위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해 교육부나 감사원의 행정 처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안에는 회계부정이 적발될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조항을 못 박았다.

또 이사회 회의록 작성과 공개도 강화했다. 기존 법에도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돼있지만 기록이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안건별 심의의결 결과만 적을 수 있는 면피조항이 있었다. 개정안에서는 이 조항이 삭제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의사록에 발언한 임원과 직원의 이름을 포함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사학혁신법에 대해 사실상 유치원3법의 사립대학 버전이라고 보시면 된다사립대에 지원되는 국가재정이 사립유치원보다 많다. 국민들도 상당히 많은 돈을 사립대학 운영을 위한 교육비로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사립대학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면서 경영 비리의 온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과 공익제보자들의 사립대학 비리 고발에 교육부가 칼을 빼들었다. 지난 19일 교육부는 2021년까지 3년간 대형 사립대학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종합감사는 법인 이사회 운영이나 재산 운용·관리, 대학의 입시·학사·교직원 인사·예산 및 회계 등 운영 전반을 감시한다. 그 범위와 강도가 높기 때문에 종합감사 대상이 된 대학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울 주요대학
종합감사 할까

교육부는 매년 3개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종합감사를 5개교로 늘린다는 방침도 밝혔다. 종합감사 대상도 총 정원 4000명 이상의 대학 중 무작위 추첨 원칙에서 총 정원 6000명 이상의 대학 전체로 확대키로 했다특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사립대학이 대상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1979년 이후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사립대는 113개교에 달한다. 최근 교육부 회계감사서 비리 사례가 적발된 고려대를 비롯해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들이 감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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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