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고무줄 나이’ 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24 10:53:36
  • 호수 1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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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다가오니 ‘생년’ 슬쩍~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주머니 털어도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했던가. 청렴결백해야 할 공무원들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 편법으로 정년퇴임 시기를 늦추는 공무원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 본 기사는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월급쟁이들에게 정년은 유효기한을 의미한다. 정년이란 공무원이나 회사의 직원이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퇴직하도록 정해진 연령을 뜻한다. 현재 공무원 정년퇴직 나이는 국가공무원 법령 제74조에 의해 60세로 정해져 있다. 

꼼수

최근 공무원들이 정년퇴임을 늦추기 위해 나이를 변경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무원 A씨는 “안정적인 조직 관리를 위해 정년에 가까운 나이를 배려해 승진자를 결정한다. 나이로 배려를 받은 승진자가 승진하고 나면, 나이를 1~2살 줄여 승진 인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위례시민연대에 제보했다. 

이에 위례시민연대는 올해 5월15일부터 6월15일까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중앙부처 국가공무원, 지방자치단체 지방공무원, 교육 자치단체 지방공무원 등 공무원 나이 변경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승진한 공무원들이 정년퇴임을 늦추기 위해 나이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152명의 공무원이 나이를 변경했다. 이 중 146명(96%)이 나이를 평균 12.6개월로 줄였다. 2년 이상 줄인 공무원은 총 20명(중앙부처 4명, 지방자치단체 16명)이었다.

해당 기간에 나이를 줄인 146명 중 60%를 차지하는 87명(중앙부처 4명, 지방자치단체 82명, 교육자치단체 1명은 승진하고 나서 나이를 줄였다. 가장 많이 줄인 경우는 서울 동작구 공무원이 2016년 10월에 원래 나이보다 무려 43개월을 줄였다. 

실제로 2015년 1월 5급으로 승진한 구로구청 공무원 B씨는 그해 9월 자신의 출생연월일을 1956년 11월서 1958년 1월로 바꿨다. 정년을 1년 3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나이는 59세서 57세가 됐고, 정년은 2016년 12월서 2018년 6월로 1년6개월 늦춰졌다. B씨는 원래 정년인 2016년 12월에 퇴직했다.

그러나 늘어난 정년보다 앞서 퇴직하는 형식이 되면서 일반 퇴직이 아니라 명예퇴직이 됐다. 일반 퇴직자들이 못 받는 퇴직금까지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해당 직급서 1년 이상 근무한 명예 퇴직자는 한 직급 올린다는 규정에 따라 5급이 아니라 4급으로 공직을 마쳤다.

5년간 96% 편법으로 ‘어리게’
무려 43개월이나 줄여 적발도

위례시민연대는 공무원 연령 변경 신청에 대해 엄격하게 허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가정법원에 연령정정신청을 해 나이를 변경할 수 있다. 

호적상 출생연월을 수정하는 절차는 간단하다. 변경을 원할 경우, 관할 가정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정정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단, 호적상 날짜와 실제 태어난 날짜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줄 서류가 필요하다. 족보나 출생증명서, 백일 사진 등 출생연월일을 소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면 된다. 


위례시민연대 관계자는 “우리사회는 한국전쟁 이후 늦장 출생신고로 인해 실제 나이보다 1~3세 적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에서는 오히려 실제 나이보다 많은 경우가 많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설령 실제 나이가 많아 줄였다 할지라도 오랜 세월 공신력을 갖고 행사했던 나이를 왜 굳이 이제 와서 공무원 말년에 바꾸려고 하는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특이한 점은 정년이 62세인 교원(교육공무원)이 나이를 변경한 사례는 없다. 정년퇴직을 늘리기 위해 나이를 낮추는 얌체 공무원들의 행태는 성실한 후배 공무원들의 승진 기회를 박탈하고 조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들이 정년퇴임을 앞두고 나이를 낮추는 데는 과거의 판결사례가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호적변경으로 나이가 한 살 어려졌다면, 정년 역시 그에 맞춰 1년 연장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정년제란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할 것을 이유로 해당 근로자의 근로계속 의사나 능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제도나 관행을 말한다”며 “근로계약서 정년을 정할 경우 정년퇴직일은 생물학적 연령을 토대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규범적 기준으로 판단돼야 할 근로계약 요소”라고 판결했다. 

5년 전에도 유사한 판결이 나왔다. 가족관계등록부상 생년원월이 변경됐다면 바뀐 나이 기준으로 정년 퇴직일을 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결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서울메트로 직원 B씨가 “정정된 생년월일 기준으로 정년 퇴직일을 정해야 한다”며 회사 상대로 내 정년확인 청구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14년 9월 밝혔다. 이수정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서 “실제 나이를 증명해 줄 서류가 충분하다면 보통 2~3개월이면 허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년 연장’ 외국은?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외국의 사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70세 정년’을 계획을 세웠으며 독일도 정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미국과 영국은 정년을 폐지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5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열린 미래 투자 회의에서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내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개정 법률이 발효되면 기업들은 현행 65세인 정년의 연장·폐지 또는 퇴사 후 재고용, 다른 회사 재취업 및 창업 지원을 위한 노력 등을 해야 한다. 


독일도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금 등 국가 재정 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부족해진 숙련공의 기술 노하우를 더 활용하자는 취지도 반영됐다. 

미국은 1986년 정년제를 없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직시키는 것은 또 하나의 차별’이라는 여론을 반영했다. 영국도 2011년 같은 이유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년을 폐지했다.

다만 이들 영미권 국가는 고용상황이 한국이나 일본과는 상이하다. 미국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사전통지 없이 고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임의고용 원칙이 통용되는 국가다.

영국 역시 1980년대 성과주의 임금제도가 자리 잡아 기업의 고령자 고용이 큰 부담이 되지 않는 환경이다. 

사상 최고 수준의 청년실업률, 국민연금 조기 고갈 우려 등을 참작할 때 이들의 사례를 바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지금의 연공서열 체계에선 기업이 정년 연장을 꺼릴 수밖에 없다.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기업은 청년층 채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60세 정년연장을 추진할 때 임금피크제를 놓고 노사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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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