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역전의 용사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24 10:15:24
  • 호수 1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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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울었고, 대통령에 웃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를 했다가 좌천당했던 검사 윤석열. 문재인정부서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검찰의 꽃’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그 후 2년 만에 고검장급 선배 기수를 제치고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 서울고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으로 사법연수원 5기수 아래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내정했다. 윤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1년 만에 고등검찰청장(이하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하는 첫 사례가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탄핵으로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의 일등 공신이자, 문재인정부 집권 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수사 등을 주도하며 ‘적폐 청산의 칼’ 역할을 한 윤 내정자를 발탁함으로써 청와대가 흔들림 없는 적폐 청산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격에 파격
개혁 적임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서 윤 내정자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 농단과 적폐 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며 “윤 내정자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내정자의 발탁은 고검장을 거치지 않았고 현 총장보다 5기수 아래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신군부 시절인 1981년 정치근(고등고시 8회) 검찰총장이 6기수를 건너뛰고 임명된 적은 있지만,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검사장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관례대로라면 윤 내정자 선배 기수인 현직 고검장 6명은 물론, 선배·동기 기수 검사장들의 퇴진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를 두고 ‘조폭 문화’ ‘권위주의 검찰의 유산’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은 데다, 윤 내정자가 어지간한 선배 기수들보다 연장자라는 점에서 윤 내정자 지명을 계기로 관행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러모로 파격적인 인사지만 검찰 내부의 동요는 크지 않다. 2년 전 문 대통령이 고검 검사였던 윤 내정자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을 때부터 ‘차기 검찰총장은 윤석열’이란 것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차기 검찰총장으로 윤 내정자가 지명되자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은 ‘적임자’라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코드인사’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 사회에 남은 적폐 청산과 국정 농단 수사를 마무리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검찰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며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한 윤 내정자는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인사라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문무일 총장보다 5기수 아래
31년 만에 고검장 안 거쳐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과 정의당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을 주문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 대변인은 “개혁적이라는 측면서 일단 적임이라고 평가한다”며 “윤 내정자가 지휘하는 검찰이 검찰개혁은 물론, 지속적인 사회 개혁의 추진체가 돼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지명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섰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윤 내정자는 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고,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인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인사청문회서 윤 내정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문정부의 가장 전형적인 코드인사다. 검찰의 독립이 아닌 검찰의 종속을 선언한 것”이라며 “윤석열 체제의 검찰은 권력에 더 흔들릴 게 뻔하다”고 비난했다.

반면 국민 다수는 윤 내정자의 지명을 반겼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 18일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잘했다’는 긍정평가가 49.9%로 조사됐다. ‘잘못했다’는 부정평가(35.6%)보다 14.3%포인트 높았다. ‘모름·무응답’은 14.5%였다.

긍정평가는 민주당 지지층(긍정평가 87.4% vs 부정평가 3.2%)과 정의당 지지층(85.7% vs 8.3%), 진보층(78.2% vs 11.8%)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또 중도층(긍정평가 49.8% vs 부정평가 37.8%)과 연령대별로는 40대(61.3% vs 28.7%), 30대(57.0% vs 22.6%), 50대(51.4% vs 41.6%), 20대(42.8% vs 36.0%)서, 지역별로는 광주·전라(64.1% vs 24.6%), 경기·인천(55.3% vs 32.4%), 서울(52.8% vs 32.3%), 대전·세종·충청(42.8% vs 21.5%)서 긍정평가가 우세했다. 
 

▲ 취재진 질문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부정평가는 한국당 지지층(긍정평가 4.8% vs 부정평가 85.7%)과 바미당 지지층(22.2% vs 51.7%), 보수층(19.3% vs 68.8%), 부산·울산·경남(38.4% vs 51.6%)서 대다수이거나 절반을 넘었다. 60대 이상(긍정평가 40.2% vs 부정평가 44.3%)과 대구·경북(43.6% vs 48.4%)서도 부정평가가 다소 우세했다. 무당층(33.5% vs 34.6%)에서는 긍·부정 평가가 팽팽하게 엇갈렸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8950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500명이 응답한 결과다. 

정권 밉보여
한직 돌다…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서 여야 간 첨예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내정자는 기관장 신분으로 지금까지 세 차례 국정감사 증인석에 섰다. 매번 소신 발언을 쏟아냈던 그는 자신의 인사청문회서도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윤 내정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야당은 우선 적폐 청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윤 내정자를 몰아세울 전망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정책 의원총회서 “문재인 대통령의 윤 내정자 지명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엉터리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쓴소리를 이제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 보복을 통해 공포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권에 맞서는)첫 번째 과제가 윤 내정자 청문회다.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음흉한 계략을 청문회를 통해 저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문찬석 대검 기조부장이 이끄는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청문회 과정서 제기될 각종 질의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준비단은 기획총괄팀장에 김태훈 대검 정책기획과장, 홍보팀장에 주영환 대검 대변인, 신상팀장에 김창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 등을 앉히는 등 검사 10∼15명으로 구성됐다. 기획총괄팀과 홍보팀은 인사청문회 전반에 대해 준비한다.

신상팀은 윤 내정자의 신상 문제와 관련된 사항을 맡는다. 준비단을 위한 별도의 사무실은 마련되지 않는다.

준비단은 인사청문 요청서를 작성해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했다. 요청서가 제출되면 국회는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실시해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해야 한다. 다만 기간 내로 청문회를 열지 못하거나 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재송부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에도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추가 절차 없이 윤 내정자를 검찰총장에 임명할 수 있다. 

정치권은 청문회서 윤 내정자의 ‘검찰개혁 의지’와 ‘정치적 중립성’ ‘재산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문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활용됐다. 문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기인 2017년 5월 당시 고검 검사였던 윤 내정자를 지검장으로 승진시키며 기존에 고검장급이 맡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앉혔다.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서 문 총장보다 5기수가 낮은 윤 내정자를 파격적으로 지명한 것은 검찰개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인사청문회에선 윤 내정자가 청와대가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과 의지에 부합하는 인물인지에 관해 집중적인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그동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청와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힌 적은 없다. 총장으로 지명된 직후 검찰개혁안 등 현안에 관한 질문에 대해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검찰의 직접 수사에 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폐수사도 인사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2016년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법 농단 등 적폐 수사를 적극 이끌어온 만큼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회생
선배들 용퇴

윤 내정자의 60억대 재산도 야당의 집중 공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9년도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65억9076만원을 신고, 검찰 고위 간부 37명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윤 내정자 재산의 대부분은 2012년 혼인한 배우자 명의다. 65억여원 중에는 배우자 명의로 된 12억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소재 복합건물과 49억7000만원 상당의 예금이 포함돼있다. 본인 예금은 2억1000여만원 정도다.

윤 내정자의 배우자 김건희씨는 문화예술계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큐레이터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투자하는 기업으로 2007년부터 앤디 워홀, 샤갈, 르 코르뷔지에 등 유명 전시를 주관해왔다. 

김씨는 2015년 전 세계서 가장 비싼 작품으로 손꼽히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 전시를 주관하며 전시 기획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마크 로스코전(展)’은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3관왕(최다 관람객상, 최우수 작품상, 기자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현대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을 국내에 선보이며 전시기획자로서의 실력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미술을 전공하고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재원으로, 2012년 12살 연상의 윤 내정자와 결혼했다. 지금의 60억원대 재산은 1990년대 후반 주식으로 번 돈을 밑천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며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수장으로 지명받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던 윤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일각에선 조부와 부친의 고향이 충남 논산이어서 충청 인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대학 재학 당시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서 전두환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당시 정국 상황을 감안하면 모의재판이라고 해도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고, 윤 내정자는 이 모의재판 후 한동안 강원도로 도피해 있었다고 한다.

윤 내정자는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지만, 2차 시험서 9년간 낙방하다가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뒤늦게 합격해 검사에 임용됐다. 그는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서울지검, 부산지검 등에서 검사 생활을 하다가 법무법인 태평양서 약 1년간 변호사 활동을 거친 후 검찰에 재임용됐다. 

정치권 시각차 ‘극명’  
수사권·공수처 입장은?

검찰에 재임용된 이후 광주지검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등에서 근무했고,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 내정자는 검찰 내에서 특별수사에 정통한 대표적 특수통이자 소신이 뚜렷한 강골 검사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검사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윤 내정자는 박근혜정권 초기인 지난 2013년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있다가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수사 당시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그러나 수사 도중 검찰 지휘부의 반대에도 용의선상에 오른 국정원 직원의 체포를 강행한 일로 마찰을 빚었고, 이로 인해 좌천성 인사 조치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그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수사 강도를 낮추기 위한)검사장의 외압이 있었고 그를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항명 파동의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윤 내정자는 한 의원의 질의에 “(검찰)조직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다”면서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검찰 인사서 한직으로 불리는 대구고검 검사로, 2016년에는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검찰 내부에서는 부장검사급 검사를 수사권이 없는 지방 고검만 맴돌게 하는 것은 사실상 검찰을 떠나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 후 윤 내정자는 2016년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되면서 수사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그는 이 과정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 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사회 각계 인사들을 거침없이 수사하며 강골 검사의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냈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윤 내정자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청와대는 차장검사급이던 그를 검사장으로 승진 발탁하며 파격 기용했고, 고검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검장급으로 직급을 내렸다.

국민 여론은?
찬성이 많아

윤 내정자 재임 기간 동안 서울중앙지검은 다스(DAS) 의혹, 사법농단 의혹 수사로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며 전직 행정부 수장과 전직 사법부 수장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또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산하 ‘민간인 댓글부대’, 옛 국군기무사령부 ‘세월호참사 유가족 사찰’,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 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의 사건을 수사했거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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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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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